국제동향
| 2023.10.06
뒤틀린 반제국주의와 평화주의를 넘어①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전 세계 좌파의 목소리-미국, 유럽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 세계 좌파는 전통적인 반제국주의, 평화주의에 따라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거나 러시아를 지지하는 입장과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명백히 지지하는 입장으로 분열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각국의 좌파 매체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특히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좌파 활동가들의 기사를 번역해 소개하거나 직접 교류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만한 매체인 우크라이나의 좌파 매체 《Спільне》(COMMONS, 이하 커먼스)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결성된 러시아 좌파 플랫폼 《ПОСЛЕ》(POSLE, 이하 포슬레)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사회운동, 좌파 활동가들의 목소리로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세계에 의미하는 바를 전달하며 이들에 대한 지지를 눈에 띄게 촉구해왔다. 더불어 전쟁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여성권, 노동권에 미치는 영향이나 향후 우크라이나의 진보적 재건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커먼스), 소련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해 침공을 촉발한 러시아 내부 문제들을 다방면으로 추적했다(포슬레). 두 매체는 미국, 유럽, 아프리카와 중동,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활동가들과 직접 교류하며 각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벌어진 좌파 내부의 논쟁을 정리하고 각국의 맥락에서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좌파들의 입장을 조명해 왔다.
이 글은 커먼스와 포슬레의 기사를 주로 참고하여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좌파들의 입장을 개괄한 뒤 1부: 미국과 유럽, 2부: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3부: 동아시아 순서로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좌파의 입장과 실천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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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좌파들: 뒤틀린 반제국주의와 평화주의를 넘어
커먼스와 포슬레가 소개하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좌파들은 기존 좌파의 전통적인 반제국주의와 평화주의가 매우 뒤틀렸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경유하며 그 한계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세계 한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당신들은 그것이 자국의 정부나 비즈니스 엘리트들의 활동에 대한 반응이라고 단정 짓는다. 당신들로부터 우리(포스트 소비에트 좌파)는 나토와 미국에 대해 모든 것을 배웠지만, 이 지식은 이제 거의 쓸모가 없다. 미국은 이 보드게임의 판을 그렸을지 몰라도 이제 다른 플레이어들이 조각을 움직이고 붉은색 마커로 자신의 윤곽을 추가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설명은 구식이다. 나는 작년(2021년)에 고조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갈등에 대해 좌파가 쓴 글과 말을 모두 읽었다. 이 의견들은 대부분 끔찍할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고, 주류의 설명보다 훨씬 더 심각했으며 (결국 일어난 침공에 대한) 예측력은 제로였다. 나는 서방 좌파의 관점을 비난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것의 한계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구체적 상황에 대한 분석을 날것의(관성적이고 원론적인) 정치적 입장으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 <‘US-plaining’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서방 좌파에게: 당신들의 잘못과 우리의 잘못에 대해>, 볼로디미르 아르티유크, COMMONS, 2022.3.1.
그들의 비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좌파의 ‘반제국주의’는 ‘반미‧반서방주의’로 협소해졌다. 협소해진 반제국주의는 러시아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여기서 제국주의는 고전적 제국주의, 즉 ‘우월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나 민족을 정벌하여 대국가를 건설하려는 침략주의적 경향’을 뜻한다.)이라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 대신 ‘미국-나토(NATO)와 러시아의 대리전’을 이번 전쟁의 핵심 성격으로 규정하며 러시아의 침략 저지가 아니라 미국과 나토 저지를 좌파의 핵심과제로 상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러시아는 기껏해야 만류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지지해야 할 대상으로 부상한다.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리는 없다.
“러시아를 미국에 비해 더 작은 악처럼 보이기 위해 그들은 인위적으로 라틴아메리카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어필한다. 사실 그들에게 미국은 러시아보다 더 큰 악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이 무력분쟁의 피해자이자 저항의 주체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왜 러시아를 서방 국가들보다 더 악하다고 인식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 푸틴의 신식민주의적 선전을 비추고 감상적이고 문화적으로 상대화된 ‘남반구’의 그늘에 숨는 것은 푸틴의 좌파가 처한 윤리적-정치적 파국을 심화시킬 뿐이다. 반세계화와 반제국주의에 대해 고민해 온 기존 좌파의 대부분은 이런 담론에 빠져 있다. ... 그들은 푸틴의 승리와 그것이 우크라이나인과 다른 동유럽 사람들에게 의미하는 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이보다 더 비열한 입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푸틴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더 쉬울까?>, 조세페 코코, COMMONS, 2022.11.23.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좌파는 협소해진 반제국주의를 넘어 진정한 국제주의를 촉구하며 이 전쟁의 본질은 러시아의 제국주의 침략전쟁, 우크라이나의 독립전쟁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핵심 이유는 나토와 같은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러시아 제국’ 또는 ‘구소련 영향권’을 되찾으려는 푸틴체제의 내부 논리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문제는 나토의 확장이 아니라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에 의한 확장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크림반도와 돈바스 등의 분쟁지역의 미해결 상태로 인해 강하게 억제되어 왔다. 요컨대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서방의 팽창 보다는 포스트 소비에트 공간에서 러시아의 부활주의적 목표, 더 넓게는 강대국으로서의 지위, 즉 다극화된 세계의 양대 극단의 하나로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표다. 설령 나토가 지금 당장 해체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서방 좌파의 일반적인 나토 비판을 이해하고 대부분을 공유하지만, 현재의 전쟁이 새로운 비판을 불러일으킬 적절한 시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국주의 확장이라는 지진 속에서 세계 좌파의 입장은?>, 비톨드 바실레츠키, COMMONS, 2022.9.6.
미국-나토의 위협에 대한 크렘린의 수사는 현실에 비해 과장되어 있으며 설령 위협을 느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강대국이 약소국을 무력으로 침략하고 점령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전 세계 좌파의 임무는 대리전이라는 규정 뒤에 숨지 않고 침략국 러시아를 규탄하며 우크라이나 저항세력,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함께 항전을 지지‧지원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재확인 하고 나토, 유럽연합, 글로벌 사우스의 모든 지원을 재확인 하는 것은 이제 분파적 세계화 사이클에서 다른 세계로의 가능성을 계속 타오르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국제적 과제다. 다른 세계는 우크라이나의 들판과 도시에서 ‘푸틴의 좌파’가 승인한 끔찍한 잔학행위에도 불구하고 이미 출현하고 있다.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푸틴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더 쉬울까?>, 조세페 코코, COMMONS, 2022.11.23.
둘째, 기존 좌파의 ‘평화주의’는 침략과 점령에 저항할 권리가 있는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무시하고 더 큰 폭력을 불러올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침략의 장기적이고 파괴적인 위험성을 과소평가한다. 전통적인 평화주의에 근거한 입장들은 러시아가 무력침공을 이미 개시하여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그들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사상자가 늘어나기에 러시아의 침략과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모두 나쁘다고 주장했다.
전쟁을 반대하는가, 아니면 미국을 반대하는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비판은 많은 경우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전쟁의 근본적 원인을 나토의 확장과 유로마이단의 결과로 인한 친서방적 방향 전환으로 지적하는 좌파의 분석은 우크라이나의 주체성을 절대적인 수준으로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이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러시아의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반면, 벨라루스에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무시한다. 우크라이나에 나토의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가설은 그런 전망이 막연함에도 문제이며,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군의 포격, 공습, 지상공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국주의 확장이라는 지진 속에서 세계 좌파의 입장은?>, 위톨드 와실레키, COMMONS, 2022.9.6.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좌파는 침략국의 침략과 피침략국의 저항 사이에는 분명한 질적 차이가 있으며,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점령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주어지는 분쟁이 없는 상태로서의 기계적 평화'가 아니라 '침략국을 물리치고 러시아로부터 독립하여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현재와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평화'라고 지적한다. 기계적 평화의 추구는 당장의 분쟁을 중단시킬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러시아 제국주의’를 강화시켜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동유럽, 나아가 유럽전체와 전 세계까지 더 큰 폭력과 불안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는 데 동의하는 협상은 긍정적인 진전이자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그러나 “공동묘지 평화” 즉 동결된 분쟁으로 이어지는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의미하며 푸틴의 일시적인 승리가 아니라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푸틴에게 완전한 백지위임이 되어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룰라의 평화 계획과 극우에 맞서는 세계적인 투쟁: 브라질 사회주의자 이스라엘 두트라와의 인터뷰>, 페데리코 푸엔테스, COMMONS, 2023.6.16.
그렇기에 이들에 따르면 전 세계 좌파는 우크라이나가 침략국에 저항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을 무조건적으로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때 군사적 지원을 포함한 지원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스페인내전 시기 프랑코의 파시즘에 반대하는 좌파들이 제국주의 국가였던 프랑스, 영국 그리고 소련에 무기지원을 촉구했고 그것을 지지했던 좌파들이 틀리지 않았던 것,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 독일을 패배시킨 연합군을 반파시즘 전선에서 지지한 좌파들이 틀리지 않았던 것과 같다.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이제 서방 무기뿐 아니라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이 전쟁의 현실이다. 한때 아나키스트와 공산주의자들이 프랑스와 대영제국, 그리고 스탈린의 소련에 무기를 요청했던 스페인 내전이 떠오른다. 아나키스트들은 스탈린이 동맹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무기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편 나치는 영국, 프랑스, 소련 세 제국에 의해 패배했다. 세 제국이 완벽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치에 대한 연합군의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쟁 상황에 직접 처하지 않은 사람들은 전쟁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 대해 공감해야 한다. 전쟁은 매우 더럽고 복잡하며 전쟁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이 항상 이상을 가질 수는 없다. 이상이 있더라도 우선순위가 있기에 이상을 제쳐두어야 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전력의 불균형 속에서 약소국들은 침략에 저항해야 할 때 결국 나토(미국과 서방), 중국, 러시아 등 외국 세력에 의존해야 한다. 대만이라면 러시아와 중국에서 무기를 구입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구입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이 아윱: 푸틴 정권의 몰락은 아사드와 이란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알리야 리아셰바, COMMONS, 2023.17.18
2. 미국: 좌파운동과 공화당 강경파의 공명이라는 아이러니, 그리고 균열을 내는 사람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왔다. 최근 들어 전쟁장기화와 대선을 맞아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입장차이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군사적 지원을 포함하여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있었다.
미국의 집권정당인 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최전선에 있다. 민주당내 좌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일한 오마르, 아야나 프레슬리, 라시다 트라이브, 자말 보우만, 코리 부시 등의 하원의원들은 모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에 찬성했다. 민주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미국노동연맹-산별조직회의(AFL–CIO)등 미국의 주요 노동조합들은 바이든 정권의 우크라이나 지원 입장을 지지하고, 우크라이나 노동조합과 연대를 표명했다.
반면 공화당 강경파 인사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고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두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의회에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대표적인 의원인 맷 게이츠는 2023년 2월 9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모든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는 ‘우크라이나 피로 결의안(Ukraine Fatigue Resolution)’을 하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폭스의 메인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꾸준히 크렘린의 선전을 뉴스에서 반복했고, 이는 러시아 국영 방송에서 자주 재방송되었다.
미국 좌파는 기존에는 대척점에 서있던 헨리 키신저, 존 미어샤이머와 같이 보수 또는 우파로 분류되는 지식인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현실주의적 분석(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가 나토와 미국의 세력확장에 대응하여 영향권 보존을 위해 저지른 방어전이라는 접근)에 호응하며 역설적으로 공화당 강경파와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잘 알려진 좌파 지식인 노엄 촘스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국의 이라크 침공, 히틀러와 스탈린의 폴란드 침공과 비교하여 맹비난 했지만 전쟁의 가장 큰 책임을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나토에서 찾았고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에는 침묵했다.
미국에서 가장 크게 조직화된 사회주의자 단체인 민주사회주의자협회(DS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에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이나 영토 보전권에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큰 좌파조직인 미국 공산당(CPU)은 러시아의 침략을 비판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에 반대했다. 사회주의해방당(PSL)등 다른 소규모 좌파조직들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거나 다수 좌파조직과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트로츠키주의 좌파 소조직들은 미국과 나토에 전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를 두둔하기도 했다.
미국의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과 중앙아메리카 개입을 반대해온 반전운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의 근본 원인이 러시아가 아닌 미국과 나토에 있다고 보고 미국의 군사 지원 반대, 즉각적인 협상을 촉구했다. 대표적인 단체로는 최근 한글 번역 출판된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원제: War in Ukraine: Making Sense of a Senseless conflict)를 쓴 코드 핑크가 있다. 한편, 러시아의 침공을 반대하고 러시아 반전운동을 지지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국주의 간의 대리전쟁’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가 무기지원을 받는 것을 반대하는 흐름,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투쟁을 지지하지만 모든 국가의 어떠한 개입도 반대하는 흐름도 있다. 이들 좌파단체들과 미국 내 우크라이나인 커뮤니티와의 교류는 거의 없다(미국 내 우크라이나인 커뮤니티는 주요 도시에서 전쟁반대 시위를 조직하고 종교단체, 사회단체와 연계하여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이렇듯 현재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미국의 지형은 대통령과 집권정당이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고, 공화당 강경파가 대표하는 극우세력이 그것을 반대하며 기존에는 대척점에 서있던 다수 좌파의 입장과 공명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미국의 국제 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미국의 극우와 극좌파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에서 극단에 서있는 이 둘(극우, 극좌)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이 ‘기존 정치체제와 엘리트에 대한 적대’라는 포퓰리즘을 매개로 만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회주의자로서, 그리고 노동계급 활동가로서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무시한다면 진정한 사회주의 운동을 건설할 수 없다.”
일부 좌파들은 이러한 흐름에 균열을 낸다. 이들은 스스로를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자’ ‘진정한 사회주의자’라 일컫는다.
미국의 ≪솔리더리티≫, ≪어게인스트 더 커런트≫, ≪템페스트≫, ≪뉴 폴리틱스≫, 아래로부터의 국제주의(IFB)등의 잡지와 단체가 속해 있는 풀뿌리 사회주의 운동과 우크라이나 사회주의 연대 캠페인(USSC)은 러시아의 패권주의적 침략을 비판하고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러시아의 반전운동을 지지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반제국주의에 입각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양비론적인 입장을 취하는 미국 좌파에게 혁신을 촉구한다.
노동조합활동가 이자 ≪뉴 폴리틱스≫ 편집자인 댄 라보츠는 커먼스에 기고한 기사 <미국 좌파와 우크라이나>에서 코드 핑크로 대표되는 미국 반전 운동에 대해 “미국에 대한 역사적 반대로 인해 러시아, 중국, 이란, 시리아 등 권위주의적인 국가라 할지라도 미국에 저항하는 국가에는 동조하며 미국을 제외한 나라의 제국주의 전쟁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진영주의적 한계를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사회주의 연대 캠페인(USSC)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사회주의자들과의 연대와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대한 지지를 목표로 결성되었다. 우크라이나 사회주의 연대 캠페인은 우크라이나가 침략국에 싸우기 위해 필요한 모든 무기를 무조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와 분석을 제공하고 다양한 주제로 정기적인 포럼을 개최한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거리 시위를 조직하거나 참여하고, 코드 핑크 등 푸틴 비판에 소극적이거나 크렘린의 선전에 동조하는 미국 좌파 단체들의 선전에 대항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우크라이나로의 직접적인 의약품 호송 활동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 통과를 노조에 촉구하고, 러시아군이 주둔중인 자포리자 발전소 운영의 국제원자력기구(IAEA)로의 이관을 위한 청원서를 조직하기도 했다.
“우리는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이 무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너무 주저하고 수갑을 채우고 있기 때문에 비판한다. 이는 사회주의자로서는 드문 입장이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내전 당시 미국 사회주의자들은 파시즘과 싸우는 스페인 공화주의자들에게 무기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사회주의자들은 나치와 싸우기 위해 소련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
우리의 포럼 중 가장 중요한 토론 중 하나는 '좌파의 파시즘 사상'에 대한 두 차례의 시리즈였다. 극우 사상(심지어 파시스트 사상까지 포함)이 어떻게 그리고 왜 사회주의 운동에 침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논의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운동과 '좌파' 전반의 대다수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고, 적어도 변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배신으로부터 사회주의를 되찾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우리 이름에 '사회주의자'를 포함시키기로 분명히 결정했다.
..
마지막으로, 만약 우리가 사회주의자로서, 그리고 노동계급 활동가로서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이 대규모 공격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의미에서 자기 자신만 생각하라. 자신의 월급만 생각하라.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더 광범위한 문제는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여성이나 유색인종, 성소수자에 대한 억압은 모든 노동자가 반대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 태도로는 노동계급 강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정한 사회주의 운동을 건설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연대 구축 : 세 가지 관점>, 존 레이먼(우크라이나 사회주의 연대 캠페인 공동 의장), POSLE, 2023.08.01.
3. 유럽: ‘유럽의 전쟁’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좌파의 분열과 혁신
유럽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전면전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전쟁’으로 여겨지며 전 유럽사회에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러시아를 대상으로 안보 불안을 느껴오던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에서 동요를 일으켰다. 오랜 중립국이었던 핀란드와 스웨덴은 전통적인 나토 가입 반대 여론이 뒤집혀 2022년 5월 나토가입을 동반 선언했다. 핀란드는 2023년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최근 폴란드 등의 국가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갈등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광범위하게 공유해왔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 지원을 많이 해왔다. 그 중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체코,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과 동유럽에 위치한 국가들은 GDP 대비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가 절대적인 양으로 지원규모를 앞서는 영국, 독일보다 크다(전혜원 2023).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에 대한 전 유럽적인 찬성 여론도 여전히 강하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기관인 유로바로미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80%에 가까운 유럽인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찬성하고 있으며, 71%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에 찬성한다. 5명 가운데 4명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것을 민주주의, 자유 등 유럽의 기본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본다. 특히 북유럽 국가와 발트 3국의 여론은 경제적 손실을 불사하고 가치 기반의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국민은 90% 이상이 대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찬성한다(강유덕 2023).
유럽의 좌파운동은 전통적인 반제국주의, 평화주의에 입각하여 이번 전쟁에 대해 양비론적으로 접근하거나 러시아를 두둔하는 기존 좌파의 입장과 그러한 관점의 혁신을 촉구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와 지원을 주장하는 입장으로 나뉘어 졌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유럽의 좌파들은 우크라이나 연대 유럽 네트워크(ENSU)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대부분 우크라이나 지원에 우호적인 각국의 지형 위에서 더 크고 강한 지원을 이끌어내고 사회운동과 좌파운동을 혁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은 합법적이고 합법적이며 필수 불가결합니다. 그것은 국가의 멸종을 막았으며 앞으로 외교적 해결책을 시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더욱이 푸틴의 야망에 강력하게 맞서지 않는 것은 미래의 국제 협력과 글로벌 안정에 매우 위험 할 것입니다. ... 푸틴의 전반적인 목표는 늦어도 2022년 초부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가 전쟁을 추구하는 동기는 러시아의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신제국주의 확장과 권력 강화입니다. ... 장기적으로 볼 때 푸틴의 야망을 파괴하는 것은 유럽,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그것이 과거의 공격적인 방법으로 돌아갈 위협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는 긴밀한 국제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더 나은 기후 보호, 군비 통제, 공정한 개발 정책과 같은 훨씬 더 중요한 이슈로 성공적으로 복귀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 승패의 관점에서 말하기보다는 다음 공식으로 목표를 요약하는 것이 유용 합니다: 러시아는 승리해서는 안 되고 우크라이나는 패배해서는 안 됩니다. 이 공식은 양적, 질적 측면에서 어떤 무기 공급이 필요한지, 즉 무엇이 충분하고 무엇이 덜 바람직한지 결정할 때 균형을 잡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평가가 신중하게 조정된 무기 공급이 평화 협정을 추구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현재로서는 다른 어떤 옵션도 유망해 보이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서양 무기: 확전 또는 종전으로 가는 길?>, ≪유럽과 우크라이나 전쟁 – 러시아의 침략에서 새로운 동유럽 정책까지≫, 유럽 진보 연구재단(FEPS), 2023.
우크라이나 연대 유럽 네트워크(ENSU) “우크라이나 인민의 저항과 승리를 위해 연대하자.”
우크라이나 연대 유럽 네트워크(ENSU)는 2022년 3월 8일 동유럽과 서유럽의 사회 운동, 노동 조합, 협회 및 정당의 회원들이 모여 결성한 네트워크다. 2022년 6월 6일 <침략에 맞서 승리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운동과 함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들은 “미국(과 그 나토 동맹국)이든 소련(과 그 바르샤바 조약기구 동맹국)이든 항상 억압받고 침략당한 인민의 편에 서야” 하며, “민족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민족 자결권을 방해하려는 어떠한 권력과 군사 블록도 인정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성명에는 아르헨티나, 호주, 방글라데시, 벨기에, 브라질, 캐나다, 카탈루니아, 칠레, 콜롬비아, 쿠바, 독일, 영국, 에콰도르, 그리스, 스페인, 에우스칼 헬리아,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네덜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파키스탄, 파나마, 페루, 폴란드, 포르투갈, 푸에르토리코, 퀘벡, 러시아, 조지아, 스코틀랜드, 일본, 스위스, 튀니지, 튀르키예, 미국,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스리랑카 등의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러시아의 민족주의적 반독재 정권이 유럽의 많은 우익 단체의 지지를 받아 우크라이나를 '비나치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홀로코스트 희생자, 반파시즘, 그리고 제3제국과의 전쟁에서 소련 국민들이 지불한 희생에 대한 깊은 모욕이다. 합법적인 자기방어를 위한 적절한 무기를 모든 가능한 출처에서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전투를 요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민의 저항을 침략자의 침략과 동일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우리는 푸틴의 공격적인 행동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투쟁에 최대한의 연대와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요청한다. 우리는 수년간의 투옥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국민들, 우크라이나의 형제자매들과 계속 싸우기를 거부하는 러시아 군인들과의 연대를 촉구한다. 우크라이나 민중과의 연대를 위한 지역적 노력과 더불어, 우리는 베트남 해방 투쟁과 이라크 제국주의 침략에 반대하는 투쟁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연대하는 세계 저항의 날을 선포할 것을 제안한다.” <침략에 맞서 승리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운동과 함께>, ENSU, COMMONS, 2022.06.06.
핀란드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옹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핀란드에서 사회민주당을 제외한 가장 큰 좌파 의회정당인 좌파동맹(Vasemmistoliitto)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당내 토론 끝에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찬성했다. 나토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러시아가 개시한 무력침공의 심각성, 핀란드 시민들의 실존적 불안함과 러시아 접경지역으로서 집단 안보의 불가피성을 수용하여 기존 핀란드의 나토 가입 반대 입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사회운동(Sotsyalnyi Rukh) 등 우크라이나 좌파와 우크라이나의 진보적 재건을 위한 요구와 희망(외채탕감, 교육인프라 재구축 등)을 교류하며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핀란드 좌파들은 그동안 서구좌파에 의해 무시되어온 ‘포스트 소비에트 좌파(동유럽 좌파)’의 목소리에 전 세계 좌파들이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나는 유럽이 이 한 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되어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유럽과 미국에 기반을 둔 다양한 좌파 세력과 사상가들 사이에서는 상황을 위에서 바라보고 우크라이나 좌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 핀란드에서는 이런 문제에 매우 민감하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옹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정치에는 복사해서 붙여넣기 할 수 있는 전략이 없다.>, 미아 하글룬드(좌파동맹 부대표, 북유럽 녹색좌파 사무총장), POSLE, 2022.09.14.
폴란드 “사회지향적인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의 승리, 그리고 좌파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폴란드의 라젬(razem)은 6명의 국회의원과 국내·외 조직을 보유한 폴란드 좌파 정당으로, 2015년 창당 이후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벨라루스와 러시아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 라젬은 우크라이나 연대 유럽 네트워크(ENSU)를 공동설립했다. 이들은 북유럽과 동유럽의 좌파들을 조직하여 2022년 3월 28일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성명 <우크라이나와 유럽 좌파의 연대>를 발표했다. 전쟁 이후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 재향 군인들에 대한 공공 서비스 지원 등 사회지향적인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의 승리와 전 유럽적인 좌파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중-동유럽 좌파 네트워크 구축과 서유럽 좌파와의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는 주권 국가이자 독립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이고 부당한 군사 침략을 감행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핀란드, 체코, 루마니아, 폴란드, 덴마크의 진보 정당들은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가치를 무시하는 이 침략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우리는 강자가 약자에게 무력으로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질서에 단호히 반대하며, 이것이 모스크바의 침략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자유롭게 살고, 지도자를 선택하고, 스스로를 통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전적으로 그들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존엄과 주권을 위한 투쟁에 자부심과 결의를 가지고 연대를 표명합니다. 이러한 연대가 공허한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이 도발적인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에 저항하고 자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각국 정부와 유럽연합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좌파의 연대>(원제: European left solidarity with Ukraine), razem, 22.03.28
“우리는 좌파, 특히 서방의 '평화' 운동에 내재된 거짓에 맞서 싸웠다. 우리는 수십 년간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무지하거나 무시하기로 선택한 우리 지역(동유럽) 상황의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연대 구축 : 세 가지 관점>, 조피아 말리스(razem 국제사무소), 2023.08.01.
스웨덴 “우크라이나는 방어할 자격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다.”
스웨덴의 집권당 사회민주당은 이웃국가들과 함께 침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사민당과 가까운 주간지 ≪Flamman≫은 러시아 제국주의를 전쟁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좌파의 목소리를 일관된 편집 노선으로 게재해 왔다. 야당인 좌파당은 당내에서 드러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도시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연대를 표명하는 집회를 조직했다. 좌파당은 2022년 2월 말 스웨덴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보내자는 정부의 제안을 승인했을 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당이었지만, 하루 동안의 격렬한 내부 토론 끝에 군사 지원 제공에 대한 반대를 철회 했다. 당시 당대표는 "우크라이나는 방어할 자격이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노총(LO)은 러시아의 침략을 명백히 비난했다. 다수의 우크라이나 이주 노동자 조합원이 소속되어 있는 스웨덴 생디칼리즘 노동조합 연맹(SAC)의 건설 노동자 부문은 러시아 침공 초기에 우크라이나에 있던 조합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시작했고, 이들 중 일부는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데 동참했다. 독립적인 스웨덴 부두노동자노조는 우크라이나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러시아 화물선에 대한 자체적인 봉쇄를 단행하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풀뿌리 좌파 단체 알트 알라(Allt åt alla)는 우크라이나의 사회운동단체 사회운동(Sotsyalnyi Rukh)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고 좌파 학생회 연합에 가입하여 대학에 등록금 유예 및 기타 지원을 요청하는 등 스웨덴 내 우크라이나 학생들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스웨덴 남부의 급진 좌파 수십 명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우크라이나 아나키스트 단체의 준군사 부대로의 물품 지원을 위한 모금했고, 스톡홀름의 한 아나키스트 단체는 우크라이나 풀뿌리 반파시스트 단체를 위한 지원금을 모금했다.
“앞으로 스웨덴 좌파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시간이 지나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제국주의와 우크라이나 독립 사이의 싸움이 우리 시대의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 무엇보다도 스웨덴 좌파가 최근까지 러시아 선전에 의해 선전된 반제국주의와 유사 반파시즘에 취약하게 만들었던 이념적 안일함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가 있습니다. ... 세계 문제를 저속한 진영 논리로 환원 할 수 없다는 것, 제국주의 지배가 없는 세상을 위해 진정으로 싸우는 사람들에게 푸틴의 러시아는 동맹이 아니며 미국의 군사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투쟁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자동으로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스웨덴 좌파의 관점>, 볼로디야 바그너(저널리스트), POSLE, 2022.08.09.
영국 “제국주의 폭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주의의 핵심이다.”
2023년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영국노총(TUC) 대의원대회는 <우크라이나와의 연대>(원제: Solidarity with Ukraine)결의안을 채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파시스트의 제국주의 침략에 비유한 해당 결의안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모든 우크라이나 노동조합원들에게 연대를 보낼 것. 우크라이나 노동조합과 광범위하게 교류할 것. 영국에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을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스페인 공화국에 대한 무기 지원을 포함하여 파시스트와 제국주의 침략의 피해자와 연대해 온 TUC의 자랑스러운 역사속에서 노동조합원으로서 우리는 본질적으로 반제국주의적이며, 우리의 임무는 모든 기회에 제국주의와 독재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의 승리가 전 세계 반동적 권위주의 정치의 성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계속 부정하는 한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한다.” <우크라이나와의 연대>, 2023년 영국노총(TUC) 대의원대회 결의안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결성된 우크라이나 연대 캠페인(USC)의 연대활동도 활발하다. USC는 우크라이나 연대를 위한 영국의 플랫폼이다. USC는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결성되었으며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의 재벌·대기업에 대한 시위를 지원했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을 지원한다. USC는 전국광산노조(NUM), 열차운전사노조(ASLEF), 공무원, 교사, 대학 직원, 보건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 등 다른 노조들의 참여와 지지를 조직하고 우크라이나 독립노동조합총연맹(KVPU)와 협력한다. 이들은 자국 정부를 우파 정부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려진 그들의 위선을 지적하면서도 자국 내의 포스트 스탈린주의적 경향을 더욱 강하게 비판한다.
“제국주의 폭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주의의 핵심이라고 나는 항상 믿어왔다. 내가 10대 때 처음으로 정치적 행동에 나서게 된 계기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이었다.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것은 당시 베트남의 저항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지지하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 ... 많은 그룹이 스스로를 '반제국주의자'라고 부르며 크렘린을 더 작은 악으로 간주하고 우크라이나를 서방 열강의 도구로 간주하고 있다. 또는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며 러시아군의 철수 없이 평화협상을 요구하며 전쟁의 책임이 나토에 있다는 크렘린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연대 구축 : 세 가지 관점>, 조피아 말리스(razem 국제사무소), 2023.08.01.
독일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저항을 돕는 것이 국제주의 원칙의 실현이다.”
독일의 좌파당(Die Linke)은 나토에 반대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으로 나토를 지적하지 않았다. 러시아 군대의 즉각 철수, 러시아 군수 산업과 푸틴의 동맥국에 대한 제재와 러시아 과두 정치인의 해외 재산 몰수, 독일 재무장 금지, 무기 인도 대신 협상, 도움이 필요한 모든 난민에 대한 보호를 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안을 2022년 6월 당대회에서 채택했다. 이러한 입장은 독일 좌파의 주류적인 양비론적 입장과 구별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방어해야하는지 또는 독일이 그들을 어떻게 도울지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주의 원칙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논쟁이 되었다.
국제사회주의기구(ISO)는 전쟁과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한 분석에 주목하며 총회 결의안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의 계급적 측면에 주목하고 우크라이나 여성, 노동자, 노동조합, 우크라이나의 해방 사회운동과 러시아의 반전 운동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자유노동조합(FAU)는 국제위원회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의 고통과 필요, 그리고 이들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FAU는 해당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난민에 대한 지원, 우크라이나 자위대를 위한 자금/의약품/헬맷/방탄조끼와 같은 보호 장비의 지원, 양측의 망명인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FAU 소속 조합원이자 음악가인 파울 나겔은 독일 좌파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분열된 입장으로 드러난 진영주의적 한계를 혁신할 것과 서유럽과 동유럽 좌파의 연대를 촉구한다.
“좌파는 영원불멸의 것으로 받아들여온 낡은 전략을 재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국민 스스로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한 후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시 말해, 지정학적 갈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존재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푸틴의 침략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이익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낡은 괴물을 추방하기 위해>, 파울 나겔, 2023.08.01.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우리 자신의 관점을 구축하기 위한 타협할 수 없는 전제조건이다.”
이탈리아의 발리지아블루(ValigiaBlu), 마이크로메가(Micromega), 자코뱅 이탈리아(Jacobin-Italia), 디나모 프레스(DINAMOpress), 라스토리아레스토리 포르데논(Storia e Storie Pordenone)등 일부 좌파 성향 웹사이트와 언론 매체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좌파들의 목소리를 내고 전쟁과 관련한 그들만의 관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모인 언론인과 활동가 그룹은 이탈리아 좌파가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포스트 소비에트 공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마련하지 못하고 러시아에 치우친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그로인해 동유럽의 관점을 무시하고 왜소화한다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나토와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미국의 꼭두각시’라 부르는 것 또한 이탈리아에서 좌파 사상의 혁신 실패,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주체성 부정과 경시, 우크라이나에서의 저항운동에 대한 무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탈리아의 일부 사회센터 및 단체, NGO, 소규모 독립노조(ADL 코바스 등)는 우크라이나 시민사회 및 우크라이나 저항세력과 교류하고 사회운동(Sotsyalnyi Rukh)과 같은 우크라이나의 사회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물론 연합을 맺거나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주요 결과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는 우리 자신의 관점을 구축하기 위한 타협할 수 없는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살아온 (상대적으로)"편안한" 영역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정치적 문제, 즉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이 용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합니다. 좌파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운동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국가의 극복'을 실제로 상상한다면 어떻게 상상할 수 있으며, 민중의 자결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요? 현재 글로벌 시나리오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무엇이며, 글로벌 무대에서 공동의 안보 아키텍처를 어떻게 구상할 수 있을까요? 아래로부터의 '좌파 외교 정책'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탈리아의 가장 저명한 좌파 사상가인 산드로 메자 드라(Sandro Mezzadra)와 토니 네그리(Toni Negri)는 이 전쟁의 구체적인 의미를 깊이 분석하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세계 전쟁 체제"에 대한 투쟁을 촉구하면서 "서구 내부의 단층선"을 열어야한다고 말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오히려 좌파 내부, 더 구체적으로 이탈리아 좌파와 그 무너진 정체성 내부에 "단층선"을 여는 것일 수 있습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혹은 이탈리아 좌파의 정체성 붕괴>), 엘리자베타 미첼린(사회 운동가, 자코뱅 이탈리아 매거진 편집자), POSLE, 2022.09.21.
※ 참고문헌
- László Andor & Uwe Optenhögel, Europe and the war in Ukraine – From Russian aggression to a new Eastern policy(유럽과 우크라이나 전쟁 – 러시아의 침략에서 새로운 동유럽 정책까지) (Brussels: FEPS, 2023)
- 전혜원, “유럽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과 시사점” 주요국제분석 2023 no.3(2017)
- TUC, “Solidarity with Ukraine(우크라이나와의 연대)” TUC Congress Motions, 2023
- Артур Гранд, “Изгнать старых монстров(낡은 괴물을 추방하기 위해)” POSLE, August 1, 2023
- Альона Ляшева, “Джої Аюб: падіння режиму Путіна може призвести до колапсу Асада й іранського режиму(조이 아윱: 푸틴 정권의 몰락은 아사드와 이란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COMMONS, July 18, 2023
- Федерико Фуентес, “Мирний план Лули та глобальна боротьба з ультраправими: інтерв’ю з бразильським соціалістом Ізраелем Дутрою(룰라의 평화 계획과 극우에 맞서는 세계적인 투쟁: 브라질 사회주의자 이스라엘 두트라와의 인터뷰)” COMMONS, July 6, 2023
- 강유덕,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유럽 여론은” 서울신문. 2023년 2월 20일
- Франческо Бруса, “Вторжение Путина в Украину, или проблема - идентичности итальянских левых(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혹은 이탈리아 좌파의 정체성 붕괴)” POSLE, September 21, 2022
- Editorial collective, “In Politics, There Are No Strategies You Can Copy Paste(정치에는 복사해서 붙여넣기 할 수 있는 전략이 없다.)” POSLE, September 14, 2022
- Вітольд Василецький, “Позиції світової лівиці посеред землетрусу імперіалістичної ескалації(제국주의 확장이라는 지진 속에서 세계 좌파의 입장은?)” COMMONS, September 6, 2022
- razem, “European left solidarity with Ukraine(우크라이나와 유럽 좌파의 연대)”, March 28, 2022
- Volodya Vagner, “Swedish Left’s Perspectives on the War in Ukraine(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스웨덴 좌파의 관점)” POSLE, August 9, 2022
- Джузеппе Кокко, “Чи легше уявити кінець світу, аніж кінець Путіна?(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푸틴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더 쉬울까?)” COMMONS, November 23, 2022
- Jan Dutkiewicz, “Why America’s Far Right and Far Left Have Aligned Against Helping Ukraine(미국의 극우와 극좌파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 Foreign Policy, July 4, 2022
- Editorial collective, “Building International Solidarity for Ukraine: Three Perspectives(우크라이나를 위한 국제연대 구축 : 세 가지 관점)” COMMONS, June 6, 2022
- ENSU, “Разом із рухом опору українського народу за його перемогу проти агресії(침략에 맞서 승리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운동과 함께)” COMMONS, June 6, 2022
- Володимир Артюх, “US-plaining — це замало. До західних лівих: про ваші та наші помилки(‘US-plaining’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서방 좌파에게: 당신들의 잘못과 우리의 잘못에 대해)” COMMONS, March 1,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