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3.10.25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극단적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하마스의 테러리즘과 같은 극단적 폭력은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사회진보연대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하마스는 최소 5천 발의 로켓포를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고, 동시에 패러글라이딩으로 가자지구 장벽을 넘거나, 중장비를 동원해 장벽을 직접 부수고 병력을 투입했다. 투입된 병력은 군‧경력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살해하고 납치했는데, 현재까지 적어도 1400명 이상의 이스라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46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해 벌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의 피해도 속출했는데, 하마스 전투원 1500명을 포함 60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14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국제사회는 확전을 만류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쪽에 머무는 주민은 테러조직의 동조자로 간주할 수 있다”며 지상군 투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만약 지상군 투입이 이뤄진다면, 하마스는 민간인 사이에 섞여 저항하리라 전망되므로 팔레스타인인의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확실시되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절대 실행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침공을 통한 평화 실현은 환상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번 충돌의 배경에 이스라엘 내 유대교 극단주의 세력의 폭력적인 활동이 있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어마어마한 희생을 동반할 것이며, 결국 그 끝에는 폐허만 남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진보연대는 팔레스타인 인민의 해방을 지지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하마스의 이번 테러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자행된 그들의 무자비한 폭력은 팔레스타인 인민의 해방이라는 이른바 ‘팔레스타인 대의’의 실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하마스 또한 민간인 납치, 살해와 같은 전현대적인 극단적 폭력으로 팔레스타인 인민의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 진정 팔레스타인 인민을 위한다면 테러리즘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스라엘, 하마스 양측 모두 이번 전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본 글에서는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와 하마스의 근간에 흐르는 ‘정치적 이슬람’에 대해 각각 비판한다.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강탈할 거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발발하기 몇 년 전인 2021년, 온라인에 업로드된 한 영상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이스라엘 정착민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촉발했다. 위의 인용문은 영상 속 야코프 파우치(Jacob Fauci)라는 남성이 모나 알 쿠르드(Mona al-Kurd)라는 팔레스타인 여성의 집 앞마당에서 대치하며 했던 말이다. 이 말은 이스라엘인의 정착민 식민주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즉 그가 아니어도 또 다른 유대인이 이 땅을 빼앗으러 오리라는 걸 암시하고 있다.
 
정착민 식민주의란 이주해 온 정착민 집단이 토착민이 사는 영토에 영구적인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착민들은 침략, 점유, 재분배, 착취, 말살, 퇴거, 폭력 등을 통해 새로운 계층과 제도를 도입하여 식민지의 사회 질서를 재구성한다. 이런 변화는 토착민의 강제이주, 인종청소, 대량학살과 같은 다양한 결과로 이어진다.
 
건국직전 유대인 정착촌이 형성되던 1946년의 영토 그림부터 2012년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영토변화는 위 그림과 같다.
서안지구 베들레헴시 인근 산이 유대인 정착촌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사실 시온주의 운동은 발생 초기인 19세기 말~20세기 초부터 식민지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팔레스타인 영토를 취득했다. 토지 취득은 대부분 소작농인 팔레스타인 노동자가 저항하게 된 폭력적인 과정이었고, 이 저항을 진압하기 위해 다시 더 큰 폭력이 동원되는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왔다. 이 시기 벌어진 비인도적 폭력은 같은 유대인 공동체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는데, 특히 이르군(Irgun)과 같은 시온주의 군사조직은 데이르 야신 마을 학살 사건과같이 무자비한 살상행위를 저질렀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동예루살렘 외곽에 건설된 유대인 정착촌(왼쪽 위)과 팔레스타인의 슈아파트 난민 캠프(오른쪽)가 구불구불한 분리장벽으로 나뉘어 있다.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의 아파르트헤이트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출처: 한겨레]
 
그리고 이어진 1948년 건국과 곧 이은 전쟁, 1967년 3차 중동전쟁은 정착민-식민지 과정을 가속했다. 특히 UN 차원에서 1967년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에 대해서 반환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여 이집트, 요르단과는 협상을 통해 국경분쟁을 해소했으나, 이때 점령한 서안지구,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이는 국제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정착촌 건설을 지속했다. 2009년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한 이후 2018년까지 2만여 호의 주택이 정착촌에 새롭게 건설되었는데, 2022년 재집권한 후 네타냐후 총리는 최우방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정착촌을 앞으로 더욱 늘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전쟁 직전까지도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는 이어졌고, 그 지역에 살던 팔레스타인 정주민과의 폭력적 충돌도 계속됐다.
 
그래프는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정착촌 확대 계획이다. 물론 정부 계획만큼 사람이 이주하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발표한 규모보다 적은 수의 실제 입찰자가 존재했다. 다만 이 그래프는 네타냐후 정부가 얼마나 정착촌 확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2018년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가 통과시킨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민족국가’라는 기본법이다. 이 법은 식민주의적인 위계질서를 고착하는 법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 점령을 합법화하고, 아랍어를 공용어에서 ‘특수 지위’ 언어로 격하시킴으로써 아랍계 이스라엘인을 이등시민으로 차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유대국가를 위해서라면 반민주주의 국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이스라엘판 아파르트헤이트를 추진한 것이다.
 
이렇듯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정착 과정은 시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정주민을 대체하는 정착민 식민지 건설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정도 매우 폭력적이었거니와, 대부분의 식민지가 해방된 2차 세계전쟁 이후에 진행된 일이라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인 행태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2018년에 통과된 기본법을 이스라엘 대법원은 아랍계 이스라엘인을 차별하는 법이라며 그 법의 적용을 “인권을 보장한 다른 기본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적용을 허가한다”고 제한하기도 했다. 2018년 기본법 적용에 관한 제한 외에도 그간 이스라엘 대법원은 민주주의와 인권, 양성평등과 같은 가치를 옹호하며 유대교 원리주의자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유대교 원리주의 정치인들은 부패 스캔들로 실각했던 네타냐후 총리와 손을 잡고 네타냐후 극우연정을 구성했다. 이들이 들고나온 1호 정책은 ‘사법 정비’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판결을 의회에서 뒤집을 수 있게 하고, 법관 인사권을 가진 사법선출위원회의 정부 측 인사 비중을 늘리는 사법개혁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시민이 연일 반대 행동을 벌였으나 정부에 찬성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이스라엘은 내전에 가까운 국론분열 상태였다. 이 국론분열의 근저에 유대교 원리주의와 세속주의의 강한 대립이 존재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 발발한 이후 관련한 시위는 중단됐으나, 지상군 투입과같이 강경한 대응을 외치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유대교 원리주의자들과 통하는 면이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한편에서는 이번 전쟁이 네타냐후가 극우 유대교 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국론을 통합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해석하지만, 지상군 투입, 여타 중동 국가로의 확전이 이뤄진다면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다.)
 
 
하마스의 등장 과정
 
팔레스타인 인민은 위와 같은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에 맞서 저항해 왔다. 하마스는 그 저항의 과정에서 등장한 단체로, 1920년대 이집트에서 창립된 무슬림 형제단의 하부조직으로 창설한 단체다.
 
무슬림 형제단은 서구의 침탈과 정치, 경제적 예속상태에 대한 반발로 하산 알 반나라는 사람이 창립한 단체다. 하산 알 반나는 세속화된 이슬람 사회를 쿠란에 기초를 두면서 예언자 무함마드가 실현한 초기 이슬람공동체의 순수한 모습을 회복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은 정교일치의 이슬람 국가의 창건을 목표로 했다. 이들의 운동은 2차 세계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무슬림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주로 관심을 두는 계몽적 성격을 띠었다.
 
그런데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하자, 당시 폭발 직전의 아랍 대중의 분노를 대변하면서 극렬한 정치투쟁을 전개하였고, 결국 이집트 정부에 의해 강제해산 당하면서 지하로 숨어들었는데, 이 시기부터 운동이 극단화되기 시작한다.
 
한편 무슬림 형제단과 팔레스타인 지역은 무슬림 형제단 예루살렘 지부가 출범하면서 관계가 형성된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무슬림 형제단은 사회, 종교적 영역에 한정한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이들 역시 7세기 당시의 이상적인 이슬람 국가의 창건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런 국가를 건설해 여건이 성숙했을 때 팔레스타인의 해방이 가능할 것이므로 대이스라엘 항쟁은 그때까지 연기하자는 입장을 취했다.
 
이런 노선이 강경하게 변하게 된 계기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그리고 1987년 1차 인티파다의 발발이다. 먼저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대한 현실적 기대를 가능하게 했다. 즉 이란이 혁명을 통해 신정국가가 되는 것을 보자 이슬람 국가 창건을 현실에서 가능한 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급진적인 이슬람 혁명을 위한 운동이 본격화한다. 또 1987년에 발발한 인티파다는 하마스 출범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무슬림 형제단은 딜레마적 상황에 처하는데, 민중항쟁인 인티파다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간 온건한 노선을 이어온 터라 이를 한순간에 바꾸기도 쉽지 않았다. 이는 무슬림 형제단 내 갈등으로 비화했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하마스라는 새로운 조직을 출범시켰다. 즉 인티파다가 실패하면 하마스와의 관계를 부인해 보복을 피하고, 성공한다면 하마스가 산하 단체임을 천명하는 것이었다.
 
하마스의 테러 동기 ① – 약해지는 ‘팔레스타인 대의’
 
이런 과정을 통해 등장한 하마스는 정치적 절충을 통한 공존을 전적으로 거부하고 이스라엘의 제거를 목표로 했다. 하마스 헌장은 이 땅의 포기, 또는 일부의 포기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땅을 시온주의자가 강탈했으니 그 땅을 회복하고 정복자를 격퇴하는 지하드를 수행하는 것이 무슬림의 의무라고 믿는다.
 
이런 정신에 따라 1991년 하마스는 산하에 알-카삼 연대라는 군사조직을 창립하고 이스라엘 군인과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테러공격을 감행한다. 특히 1990년대 초에 벌어진 테러공격은 사실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사이의 평화협정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마스는 영토와 평화의 교환이라는 원칙을 내세운 오슬로협정을 무슬림에 가장 위험한 것으로 간주했는데, 이 협정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고 아랍국가와 이스라엘 간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명분을 내세워 하마스는 협정을 체결한 팔레스타인 측 지도자 아라파트를 제거하려 시도하는 것을 포함해 테러공격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물론 이스라엘 측 강경파의 반발 역시 거셌고, 심지어 오슬로협정을 체결한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라빈이 유대교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청년에게 암살당했다.)
 
이번 하마스의 테러공격도 유사한 맥락을 가진다. 2020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어 국교 정상화를 이뤘고, 이후 수단, 모로코도 수교에 합의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수교 논의가 진행되던 상황이었다. 중동 내 강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수교한다면 하마스와 이란의 지역 내 고립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하마스를 비롯해 이란의 대리세력인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지역 내 비국가 무장단체 네트워크에 대항하려면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테러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수교 논의는 잠정적으로 중단됐으니 하마스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테러공격이 진정으로 팔레스타인 인민을 위한 길이라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될 때도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고자 하는 아랍국가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합의가 점차 ‘팔레스타인 피로’로 전환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었다. 즉 어떤 타협이나 평화적 해결책조차도 거부하는 하마스의 태도가 지속하면서 언제까지 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피로감이 아랍국가 사이에 퍼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다시 발생한 하마스의 공격은 지역 정세를 다시 긴장과 혼란의 국면으로 밀어 넣는 사건이기에 아랍국가가 환영하며 반기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이번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과 수교한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는 하마스를 비판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분리한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하게 다수의 중동지역 내 아랍국가가 이번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그들도 민간인 납치, 살해까지 용인할 수 있는 대의는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셈이다.
 
하마스의 테러 동기 ② – 정치적 이익추구
 
결국 이번 테러공격으로 하마스가 얻고자 한 건 무엇인가. 2023년 7월 워싱턴 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자 지구 주민의 70%(강한 긍정 47, 긍정 23)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에 공무원과 보안담당관을 파견하고 하마스는 별도의 무장을 포기하는 제안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물론 같은 조사에서 무장단체에 대해 지지하는 여론이 여전히 과반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 지난 2021년 12월 팔레스타인 라말라 소재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PA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스라엘 점령’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6%, ‘서안 및 가자 지구 정치 세력의 분열’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2%로 나타났다. ‘부패’(문제 해결)은 23%, ‘빈곤과 실업’은 26%로 나타났다. 점점 더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점령문제 해결보다는 내부 정치의 문제, 내부 사회경제적 문제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는 의미다. 같은 기관에서 같은 해 3월에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72%의 응답자가 하마스가 부패했다고 답했고, 58%의 응답자는 하마스가 두려워서 비판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하마스로서는 점차 약해지는 지지를 반전시키고자 자신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낼 이벤트가 필요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알 아크사 모스크를 둘러싼 충돌 당시, 하마스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급증했는데, 53%의 응답자가 하마스를 지도자로 인정한다고 답했고(현재 PA 집권당인 ‘파타’의 경우 14%), 77%의 응답자가 하마스가 성전을 벌이고 있다고 답했다. 푸틴이 승리하는 작은 전쟁을 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듯 하마스 역시 이런 이벤트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만한 여론조사 결과다.
 
참고로 하마스와 같이 정치적 이익추구를 이슬람의 교리와 연결해 정당화하는 시도를 ‘정치적 이슬람’이라는 틀로 비판하기도 한다. 정치적 이슬람은 서구화, 현대화의 흐름으로부터 이슬람 전통을 옹호하기 위해 서구의 제도는 애초에 이슬람 교리 안에 모두 존재한다는 식의 논리로 이슬람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발생하는 여러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이슬람이라는 종교로는 극복하지 못하자, 오히려 진정한 이슬람을 되찾겠다는 명분으로 이슬람을 서구의 정반대라는 개념으로 정의하면서 사실상 모든 현대적 윤리 규범, 도덕적 가치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이들이 거리낌 없이 무슬림 여성의 권리를 무시하는 모습은 이런 사고에서 비롯한다. 정치적 이슬람의 틀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비판하는 이들은 사실 정치적 이슬람에게는 이슬람 교리도 사실상 중요하지 않으며, 거의 유일한 관심사는 권력의 유지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하마스가 종교적 이유로 물담배를 금지하기도 했는데, 쿠란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식이다. 즉 매우 자의적으로 교리를 해석해 폭력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하마스의 테러공격은 약화하는 자신에 대한 지지를 끌어올리고 잠재하고 있는 적극적 가담자를 획득하기 위한 이벤트로서 기획된 측면이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하마스의 테러공격 모두에 반대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고조되고, 전 세계가 이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민간인 사상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이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또 그동안 국제법을 위반하며 실행해 온 정착촌 확장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폭력과 강탈로 점철된 영토가 ‘성지’일 수는 없다.
 
지난 10월 19일, 가자 지구 남부 라파에 가해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연기 기둥이 피어오른 모습이다.
 
하마스 역시 ‘팔레스타인 대의’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더는 테러공격을 감행해서는 안 된다. 어떤 대의도 민간인 납치, 살해, 인질을 테이블에 올려둔 협상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들이 두른 종교적 대의, ‘팔레스타인 대의’가 실상 그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연료에 불과하다면 더욱 그렇다. 하마스가 진정 어떤 대의를 추구한다면, 테러와 같은 극단적 폭력은 멈춰야만 한다.
 
전쟁은 언제나 야만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전쟁이 무차별하지는 않으며 더욱 야만적인 전쟁이 있을 수 있다. 2차 세계전쟁 이후 형성된 현대전의 규칙은 엄존한다. 민간인에 대한 공격, 의료시설에 대한 공습을 금지하거나 백린탄과 같은 비인도적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현대의 상식이며, 이를 어길 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다.
 
한편 2차 세계전쟁 후 대부분의 식민지는 해방을 맞이했다. 정주 민족의 자결권에 반하여 군사적으로 영토를 점령하고 그곳에 주민을 이주시켜 영토를 빼앗는 행위는 국제법상 불법이 됐다. 이 역시 어길 시에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한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러한 국제사회가 세운 규범을 어기고 과거로 퇴보한 ‘야만적인’ 충돌이다. 어떤 대의로도 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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