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보다
| 2024.01.15
2024년 노동정세 전망①: 2023년 고용률 변화에서 무엇을 주목할 것인가
<사회운동포커스>는 2024년 노동자운동이 생각해야 할 노동의제가 무엇인지 세 가지로 나눠 논의를 제안한다.
먼저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과 경기침체와 대비되는 양호한 고용시장과 낮은 실업률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코로나 팬데믹 고용 위기는 회복되었음에도 올해에도 비교적 높은 고용률과 낮은 실업률이 전망되고 있다.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이를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영향이 반영된 지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경제의 구조개혁을 위한 노동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두 번째 쟁점으로 앞서 살펴본 경제정세와 노동시장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이다. 그동안 노동운동은 역대 정부의 노동개혁을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반대”의 맥락에서 비판해왔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저성장 속에 극단적인 저출산과 인구감소에 직면한 상황에서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이 주문하는 노동개혁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를 초과하는 경제의 구조개혁이다. 향후 노동개혁이 노동운동이 그동안 주목하지 못한 인구감소 시기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쟁점을 드러낸다면, 노동운동은 이를 어떻게 비판할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의 대안과 다른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노동의 대안이 무엇인지 밝힐 수 있어야 노동자 계급이 사회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올해 노사관계의 주요한 쟁점들을 검토한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복귀와 동시에 추진 중인 타임오프제 기획 감독은 노조 회계공시에 이어 또 다른 노정 대립의 이슈가 될 수 있다. 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2‧3조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으로 재의결되어 폐기되는 과정이 있었다. 노조법 개정조차 첨예한 정치적 양극화 구도 속에서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본다면 노동자운동의 독자적 입장과 투쟁 방향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년부터 실행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올해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전환에 따른 지원법>에서 노동자의 경영 및 주요 의사 결정기구 참여와 관련한 쟁점과 과제를 살펴본다.
고용률과 실업률 변화의 함의
2023년 하반기에 경제성장률 하락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은 높은 고용률과 낮은 실업률을 보였다. 통계청 <2023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64세 고용률은 69.7%로 전년동월대비 0.8%p가 상승했고, 실업률은 2.1%로 전년동월대비 0.3%p 하락했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각각 최고,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었다. 또 취업자 수는 28,764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46천명(1.2%)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 폭이 확대되었다.
노동시장의 견조(堅調)한 흐름은 올해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은행, 한국노동연구원 3개 기관은 2024년 고용률이 작년 대비 0.3%p 상승해 62.9%, 실업률은 3.0%로 상승하고, 취업자 수는 금년 대비 20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이들 기관은 2024년 내수증가세 둔화에 따라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축소되고 실업률은 소폭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2022년 연말부터 작년의 높은 취업자 수(연간 816천명 증가)로 인한 기저효과와 약 100천~150천명 정도의 생산 가능 인구증가를 근거로 고용률이 조정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24년 고용지표는 작년 대비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이기에 양호한 고용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의 견조세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한국의 노동시장 역시 2020년 코로나19 고용충격이 21~22년을 거치며 회복하는 일반적인 패턴을 보였다.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 해소로 인한 대면서비스업 일자리가 고용회복을 선도했고 산업별, 부문별로 고용 재조정이 활발히 발생해 단기적으로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의 고용지표는 기존 코로나 팬데믹 고용회복 효과를 초과하는 현상을 보인다. 아래 그림을 보면 23년 8,9,10월 취업자 수가 반등하는데, 과거 경기침체로 인한 회복 패턴과 비교해 봤을 때 고용의 양적 지표가 느리게 둔화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2023년 하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2024년 노동시장 전망>, 노동리뷰 2023년 12월호.)
높은 고용률을 견인하는 부문은 여성과 고령층이었다. 여성 실업률은 올해 1분기 3.5%로 남성보다 0.5% 더 높았지만, 6월은 그 차이가 0.1%포인트로 줄어 남성 실업률에 근접했다. 특히 30대 여성의 실업률은 증감의 변동이 거의 없었는데 이는 구직활동 1개월 이내에 고용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전년동기대비 3.1% 상승한 68%를 기록해 모든 연령층에서 고용률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실업률은 2023년 내내 꾸준히 감소하였다. 또 취업자가 36만여 명 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분을 웃돌았다. 반면, 청년층 고용은 10만명 가까이 줄며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40대 취업자 역시 1년 전보다 5만 4천명 줄었다. 또 65세 이상은 과거 몇 년간 공공행정과 보건사회복지 노인일자리 사업의 영향이 고용변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지만, 작년부터 이 영향이 줄어 민간일자리로 추정되는 산업까지 고용이 증가, 확대하는 추세이다. 여성과 고령층의 높은 고용률은 2024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여성과 고령층 노동이 견인하는 고용호조 현상이 한국 노동시장 공급의 구조적 지형이 바뀌고 있는 신호로 인식한다.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은 대부분 해소되어 빠르게 원상태로 복구되었지만, 현재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시장 지표에서 드러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와 관련한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0(서울 0.59)이라는 충격적 수치를 기록했고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가파른 속도로 인구절벽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해 있다. 이러한 현실은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시장 공급의 둔화, 생산가능 인구층의 이동 현상으로 드러나고 결과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더욱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성 경제활동률 상승과 저출산
최근 KDI는 30~34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요인을 분해해 유자녀 여성의 비중 감소가 60%, 유자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40% 정도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지연,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과 배경의 시사점>, KDI 현안분석.) 자녀를 갖지 않거나 자녀를 갖는 시기를 미루는 여성이 증가하는 것이 30~34세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의 1차적 요인이라는 점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추세가 유자녀 여성 비중의 감소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저출산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한다는 주장이다. 즉 단기적으로는 30대 여성고용이 노동공급 둔화를 완화하고 있지만, 저출산 현상 심화와 함께 진행됨에 따라 궁극적으로 생산가능인구와 노동공급 감소의 요인이 될 것이다.
고령층 노동인구 이동
연간 단위 조사인 노동패널(KLIP) 18차~24차(2015~2021년)를 이용해 황수경은 현재의 고령층 노동의 경제활동 증가가 코로나19 고용충격의 회복 효과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형성된 인구구성 변화가 기저에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코로나19 전후 고용구조 및 소득격차 변화: 노동패널 분기자료를 활용한 분석>, KDI정책연구시리즈 2022-06.) 2018~19년 이미 경제활동인구가 정체 상태였는데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연관되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2018년에 1차 베이비붐 세대는 모두 중고령층에 편입되고 절반 정도는 이미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 연령대에 속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2019년 상용직에서 미취업으로의 대거 유출이 발생한 후 2020년 이후 미취업에서 상용직으로의 이동이 크게 증가한 현상을 중고령자의 은퇴와 청년층의 진입에 의한 변화로 본다.
2019년 이후에도 65세 이상 고령층 고용률이 급증하였고 2020년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이들의 고용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지나고 나서 경제활동인구가 인구감소를 뛰어넘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취업자 수도 코로나 위기 고용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이례적으로 큰 폭의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은 고령층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2030년이면 1,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중고령층에 속하게 될 것인데, 이는 한국 사회 양적으로 다수를 이루는 인구층의 노동시장 지위 변화가 노동공급의 구조변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일자리의 산업적 격차와 생산성 저하
최근 고용 변동 폭에는 상용직 일자리가 주요 변수로 작동한다. 2023년 상용직은 10%가량 증가했는데 돌봄 수요 증가로 보건 사회 복지업의 상용직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으며, 정보통신업이나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에서도 상용직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의 상용직은 줄어들고 있으며 경기침체 영향으로 건설업 임시직이 감소하고 있다. 한편 노동시간은 단축되고 있는데 전일제 취업자(36시간 이상)가 감소하고 서비스업 단시간 취업자의 비중이 늘어난 것에 기인한다.
이처럼 현재의 고용 호조 현상에는 산업 간 격차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쟁점도 있다. 한국은행은 노동공급이 늘어났으나 산업간 고용 재조정이 없는 상태에서 서비스업과 단기간 일자리가 증가하게 되면, 산업간 고용의 미스매치가 심화하고 기업의 인력난을 가중한다고 우려한다. 노동시장 회복과정에서 서비스업 등 생산성이 낮은 인력들이 많이 유입되고 제조업 고용은 약세가 지속하면 노동생산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늘날 노동시장 개혁의 화두
한국 노동시장의 높은 고용률과 낮은 실업률은 저출산 고령화를 배경으로 한다. 문제는 이것이 인구감소 경향을 상쇄하지 못하고, 생산성 저하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로는 한국경제가 지속 가능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이 동반 상승할 수 있는 정책이나 고령층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방안에 집중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비하는 노동시장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점이 바로 오늘날 노동시장 개혁의 화두이며 노동운동이 변화하는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여성과 고령층 노동력 활성화 정책이 각종 노동유연화 정책을 동반하고 있는 문제나, 해외노동력 유입에 의한 일자리 경쟁 문제에 노동운동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또한 노동운동이 현재 어떠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검토해 보자.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