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4.01.19

부동산 PF 문제 해설②: 더는 미룰 수 없는 부동산 PF 연착륙

사회진보연대
 
저축은행 사태 이후에도 부동산 PF 시장은 확대
 
수영장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부동산 경기가 호황에서 불황으로 반전되면 돌려막기 구조가 더는 지탱되지 못하고 돈맥경화가 발생한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촉발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바로 그러했다. 그 여파는 심각했는데, 2011~13년 동안 상호저축은행 29곳이 파산했고, 당시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한 10만 명이 1조 3천억 원을 날렸다. 같은 기간 100대 건설사 중 거의 절반에 이르는 회사가 워크아웃을 경험했고 25개는 부도처리 된다. 그러나 이토록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고도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증가했다.
 
2011~13년 사태로 저축은행이 부동산 PF 시장에서 주춤하게 되자 여신전문, 상호금융기관, 새마을금고, 피투피업체의 참여가 확대된다. 2014년부터 2022년 6월까지 PF 대출 증가액은 은행권이 6.9조 원, 비은행권이 70.1조 원이다. 자기자본대비 PF 대출 비율을 보면 증권사, 보험사, 여전사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 또한 비은행권 PF 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아파트 외 사업장이 다수를 차지했다. 2023년 9월 현재, 부동산 시장 전체 규모는 2700조로 2022년 연간 명목 GDP 2100조를 크게 웃돈다. 이중 부동산 PF 규모는 163조이며 여기서 제2금융권이 70%를 담당하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2013~2014년 부동산 경기가 바닥일 때 A증권사가 PF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다른 증권사들은 ‘저러다 큰일난다’며 비난했다. 그런데 A사 이익이 급증하니 2018~2019년엔 모든 증권사가 PF를 취급하고 있더라. 증권사들이 PF에 뛰어들기 전엔 연간 이익이 4조 원 정도였는데 그 이후엔 8조 원이 됐다. 2011년 PF 투자로 호되게 당한 저축은행은 2018년부터 다시 들어갔다.”
 
 
건설사의 실질적인 우발채무는 오히려 증가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면서 재무제표에도 잡히지 않는 건설사의 지급보증이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2011년 국제회계기준을 전면 적용하면서 건설사의 지급보증이 감사보고서 주석사항에 ‘우발채무’로 기재되게 된다. 즉, 잠정적인 부채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건설사도 2010년대에 들어서면 지급보증과 같은 직접적인 신용보강을 축소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2009년 자본시장법 제정으로 증권사에 채무보증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이 틈을 타고 부동산 PF나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증권사의 신용보강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증권사의 PF 대출 관련 채무보증은 2013년 말 5.9조 원에서 2022년 6월 말이 되면 24.9조 원으로 증가한다. 아래 표를 보면, 최근에 확대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발행에서 신용보강의 주체가 주로 증권사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주, 「‘부동산PF위기’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응방안」, 건설이슈포커스, 2022.
 
이제 건설사 입장에서는 우발채무가 줄었으니 상황이 좀 나아진 것일까? 실제로 건설사의 우발채무가 확대하는 추세는 아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우발채무가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도 건설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사에 신용보강을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권사의 신용보강 역시 결국 그 토대에는 건설사의 신용이 있다.
 
김미희 외, 「가려진 위험, 주택사업 우발채무」, 한국기업평가 이슈리포트, 2017.
 
왼쪽의 그래프를 보면 도급 순위 상위권의 대형건설사 우발채무의 총액이 감소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오른쪽의 변형된 PF 신용보강을 포함한 우발채무 현황을 보면 2013년을 기점으로 오히려 증가함을 알 수 있다. (현재 의무적으로 공시가 이루어지는 PF 우발채무와 달리, 업체 재량에 따라 공시범위가 정해지는 변형된 PF 신용보강의 경우 업체별로 공시 규모가 크게 달라서 비교적 상세히 공시하는 GS건설, 롯데건설 사례를 바탕으로 추산되었다. 보고서는 타 건설업체도 유사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
 
가장 대표적인 변형된 PF 신용보강의 사례는 ‘책임준공약정’이다. 원래 ‘책임준공’이란 용어는 공사비가 계약 일정에 따라 지급되었을 때 건설사가 건축물을 완공시킬 의무라는 의미로 업계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PF 구조에서 체결되는 책임준공약정은 ‘공사비 지급여부나 시행사의 의무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건설사의 책임으로 공사도급계약서에 정한 공사 기간 이내에 해당 건물을 준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분양에 실패해 공사자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이러저러한 문제로 시행사가 파산한 상황에서도, 건설사는 정해진 기한 내에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 따라서 예전처럼 PF 대출에 대한 직접적 보증은 아니더라도, 공사가 중단될 상황에 부닥치면 건설사는 빚을 지더라도 아파트 준공을 완료해야 한다.
 
또한 증권사가 PF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서 제공하는 신용보강인 ‘매입보장약정’은 증권사가 유동성을 공급해 차환을 보장해 주는 방식인데, 신용위험 회피를 위한 조건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조건이란,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정해진 수준 이상으로 하락하게 되면 증권회사의 매입보장 의무가 소멸한다는 조약이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가 유동성 위험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된 우발채무가 존재하는데, 분양성과가 저조할 때를 대비해 정해진 시점까지 책임분양금액이 입금되지 않으면 건설사가 미입금된 부족분을 지불하는 책임분양제도 있다. 이 모든 사항은 궁극적으로 PF 대출원리금의 적기상환을 위해 건설사가 책임을 부담한다는 원리로 작동한다. 저축은행 사태 이전에는 건설사가 직접 리스크를 졌다면 이제는 제2금융권이 리스크를 분담하지만, 최후의 순간에는 건설사에 다시 리스크가 돌아오게 설계되었다. 건설사가 화수분은 아닐진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이러한 구조가 온존하게 된 것일까? 대마불사가 정형화된 사실로 자리 잡은 한국이라 가능한 구조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풍선을 터트리지 않기 위해 서서히 바람을 뺀다
 
문재인 정부 시기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유동성이 많이 공급되어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 진폭이 극심했던 데에는 세금을 통해 수요를 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실패가 있었다. 2015년 대비 2020년 기준 개발사업 추진 건수 자체가 2.3배 이상 늘었다.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은 사업장까지 자금이 몰렸다.
 
한국은행, 「부동산 부문 관련 리스크 평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3.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2020~2021년 동안 급격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은 2022년 들어 급전직하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조정되는 상황과 동시에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준금리가 올랐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이혁준,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 금융업권」, 나이스신용평가, 2023.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예를 들어보자. A건설사가 책임준공을 확약한 100억 원짜리 아파트 분양 공사가 있다고 치자. 토지 확보 금액으로 40억, 공사비로 30억이 필요해 본PF로 70억을 대출받는다. 금융비용 수수료는 10억 정도로 예상된다(70억 × 연이자율5% × 차입금평균사용기간 2년 = 7억, 각종 컨설팅 및 법률비용을 약 3%로 가정해 3억). 원래는 건설사와 시행사 각각 마진 10억씩을 남기는 사업이다. 그런데 공사비용이 자재대금 상승으로 평균 24%가 올라 37.2억이 되었다. 이자율은 10%대로 상승하였으니 금융비용과 수수료는 18억(70억 × 연이자율10% × 2년 = 14억, 각종 컨설팅 및 법률비용을 약 4%로 가정해 4억)으로 치솟았다. 분양가 하락 없이 100% 분양되어도 이미 95.2억이 비용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거품조정으로 분양가가 하락했다. 아파트매매가격지수 91을 적용할 경우 당장 건설사는 적자로 전환하고 차입금도 다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현행 매매가격 91억 – 공사원가 95.2억 = 손실 4.2억). 여기에 분양률마저 하락하면 건설사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아파트를 떠안는다.
 
그나마 아파트를 준공한 곳은 나은 지경일지 모른다. 40억을 주고 땅을 샀는데, 사업성이 불투명해 본PF 대출을 못 받고 멈춰있는 경우는 답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이자는 쌓여가고, 결국 만기연장에 실패하면 경매로 가야 하는데, 최근 브릿지론 단계 토지가 경매로 30~50%만큼 할인된 가격에 낙찰이 된다고 한다. 20~28억으로는 브릿지론 조차 다 못 갚기에, 시행사는 파산하고 채무보증을 선 건설사와 은행에 빚으로 쌓이게 된다. 그런데 지난 1년간 브리지론에서 착공 단계인 본PF로 진입한 사례가 거의 없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위의 표를 보면 브릿지론 금리가 100% 상승하고 공사비용도 24% 상승하는 동안 아파트 가격은 9%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똑같은 경제환경에서 코스피가 24% 하락하는 동안 말이다. 아직도 꺼질 거품이 많이 남았다는 증거다.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올랐던 2022년에 이미 위기는 예견되었다. 그런데 지난 1~2년간 위기가 유예되었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광범하고, 자칫하다간 시행사와 건설사의 줄도산 및 협력사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정부는 일단 브릿지론, 본PF의 만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개입했다. 2023년 4월 PF 대주단 협약을 체결해 만기연장 의결 요건을 2/3로 낮추었다. 채권단이 모두 동의해야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를 탕감해주는 자율협약과 비교해봤을 때, 의결 요건을 낮추게 되면 대형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발을 맞추기 쉽기 때문이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빵빵한 풍선에 바람만 막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는 법이니, 터지기 직전 서서히 바람을 빼는 과정에 돌입한다. 지난해 12월 12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PF 사업장의 옥석가리기가 불가피하다고 발언하고, 일몰된 상태였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12월 8일 국회에서 통과되어 26일 재시행되자 약속이나 한 듯 12월 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기에 금융당국이 결국 메스를 들이댄 것일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을 살펴보자. 연체율 평균치는 2.4%대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증권사의 연체율은 17.3%에 달한다. 저축은행 사태 때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이 25%였던 것과 비교해 적은 수치지만, 그때보다 제2금융권의 규모가 훨씬 커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문제는 심각하다.
 
건설사의 우발채무, 특히 앞서 살펴본 실질적인 우발채무의 규모를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벌써 다음 워크아웃 건설사는 어디냐는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린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6월 이미 신용등급이 강등되었고 자기자본대비 우발채무가 400%가 넘는 상황이었다. 특히 본PF보다 브릿지론 보증이 많았다. 롯데건설 역시 지난해 신용등급이 강등되었고 자기자본대비 PF 우발채무가 200%가 넘는 상황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실질적인 우발채무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 안심할 수 없어 보인다. 2011년처럼 건설사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로 끝나선 안 된다
 
금융시스템 전반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부동산 PF 같은 문제에 대처할 때에는 딜레마에 처하기 쉽다. 소수가 고위험 투자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드릴 때는 그냥 지켜봐놓고, 그런 투자가 잘 안 될 때에는 왜 다수가 그 후폭풍을 감내해야 하냐는 저항에 부닥치게 된다. 정부가 금융기관 중심으로 85조원 시장안정기금을 마련하고 대주단 위주로 지원책을 강구해 혈세 지원은 피하겠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곳에 쓰였을 사회적 자원이 낭비되는 꼴이다. 게다가 최상목 기재부 장관은 “필요할 경우 한국은행도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할 계획”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펀드 조성에 참여한 공공금융기관, 대주단에 포함된 국책은행이나 태영건설 PF 사업장에 지급보증을 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존재하기에 지금도 이미 손실의 사회화는 진행중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기에는, 금융시스템이 마비되고 줄도산이 일어날 위험이 존재한다. 일이 잘못되면 태영건설의 협력사, 이와 거래하는 곳까지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아무 죄 없는 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만기를 연장하는 동안 좀비기업 역시 계속해서 양산될 것이다. ‘옥석가리기’라는 말은 쉽지만, 이 과정에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땅 주인처럼 단기간에 떼돈을 벌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만큼, 거품이 꺼지고 나서 단기간에 무너지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단죄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 부동산 PF 시장이 확대하는 동안 증권사 간부가 차명으로 시행업체를 만들어서 PF를 통해 떼돈을 버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대형증권사 부동산 PF 성과급이 합계 8,510억 원에 달했다는 보도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고위험을 추구한 시장참여자에 대한 페널티가 필요하다. 또한, 근본적으로 빚으로 건물을 올리는 한국의 부동산 구조 전반을 손보겠다는 계획이 수립되어야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사회구성원 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현재는 법정자본금 3억을 들고 신고만 하면 설립 가능한 시행사의 설립 요건을 강화할 수 있다. 선분양비율을 축소하거나 중도금 비중을 줄이는 정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집값이 이례적으로 오르는 데는 거시경제적 상황과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가계의 비이성적인 행동과 기대도 한몫한다. 오르는 집값에 배팅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키며 부동산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현재와 같은 구조가 꿋꿋이 버틸 수 있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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