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지상중계 | 2024.03.20

푸틴을 패배시키는 단 하나의 조건, 침묵하지 않는 러시아 시민을 만나다

<나발니 영화상영회/재한 러시아 사회운동가 간담회> 지상중계

사회진보연대
2024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되는 해이자, 러시아 대통령 선거(3월 15~17일)가 있는 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국제법을 위반하고 약소한 이웃 국가를 무력으로 침공했다. 그 뒤로 러시아군은 유아 납치, 민간인 학살, 전시 강간 등 12만 7천 60여 건에 달하는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자행했다. 한편, 개전 이후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운동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의 권위주의 정권은 군경을 동원해 이를 잔혹하게 짓밟았다. 전쟁에 반대한 러시아 시민 중 600여 명은 정치범이 되어 감옥에 갇혔다.
 
한편 전쟁 전부터 푸틴 정권 반대 운동의 구심점으로 여겨진 야당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는 올해 2월 16일, 시베리아 최북단 교도소에서 의문사했다. 나발니는 <반부패 재단>을 설립해 푸틴 정권과 올리가르히의 부정을 조사해 세상에 알렸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에는 옥중에서도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비판해 왔다. 그는 2020년 8월 20일 푸틴 정권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테러를 겪고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건강을 회복한 뒤 러시아로 자진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체포되어 징역을 선고받았다. 대선을 앞두고 푸틴의 최대 정적이었던 나발니가 돌연 사망하자, 세계 각국에서는 추모의 물결이 일었다. 한편,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주범인 푸틴 대통령은 5선에 나서며 30년 장기독재를 굳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3월 15일, 사회진보연대는 다큐멘터리 영화 <나발니>(2022) 상영회와 재한 러시아 활동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영화는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서 독극물 테러를 당한 나발니가 직접 테러의 배후를 밝히는 과정을 생생히 기록했다. 이를 통해 어떤 정치적 자유도 용납하지 않는 러시아의 현실을 그려냈다.
 
<러시아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 한국모임>, 2030 국제정치 독서모임 <책으로여는세계>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100여 명의 시민이 참여 신청했다.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FAR)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 전역과 러시아 밖 러시아인 커뮤니티에서 결성되었으며, 현재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전/민주화 운동단체다. 푸틴 정권은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을 ‘극단주의 조직’으로 지정했다.
 
2024년 3월 15일, 상영회 및 간담회 참여를 신청한 시민들이 상영관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침묵하지 마십시오
 
이 영화는 “만약 당신이 죽게 된다면, 러시아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발니의 답변으로 끝난다. “그들이 나를 죽인다면 그것은 우리의 힘이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악마가 승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이다.”
 
이번 상영회를 위해 영화 <나발니>의 한국어 자막을 제작하고, 상영회와 간담회에 참여한 재한 러시아 활동가들은 나발니의 메시지에 응답하여 포기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싸우고 있다. ‘재한 러시아 사회운동가가 말하는 러시아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한 간담회의 연사는 재한 러시아인 반전단체 <보이시스 인 코리아>(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결성된 한국 내 러시아인 반전단체로, 지난 2년간 주말마다 반전/반푸틴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와 <러시아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 한국모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알렉산드라 씨가 맡았다.
 
 
개전 750일
 
알렉산드라 씨는 전쟁과 나발니 사망에 관심과 연대감을 느끼고 참석한 시민들에 감사를 전하며 간담회를 시작했다. 먼저 개전 750일을 넘어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현황을 소개했는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거주 지역, 병원, 학교 및 기타 사회기반시설을 미사일로 파괴했고, 마리우폴·이지움·바흐무트·아브디브카 등지가 초토화되었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인 기록만 보더라도 이번 전쟁은 사망 10,582명, 어린이 사망 534명, 민간인 부상 19,875명, 파괴된 건물 167,200채 등 대규모 피해를 남겼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사는 “이와 같은 전쟁범죄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포의 일부일 뿐”이라며, “한 가지 사실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푸틴과 범죄 정권은 멈춰야 하며, 그의 공격과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은 정당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 상영을 마치고 이어진 간담회에서 발제 중인 알렉산드라 씨.
 
 
억압된 러시아의 자유
 
연사에 따르면 지난 6년 간 러시아에서 약 11만 6천 명이 정부의 직접적인 탄압을 받았다. 1만 명 이상이 형사재판을, 10만 5천 명 이상이 행정재판을 받았는데, 연사는 “보안군에 불복종해 즉시 처벌받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부연했다. “현 정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학에서 퇴학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되며 국외로 추방된다. 그러지 않으려면 당국에 공개 사과하고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며 “실제로 탄압을 겪은 이들의 수를 다 셀 수는 없다”고 말했다.
 
푸틴 정권은 전쟁 중 러시아 내 반정부적 입장이 표출·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의 자유도 짓밟았다. 러시아 정부 기관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과 독립 매체를 색출해 폐간시키는가 하면, 친정부적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의 입장을 무오류인 것으로 관철하기 위해 무력까지 동원해 정보를 통제한다.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거나 부정적인 사실을 폭로할 “가능성이 있는” 언론인과 활동가는 사전에 검열한다. ‘극단주의자’ 및 ‘테러리스트’ 처벌 조항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반정부 성향을 보이는 이들에게는 반역죄를 뒤집어씌운다.
 
예를 들어, <루스뉴스>의 기자인 로만 이바노프는 러시아군의 부차 학살과 전쟁범죄를 알리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군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바노프는 마지막 발언에서 무릎을 꿇고 “우리나라가 슬픔을 안겨준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시로, 올해 1월 로스토프주(州) 지방법원은 가짜뉴스 유포와 군 명예훼손 혐의로 72세 여성에게 5년 6개월의 징역을 구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러시아 군인 수를 알리고 감정을 자극하는 영상을 게시했다는 이유였다. 작년 기준 가장 통상적인 형량은 4~7년의 징역형인데 반해, 반전 시위에 연루된 사람들은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기 시작했다. “이처럼 ‘평화’ 또는 ‘전쟁’이라는 단어조차도 입 밖으로 꺼내는 게 금지된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 전쟁을 지지할까?” 연사는 물음을 던졌다.
 
연사는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하며, “푸틴 정권은 여론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정부의 입장을 확신시키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평가했다. 2022년 3월 24일~30일 <레바다 센터>의 “공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푸틴을 지지했다. 그러나 연사는 가짜 통계를 만드는 것도 모자라, 설문의 문구를 교묘하게 바꿔 정부의 입맛에 맞는 답변을 유도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설문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이 많아 조사 성공률이 7%에 불과하다는 것”이라 말했다. 군인을 대동해 설문을 진행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응답하길 주저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것이다.
 
 
진짜 러시아는 여기, 이 줄에 서 있다
 
연사는 “거의 10년 전, 나발니의 <반부패 재단>은 저를 정치화시켰다. 나발니가 2017년에 주최한 시위는 제가 처음 참여해 본 시위였다. 당시 저는 러시아의 경찰 폭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경찰이 민간인을 구타하고 거칠게 연행하는 것을 그날 제 눈으로 직접 보고 각성했다”는 소회를 밝히며 알렉세이 나발니의 활동을 소개했다.
 
21세기 러시아의 주요 정치인인 나발니는 공무원과 국영 기업인의 탈세 및 횡령을 조사했고, 시민들도 이를 폭로하는 역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창구를 개설했다. 2020년 암살 위협에서 살아남은 뒤 2021년 1월 러시아로 돌아온 직후 구금됐다. 형무소 수감 기간 3년 중 거의 300일을 독방에서 지냈다. 나발니는 2023년 8월에 19년형을 추가로 선고받으며 시베리아의 감옥으로 이감됐고, 2024년 2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러시아에서는 나발니의 사망이 알려지자, 수만 명의 인파가 거리로 나섰다. 당국은 추모의 꽃을 바치는 것조차 구금 사유로 삼으며 시민들을 연행했다. 이틀 동안 러시아의 36개 도시에서 나발니의 죽음을 추모하던 400여 명이 구금되었다. 3월 1일, 수만 명의 군중이 나발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당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영구차에 꽃을 던지면서 나발니의 이름을 외쳤다. 연사는 “묘지에 가서 애도하는 것조차 오늘날 러시아에서는 범죄가 될 수 있다”며 “묘지 입구에는 추모객을 감시하며 촬영하는 요원들이 있다”고 전했다. 나발니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긴 행렬을 두고 “진짜 러시아는 여기, 이 줄에 서 있다”는 말도 나왔다며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연사의 표현에 따르면, 푸틴은 ‘두려움’을 기반으로 통치한다. 연사는 “그러나 나발니는 ‘희망’으로 맞섰다. 희망은 강력한 치료제다. 희망은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용감한 동지들을 만들고 고통에서 견딜 수 있게 만든다. 나발니에게는 희망이 가득해서 사랑하는 조국을 깨우고 목숨 바쳐 러시아를 희망으로 채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알렉산드라 씨는 반부패 재단이 제안한 ‘정오 투표’ 캠페인을 소개했다. 이는 시위가 강력히 통제되는 상황에서(러시아 검찰은 선거 기간 시위는 투표 방해 행위로 최대 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날한시에 투표소에 모여 투표 대기 줄을 길게 만드는 식으로 푸틴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전 세계에 드러내기 위해 기획된 캠페인이다. 한국에서는 3월 17일 정오에 서울 러시아대사관과 부산 총영사관에 모여서 투표하기로 했는데, 연사는 “정오에 모인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푸틴에게 정당성이 없음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
 
연사가 소개한 한 영상에서는 총으로 무장한 군인 앞에서 투표하는 장면이 등장했는데, 연사는 “이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세베로도네츠크 지역에서 진행된, 독재자를 위한 유사선거의 모습이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푸틴이 이기면 이 장면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사는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의 말미에 나온 나발니의 인터뷰 장면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포기하지 말라고, 또 침묵하지 말라는 단호한 메시지 말이다.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경의를 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계속해서 싸우는 것이다.”라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질의응답
 
발표 뒤 사회진보연대 김진영 정책교육국장의 사회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참가 신청 시에 받았던 사전 질문에 먼저 답했는데, “푸틴의 권위주의에 맞서, 한국인 혹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한 목소리를 내는 ‘연대’의 경험을 듣고 싶다”는 첫 질문에 연사는 “저와 여러분,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오늘이 바로 큰 의미가 있는 연대”라며 행사 참여자들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저희는 한국 내 중국인, 이란인 커뮤니티와 교류하며 시위도 함께 했다. 이 나라들 모두 권위주의 정권이 집권하고 있고 민주주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힘을 합쳐 독재와 맞서 싸워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두 번째 질문은 “한국 시민들이 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운 러시아를 만드는 데에 같이 힘을 보태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였다. 이에 연사는 “물론 한국 시민 분들이 함께 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지만, 우선 러시아인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러시아 시민들이 우리의 활동을 알게 되고, 전쟁의 진실을 더 알게 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오늘 이 행사도 주최했고 지난 2년간 반전 시위도 매주 진행 중인데, 동참하셔서 연대의 마음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참여를 독려했다. 사회자는 “오늘처럼 러시아에서는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 시민이 러시아의 민주주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준비된 마지막 질문은 여러 참가자가 한 질문으로, “반전 활동을 하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는가”였다. 연사는 “러시아 내 시위에 참여했고 나발니 반부패 재단에 기부도 해서인지, 당국에 정보를 추적당한 듯하다. 전쟁이 나고 나서 모스크바에 있는 저희 집에 경찰이 몇 번 찾아왔다. 그래서 저는 당분간은 러시아에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알렉산드라 씨는 “두려워해도 소용없다. 두려움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담담하게 덧붙였다.
 
 
사전 질문에 답변을 마친 뒤에는 플로어 질문을 받았다. 러시아에서 온 한 참가자는 한국과 세계 곳곳의 러시아인들이 정오 투표 시위에 많이 동참할지, 어떻게 투표해야 할지 질문했다. 알렉산드라 씨는 “온라인상으로만 우리를 만났던 시민들을 선거 날에는 직접 만날 수 있을 것”, “여러 후보자를 찍거나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식으로 무효표를 만들 수 있다”며 “핵심은 푸틴의 득표율을 낮추는 것”이라 답했다.
 
다른 참가자는 “나발니의 부인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그의 활동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기사를 봤다”며, 나발나야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주도적으로 운동을 전개할 수 있을지 질문했다. 연사는 “나발니의 활동에 율리아의 기여와 헌신이 컸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둘은 가치관을 공유했고 함께 일했다”며, “율리아를 응원하고 진심으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푸틴이 모든 러시아 국민을 죽일 수 없는 이상 언젠가 러시아는 바뀔 것이다. 저는 제 이름을 걸고 당신의 용감한 말에 연대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봐야 하고, 푸틴이 또다시 당선되더라도 우리는 러시아 시민들의 용기에 함께해야 한다”는 참가자 발언으로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참가자들은 안내 데스크에서 전쟁 종식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러시아 사회운동가들에게 전달할 연대 메시지를 적었다.
 
 
정오가 되면 그림자가 사라진다
 
상영회 이틀 뒤인 3월 17일, 러시아와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은 ‘정오 투표’ 시위를 조직했다. 서울의 주한러시아대사관에도 수백 명이 모여 긴 행렬이 만들어졌다. 푸틴의 5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푸틴에 동의하지 않는 러시아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세상에 드러냈다. 투표를 마친 이들은 인근 정동제일교회 앞에 모여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러시아에 자유를!”, “정치범들을 석방하라!”,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땅이다!”, “죽은 나발니는 살아있는 나발니보다 무서운 존재다. 기다려라, 보바(블라디미르 푸틴의 애칭)!”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다.
 
정오 투표 캠페인을 주도한 이들은 당국이 발표하는 투표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기에 자체적인 출구조사도 진행했다. <보이시스 인 코리아>에 따르면, 주한 러시아 대사관 투표소에서는 1,09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450명이 출구조사에 응했다. 이 중 59.6%(268명)가 공식적으로는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에게 투표했고, 20.7%(93명)는 ‘무효표’(복수 선택, 투표용지 훼손 등)로 답했다. 푸틴에 투표했다는 답변은 17.1%(77명)에 그쳤다. 나머지 후보인 자유민주당의 레오니트 슬루츠키와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는 각각 1.3%(6명)를 얻었다.
 
 
2023년 3월 17일 정오,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 투표를 기다리는 재한 러시아인의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다.
왼쪽은 재한 러시아인 ‘정오 투표’ 시위 포스터. 오른쪽은 ‘보이시스 인 코리아’가 발표한 대선 자체 출구조사 결과. [출처: 그래프 번역/편집: 사회진보연대]
 
 
마찬가지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러시아 재외국민 투표소 출구조사(voteabroad.info)에서 푸틴의 압도적인 득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푸틴은 일본 도쿄 투표소에서 16%를, 영국·네덜란드·오스트리아·스페인·폴란드 등 여러 유럽 등지에서는 10% 미만을 얻었다. 푸틴의 득표율이 다반코브보다 높은 나라는 그리스, 이탈리아, 몰도바, 우즈베키스탄에 그쳤다. 출구조사에 응하지 않는 투표자 비율이 높고 엄밀한 과정을 통해 조사된 게 아님은 유의해야 하나, 이러한 통계는 러시아 내의 불투명하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선거 과정과 친푸틴 투표 압박에서 자유로운 국외 러시아인들의 여론을 가늠케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부정 선거 의혹은 여전했으며, 러시아 당국이 발표한 선거 결과는 예상을 전혀 빗겨나가지 않았다. 푸틴은 90%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범죄자 푸틴의 폭주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또렷해졌다. ‘정오의 투표’에 참가한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러시아의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
 
주제어
평화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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