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지상중계 | 2024.06.13

<위성정당에 발목 잡힌 노동자 정치세력화, 올바른 노동자 정치의 길찾기 토론회> 지상중계

진보정치 시즌2는 민주당의 그늘을 벗어날 때부터가 시작이다!

사회진보연대
 
위기감을 반영한 뜨거운 토론의 자리
 
총선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난 6월 10일, 민주노총 12층 회의실에서는 22대 총선을 평가하고 노동자 정치전망을 토론하는 자리가 열렸다. 현직 민주노총 중집위원 11명이 공동주최자로 이 토론을 제안했는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이후를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2023년부터 2024년 초까지 민주노총 대대에서 정치방침·총선방침을 둘러싼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는데, 이 논의가 무색하게도 진보당은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해버렸다. 이는 진보진영에 회복할 수 없는 큰 흉터를 남겼고, 총선 이후 노동자 진보정치의 앞길은 막막해졌다. 그 위기감을 극복하고자 산별노조 및 진보정당이 의기투합하여 진행한 토론회인 만큼, 100여 명의 참석자가 함께하여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본격적인 토론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노동당 이백윤 대표는 대안 전망과 연대라는 키워드로 진보진영이 반성할 지점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이념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향후 진보정치 운동이 나아가야 하고, 민주당의 우산을 쓴 진보당을 제외한 진보 3당이 함께 연대하자고 말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2기, 제대로 된 독자 진보정당 2기를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발언했다.
 
 
사라진 노동자 정치의 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발제는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과 금속노조 기획실장이, 지정토론은 보건의료노조, 노동당, 정의당, 새로운노동자정치운동추진모임(새노추)에서 맡았다.
 
 
이승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발제문에서 세 가지 비극으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 첫째 비극은 더불어민주당 합류라는 진보정당의 환승 정치이며, 둘째 비극은 민주노총의 보수 정치 지지 용인과 조장이고, 셋째 비극은 민주노총의 구심력 해체다. 이러한 구심력 해체는 총연맹 정치방침과 어긋나는 진보정당을 상대로 단호하고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현 민주노총 집행부의 정파적 행동으로 초래되었다. 마지막으로 이승철 실장은 이러한 논란을 뒤로한 채 모두가 바쁜 일상으로 복귀해버리는 현실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승철 실장은 진보정치 세력이 각자의 노선과 이념을 유지하면서도 선거 시기 ‘진보의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하자며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바로, 진보정치가 대안세력으로 등장하기 위한 진보정치 <동행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체제전환 정치세력화 실현을 위한 노동-정치-시민사회 연석회의(가)>를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이와 함께 진보정치가 채택해 왔던 ‘중앙당 중심의 비례후보 전략’이 시대적 소명을 다한 것 아니겠냐는 지적도 덧붙였다.
 
장석원 금속노조 기획실장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 노동운동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의견을 개진했다. 장석원 실장은 민주당이 지배하는 정치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민주노총이 ‘단일한 정치방침’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민주당 종속의 길로 빠지지 않고 진정한 민주노조 운동의 길을 걸어나가기 위해서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총파업을 할 수 있는 노동운동, 산별노조 강화,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 공감대의 확대가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총파업을 통해 노동자 계급의 의식 성장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하고, 기업별 의식과 기업별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별 교섭을 실현하며 민주노총이 내셔널 센터로서 제대로 자리 잡아 계급 대표성 강화해야 하고, 민주노조 운동이 한국사회에서 처해 있는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계급이 헤게모니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더 나아가 장석원 실장은 무엇을 위해 집권하는가가 빠져버린 상태에서 집권은 위험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본주의 구조개혁이며,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정치세력화란 계급투표 블록을 만들고 이 노동자 계급에 기반한 대중정당이 시민들에게 지도적 권위를 인정받는 사회운동 정당으로 거듭나게끔 하는 일이다. 덧붙여서 진보정치, 진보정당에서 말하는 진보의 의미가 뭔지, 진보라는 걸 통해서 조합원과 시민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숙고해보자는 질문도 던졌다.
 
토론자로 나선 보건의료노조 우상국 서울본부 정치위원장은 민주노총 정치방침·총선방침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의 고충과 한계를 언급했다.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정의당으로 출마한 나순자 후보를 조직 결정 후보로 선정했지만, 같은 보건의료노조 출신인 진보당 전종덕 후보가 더불어민주연합 비례후보로 나오고 해당 지부에서 지지를 주장하면서 문제가 되었다. 특히 민주노총에서 진보당 지지 철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어서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민주노총 집행부가 더는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게 하면서도 우리가 무엇을 할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상국 위원장은 현장 간부의 정치교육 실천을 강화하고 산별교섭 효력 확장을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어떻게 연결할지 숙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장혜경 정책위원장은 민주대연합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고, 이번 총선을 계기로 비례위성 정당이 상수화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례의석 중심으로 원내 의석을 늘리려고 했던 진보정당의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혜경 위원장은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 계급화가 관건이라고 강조하며, ‘노동운동-사회운동-정치운동’의 상호혁신과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차별된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야 함을 과제로 남겼다.
 
정의당 신석호 노동국장은 오염된 진보 여론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지 논의하면서, 우리가 가진 역량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보정당의 몰락은 노조 없는 이들이 기대고 호소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게 된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이 다가올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정의당이 비록 22대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했지만 우리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기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노추의 남정수 활동가는 진보정치의 몰락이 하루 이틀된 문제가 아니라 오래된 위기였음을 언급한다. 총선 이전에도 이미 위기였고 전망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 결정타가 22대 총선이었을 뿐이라고 진단한다. 남정수 활동가는 진보당은 위성정당 참여를 통해 정치적 생존전략을 선택한 것이고, 그 결과 노동자 민중이 나아가야 할 생존전략과 멀어졌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노동당·정의당의 생존전략이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과 논의에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는 말도 강조했다.
 
 
 
새로운 진보정치가 가능해지려면 민주당과 구별되는 정체성이 필요
 
발제와 토론이 마무리된 후 플로어 토론에서 유의미한 발언들이 오갔다. 민주노총 안에서 진보를 어떻게 재구성할지, 진보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보건의료노조 강북경희대병원 지부장은 “현장의 조합원들을 보면 20~30대 간호사들이 많은데, 민주노동당도 모르고 진보정치에 관심이 없다. 진보정당의 갈 길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 조합원들에게 진보정치를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된다. 민주노동당을 모르는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는데 언제까지 과거 얘기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새로운 진보정치를 열어가야 하는 젊은 세대가 진보정치를 무슨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을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의 공동제안자인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민주당으로 잠식된 민주노총의 현실을 직시하고 실력있는 진보정치를 만들기 위해선 민주노총이 처한 근본적 문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본부장은 “이러다 민주노총도 작살나고 진보정치의 밭 자체가 없어진다는 위기감으로 토론을 제안했다. 민주당의 당원이 500만 명을 넘어섰다. 민주노총 조합원 숫자보다 많다. 조국사태가 났을 때 민주당 지지자, 조국 지지자 100만 명이 모여서 촛불을 들었다. 지금도 윤석열 정권 심판과 관련한 민주당 중심의 촛불집회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매주 계속되고 있다. 그에 대한 파악을 우리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당들은 자신의 주장만 했었지, 적에 대한 분석, 우리가 어떤 계층을 표적으로 삼을지에 관한 분석이 전혀 없었다. 민주당의 조직세를 기반으로 하는 여론정치는 당분간 무섭게 치고 나갈 것이다”라며 민주당에 압도된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부의 말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노총 조합원 숫자가 늘어났는데, 그 늘어난 조합원이 여전히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조합원이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전략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여론이 만나게 되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운동 자체가 끝장나게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 민주노총과 함께한 진보정당운동 자체도 끝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은 현장에 들어가서 진보정치 하자고 말도 못 꺼낸다. 이 상황이 우리가 처한 현실인데, 이 속에서 어떻게 할지 숙고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진보의 나아갈 바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외곽에서도 민주노총이 진보당에 엮이지 않도록 비판하는 걸 넘어서, 민주노총이 민주노조로서 한국사회에 진보정치가 싹틀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데 조언해 주십사] 부탁을 드리겠다.”
 
평등의 길 황우찬 의장은 총선 이후 지역과 현장 조합원의 상태에 대해서, 그리고 활동가로서 고민을 털어놨다. “총선 끝나고 나서 ‘노동정치를 포기해야 하나’하는 얘기를 들었다.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한테 진보정당은 이제 실패했으니 ‘민주당 가시죠’라는 얘기를 노골적으로 듣는 심각한 상황이다. 현장은 노동정치에 대한 패배감이 크고, 기대가 무너진 상태에서 다시 세우자고 하는 게 가능한가 싶기도 하다. 민주당은 못가겠고 조합원들 설득하기는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다른 전망을 보여주고 뭔가 해보자는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걸 만들어 내지 않는 상황에서 아래로부터 극복하자고 말한다고 될 일인가.”
 
그러면서 이 자리에 모인 성원들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냈다. “오늘 토론하고 바로 뭔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모이자는 것뿐 아니라, 가는 과정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색깔, 노선, 판단이 모두 다른데 하루아침에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동의 되는 것은 집행하고, 동의 안 되더라도 절박하게 노동정치를 만들어야 한다면 최소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을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이를 연결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을 확산해야 한다. 연석회의에서만 합의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노동정치를 하자는 메시지와 전망을 만들어서, 현장에서 정치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해 가야 하지 않을까.”
 
 
이외에도 사회운동 활동가의 입장에서 현 사태를 진단하는 발언이 있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활동가는 “얼마 전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총선평가 토론회를 하였고, 사회운동 차원의 평가를 진행했다. 정당과 노조만이 아니라 우리도 같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년 동안의 산별과 진보정당 양날개 노선이 끝났다고 평가한다면, 그 시기를 살아온 사회운동도 끝났다고 평가해야 한다. 진보정당에 의회에서의 역할을 맡기고, 대중을 조직하는 것은 노동조합에 맡기고, 정책제언을 중심으로 해온 사회운동의 방식도 끝난 것이다. 민주당과 협업하는 방식 때문이든 우리 자신의 한계 때문이든, 정책에서 민주당과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 지금 사회운동의 현실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속 시원한 해결방안은 없지만, 이를 찾기 위해 같이 과거를 돌아보고 결의하는 게 중요하다.”
 
최민 활동가는 앞선 지정토론에서 여러 차례 나왔던, 진보정치가 민주노총 조합원과 어떻게 접점을 형성할지에 의견을 내었다. “오늘 토론에서 아쉬운 점은 조합원들이 진보정당이 뭉치기만 하면 찍어줄 것이냐, 진보정당을 찍는다 하더라도 어떤 의미로 찍어줄 것이냐를 토론해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합원 중에도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주식투자 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많다. 이후 연석회의를 한다면 선거전략이나 진보정당에 관한 토론보다는, 이런 조합원들과도 잘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무엇일지 제시하는 연석회의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사회운동도 같이할 여지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진보당의 비례위성정당 합류가 초래한 현실, 즉 민주당으로의 경도가 확실시되어 버렸다는 상황을 진단했다. 또한 민주노총 현 집행부가 스스로 방침을 어겨 대중조직으로서 신뢰를 무너트린 것에 대해서도 대부분 쓰라리게 인식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할 실천 과제로 <체제전환 정치세력화 실현을 위한 노동-정치-시민사회 연석회의>가 제안되었다. 이에 대해 참석한 대부분이 동의는 하지만 좀 더 구체적 판단이 필요하다, 연석회의가 제기하는 체제전환의 의미가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제안한 연석회의를 구성하되, 향후 연석회의의 진로에 대해서는 더 숙고해보기로 했다.
 
아직은 매우 부족하다. 말을 막 꺼내 본 것이 이날 토론의 성과라면 성과일 수 있겠다. 오늘의 토론회가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망의 다음 여정을 차분히 내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토론과정에서 증언한 고충을 아직은 담아내지 못했다. 따라서 깊이 있는 진단을 통한 해결방안이 앞으로 더 토론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토로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반성이 더 충분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아쉬움도 남는다.
 
다수의 민주노총 조합원이 진보정당에 비해 민주당을 더 의지하고 지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진보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흐름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합원에게 다가서지 못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한계가 무엇인지 아프게 성찰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다른 진보정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야 한다.
 
지금껏 민주노조운동은 왜 진보정당에 투표해야 하는지 조합원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정치활동을 스스로 구현해내지 못했다. 진보정당 역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성과를 오로지 의석수로만 셈한 것은 아닌지, 선거제도 개혁에 몰입하다 비례위성정당이라는 자충수를 둔 것은 아닌지, 이후에 놓친 게 무엇이지 돌아보아야 진보정치의 새 장이 열릴 것이다. 노동운동이 혁신해야 하는 점은 무엇이고 정당운동이 쇄신해야 하는 점은 무엇인지 우리부터 되돌아보자.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각각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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