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4.07.01

우크라이나 침략 무기와 대남용 군사기술 주고받은 북러정상회담 규탄한다!

사회진보연대
 
6월 19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하여 북러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에서 양국은 2000년에 채택한 기존 양자조약을 대체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여 북러관계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하였다.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두고 (북러가) “동맹 관계에 올라섰다”고 표현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6월 19일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선물한 러시아산 리무진 아우루스를 타고 있는 두 사람. 이러한 선물은 북한에 사치품, 운송수단을 이전하는 것을 금지한 UN 안보리 대북 제재의 위반이다. [출처: 조선중앙통신]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3년째 이어가며 세계를 전술핵무기로 위협하는 러시아와, 핵무장을 가속화하여 한국과 일본 민중의 생명을 위협하고 급기야는 (남북한은) “교전국 관계”, “남조선 전 영토 평정 준비”를 선언한 북한의 만남은 세계 평화와 국제질서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고 있다. 러시아군에 이미 150만 발 이상 전달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산 포탄은 불량률이 절반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꾀하는 푸틴은 이를 계속 얻기 위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골적으로 북한과의 군사협력과 UN 대북제재의 무력화를 공언했다. 이로써 앞으로도 북한 무기와 인력은(노동자 파견뿐만 아니라 북한군 파병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일조할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러시아의 기술 이전으로 북한의 대남용 무기가 고도화할 뿐만 아니라 북한이 러시아의 개입 위협을 바탕으로 남한에 대한 군사적·비군사적 적대행위에 적극적으로 나설 위험도 더욱 커졌다. 최근 북한은 GPS 교란 공격, 오물풍선 살포, 미사일 발사 실험 등 다양한 도발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는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연초 김 위원장이 대남정책의 전환을 선언하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사소한 우발적 요인에 의해서도 물리적 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듯 접경지역에서의 사소한 빌미를 쌓아 고강도 무력도발을 감행하려는 계획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어디까지 실질적인 협력을 할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하지만, 이와 같이 이들의 만남은 세계에 해악을 끼칠 뿐이다. 우리는 이들의 ‘협력’에 개탄하며, 이들에게 인류가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수천만 명을 희생한 뒤 쌓아 올린 전후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한반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다.
 
 
북핵 용인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푸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푸틴이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를 맹비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고 오히려 옹호하는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푸틴은 방북 직전 북한 《노동신문》 기고에 “서방에 의한 일방적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가겠다”고 썼는데, 이는 지난 3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UN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해체되었듯 앞으로도 북핵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이다. 정상회담 뒤에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안보리에서 주도한 무기한 대북 제재는 뜯어고쳐야 한다”며(물론 지금까지 모든 안보리 대북제재는 러시아의 찬성 덕분에 결정되었으므로, 이는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북한은 자체 방위력 강화와 국가 안보, 주권 수호를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발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북러가 체결한 조약 16조의 “일방적인 강제조치들의 적용을 반대”, “국제관계에서 이러한 조치들의 적용실천을 배제” 구절은 UN 대북제재를 반대하고 무력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5조의 “상대의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에 참가하지 않을 의무”는 러시아에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또한 10조에는 통상 핵발전을 뜻하는 ‘평화적 원자력’ 관련 협력이 명기되었는데, 이는 NPT 체제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을 제재하는 대신 북한의 핵발전을 돕겠다는 의미로, 역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NPT를 탈퇴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일방적인 강제조치’로 명명하고 거부하겠다는 천명은, 이를 선례로 국제 핵무기 확산 통제 체제의 무력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조약 7조의 “매 일방이 해당한 국제 및 지역기구들에 가입하는 것을 협조” 구절은 러시아의 북핵 용인이 양자관계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양한 국제기구에 참여시키는 방향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중국과 러시아가 만든 안보협력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북한이 가입하는 것을 추진할 수도 있다.
 
 
대남용 무기에 쓰일 수 있는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러시아
 
이번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6월 20일에는 북한에 초정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상회담에서는 적어도 북한과의 군사협력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던 것과 달리 더욱 노골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25일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은 (새 북러조약은) “안보 분야에서의 양국 관계 발전과 지침, 대규모 과제를 제시하며,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군사기술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재차 확인했다. 양국의 군사협력 관련 합의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러시아 측 방북 수행단에도 군사 관련 인사가 여럿 포함되었던 만큼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양한 논의가 있었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북한과의 모든 군사협력은 이견의 여지 없이 UN 대북제재 위반 사항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남용 무기 체계의 고도화로 직접 이어질 수 있다.  
 
북러의 군사협력 의지는 새 북러조약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되었다. “쌍방(북한, 러시아) 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위협을 제거하는 데 협조를 제공하기 위한 협상 통로를 지체없이 가동”시킬 것을 약속하는 3조와,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4조는 러시아의 한반도 전쟁 개입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인 동시에,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법적 기초를 제공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가 제공한 인공위성 기술이 북 핵미사일의 ‘눈’ 역할을 할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 성공으로 이어졌듯, 한국 전역과 일본 일부 지역을 목표로 전술핵 전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북한으로의 군사기술 이전은 한국과 일본 민중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처사다. 설령 러시아가 핵·전략무기 기술을 이전하는 것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북한의 장사정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같은 재래식 무기에 러시아의 정밀 유도 기술 등을 적용해 개량하면 정확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세간에서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 된 조약 4조를 과거 조소동맹조약과 같은 ‘자동 군사개입’으로 볼 수는 없다. 조약 4조의 문구는 ‘자동 군사개입’으로 평가되던 1961년 조소동맹조약 1조와 유사하나, “UN헌장 제51조(개별적, 집단적 자위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라는 단서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이 침략을 지원하며, (UN 가입국들의) "공동이익을 위한 경우 이외에는 무력을 사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 UN헌장을 위반하고 교란하는 이들이 UN헌장을 내세우는 것은 기만이다.
 
한편, 한미상호방위조약, 미일안전보장조약에도 ‘자국의 헌법상의 규정 및 절차에 따라’ 등의 단서가 있는데, 이는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개입이 가능하다는 뜻이므로 한미동맹, 미일동맹은 미국에 자동개입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것이 통상적 해석이다. 새 북러조약에서 양국의 ‘법에 준하여’라는 단서를 붙인 것도 마찬가지로 자동개입을 하지 않을 근거가 될 수 있다. 러시아가 자국을 한반도 정세에 개입시키려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실제 상황에서 자동개입을 빠져나갈 수도 있는 근거도 만들어 놓으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체결부터 10년간의 효력과 이후 5년 단위의 효력 연장을 명시한 조소동맹조약과 달리, 이번 조약은 정해진 기한이 없고 한쪽이 통지하면 1년 뒤에 조약의 효력이 중지된다고 되어 있다. 이 역시 과거 동맹조약보다 구속력이 낮은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자동개입이 아니라고 해서 4조의 파급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기했듯 한반도 유사시에 러시아가 이를 근거로 개입할 길이 열린 것이며, 이를 믿고 앞으로 북한이 군사적으로 더욱 과감한 모험을 할 개연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이 이렇게 위험한 군사동맹 관계로 나아가는 모습은 세계에 큰 파장을 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조약이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이라며 “내가 알기론 한국은 북한을 침공할 계획이 없으니 우리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실현되지도 않은 우크라이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 러시아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하고,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400만 명이 집단학살로 고통받는다는 가짜 뉴스를 내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의 행보를 고려하면 이는 궤변일 뿐이다.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을 벌이면서 ‘반제국주의’를 내세우는 북러
 
푸틴 대통령의 《노동신문》 기고와 북한 측의 화답 글은 북러의 협력을 서방에 맞서 “정의와 자주권에 대한 상호존중을 기초로 하는 다극화된 세계질서”,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국제관계”를 만들기 위한 “친선과 협조”로 포장하는 말로 가득 차 있다.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푸틴은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미국의 위성 국가들의 제국주의 정책과 헤게모니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과거 푸틴은 러시아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고, 러시아 내 무슬림 군사조직에 대한 ‘반테러작전’(체첸전쟁)을 정당화하는 일환에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수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도 했다. 오늘날 푸틴이 부르짖는 ‘반서방’은 2012년 러시아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반푸틴 시위가 대대적으로 펼쳐진 것을 기점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영토 팽창(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동원된 명분이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야기하는 ‘다극화된 세계질서’란 주변 국가들에 대한 자국의 ‘세력권’ 보장과 세력권 안에서의 자의적인 기준 적용을 주장하는 것이다. 즉, ‘유라시아’, 혹은 적어도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 러시아 인근 국가들을 러시아 민족의 세력권으로 두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을 독일 민족의 ‘레벤스라움’(생존권역)으로, 아시아를 일본 제국의 ‘대동아 공영권’으로 할당하라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의 요구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민족이 마땅히 주도해야 할 ‘유라시아’ 건설의 시작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여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병합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고전적 팽창주의적, 제국주의적 전쟁의 전형이다.
 
사회운동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푸틴과 김정은의 ‘반미’, ‘반제국주의’ 미사여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한다면, 세계 질서를 1945년 이전으로 돌리고 3차 세계대전을 불러올 수 있는 이들의 위험한 구상에 복무하는 셈이 될 것이다.
주제어
평화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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