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4.07.08

노동조합의 책임 있는 역할을 위해서는 더 많은 전임자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권은 노사자치 영역에 대한 침범을 멈춰라!

근로시간면제제도 공세를 넘어 ILO 핵심협약의 실효적 이행으로! 2024 금속노조 총파업

신혁진(금속노조 정책부장)
 
근로시간면제제도에 근거한 고용노동부의 금속노조 공격
 
윤석열 정권은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조합의 자주적 활동과 노사 집단자치의 영역을 부정하고 있다.
 
2023년 5월 30일 고용노동부는 1,000인 이상 사업장 510개소를 대상으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및 노동조합 운영비 지원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9월 3일에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위반 의심 사업장 200여 개소를 대상으로 2014년 이후 9년 만에 기획 근로감독을 시작하겠다고 공표했다. 결국 2024년 1월 18일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202개소 사업장에 대한 기획근로감독을 통해 109개소에서 위법 사항을 적발하여 시정을 지시했으며, 시정에 불응할 경우 법적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때 민간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 지속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공표된다. 후속 근로감독의 구체적인 대상으로 자동차, 조선, 철강 업종과 1,000인 미만 사업장, 즉 금속노조의 주력 사업장이 지목됐다.
 
2023년 11월 2일 이성희 노동부 차관이 기획 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일련의 개입이 “법에 규정된 노동조합 활동을 지원”하고,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사용자의 불법적인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을 근절하려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근로시간면제제도에 대한 실태조사와 근로감독은 사측이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노조 활동 보장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시정하지 않을 경우 처벌될 수 있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시정지시의 내용도 급여지원 중단, 단체협약 삭제, 지원 중단 통보 공문 발송, 인원 관리방안 제출 등 매우 구체적이다.
 
 
근로시간면제제도란 무엇이고 왜 도입되었나
 
근로시간면제제도는 2010년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의 시행과 함께 도입되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결성된 수많은 노동조합에서 노조전임자는 민주노조의 작업장 관리와 노동조합 강화, 단결을 위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다보니 민주노조 운동을 약화하려는 자본의 입장에서 급여를 받으며 노조를 위해 일하는 전임자는 항상 눈엣가시였다. 1996년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법 개정을 논의할 당시에도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는 최우선 의제로 다뤄졌다. 그 결과 1997년 3월 노조법 개정을 통해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이 도입된다. 노동계와 국제사회의 반발로 유예되었던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은 2010년 이명박 정부에 의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다만,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는 국제노동기준 위반이 분명한 사안이었기에 이명박 정권은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함께 도입한다.
 
이명박 정부는 사용자에 의한 전임자 급여 지급이 노조활동의 자주성을 해치는 불합리한 관행이며,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근로시간면제제도의 도입으로 신설된 근로시간면제자와 기존 노조전임자의 개념적 차이를 강조했다. 노조전임자는 업무범위와 인원수에는 제한이 없으나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에 따라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없다. 반면, 근로시간면제자의 업무범위는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노조법, 근로자참여법, 산업안전법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업무로 특정되며,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 인원수와 급여가 결정된다. 또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내용을 정한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의 동의는 효력을 지닐 수 없다. 정리하면,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상한이 설정된 한도에 따라 유급처리 가능한 근로시간면제 시간의 총량을 제한하며(양적 제한), 유급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범위를 제한하고(질적 제한), 이를 넘어서는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금지한다(교섭대상 제한). 이상의 제한을 위반할 경우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정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
 
[출처: 「근로시간면제제도의 쟁점과 개선방안」, 《사회법연구》 제44호, 임동환‧이승길, 2021.]
 
그러나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운영하는 나라 중 상한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게다가 미국·영국은 ‘사유’ 를 제한하고 프랑스는 ‘시간과 인원’을 규율하는 데 반해, 한국은 근로시간면제를 적용받는 ‘사유’ 와 ‘총량’ 모두를 법으로 규율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노사 간의 자율적 합의를 부정하는 현행 노동법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의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은 입법적 개입의 대상이 아니며, 당사자의 자유롭고 임의적인 교섭에 맡겨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가 사용자의 간섭으로부터 노조를 보호하고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자금 지원이 노조를 지배·통제 하에 두고 내부 업무에 개입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증거에 근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노조를 통제하려했던 증거를 대지 못한 채 자유롭게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른 급여 지급을 제재하는 일은, 사용자의 간섭으로부터 노조를 보호한다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단체교섭권에 대한 ‘수용할 수 없는 제한’이라는 것이다. 이에 ILO는 한국 정부에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청했으며, 동시에 전임자 급여 지급과 관련된 단협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노조를 처벌하거나 해당 단협 조항을 시정하도록 요구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2021년 노조법 개정으로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와 관련된 조항은 삭제되었다. 그러나 이는 ILO의 지적사항에 대한 형식적 조치였을 뿐 근로시간면제제도에 의한 제한은 확고히 유지됐다. 근로시간면제의 한도를 넘는 급여 지급은 처벌 대상이며, 근로시간면제제도에 의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범위가 제한되고, 근로시간면제의 한도를 넘는 합의는 무효로 간주된다. 이는 노조 전임자의 급여가 노사자율적 합의의 영역이라는 ILO의 입장과 달리 근로시간면제제도를 통해 국가가 강하게 개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ILO는 다시 한번 한국 정부가 협약을 준수해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월 ILO협약·권고적용에 따른 전문가위원회(CEACR)는 한국 정부에 노조법에 대한 검토를 ‘직접요청(Direct Request)’했다. 핵심협약 비준의 취지에 걸맞은 조치를 한국 정부가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넘는 합의를 무효로 하는 조항(노조법 24조 4항)의 경우 폐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상적인 요청에 불과하며 국제법상 구속력은 없다고 그 의미를 폄훼했다. 그러나 2024년 ILO 총회에서 이뤄진 민주노총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질베르 웅보 ILO사무총장은 2025년 발표될 전문가위원회의 ‘견해(Observation)’에는 해당 조항에 대한 보다 강력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견해’는 법 개정을 포함하여 보다 구체적인 권고를 제시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ILO 총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어 회원국의 규탄을 받게 된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조처하지 않고, 협약 이행 요청에 대해 반응하지 않을 경우 총회 결의를 통해 제재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
 
 
노동조합의 책임 있는 역할을 위해서는 더 많은 전임자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전임자가 필수적이다. 우선, 노동조합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상당한 수의 전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더 많은 조합원을 대표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더해 이를 바탕으로 진행한 내부 회의, 노사 간 교섭과 현안 협의 등의 진행 내용이 즉시 현장에 공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임자가 필수적이다.
 
조합원의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일차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전임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노동자는 노동조건의 집단적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사용자를 상대로 임금교섭과 단체협약교섭을 진행한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고용안정위원회, 임금체계개선 TF, 미래차 위원회, 교대제 개선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 등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협의기구에 참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요구를 수렴하고 관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 시간과 집중적으로 준비할 사람, 곧 전임자가 필요하다.
 
원활한 생산을 원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노동조합과 전임자의 역할은 필요하다. 시민들의 높아진 민주적 의식 수준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강압적 노동통제는 유지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동의와 협력에 기반할 때 안정적인 생산도 가능하다. 노동조합은 상시적으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비효율적이거나 신체에 무리를 주는 위험한 공정을 개선하고 노동자 간의 입장 차이를 조정하고 내부 토론을 통해 작업장 규율을 마련할 수 있다. 사업장에 따라 관행, 노동규율, 생산의 필요는 상이하다. 생산조건과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협의가 필요하다. 이 같은 현실적 필요에 따라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노사자율주의가 자리 잡았다. 노사자치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관계가 대등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노동조합 임원‧간부의 안정적인 활동 보장은 이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지난 4월 4일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타임오프 노사자율 원칙 파괴하는 현대차그룹 규탄, 노조무력화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회사가 전임자에게 ‘업무복귀명령’을 한다면 조합원은 ‘조합활동명령’을 하겠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노동조합으로 뭉치기 힘든 중소사업장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전임자가 필요하다. 대다수 중소사업장과 중소사업장이 밀집된 공단에는 노조가 없다. 노조가 있는 경우에도 규모의 한계로 인해 충분한 전임자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들의 노동권과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와 지역지부, 민주노총과 지역본부에 파견된 전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충분한 전임자를 확보해야 산별노조와 지역본부에도 파견이 가능하다. 그런데 현행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조합원 1인당 근로시간면제한도가 크게 줄 뿐만 아니라, 단협으로라도 전임자를 늘릴 수 없도록 원천봉쇄하고 있다. 기업별 노조 체계를 전제로 설계된 근로시간면제제도는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부정하고 산별·지역노조의 발전을 억제하는 걸림돌이다.
 
노동조합이 사회운동기관으로서, 사회를 구성하는 책임 있는 세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도 전임자는 필수적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에 맞춰 노조를 혁신하기 위해, 기업별 격차와 이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전환 과정에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사업장의 이해를 넘어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선봉에서 전임자가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현행 근로시간면제제도는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하려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면제 기획 근로감독과 시정지시에 대한 반응은 사업장마다 차이가 있다. 노사관계가 안정적이거나 노동조합의 힘이 강한 경우, 사측도 무리하게 기존 합의의 조정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약화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사업장에 시정지시는 알맞은 공격의 빌미가 된다.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에서 사측은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인원에 대해 현장복귀 명령을 내리고, 복귀하지 않는 경우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당면한 탄압을 넘어, 현행 근로시간면제제도가 야기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근로시간면제제도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일상적으로 제약하고 약화시켰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시간면제제도에 해당하는 특정한 업무범위 외의 노동조합 활동은 모두 무급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전제로 한다. 고용노동부는 파업, 공직선거 출마는 노사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업무가 아니므로 유급 처리가 불가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곧 헌법이 보장하는 쟁의행위에 대한 제한을 의미한다. 또한 대상 업무범위의 모호성과 임의성으로 인해 노동조합 간부들은 근로시간면제의 적용 여부를 두고 활동을 망설이게 되었다. 나아가 비전임간부들의 노조 활동시간이 인정되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단체협약을 통해 유급 활동을 보장할 수 있다고 안내하지만, 사용자 측은 근로시간면제자 외에는 무급이라는 원칙을 내세울 뿐이다. 정리하면, 근로시간면제제도는 노사관계의 주도권과 현장통제력을 사용자 측에게 넘기는 제도다.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에 예외를 두기 위한 제도로 보이지만, 실상은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좌지우지하는 무기일 따름이다. 근로시간면제제도에 따른 노동조합 간부의 활동 제약과 위축은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의 약화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와 자본의 협공에 맞선 2024 금속노조 총파업
 
지난 2월 28일 진행한 5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는 통일요구로 ‘근로시간면제제도 개선 노사공동 대정부 요구’를 결의했다. 7월 10일에는 ‘ILO 기준에 맞는 노동법 개정’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속노조의 통일요구는 모든 교섭단위에서 최우선 사안으로 다뤄지는 요구안이다. ‘근로시간면제제도 개선 노사공동 대정부 요구’가 통일요구로 설정되었다는 것은 사업장의 상황과 무관하게 하나의 산별노조로서 본 요구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결의를 의미한다.
 
금속노조는 교섭과정에서 사용자도 근로시간면제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 필요성에 대해 정부에 함께 요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보장 없이는 안정적인 생산도 없다는 사실과 국제기준에 미달하는 현행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지속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사용자도 인정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사용자는 중앙교섭을 포함한 일체의 교섭에서 본 요구안에 대한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는 통일요구를 비롯한 임단협 요구의 수용을 압박하고, 새롭게 출범한 22대 국회에 ILO 기준에 맞는 노동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7월 10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2024년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고용노동부의 선을 넘는 개입과 이에 발맞춘 자본의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는 지부·지회를 엄호하기 위한 투쟁이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 운동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근로시간면제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총파업이어야 한다. “ILO 기준에 맞는 노동법 개정”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이어야 한다.
 
주제어
노조
태그
총파업 금속노조 ILO 타임오프제 근로시간면제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