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한국정치 | 2024.10.16

점입가경의 김건희 여사 의혹, 한국 정치를 수렁에 빠뜨리는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더욱 악화하는 윤석열 정권

사회진보연대
9월 말,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는 가운데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고리로 야당의 파상공세가 계속되자 정권이 10월에는 큰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10월 위기설’이 돌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실화하듯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제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의혹의 수도, 그 내용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여당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10월 10일, 곧 기소 여부가 결정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해서 “검찰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12일에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김 여사를 향한 발언의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는 근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을 공약했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개혁하기는 고사하고 더욱더 나쁜 형태로 답습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
 
[출처: 한겨레]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 여사와 비슷하게 계좌가 동원됐던 손 모 씨가 최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다시 쟁점으로 불거졌다. 1심 판결 당시 대통령실은 손 씨의 무죄판결을 근거로 김 여사를 방어했는데, 손 씨가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그 방어 논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물론 김 여사가 시세조종 사실을 알았거나 그것에 관여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지만, 시세조종을 주도한 투자 자문사의 컴퓨터에서 김 여사 계좌의 인출액, 잔액 등이 정리된 ‘김건희 파일’이 발견되고, 2차로 이뤄진 시세조종 총괄자인 김 모 씨가 김 여사 계좌관리인으로 알려진 민 모 씨에게 김 여사만 빠지고 자신들이 처벌받을까 우려된다는 편지를 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사실들은 김 여사가 정말 해당 사안을 몰랐을까 의심스럽게 하는 정황이다.
 
② 명품백 수수
검찰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관해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논란을 예상한 듯 검찰은 이례적으로 2시간가량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의 설명대로 법리적으로 불기소가 타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보인 검찰의 행태는 결론을 쉬이 납득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불기소 결정을 두고 검찰은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듣는 수사심의위원회를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 받은 김건희 여사로 나눠 개최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최 목사 측 진술을 듣지 않았다. 이로써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유도한 게 아니냐, 나아가 두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의견 중 김 여사 수사심의위원회의 무혐의 결론만 취사선택하여 기소하지 않는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③ 관저 이전과 관련한 비리의혹
지난달 12일,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해 국민감사가 청구된 지 1년 8개월 만에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감사 결과는 의혹을 거의 해명하지 못한 듯하다. 의혹이 해명되지 않았다는 비판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가 대표이사직을 맡았던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사인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과정이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1년도 영업이익이 1억 5천만 원에 불과한 영세한 업체인 21그램이 관련 면허도 없이 수십억 원 규모의 관저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김 여사와의 친분을 제외하면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업체의 무면허 문제가 제기된 후 공사를 대신해 줄 하도급 업체를 선정했는데, 그때도 18개 업체 중 15곳이 무자격 업체였다. 그러나 감사에서는 누가 이 업체를 선정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으며, “절차적 문제는 있었지만, 계약 자체는 적법했고 특혜는 없었다”고 관련 부서엔 ‘주의’를, 이전 공사를 담당한 대통령실 비서관에겐 인사 자료에 기록을 남기는 처분을 내렸다. 더욱이 이번 감사를 지휘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 감사원의 ‘돌격대장’으로 평가받는 인물로, 지난해 4월 조사 범위와 기간 확대 등을 요청하는 감사담당 과장에게 감사 중단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보도되기도 했다.
 
④ 한동훈 대표 공격 사주 의혹
지난 9월 30일, 유튜브 서울의소리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의 통화녹취를 공개했다. 그 녹취록에는 한동훈 대표가 총선 당시 당비를 들여 본인의 인지도 여론조사를 했다면서 이걸로 공격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더해서 녹취록에는 김대남 씨가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감사로 본인이 찍어서 가게 됐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는 한동훈 대표를 공격하는 배후에 대통령실, 특히 김건희 여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정황이 됐다. 대통령실 출신 인물이 일으킨 사태에 배후가 대통령실 내지는 김 여사로 지목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실은 진상 파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진상조사를 실시한다는 당의 움직임에 대해 문제를 키운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만 내자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조차 이대로라면 또 김 여사 의혹을 키울 것이라 비판했다.
 
⑤ 공천개입 의혹
지난 9월 5일, 《뉴스토마토》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대 총선에서 김영선 의원에게 출마 지역구를 김해갑으로 옮겨달라 요구하며 공천에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언론의 취재를 통해 여러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2022년 지방 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을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하도록 하고, 22대 총선에서 김영선 의원과 더불어 이원모 대통령실 비서관을 용인갑 지역구에 공천하도록 개입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이라는 인물이 등장했는데, 명 씨의 최측근이었다가 관계가 틀어진 강혜경 씨는 명태균 씨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3억 6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했으며,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 때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관련하여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으로부터 명 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6300만 원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이에 명태균 씨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본인을 조사하면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 감당되면 하라고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모든 언론이 이에 대해 대통령 부부의 허술한 주변인 관리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통령 부부가 진상을 해명하고 잘못된 게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⑥ 김건희 라인 의혹
지난 10월 8일, 《뉴스버스》는 김대남 전 행정관과 지난 4월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용산에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 “그들이 김 여사와 네트워킹이 되어 좌지우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 십상시가 누구인지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됐다. 또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의 직속 상급자였던 인물을 거론하며 “위에 있는 수석 빼버리고 쥐었다 폈다 했다” “나이 많은 사람은 다 그냥 얼굴마담”이라고도 했는데, 지휘계통이 왜곡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발언이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과 맞물려 《동아일보》는 대통령 취임식에 김 여사와의 인연이 아니라면 참석할 수 없었을 문제적 인물을 거론하며 이들이 어떻게 문제가 될지 우려된다는 칼럼을 냈다. 더불어 여권이 최근 연달아 제기되는 의혹으로 인한 위기를 돌파하려면 김 여사가 사법적 심판을 받는 수 밖에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내기도 했다. 10월 14일 한동훈 대표도 김 여사를 겨냥해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라인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아내의 역할만 하겠다는 약속의 결과가 이것인가
 
정리한 의혹의 내용 중 현재까지 사실로 온전히 증명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그 내용 하나하나가 야권의 거센 정치 공세를 고려하더라도 혹여나 사실로 드러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만한 사안이다. 더욱이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개별적 비리라 볼 수라도 있지만, 이외의 의혹은 공적 지위에 있지 않은 김 여사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런 종류의 의혹은 대선 전이던 2021년 12월, 허위 이력 논란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던 것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면서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고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다. 공약의 의미는 공적인 지위를 갖지 않은 인물이 공무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런데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의 내용을 봤을 때 과연 현재 상황이 제2부속실을 폐지하는 공약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제2부속실 폐지로 여사의 활동이 공식적으로 관리가 되는지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고 여사의 주변인에 대해 부실하게 관리되면서 이런 갖가지 의혹을 낳고 있는 게 아닌가.
 
이미 올해 1월,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대통령실은 “국민 다수가 원한다면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으나 좀처럼 진척되지 않다가 7월 말에야 설치를 공식화했다. 이후에도 진행이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여러 의혹이 터지자, 대책으로 국정감사 후 제2부속실 출범을 내놨다. 제2부속실을 불리할 때 방어하는 카드 정도로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 제기된 의혹들이 제2부속실 설치로 해소될 수 있으리라 전망하는 이는 극소수다. 보수언론조차 최소한의 조치로서 이야기할 뿐이다. 그 와중에 대통령의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추천 사안이라고 책임을 돌리지만, 아무리 국회 추천이라 해도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면 여당과 협의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상황을 보면 대통령실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임명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법하다. 특별감찰관 미임명은 대통령 공약 위반이기도 하다.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언급했듯 제기된 의혹 중에 사실로 온전히 증명된 것은 많지 않다고 해도 제기되는 내용은 한국의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즉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정점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탐하는 한국 정치구조의 후진성이다. 그런데 이번 의혹은 그런 후진성이 더욱 타락한 모양새다.
 
한국 정치를 분석하는 데 있어 필독서로 여겨지는 『소용돌이 한국정치』의 저자 그레고리 헨더슨은 개인이 어떻게든 상층부로 진입해 권력을 분점하려는 한국 정치 전반의 모습을 상승하는 소용돌이로 표현했다. 그런데 헨더슨이 주목하는 건 한국 정치의 상승 구조와 그렇게 상층부에 진입한 정치 엘리트 집단 내에서의 파벌싸움이었다. 핸더슨이 상승의 핵심 매개로 교육을 꼽은 것도 고학력 엘리트층이 결국 사익을 추구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의혹에서는 전혀 들어 보지 못한 영세업체나 정치 브로커, 이른바 ‘정치 도사’들이 주체로 등장한다. 정치 엘리트 간 파벌싸움, 정치인과 대기업의 정경유착을 넘어 대통령의 권력을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을 매개로 정치 모리배가 모두 모여드는 모양새다. 관저 비리 의혹만 봐도 단순히 돈을 착복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무자격 업체가 버젓이 선정됐다. 그런데도 그들이 선정되는 과정이 명명백백히 해명되지 않았다. 이러면 당장 대통령 관저가 안전한 상태인지부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과거에도 본질은 비슷한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은 권력형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형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당선의 공을 대통령 개인과 연결된 캠프에서 나누는 경우 발생하는 폐해가 극단화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앞선 권력형 비리들을 거치며 기존 정치인은 신뢰를 상실했다. 국민은 새로운 인물을 찾았고, 그렇게 발굴된 새로운 인물은 대중적 인기는 있으나 실질적인 정치적 기반이 부실하니 사적으로 아는 주변인을 물색하며 캠프를 꾸렸다. 그리고 그들은 더욱더 이권 나누기에 몰두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수많은 의혹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이런 악순환의 근본 원인이다. 이런 사실을 최소한 무시할 수 없었기에 윤석열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공약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정치 양극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한국 정치의 영속적 위기」 《계간 사회진보연대2022년 겨울호에서 지적했듯, 윤 대통령의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은 한계적이었다. 권한분산에서 핵심은 국회와의 권한분산임에도 이에 관한 언급은 없이 행정부 내에서의 권한 조정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마저도 후퇴했고, 심지어 대통령실 내에서 비선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다. 윤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기는커녕 더욱 나쁜 형태로 답습하는 셈이다. 한국 정치의 타락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실이 나서서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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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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