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2.11.22
첨부파일
social159.hwp

교육시장화의 기폭제인 개방정책 반대한다!

[WTO 교육개방 저지 공투본〕을 중심으로 강고한 연대투쟁을 전개해야

진보교육연구소
남한 최초로 교육개방 조치를 명문화·법제화한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월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보수정치권은 특혜냄새를 없앤다며 이름만 '경제자유구역'이라 바꿨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고 진실이 감춰질 것인가. 경제자유구역법은 노동에 대한 극한착취를 자본에 약속하고, 초국적 자본에 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을 줄뿐만 아니라, 당당히 교육부문 개방과 투기를 보장해 주었다.
며칠 뒤인 11월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헌법 이념에 비춰본 우리나라 교육정책' 보고서를 통해 현행 고교 평준화제도가 절대적 평등을 강요하니 '위헌'이라 주장했다. 이는 지난 10월 20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공익과 인권 - 고교평준화'란 연구보고서를 발간하며, 고교평준화 제도가 기본적인 인권을 지나치게 제한해서 국제 인권조약과의 충돌할 수도 있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재경부는 '수도권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특목고를 더욱 많이 세우자는 아귀가 안맞는 말을 하며, 평준화 깨기에 고심하고 있다.


교육 시장화에 교육개방까지


김대중 정권 말기 들어서며 교육부문 시장화·개방 관련 사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교육개방 조치를 협상도 하기 전에 앞다투어 실시하고, 전경련을 비롯한 자본 쪽에서는 평준화해제와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적극 주장한다. 연세대를 비롯한 사학재단은 기여입학제 도입을 선언하고, 대학자율(?)을 인정하라며 대권주자 등 보수정치권에 대한 발빠른 로비에 나서고 있다.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지는 교육사안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결론부터 짚는다. 이는 교육의 상품화와 시장화를 위한 자본의 공격이다. 사학자본과 전경련 등이 국내에서 교육 시장화를 추진하는 세력이라면, 초국적 자본은 교육개방을 통해 남한 교육부문에서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외부 세력인 셈이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맞춰, '자립형 사립고'나 '연구중심 대학' 등 특화된 몇몇과 IT·BT 등 국가전략산업의 육성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교육분야에 대한 국가책임을 슬그머니 놓아버렸다. 교육재정 확보의무는 이행하지 않은 채, 대학별 등록금 자율화에 손을 들어온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국가가 담보할 교육재정을 점점 줄이며, 공교육부문을 민영화시키자는 전략이다. 이제 국가와 자본은 국민적 저항에 막혀 지지부진해진 교육구조조정을 추진할 새로운 동인에 눈을 돌리니, 바로 '교육개방'이다. '외부적 충격'을 통해 교육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할 호기로 삼자는 속셈이다.


교육 팔아먹자고 제 발로 개방조치를 하는 정부


2001년 3월 확정된 WTO 내 서비스부문 일반협정(이하 'GATS') 가이드 라인은 더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어떤 서비스 분야도 사전에 제외하지 않으며, 자발적 자유화에 대해서는 credit을 인정한다. 이때 '자발적 자유화 조치'란 개방협상 이전에 자발적으로 개방조치를 법적 제도적으로 완결짓는 것을 말한다. 교육부문 개방 조치인 '경제자유구역법 내 교육개방조항'이나 '대학(원) 개방을 위한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개정안' 및 '외국인 교사 임용을 위한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 개정안' 등이 바로 자발적 자유화 조치의 예이다.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WTO 서비스이사회 특별회의에서는 자발적 자유화에 대한 credit 부여방안 쟁점 중 '상품과의 교차양허' 등에서 입장차이를 좁혔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한 용어 사용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정치적 타협이란, 쌀 개방 정책이나 마늘협상에서 농민의 고통이 어떠하던, 노동자의 노동권 제약이 어떠하던, 교육개방조치를 통해 교육권이 어떤 식으로 침해당하던 상관없이, 자본의 전세계적인 이윤추구를 위해서라면 자발적 자유화와 개방협상에 임하라는 것이다.
'상품과의 교차양허'란 대목은 '커넥션'을 의미한다. 즉 자동차·반도체 등의 '상품'과 교육 '서비스'부문 개방 정도를 비교하여, 상대방 국가와의 협상에서 한 부문 개방과 맞바꿔서 다른 부문에 더 큰 폭의 개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국가별로 자발적 자유화를 단행한다면, 다른 부문을 더 공격적으로 개방하라고 상대국에 요구할 것이기에, 개방은 더욱 더 강제된다.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쪽은 결국 초국적 자본과 강대국뿐이다.


초국적 자본과의 '커넥션'과 사학자본의 호응


여기서 자발적 자유화 조치의 본질이 명백히 드러난다. '자발적'이란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교육 서비스부문 개방을 강제하며, 다른 쪽으로는 비교우위에서 앞선 타 부문 개방압력에 앞장서게끔 '악순환의 고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남한의 대외무역 의존형 성장구조를 고려할 때, GATS 규정은 교육 개방을 지연시킬 뿐 결국 개방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개방을 통해 지지부진한 교육 구조조정과 시장화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결국 김대중 정권은 다른 부문 시장 개척을 위해 쌀과 마늘 버리듯이, 초국적 자본의 집중 공략 대상인 교육부문을 협상카드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사학재단과 자본도 발빠르게 호응한다. 경제자유구역법의 각종 특혜조치를 전국화하자는 전경련의 주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자본에게 노동권제약·환경규제 완화·세금감면 등은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격이다. '역차별'을 주장하며, 경제자유구역의 전국적인 확장을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개방 자유화 조치 중 하나인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투자재산의 개인회수를 보장하고 있어, 비영리법인으로 묶여 있던 학교운영의 시장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사학자본으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제 초국적 자본과 사학자본은 일치 단결된 목소리다. 학교를 투자의 대상으로 삼자. 교육서비스는 상품이다. 영리추구를 보장하라.


교육개방 : 교육 구조조정의 새로운 동인


95년 발표된 5.31교육개혁안 이후로 신자유주의 교육 시장화 정책은 남한 특유의 '교육평등의 관념'에 부딪치며 번번이 원래의 뜻을 성취하지 못했다. 국민의 80%를 훌쩍 넘는 평준화 지지율이나, 기여우대제 도입에 대한 국민적 반발감, 교육을 경제논리로 푸는 방식에 대한 경계심 등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법적으로도 교육의 공공성은 일정하게 담보되고 있었다. 예컨대 사립학교법 상 비영리법인으로 되어 교육을 영리행위가 아닌 공공서비스로 규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와 자본의 입장에서는 '교육개방'의 외부충격을 통해 현재 지지부진한 교육구조조정을 더욱 확실히 추진하고자 하는 동인을 형성하는 것이다. 초국적 자본이 요구하는 조건은 현재 교육서비스 시장의 '수익성 보장', '과실송금 허용', '내국인 입학 전면 허용', '외국교육기관의 학력인정' 등으로 보인다. 결국 이 조건들은 '교육의 영리추구 허용'이란 목적으로 수렴한다.
내년부터 대학 신입생과 입시생 비율이 역전되어 대규모 미달사태가 예상된다. 이미 지방대학에서는 신입생 유치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일선 고교에 뇌물을 주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다. 이 와중에 대학부문이 개방되면, 외부적 '충격'을 통해 '대학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신입생 부족으로 '재정압박'을 받는 지방대와 전문대는 문닫는 경우가 급증하고, '비용절감' 명목의 대학·학과간 '통폐합'은 더욱 심해진다. 외국대학 '학위판매'에 호응하는 '교육소비자'는 학력인플레 현상을 더욱 가중시키며, '적자생존 법칙'이란 경쟁 때문에 외국대학과 국내 대학 모두 교육다운 교육을 고민할 겨를은 없을 터, 교육시설·여건의 확충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자유구역법안, 교육개방·시장화를 촉진하는 트로이의 목마


그렇다면 경제자유구역법 내 교육개방조항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먼저 교육서비스를 경상거래로 보아 영리추구를 보장하였다. 법안 제 21조는 경제자유구역 안으로 제한했으나, '과실송금'을 허용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의 경상거래에 따른 대가는 대외지급수단 - 예를 들어 '달러'-으로 직접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경상거래란 상품·서비스의 교역을 말하는 것으로, 경제자유구역 안에서의 교육·의료·외국방송 서비스 거래를 가리킨다. 법안 그대로 해석한다면, 초국적 자본은 이제 교육 서비스 대가인 등록금 수익을 마음놓고 본국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제 22조에 따르면 초국적 자본이 '학교법인'의 외양만 갖추면 초중고 및 대학(원) 등 외국교육기관을 경제자유구역 안에 설립할 수 있다. 외국교육기관의 경우 사립학교법상의 비영리 법인이 아니므로 영리추구가 가능하다. 영리추구는 교육서비스를 내국인에 제공함으로써 가능한데, 그동안 제한해왔던 내국인 입학자격을 없애, 무제한 입학시킬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의료부문이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인에 한정'하여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한 것에 비한다면, 엄청난 폭의 개방이다. 그리고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부지의 매입·시설의 건축 및 학교운영에 필요한 자금 지원이나 부지를 제공받도록 '특혜'까지 법제화되었다. 들어오도록 터를 내주고, 장사에 필요한 손님까지 알선해 주는 셈이다.
그리고, 국제고등학교에는 외국인 교원을 맘놓고 임용할 수 있도록 되어, 교직개방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한 국가의 교원양성·임용은 깡그리 무시한 채, 자격조차 없는 외국인 교사가 양산될 우려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게다가 국제고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사실상 입시명문고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평준화의 근간을 공격할 또 다른 귀족학교로 기능하는 것이다. 또한 법안은 수도권 진출에 따른 제한조치를 완전히 풀어버렸다. 따라서 외국교육기관이나 국제고등학교는 추후 경제자유구역이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 지정되면서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결국 경제자유구역법은 교육개방·시장화를 촉진하는 '트로이의 목마'이다. 인천·송도 신도시·부산·광양 등에 한정한다지만, 자본으로서야 전국적으로 확대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자유구역법이 통과됨에 따라 초국적 자본은 교육개방을 위한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제 남은 건 추후 협상을 통한 서울·수도권 진출이다. 사학자본으로서도 대환영이다. '역차별 논란'을 통해 비영리성이란 규정을 벗어나 노골적인 상업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뿐더러, 투자재산에 대한 개인귀속을 보장받고, 평준화 해체에 따른 귀족학교 설립의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므로.


WTO 교육개방 저지 공동투쟁본부와 연대투쟁에 나서자


교육개방이 대세인 것처럼 떠들고 슬며시 이에 편승하자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정부가 퍼뜨리는 논리가 그러하고, 전경련 등 자본쪽의 대변자들의 말이 그렇다. 그러나 교육개방은 결코 대세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담당 부처와 당국자들은 교육개방에 반대한다. 이미 유럽지역 문화교육장관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교육과 문화부문을 GATS에서 빼자고 합의하고 선언문을 작성하였다. 오직 상업적 목적으로 교육을 거래하려는 초국적 자본의 대변자와 WTO만이 교육개방을 강조하며, 교육개방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남한 정부와 사학자본만이 이에 적극 호응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교육상품의 선택과 학교자율의 논리에 빠져 개방화·시장화 반대투쟁을 흐려 놓는다. 그러나 '선택'의 혜택은 부유한 자만의 것이고, 학교의 자율화는 자본이 맘먹은 대로 학교가 운영되는 것일 뿐이다. 선택의 자유를 위해 교육의 시장화·개방화를 찬성하자는 쪽은 초국적 자본과 남한 사학자본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일 뿐이다.
교육은 상품이 아닌 사회적 기본권이다. 모든 국민이 빈부·인종·성의 차이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이지, 시장에서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니다. 그러나 WTO 교육개방은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인 교육권을 상품화·시장화로 돌려버린다. 영리추구행위를 극대화하고 공교육부문을 끊임없이 시장영역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현 국면은 개방의 외부충격과 '평준화 해체'를 통한 시장화를 통해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을 가속화하는 시기이다. 이에 맞선 교육주체들의 투쟁방향은 교육개방·시장화에 맞서 공공성 확립과 더불어 학문·교육·문화의 종속 심화에 맞선 자주성 옹호와 확장이다.
내년 3월말까지 교육개방조치는 '자발적 자유화 조치'지만, 3월말 이후부터는 한층 더 수위 높은 협상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정부당국은 개방계획서(양허안)를 제출하게 되는데, 지금까지의 조치로 미뤄 볼 때, 남한은 초국적 자본과 WTO에 초중등을 포함한 공교육의 광범위한 개방을 약속할 것이다. 개방계획서를 제출하면 철회할 수 없다. 그리고 개방계획서에 따른 남한교육의 시장화·상품화가 더욱 촉진되며, 완전한 개방화만이 남을 뿐이다. 이에 맞서 지난 10월 7일 교수·교사·대학노동자·대학생 및 시민·사회단체 등 43개 교육단체로 구성된 'WTO교육개방·시장화 관련 4대 입법 및 양허안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였다. 이를 중심으로 교육의 공공성과 교육주권을 팔아먹는 교육개방·시장화 정책에 맞선 강고한 연대투쟁전선의 형성과 실천이 절실하다. SO-LA
주제어
국제 교육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