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 2024.10.29
체제전환연석회의(준) <민주노총 30주년,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 지상중계
지나온 30년,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예리하게 진단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1995년 설립된 민주노총이 2025년 11월이면 3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올해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강원도 정선에서 <2024 정책대회>를 개최한다. 양경수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30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었으므로, 이에 걸맞게 앞으로의 민주노총 30년 전략을 논의해야 할 때”라면서 “역대 집행부에서 정책대의원대회, 조직혁신전략보고서 등으로 여러 차례 변화와 혁신을 시도했지만, 상층 논의에 머물고 현장 간부와 조합원들과 논의가 부족해, 이번에는 조합원들과 함께 민주노총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려 한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풀뿌리 조합원’의 의견 수렴을 강조하는 양경수 집행부의 사업 방향에 관해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동운동의 전략 수립은 당대 노동계급이 처한 정세 분석과 투쟁 방향에 대한 정치적·이론적 방향 제시를 포함하는 지적인 작업으로, 산별·지역·현장 활동가와 조합원의 여론을 단순히 종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집행부가 선정한 이번 정책대회의 4개 세션별 주제인 ▲노동자 정치세력화 ▲산별노조 혁신강화 ▲민주노총 조직운영과 혁신 ▲사회변화에 따른 노동운동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그간의 역사에 대한 평가와 이에 따른 과제 도출이 아닌,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말하기만 하면 돼)’ 식 토론 구성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다룬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의 정책대회에서는 어떤 내용이 다뤄져야 할까? 또, 우리가 민주노총 설립 이후 30년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토론과 합의가 필요한 내용은 무엇일까? 이러한 주제로 10월 24일 목요일 <민주노총 30주년,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가 ‘체제전환 연석회의(준)’의 주최로 개최되었다. 이 글에서는 토론회의 주요 발제·토론 내용을 소개하고, 간단한 평가를 덧붙인다.
촛불 이후 노동운동의 위기 심화, 근본부터 성찰하고 토론해야
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노중기 한신대학교 교수는 발제문 「민주노총! 지나온 30년, 앞으로 30년」에서, 최근 민주노조운동의 정당성 약화와 사회적 고립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 노동운동의 위기가 2016년 촛불 이후 계속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2016년 촛불 이후 8년여는 국가와 자본의 물리적인 탄압이 사라지고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각종 대화 기구나 재단을 통한 노동운동의 ‘포섭’이 전면화된 시간이다. 2020년 김명환 집행부가 코로나19 유행기의 노사정 원포인트 합의를 추진하다 무산에 이르게 된 과정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는 1987년 이후 확립된 한국 노동운동의 전통인 전투적 조합주의가 ‘이중 노동시장’의 현실 앞에서 대항 헤게모니를 만들지 못하고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이름으로 아래 수세적으로 수렴되었다고 분석했다. 즉, 국가·자본의 물리적 폭력, 인신구속, 쟁의 진압이 없어지자, 역설적으로 노동운동이 스스로 전망을 제시할 수 없었고, 결국 신자유주의적 노동체제에 굴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어 노중기 교수는 앞으로 민주노조운동의 과제를 생각할 때 필요한 방향 몇 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민주당을 포괄하는 민주대연합 정치 노선 ▲북한에 대한 정치적 태도 두 가지를 핵심 쟁점으로 놓고 연구와 토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두 문제를 덮어두다 보니 장기간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단결을 가로막는 위기의 한 축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노동조합 출신이나 노동 의제가 진보정당을 지배해야 한다는 ‘노동중심성’이 아닌 ‘계급성’으로 시야를 전환하고, 진보정당과는 ‘배타적 지지’ 관계가 아닌 건강한 연대 관계이자 상호 견제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 민주노총 30년의 역사는 진보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역사이기도 한 만큼, 첨예한 쟁점을 모두 생략한다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다시 힘차게 추진하자’라는 결의가 정책대회에서 이뤄진다고 해도 공허한 문구에 그칠 것이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산별노조의 지역본부·지역사업 강화 방안 ▲(산별노조 대의원 직선제를 전제로 한) 총연맹 임원 직선제의 폐기 ▲사회운동 노조주의로 전환 ▲(계급적 자주성을 전제로 한) 사회적 대화에 전술적 참가를 과제로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과 상황에서는 반드시 연구와 정책에 투자가 필요하다며 ‘공부하는 노총’이 되길 재차 강조했다. 총연맹 집행부의 성격에 따라 장기적인 노동조합의 연구과제와 정책방향이 매번 달라지면, 위기를 해결할 힘을 기를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87년 체제를 넘어서 시대정신을 주도하는 민주노총
토론회의 두 번째 발제는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이 맡았다. 그는 발제문 「당면한 윤석열 퇴진 투쟁과 민주노총의 역할 : 민주노총 30년, 87년 체제 38년! 우린 어디로 갈 것인가?」에서, 민주노총 30주년을 말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1987년 체제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심화와 보수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시기의 민주노총 역시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자본의 분할 지배 전략을 막아내지 못하고, 조직·대공장·정규직 노동자와 미조직·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 간 차별과 격차를 공고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 시기 민주노총 산하 단위의 주된 활동은 기업별 임단협 교섭이었고, 결국 전체 노동자의 권리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민주노총은 불평등 타파와 기후 정의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자임하고, 거부권을 넘어 노조법 2·3조 개정 쟁취, 초기업 단위 산별교섭과 적용 투쟁 전면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 퇴진 투쟁’의 의제로 연결하자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적극적으로 윤석열 퇴진운동에 결합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지배 세력의 교체가 아니라, 반신자유주의 투쟁이자 체제전환 운동으로 퇴진 투쟁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진억 본부장은 그 구체적인 실천으로 노동소득의 대폭 인상과 적극적인 세금·분배 정책을 요구해야 하며, ‘부자 증세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수 이데올로기를 뚫고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도록 ‘불평등타파·기후정의·체제전환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두 발제에 대해 토론자 네 명이 각각 의견을 발표했다. 의견들은 다가올 11월 정책대회에 대한 단기 대응 논의부터, 민주노총 30주년에 대한 진단과 장기 과제 도출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2024년 정책대회>에 대한 입장을 세우고, 이와 별도로 민주노총 30주년의 의미에 대해서도 더 심도 있는 토론이 후속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토론자인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토론문 「민주노총 30년 정책대회 현황과 쟁점」에서, 이번 정책대회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제기했다. 우선 한국일보가 정책대회 준비과정을 “정부·기업과 대화하자… 강경투쟁 외골수 민주노총, 변화요구 분출”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것처럼, 집행부가 이번 정책대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 참여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의 요구나 관련 투쟁 계획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세션에 대해서도, 총선방침을 위반한 전·현직 간부에 대한 징계,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한 진보당 지지철회가 논의되지 않고 오히려 극심한 내부 이견으로 토론이 중단된 상황에서, 정책대회에서 2천 명을 모아 대중 토론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이승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 역시 토론문 「창궐하는 일방주의, 위기의 민주노조운동 – 연합정당으로 촉발된 정치세력화 위기와 커지는 난맥상」을 통해 여러 우려를 표명했다. 대표적으로 민주노총이 진보당의 방향에 휘둘리면서, 스스로 정한 총선방침마저 부정하게 되었고, 이제는 보수 정치 지지를 용인하고 조장하는 경향을 확립하고자 한다는 점을 꼽았다. 예컨대 이번 정책대회에 프랑스 노총을 초청하여 진행하는 강연의 주제는 ‘좌파연합과 중도정당의 선거연합’으로, 한국의 정치 상황과는 다른 예시를 가져와 잘못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 우려했다. 또한 정책대회가 ‘민주노총 내 일부 세력의 정치적·조직적 입장을 강화하고, 이를 강행 추진하기 위한 대중적 명분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일방주의적 행태가 계속된다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 진단했다.
세 번째 토론자인 오기형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토론문 「산별노조 운동의 현재와 당면 과제」에서, 30주년 정책대회 준비과정에서 민주노조운동, 산별운동이 처해있는 위기에 대한 절박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기형 국장은 ‘지난 2010년대 초, 금속노조에서 높은 위기의식에 따라 조직진단과 대안을 모색한 바 있고 민주노총 차원에서도 제2 산별노조 운동이 제기되었으나 그 성과가 미약했다’면서, ‘수많은 제안이 있었는데 왜 현실이 바뀌지 않는지, 왜 우리는 비슷비슷한 토론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지를 우리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책대회가 산별운동 세션에서 제기하는 과제는 조직형식적 토론쟁점에 가깝기에, 소산별(업종산별)의 가능성을 어떻게 열 것인지, 조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조직 통합 문제의식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 번째 토론자인 정록 체제전환운동조직위원회 활동가는 토론문 「민주노조운동, ‘계급적 단결과 연대’를 통해 함께 체제전환운동으로!」에서 계급적 노동조합 운동이라면 ‘민주적’ 노조 이상의 지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미 민주노총은 매우 활발하게 2008 촛불, 2014 세월호, 민중총궐기, 박근혜탄핵 촛불 등에 결합하는 등 광장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면서, 사회운동 노조주의는 광장으로 더 자주 나오라거나 시민사회와 연대·교류를 활발히 하라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 내부 혁신과 재구성의 방향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 이주, 장애인, 성소수자와 같은 정체성에 따른 분할과 차별이 일터에서 드러나고 있으므로, 노조운동이 선도하여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도 참가자의 활발한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노중기 교수가 제시한 ‘계급적 자주성을 전제로 한 사회적 대화에의 전술적 참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민주노총이 정책대회를 명분 삼아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하지 않도록 반대 의견을 조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대해 2020년 김명환 집행부의 사회적 대화와 원포인트 합의에 대한 보다 심화된 평가가 필요하지만, 사회적 대화 불참 전략을 원칙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민주노조운동이 지금보다 더욱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대화는 원칙과 절차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의제와 대안적 방향이 중요하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산별교섭 제도화에 대해 먼저 제기해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계급적인 요구를 갖춘 윤석열 퇴진 투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근혜 퇴진 투쟁 때 민주노총이 마중물 역할을 했지만, 노동운동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민주당과 국회가 주도하는 국면으로 끌려가지 않으면서, ‘체제전환을 목표로 하는’ 윤석열 퇴진 운동을 만드는 것이 된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집회에서 대통령 퇴진의 근거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제시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불평등을 심화시킨 민주당과의 연합으로는 ‘체제전환’으로 나아갈 수 없음이 분명하다면, 윤석열 퇴진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공유하는 민주당과 어떻게 변별할 것인지에 대해서 심도 있는 토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되었다.
민주노총 30주년,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돌아보자
토론회 막바지, 플로어 토론에서는 현시기 총연맹 집행부의 정세 인식과 그 실천과제에 대한 비판이 ‘계급적이지 못하다’라는 식의 공허한 비난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발언이 등장하기도 했다. 다시 이날 토론회의 취지로 돌아가 보면, 민주노총 탄생 30주년을 기해 열린 첫 토론인 만큼, 어떤 것이 현재 민주노총과 민주노조운동의 상태인지를 명확히 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파를 뛰어넘어 모든 운동 세력이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 ‘변화와 혁신을 위한 출발점은 무엇이고, 서로 어디까지 합의하고 무엇을 집행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생산적인 논의가 절실했다.
예컨대 2015년 민주노조운동 전략위원회 주최로 열린 민주노총 창립 20주년 기념 토론회 자료집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다.
‘결과적으로 여전히 수출대기업(재벌)과 공공부문 등 2008년 세계자본주의 위기 이후 정세에서는 경제위기의 상쇄요인(대중국 수출 호조를 보인 수출제조업,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공공부문)의 덕을 본 조직·조합원이 다수[이며], 노동시장의 안정적인 부문에 대중적 토대가 집중되고 임금 하락과 노동의 불안정화가 가속된 다수(일반적) 노동자계급의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조건[이다]. 또한 민주노총의 조합원 절대 수는 증가했지만, 조직률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한 상태[다].’
‘그렇다면 민주노총(그리고 공공운수노조·금속노조 등을 포함한 산하 산별조직)의 어떤 전략적 한계 때문에 △조합원 확대, 즉 노동계급의 조직적 단결의 확대가 정체했는가 △노동자계급 전체의 구성과 민주노총 조합원 구성이 괴리되었는가를 질문해야 할 때[다].’
‘결국 민주노총이 현재 노동자계급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노동시장 분단/양극화를, 노동조합을 결성(가입)하고, 민주노총을 통한 투쟁/교섭을 통해서 해결하는 전망을 남한의 노동자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실질적인 투쟁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요약하면, 한국 사회의 경제정세를 분석하면서, 전체 노동계급의 상태와 민주노총 조합원이 괴리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할 방안이 무엇일지를 합의해야 할 토론 쟁점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 토론문으로부터도 약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코로나를 거치면서 노동자 내부의 소득 불평등이 얼마나 확대되었는지, 약 10년 동안 한국 경제와 노동시장의 변화는 어떤 것이었는지, 조합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 정체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지, 최저임금 1만원이나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요구안이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화되었으나 어떻게 굴절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들이 노조운동 혁신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 아닐까? 치열한 토론은 사라지고 당위적인 구호만 남은 민주노총 정책대회를 맞이하여, 이를 반면교사 삼아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를 돌아보는 연구와 토론이 지금보다 절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정책대회가 한국 사회에 인민주의가 급부상하고, 북한이 핵무장을 고도화하며 대남전략을 수정하는 등 요동치는 정치 정세와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무뎌진 현실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 패권에 맞서는 중국, 러시아, 브릭스 등이 협력하면서 국제질서가 다극화되고 있다’며 북핵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는 왜곡·편향된 정세 인식을 민주노총이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대회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다. 민주노조운동의 중요 토론 과제가 ‘숙의과정’이라는 핑계로 예리하게 토론되지 않으며, 쟁점이 있어도 어떤 결론도 도출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문제 제기는 타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대회를 매개로 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고, 민주당을 파트너 삼아 사회적 대화에 몰방하려는 낙관적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촛불 이후 약 10년의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좌파 진영의 근본적 성찰이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촛불과 박근혜 퇴진 이후 이에 매진했던 노동운동이 이전보다 더욱 대표성의 문제를 겪으며 위기가 심화했다면, 그 원인을 개인적인 일탈이나 한 정파의 잘못으로 소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현재 준비되고 있는 정책대회에서 짚지 않고 있다고 해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원칙적 반대, 혹은 보다 ‘급진적인’ 총파업 지침이 시급하다는 주장으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는 어렵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컨센서스가 없다면, 운동 세력은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30살이 된 민주노총이 이전과는 다른, 보다 성숙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앞으로 더욱 뜨거운 토론의 자리가 열릴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