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2.11.29
첨부파일
social160.hwp

집배원노동자의 비정규직 철폐투쟁, 그 전진을 위하여

편집부


집배원노동자들의 투쟁은 시작되었다

최근에 집배원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떠올랐다. 하루 평균 14-16시간노동, 초과근무시간 150시간 이상, 지난 5년간 173년 과로사, 열악한 임금구조, 폭증하는 업무량으로 인한 노동강도의 강화, 건강권의 위협, 각종 산재은폐 등. 결국 이 문제는 정보통신부가 지난 10.4일 '올해 안에 비정규직 500명을 정규직화하며 1800여명의 파트타임직을 우체국에 투입하고, 우편업무의 민간위탁과 외주화로 인력을 경감'한다는 '안'을 발표함으로써 은폐되었다. 이 '안'은 한편으로 집배원들의 기존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얻고, 또 한편으로는 정권이 체신부문 구조조정을 정당(?)하게 추진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을 만들었다. 이 '안'은 현 체신노조와 합의하여 발표한 안으로써 이 발표가 나자마자 체신노조는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 안의 정당성과 공식성에 큰 무게를 실어주었다. 비정규직 투쟁에 맞서 일반적으로 자본은 노-노 갈등획책, 사업장폐쇄, 계약해지, 노조설립봉쇄, 비정규조직와해·공작 등으로 비정규직투쟁자체를 소멸시키기 위한 온갖 수단을 사용해 왔다. 사업장별로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자본은 비정규투쟁에 공세를 취해왔으며, 공공사업장인 체신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보통신부는 2001년도 비정규직집 배원들이 건설한 정보통신부 계약직노동조합을 설립신고가 체신노조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반려하고, 집배원 채용이 연고채용인 것을 이용하여 각종 협박과 회유로 집배원들의 투쟁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간의 이해를 분할시키고 분출하고 있는 비정규투쟁을 잠재우기 위하여 2001년 비정규직 178명을 선별적으로 정규직화 하였다. 그러나 올해 광주지역 우체국을 중심으로 한 집배원투쟁은 다시금 집배원투쟁이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는 역할을 했으며, 전국적으로 재 확산되는 과정에서 전국의 우체국 순회선전전이 진행되었다.
우리는 현재 진형중인 집배원노동자의 투쟁이 정세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역설하기 위해 집배원들을 현재의 상황으로 몰아넣은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어용 노조인 체신노조가 전체 집배원노동자의 이해를 배신해온 행태를 비판하고자 한다.


체신부문 구조조정의 실상


체신부문 구조조정은 IMF이후 김대중 정권의 4대 부문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하에 진행되었던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이것의 법적, 제도적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 노사정위원회의 공공부문구조조정특별위원회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체신부문 구조조정은 IMF이후 체신청이 정보통신부산하 우정사업본부로 개편됨과 동시에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코리아(안진회계법인)가 입안한 체신부문 구조조정계획에 따라 진행되었다. 체신청에서 경영합리화와 수익성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우정사업본부로의 체계개편은 체신부문 사유화라는 과도기적 단계의 조직으로써 최고경영자는 민간CEO(개방형 공무원)가 맡고 있다. 이렇게 마련된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정통부와 행자부는 2002년까지 8,500여명(98년 인원대비 25%)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으며 4700여명의 집배원노동자가(2000년 말) 감원되었다. 그 결과 인력부족사태를 겪게 되었고 5년 간 173명의 집배원이 과로사망하고, 70%에 가까운 집배원이 직업병과 산재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부족한 인원을 확충하기보다는 비정규직 확대나 민영화(=민간위탁)이라는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자신들의 명분과 구조조정의 일관성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의 체신부문구조조정은 방향은 '경영혁신을 통한 사업기반 강화, 우편서비스의 개선과 생산성 향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생산성 향상, 국제기업의 변신(2002년도 우정사업경영합리화시행계획(우정사업본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 하에서 진행되는 체신부문구조조정의 핵심은 '경영혁신을 통한 사업기반 강화'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의 주요한 측면은 '조직, 인력운용의 효율화'다. 이것의 내용을 살펴보면, '총괄우체국관리기능 광역화, 우체국통폐합추진, 인력운용의 효율화, 겸임 우체국장제 도입, 정원배정의 합리적 운영'등이다. 총괄우체국관리기능 광역화란 현재 각 지역마다 존재하는 우체국을 통폐합해서, 그 중심이 되는 지역 한 곳에 우체국을 두고, 각 지역의 우체국의 기능을 집중된 한 곳의 우체국이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총괄우체국관리기능 광역화의 본질은 우체국통폐합으로 인하여 집배원노동자들의 배달거리가 현저히 멀어져 노동강도가 강화되며 인력감축으로 인한 빈자리를 고스란히 집배원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점에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집배원노동자를 삶의 벼랑으로 몰아가는 정책이다. 이러한 것이 인력 및 비용절감, 기업효율화, 기업가치 제고와 사업수익의 극대화라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는 체신부문 구조조정이며 우정사업본부 체계가 확립되는 기반이다.


현 체신노조는 집배원들의 투쟁을 가로막으려는가!


체신노조는 우편업무의 '민영화'의 첫 단계인 '민간위탁과 외주, 아웃소싱'이 전개되고, 집배원들이 4,700여명 이상 감축되는 상황에서도, 다양한 업무영역에서 비정규직 집배원노동자들이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민영화정책과 비정규직확산을 반대하기는 커녕 정권의 구조조정정책과 비정규직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현 체신노조 위원장과 집행부는 의도적으로 규약을 위반하며 선출한 간선 대의원들로 구성된 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 간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이다. 이들의 작태는 집배원노동자투쟁이 진행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 체신노조는 2000. 4월에 들어선 이후, 1999-2000년 사이 감축된 집배원 4,000여명을 인정하고, 2001. 7월에 '노사정위원회 공공특위' 합의안 988명 감원을 직권조인 한다. 그리고 2001년 3월부터 비정규직집배원들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걸고 투쟁을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체신노조는 당해 6월에 비정규직집배원의 의사를 개진하지도 않은 단체협약에 정보통신부와 직권합의, 올해 8.24일 잠정 긴급노사협의회 체결과 9.1전국체신노동자대회 무기한 연기, 10.4일 '비정규직 500명 정규직화와 파트타임집배원 1800여명 투입, 소포와 대단위아파트 통상우편물에 대하여 민간위탁'추진에 합의하는 등 자본의 허수아비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리고 이들은 최근 우체국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며 전국순회투쟁을 하고 있는 집배원노동자들의 집회를 방해하고, 다른 집배원들과의 접촉까지 차단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일부우체국 앞과 주변에 집회신고 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광역, 시도 지역 200개(전국에 240여개의 우체국존재)가 넘는 우체국 앞과 일대에 집회신고를 직접 해놓고 집배원들의 투쟁을 가로막고 있다. 현 체신노조는 노-노 갈등을 유발하고, 노동자를 분열·획책하는 이 사태가 대단히 심각함을 각인하고, 우체국 앞 위장집회신고를 즉각 취하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불안정노동철폐/비정규직철폐 투쟁의 전진을 향하여


우체국 현장에서 집배원들이 자주적으로 결사한 <전국집배원노동자협의회(준)>은 '살인적인 장시간노동철폐와 체불임금쟁취, 민간위탁(=사유화)저지와 비정규직철폐, 체신노조민주화와 집배원탄압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9월 이후 계속적인 우체국 앞 순회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사회/노동단체는 지난 9월에 <집배원 노동자 협의회 지원대책위원회>를 건설하였다. 지원대책위원회는 집배원 노동자의 생존을 억압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구조조정에 맞서 노동자 스스로 투쟁의 조직거점을 마련하고, 비정규직철폐투쟁이 반신자유주의 투쟁전선으로 결집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복무하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여기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비정규직철폐 투쟁을 확산시킬 내부의 주체를 조직화하는 활동이다. 물론 비정규직철폐 투쟁은 내·외부를 가로지는 조직화의 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비정규직 집배원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장시간노동철폐와 우편업무를 사유화하는 민간위탁, 외주화 저지'라는 공통의 요구로 정규직 집배원과 함께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체신노조가 노동자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단일한 투쟁으로 결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자본이 이윤창출의 위기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극복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의 불안정화는 필연적이라고 할 때 향후 더 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파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정규직투쟁이 그랬듯이 현재의 집배원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사회화되지 못하고 민주노조 주변에서 맴돌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노동자들의 문제이고 민주노조운동의 몫이라는 것을 우리는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집배원노동자들의 비정규직철폐투쟁은 집배원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로 국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비정규직투쟁이 불안정노동철폐 투쟁이라는 명확한 관점을 인식하여 연대의 폭을 확장하고 전체노동자계급이 불안정노동철폐 투쟁을 자기과제로 인식하고, 단결투쟁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될 것이다. SO-LA
주제어
노동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