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 2025.01.09
극단적 정치양극화 속에서 사회운동이 한 발을 내딛기 위하여
신년 정세워크숍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정치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 제왕적 대통령제와 포퓰리즘> 지상중계
지난 12월 3일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이은 대통령 탄핵 국면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냉정히 짚어보고, 한국 정치제도의 취약함과 위기를 가속하는 제도적 요인과 정세적 요인을 분석하며, 향후 정세 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의 장을 열기 위해 신년 정세워크숍을 개최했다. 발제자로는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실장이 나섰고, 토론자로는 나경채 정의당 기획실장, 장석원 평등의길 정책교육팀장,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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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과 탄핵 이후 정치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
발제를 맡은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실장은 먼저 어떻게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붕괴와 나치 집권의 원인을 분석한 브라허의 설명틀을 빌려, 구조적 요인, 제도적 요인, 개인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통과 독선으로 대표되는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기질적 결함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나아가 한국 사회가 정치인을 검증하고 바람직한 덕성과 자질을 갖추도록 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임필수 실장은 이러한 제도적 결함의 핵심에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단이 부족하며, 정당이 최고권력자의 개인적 조직으로 변질되어 정당정치와 의회정치가 성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임필수 실장은 제도의 문제와 함께 정치문화의 문제 역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치양극화라는 조건에서 선거불복의 정치문화가 확산하고 있는데, 이것이 만성적인 헌정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정치전망에 대해, 임필수 실장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정치양극화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이 상대방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으며, 양당 내부에서도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단극체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우파 포퓰리즘을 선동하는 위험천만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양극화가 극단화하는 정세에서, 임필수 실장은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사회운동이 특히 민주당-이재명 단극체제에서 포퓰리즘이 강화되는 경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86세대와 열린우리당-민주당 계보가 공유하는 포퓰리즘 경향은 문재인 정부에서 반경제학, 사법방해와 법치파괴, 외교의 정치화라는 형태로 심화했는데,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이를 그대로 계승하며 정치양극화와 내전을 격화하는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임필수 실장은 향후 정치전망을 가늠하고 사회운동의 과제를 검토하기 위해, 현시기 국제 정세와 한반도 정세를 짚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2010년대 이후 북한이 이전과 달리 남한을 목표로 삼는 전술핵 개발에 치중하며 핵무기 선제공격 태세를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는 북미협상을 기대하며 이것이 한반도 평화의 길이라고 호도하는 사회운동 일각의 북핵옹호론이 대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임필수 실장은 다가올 조기대선 국면과 장기화할 정치양극화 경향이라는 조건에서, 사회운동은 극우 또는 기회주의적 보수세력뿐만 아니라 인민주의적 민주당과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며 사회를 재건하는 세력이라는 대중의 인정을 획득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 자신이 저질렀던 선거불복과 저강도의 헌정마비는 전혀 반성하지 않으며 보수세력을 궤멸하기 위해 민주당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변할 것인데, 사회운동은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하는 개헌과 한반도 평화·비핵화를 핵심축으로 삼아 진지를 구축하고 이들과 분별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토론자인 나경채 정의당 기획실장은 개인의견을 전제로, 사회권 확장과 선거제도 비례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운동본부’를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이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민의힘의 극우정당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 자체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비롯해 전체 한국 사회의 지형을 오른쪽으로 견인할 것이기에, 진보진영과 사회운동은 이러한 사회의 우경화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대중적 기반을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토론자인 장석원 평등의길 정책교육팀장은 이번 사태를 ‘윤석열의 쿠데타’로 규정하며, 윤석열 정권이 언제부터 어떻게 ‘파시즘화’ 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현재 단계에서는 내란을 종식하고 내란 세력을 청산하는 데 집중해야 하며, 그 이후에는 노동 중심 민주주의에 기반한 7공화국과 사회연대국가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단계에서 지배계급이나 대중이 대통령 직선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개헌은 공허하며,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보다는 국회의원을 늘리고 소선거구제를 폐지하며 지방분권·자치를 강화하는 정치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정치양극화의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축적 위기와 연동된 정치 시스템의 붕괴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포퓰리즘과 정치양극화를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회운동은 그러한 비판을 넘어서 대안적 정치와 세력의 가능성을 만드는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는 양당 구도를 깨는 대안적 정치세력의 등장과 진출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따라서 결선투표제나 중대선거구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권력구조나 정치제도의 변화를 넘어서 민주주의의 토대로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아닌 새로운 경제질서를 상상하기 위한 틈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현재 국면이 그러한 상상력이 관철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을 냉정히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그럴수록 지금의 광장에서 한 발 나아가기 위한 실천을 함께 벌일 것을 사회진보연대에 요청했다.
한국에서 발호하는 극우 포퓰리즘의 위험성
이번 정세워크숍에서 논의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윤석열과 극우 포퓰리즘의 위험성에 대한 것이었다. 세 명의 토론자는 공통적으로 이번 계엄사태와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더욱 세력화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선동하는 행태가 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나경채 토론자는 임필수 실장의 발제문이 민주당 포퓰리즘 비판에 치중되어 있으며, 현재 국면에서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과 극우 이념에 잠식되고 있는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석원 토론자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파시즘화 경향이 장기화할 것이기에 이에 대한 비판과 제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류 토론자는 미국에서 트럼프주의가 공화당을 잠식한 것처럼, 한국 역시 이른바 극우세력이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조직하는 데 성공한 것인데, 미국과 달리 한국의 포퓰리즘은 지지자에게 무언가 실리적으로 쥐어주거나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 없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가 있으면서도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필수 발제자는 올해 정치전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집권이 유력한 상황에서 그들의 정치 이데올로기에 대한 분석에 중요성을 부여했다면서도, 탄핵 국면 이후 우파 포퓰리즘의 위험을 엄중하게 보아야 한다는 토론자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 의회와 야당을 탄압하려 했다는 점에서 권위주의 내지는 파시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후 탄핵 국면에서 보수 유튜버와 극우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파 포퓰리즘적 요소가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로어에서도 이와 관련한 의견이 제기됐다. 박준형 회원은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에서 극우 포퓰리즘과 민주당 포퓰리즘 사이의 원한의 정치가 더욱 격화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한국 사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된 가운데 바로 이어질 대선과 이재명 집권을 예비하며 사회운동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성진 회원은 한국에서 발호하는 우파 포퓰리즘과 유럽과 미국에서 발호하는 우파 포퓰리즘의 양상과 쟁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미국의 우파 포퓰리즘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모순에서 비롯된 반세계화와 반이민이라는 현실적 쟁점에서 출발한 반면, 한국에서는 ‘종북좌파’와 ‘토착왜구’라는 허구적 역사인식을 매개로 정치양극화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류 토론자는 한국의 극우 대중운동 역시 유럽이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축적위기와 사회경제적 불만으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에는 아직 그러한 사회경제적 불만을 구호와 운동으로 조직할 트럼프와 같은 인물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반공주의만을 내세울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포퓰리즘이 발호하는 원인은 자본주의적 축적이 위기에 빠지면서 기존의 정치가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직하고 분배하는 데 실패한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따라서 사회운동은 대중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과 그에 따른 운동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과 개헌의 필요성
또 하나의 핵심 논의점은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것이었다. 임필수 발제자는 정치제도와 정치문화는 상호작용하는 것이기에 어느 한쪽이 우선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이라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OECD 국가 중 연방제 국가인 미국과 멕시코를 제외하면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점과, 정당이 최고지도자에게 종속된 가운데 대선·총선·지선을 거의 매해 치르면서 극단적 대립이 만성화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의회정치와 정당정치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대체로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과 같은 권력구조 개편이 핵심이라기보다는, 사회권 확장이나 대안적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과 같은 정치개혁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나경채 토론자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과 내각제 개헌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판단을 내리진 못했지만, 현재 국민의힘이 내각제를 주장하고 민주당이 4년 중임제를 주장하는 논쟁 구도에서 사회운동이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향이 발제문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장석원 토론자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보다는 보수 양당 체제를 재생산하는 소선거구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제헌 수준의 개헌은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에, 개헌운동본부 조직화보다는 정치개혁 과제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미류 토론자는 좀 더 명확하게, 한국의 대통령제가 ‘제왕적’이라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으며, 의원내각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한다고 하더라도 인민주권과 괴리된 정치의 위기를 해소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권력구조 개편이 부차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사회운동은 대통령이나 개헌로비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주권자의 의지를 반영하는 대중운동을 조직할 준비를 갖추는 데 주목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또한 정치 위기는 곧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만약 개헌이 필요하다면 제헌헌법에는 있었지만 이후 삭제된 국유화 원칙이나 이익균점권 조항을 참조하며 새로운 경제질서를 구축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플로어에서는 이희태 회원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남태령 집회와 같은 대중운동을 어떻게 대안세력으로 조직할지 숙고해야 하며, 체제를 바꾸기 위한 운동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다가올 대선에서 양극화된 정치 속에서 대중운동이 다시 좌표를 잃고 흩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비롯한 정치제도 변화를 촉구하는 운동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제도 개혁이 곧바로 대안적 전망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반복되고 심화하는 정치양극화 문제를 지적하며 여러 대중운동이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핵무장 문제
다음으로, 임필수 실장이 발제문에서 강조했던 국제정세와 북한의 핵무장 문제에 대한 쟁점이 있었다. 미류 토론자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옹호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한국 사회운동의 중요한 과제라는 발제자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조선(북한)이 트럼프와의 협상 실패 이후 본격적으로 전술핵 개발에 나서게 된 조건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가 조선의 체제 존립을 위협해왔다는 점 역시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이 통일을 포기하고 핵태세를 변경한 것을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 이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핵무기 최대 보유국이자 유일하게 실전에 사용했던 미국의 비핵화를 동반한 세계 비핵화라는 구상 없이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필수 발제자는 사회진보연대가 핵확산방지조약을 넘어서는 핵무기금지조약 추진 운동을 함께 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적 비핵화라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비판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핵동결 내지는 핵군축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교환하자는 것인데, 이는 전세계적 비핵화 운동의 관점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 사회운동 일각은 북한식 조선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면서 권위주의 블록인 북중러와 관계를 개선하고 공동발전을 도모하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민주당 역시 그러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필수 실장은 권위주의와 팽창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국제정세에서, 한국 사회운동은 이러한 경향을 경계하고 비판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더욱 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엄중한 정세에서 사회운동이 한 발을 내딛기 위하여
토론을 마무리하며, 미류 토론자는 사회운동의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뾰족한 답은 없지만, 현재의 역동적인 정세를 좋든 나쁘든 함께 겪는 것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회진보연대 역시 그 안에서 함께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에 사회진보연대가 너무 매몰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석원 토론자는 직접민주주의를 이상적인 것으로 여기고 대의민주주의를 필요악으로 여기는 한국의 민주주의관에 우려를 표했다. 사실 남미나 유럽의 극우파 내지는 대안우파가 내세우는 핵심 이데올로기 중 하나가 직접민주주의이며, 이는 대의제를 기반으로 형성된 자유주의 사회에 대한 직접적 거부라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치개혁과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대의제를 완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경채 토론자는 한국에서 2002년 대선 이후 5명의 대통령이 모두 비극적 운명을 맞거나 사회적 불행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상기하며,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정치적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시도 중 하나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광장의 집회인데, 1987년 이후 40여 년간 이어진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개헌 논의와 운동 역시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개헌운동을 시도하면서, 사회운동이 한국 경제와 사회의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극우 포퓰리즘의 위협을 중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필수 발제자는 내전을 방불케 하는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가운데 이재명과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정치적 운동을 사회운동이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사회운동과 진보정당은 일관되게 민주당 비판의 최고 적임자이자 유력한 대안세력이라는 대중적 인식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으로 기울여야 한다는 말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민주당의 포퓰리즘과 극우 포퓰리즘 사이에 내전을 방불케 하는 극단적 정치양극화가 한층 격화했고, 이러한 대립이 향후에도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참석자 모두가 공감하며 우려했을 것이다. 플로어 토론에서, 한 참석자는 발제자와 토론자의 진단과 전망에 무척 동의하지만, 동시에 사회운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난망해하고 있음을 한 번 더 확인한 자리였다는 소회를 남겼다.
확실히, 현재 정세가 대안적 가능성이 활짝 열린 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극단적인 정치적 갈등이 교착된 한국의 정치 위기를 풀기 위한 뾰족한 답을 사회운동 역시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냉철히 인식하되, 다음 한 발을 내딛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사회운동의 과제를 구체화하는 상호간의 논의와 토론의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정세워크숍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