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5.02.07
가시화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위협
미국과 세계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을 ‘미국 우선주의’ 정책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2기 행정부가 폭주하고 있다. 대선 기간의 주장이 실제 정책으로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취임식 당일부터 지지자 앞에서 수십 건의 행정조치를 쏟아낸 데 이어, 다른 나라들을 겁박하며 반세계화·보호무역·반이민 기조를 노골적으로 관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타적이고 근시안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미국과 세계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을 위험성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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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미국과 세계에 끼칠 해악
취임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맺은 무역협정의 타당성과 외국의 불공정무역관행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본인이 1기 행정부 시기에 체결했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대한 재검토를 위한 협의를 시작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면서 멕시코·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이는 USMCA 협정 위반이다),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처음에 이러한 발표는 ‘협상을 위한 위협’으로 여겨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2월 1일 해당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멕시코가 마약 단속과 국경 강화를 약속하며 행정명령 시행은 ‘한 달’ 유예됐으나, 대중 관세는 4일부터 발효됐다. 이에 중국이 10일부터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미중 간 ‘관세전쟁’이 재개됐다. 트럼프는 이어서, 2월 2일에는 유럽연합에 대해서도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동맹국이든 아니든, 심지어 자신이 체결했던 협정마저 어기면서, 무차별적으로 관세 부과 위협과 실제 조치를 쏟아내며 국제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진정한 의도가 이민자 통제와 마약 근절을 위한 타국의 조치를 관세 위협으로 끌어내려는 것인지, 실제로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감축하려는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프는 2월 1일 트루스소셜에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마약 밀수와 불법 이민의 대가”라고 썼다.) 그러나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트럼프의 방식으로는 어느 쪽이든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예를 들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의 대(對)멕시코·캐나다 무역적자가 최근 증가한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중 관세 탓이라 설명한다. 마치 풍선의 어느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듯,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감소하자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무역적자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미국이 다시 멕시코·캐나다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이내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리라는 것이다. 즉, (수익성 높은 첨단 산업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미국 산업의 생산성이 타국보다 낮다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관세 부과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단지 인플레이션만을 발생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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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와 캐나다의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중간재를 구매하는 미국 기업과 소비재를 구매하는 미국 가계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물론 멕시코와 캐나다도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위 그래프는 25% 관세 부과 시 세 국가의 GDP가 얼마나 감소할지를 보여준다. 이 예측에 따르면, 트럼프 임기 4년간 미국 GDP가 290조 원 감소한다. 물론 트럼프도 이 점을 어느 정도는 시인한다. 그는 2월 2일 트루스소셜에 “[관세 부과로 인한] 고통이 있을까? 있을 수도 있다. (아마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 그 대가는 반드시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썼다. 즉 우리가 고통받더라도 상대에게 더 큰 손해를 입힘으로써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약속한 국경 강화와 마약 단속 조치를 관세 부과 위협에 따른 성과로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미국에서 ‘러스트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펜타닐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다. (마약 문제에 관해서는 사회진보연대 공개강좌 <트럼프가 위험한 ‘진짜’ 이유>를 보라.) 이렇게 미국 내 펜타닐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임에도, 극소량으로 큰 효과를 내는 펜타닐의 특성상, 미국의 연간 펜타닐 소비량을 부피로 표현하면 트럭 컨테이너 한 대도 안 된다. 그런데 연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트럭은 700만 대 이상, 자동차는 7500만 대에 달한다. 결국 국경 통제로 펜타닐을 단속하는 것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인 셈이다. 게다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조차 펜타닐을 탐지할 수 있는 정교한 기술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마약 밀수의 대부분은 국경의 공식 통로로 이뤄진다.) 미국에서 점증하는 펜타닐 수요, 그리고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멕시코에서 수익성 높은 마약 생산이 증가하는 경향에 대한 양국 내외의 근본적 해결책이 없다면, 트럼프의 위협에 따른 단순한 국경 강화 조치만으로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다음 위협 대상은 유럽연합과 한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나아가 ‘관세전쟁’으로 국제무역 질서가 무너지면 세계의 노동자들이 상품 부족과 물가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는 노동자 국제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 노동자들이 내부의 경제개혁과 더불어 협의를 통한 국가 간 경제관계의 조정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미국철강노조(USW)는 “매년 약 1조 3천억 달러의 상품이 캐나다-미국 국경을 통과하며 140만 개의 미국 일자리와 230만 개의 캐나다 일자리를 지탱한다”며, “불공정한 경쟁을 근절하고, 글로벌 과잉생산을 막고, 북미로 유입되는 불공정하게 거래되는 제품의 흐름을 막는 데서 중요한 것은 무역법을 위반하는 국가에 대한 타겟 관세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의 더 큰 협력이다. …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對)캐나다 관세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의 (국제무역 질서를 준수하는) ‘전략적 경쟁’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 셈이다. 반면 작년 1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미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10%로 인상하고 전기차 수입에 100% 관세를 부과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가 개시한 관세전쟁 속에서 노동자계급이 분열할지, 아니면 계급적 대안을 모색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대규모 이민자 추방의 위험성
트럼프는 취임 당일, 남부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불법’ 입국 중단과 ‘불법’ 이민자 추방, 출생시민권 제한, 난민 입국 프로그램 중단을 지시했다. 이후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개시하며, 군대까지 동원해 미등록 이민자 추방에 나섰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며칠간 이루어진 구금·체포자 수를 발표했는데, (이 중 추방된 자가 몇 명인지는 알 수 없으나) 1월 27일 하루에만 1179명이 체포되고 853명이 구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ICE는 웹사이트(ice.gov/)와 X 계정(x.com/ICEgov)에 수배자·추방대기자의 이름과 얼굴, 범죄 사실을 게시하고, 체포 현황을 홍보하며 혐오감과 공포심을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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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문제는 이번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트럼프 취임 직후 추방 작전이 개시된 후에도 미국 내의 여론은 여전히 크게 양분되어 있다. 뉴욕타임스·입소스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대규모 추방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정책이 일정 부분 미국 인민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이민자 사회에서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많은 미등록 이민자가 체포를 피하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있으고, 일부 부모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인민주의 정권은 미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계간 사회진보연대》 2024년 겨울호)에서 지적했듯,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은 특정 산업과 지역의 노동자 임금을 상승시킬 수는 있으나, 이는 생산성 상승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자동화나 사업 규모 축소 등의 대응을 유발할 것이다. 게다가, 경제 전반적으로는 노동공급 감소와 생산성 저하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농업 노동자의 약 40%와 건설 노동자의 약 20%가 미등록 이민자로 추정되는데, 이들의 급격한 제거는 해당 산업을 넘어 미국경제 전반에 큰 경제적 충격을 줄 수 있다. 즉 다수의 노동자에게는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 급속한 추방 절차 확대와 군대 동원과 관련된 법적 비판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문제를 두고 미국 노동자계급 내부의 근본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미국 제1노총인 AFL-CIO는 1월 21일, “트럼프와 공화당의 극단주의적 지도자들이 분열적 수사를 퍼뜨리며 공포심을 조장하나, 노동자들은 우리의 동료 노동자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번영을 돕는 노동자들을 추방하고 미국으로 향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를 배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모든’ 노동자 가족의 기본권을 방어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부문·직종 간 유불리에 따른 단기적 판단을 넘어, 이런 정신에 입각한 계급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의 형성을 통해 트럼프주의에 맞서 나갈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 충격을 준 트럼프의 영토 확장 발언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타국에 개입·침공한 적은 있어도 ‘영토 확장’을 추구하진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해 미국 영토로 삼겠다,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회수하겠다,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라”고 발언하는 등에 이어, 2월 4일에는 미국이 직접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소유하고 약 2백만 명의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뒤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매우 가치 있는 희토류를 갖고 있고, 우리는 수백억 달러 지원에 대한 담보로 희토류를 원한다”고 썼다. 이런 발언들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제국주의’(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라는 표현마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는 트럼프의 가자지구 관련 발언을 “역사를 바꿀 결단”이라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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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러시아가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며 전후 국제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미국마저 국제질서의 수정을 추구한다면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협상하지 않을 시)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위협한 게 휴전협정 성사에 얼마간은 기여했다고 평가되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내 강경파의 존재로 협정 이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최근 트럼프의 발언이 다시 불을 지핀 꼴이 됐다. 가디언과 CNN의 인터뷰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들은 트럼프의 발언에서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강제이주했던 트라우마를 떠올린다고 한다. 이때부터의 기나긴 분쟁이 1993년 ‘두 국가 해법’을 골자로 한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로 일단락됐는데, 트럼프가 그 해법과 배치되는 구상을 발표하며 중동 정세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사회운동은 전후 세계질서와 각지에서 평화를 구축하려 했던 노력을 뒤엎는 트럼프의 행태를 규탄해야 할 것이다.
사회운동은 트럼프주의의 확산에 맞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못되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도 트럼프를 옹호하는 여론이 꽤 보인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한국에 손해를 주겠지만, 그렇게 자기 국민만을 위한 개혁을 밀어붙이는 대통령이 있는 미국이 부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세계화·보호무역·반이민으로 집약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인의 안녕조차 위협할 것이다.
한편, 한국 정치양극화의 양쪽 세력 모두 트럼프를 따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은 트럼프가 유행시킨 ‘Stop the Steal’ 구호를 따라 외치며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외신 인터뷰에서 자신을 트럼프와 같은 실용주의자라 소개한 바 있으며, 최근 민주당은 북미대화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트럼프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이렇듯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 위협이나 한반도 평화 문제뿐 아니라, 정치문화 측면에서도 트럼프주의가 한국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회운동은 이런 트럼프주의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그 결함을 비판하고 국제주의에 입각한 대안을 형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