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5.04.03

우크라이나 전쟁 3년과 트럼프-푸틴 휴전협상을 바라보는 러시아 좌파의 관점

러시아 《포슬레》,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의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 성명

사회진보연대
번역 | 김진영 정책교육국장
 
역자 해설
 
 
한 달 이상 지난 지금도 휴전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고, 파국으로 끝난 2월 28일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회운동의 태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망을 두고 많은 논의가 있으나, 그 속에서 현지 시민들의 목소리, 특히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침략국 러시아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미러 간 휴전협상이 정의로운 평화가 아닐 뿐더러 세계를 위협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먼저 이번에는 러시아 좌파 그룹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아 발표한 두 개의 성명을 싣는다. 다음 차례로는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좌파단체 사회운동’(Sotsialnyi Rukh, SR)의 활동가이자 좌파 저널 커먼스(Commons)의 편집자인 데니스 필라쉬의 인터뷰, “좌파는 침략자를 달래려는 트럼프-푸틴 협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정의로운 평화를 지지해야 한다”를 번역 게재할 예정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두 글은 각각 러시아 좌파 반전 매체 포슬레(Posle)와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Left for Peace Without Annexations)의 성명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창간된 러시아 좌파 반전 매체 포슬레는 러시아 제국주의 비판, 마르크스주의와 민족자결권, 러시아 내 반전운동 등의 주제를 다뤄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각국 좌파 내 논쟁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장으로도 기능해왔다. 《포슬레》를 참고한 《사회운동포커스》 기사로는 “‘프리고진의 행진은 무엇에 관한 것이었나?”(전문 번역), 푸틴의 전쟁 동원에 맞서는 러시아 반전운동, 뒤틀린 반제국주의와 평화주의를 넘어, 뒤틀린 반제국주의와 평화주의를 넘어(인용, 발췌)가 있다.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는 2024년 11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포스트-소비에트 반전 이민자 회의를 계기로 모인 러시아 사회주의자 그룹이다. ‘병합 없는 평화’란 현재 트럼프-푸틴 협상에서 논의되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을 러시아 영토로 병합하는 안은 정의로운 평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즉각 휴전하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주민의 자결권 문제는 (러시아군의 철군을 전제로 한) 해당 지역의 ‘국민투표’(referendum)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자는 결의안이 쾰른 회의에서 제안되자,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는 그런 ‘국민투표’로 우크라이나 민중의 자결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기만이고, 러시아가 이 전쟁의 승자로 보이도록 내버려둔다면 국제안보가 훼손된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결의안을 냈다. (회의는 두 개의 결의안에 참가자가 각자 판단에 따라 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모든 러시아인의 의견이 같을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사건은 현실의 논쟁을 반영한다. 그러나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가 지적한 대로, 우크라이나의 ‘사회운동’(SR), 솔리더리티 컬렉티브스(Solidarity Collectives)와 러시아의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FAR)과 같이 현지에 기반을 두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직들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과 자결권을 지지하고 있다.
 
* 이하, [] 안은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인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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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3년: 우리가 배우지 못한 [1917년 러시아 혁명] 검은 2월의 교훈
 
《포슬레》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범죄적 공격이 전면 침략으로 확대된 지 이제 3년이 되었다. 수십만 명이 죽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고국을 떠났으며 수십 개의 도시가 폐허로 변했다. 키이우[우크라이나 정부]의 신속한 “정권 교체”를 위한 최초 계획이 결정적으로 실패한 2022년 3월 이후, 푸틴의 “특별군사작전”은 소모전이 되었다. 크렘린[러시아 정부]은 [러시아군] 사상자를 무시한 채 우크라이나와 그 동맹국 모두에 대한 전쟁 비용을 무시무시한 집요함으로 계속 높여 왔다. 푸틴의 러시아에, 이 전쟁은 더는 단순히 국경을 확장하거나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실존적 문제다. 문제는 이것이다. 러시아 [푸틴] 정권이 살아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을 세계 정치의 새로운 원칙으로 만들 수 있을까? “특별군사작전”의 궁극적인 목표인 우크라이나 독립 국가의 파괴는, 무력한 국제법에 대한 진정한 군사 강국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신호로 모든 이들에게 인식될 것이다. 세계가 제국주의 재분배의 새로운 시대, 즉 가장 힘센 군사 강국 간의 영토 싸움에 돌입할 때에만 러시아의 “승리”는 진정으로 공고해질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협상이 시작된 뒤로, 오늘날 이 “승리”가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것은 군사적 승리가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은 계속 저항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3년 동안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를 단 한 곳도 점령하지 못했다. 대신, 이것은 푸틴이 내세운 세계관의 승리, 즉 이데올로기적 승리다. 협상의 형식, 즉 세르게이 라브로프[러시아 외무장관]와 마르코 루비오[미국 국무장관]라는 군사 강국 대표들이 다른 나라[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천연자원의 분할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하는 모습은, 18세기 말 폴란드 분할[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가 폴란드를 분할하여 합병]이나 1938년 뮌헨협정[체코슬로바키아 영토 일부를 나치 독일에 할양]과 같은 과거의 가장 수치스럽고 부당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다른 점은, 뮌헨에서와 달리 이번에는 외교관들이 제국들의 새로운 경계를 그릴 수 있는 지도가 협상 테이블에 없다. 미국 행정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어떠한 확실한 계획도 제시하지 않았고, 러시아는 아직 영토 주장 중 적어도 일부라도 타협하고 포기할 어떠한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양측 모두에게 이번 협상은 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들에게는 이러한 [우크라이나 분할] 시나리오가 더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아니며 게임의 규칙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성과는 없었지만, 이번 협상은 21세기 제국주의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정말로 포식자와 피해자로 나뉜다면,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이미 20만 명 이상의 군인이 목숨을 잃은 오늘날의 러시아가 지배 엘리트 사이에서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잘 알려진 것처럼,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직전 러시아 제국은 비슷한 질문에 귀를 닫았다. 자국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잘못된 제국의 신화와 자국민에 대한 경멸에 눈이 먼 차르의 러시아는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지 못했다. 대신 군대 붕괴와 혁명에 직면했다. 전쟁에 참여한 다른 나라들의 수백만 시민도 러시아 제국의 노동자들을 따라, 그들의 분노를 자국 정부를 향해 돌렸다. 이 교훈이 지배 엘리트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지는 데는 또 한 세기가 걸렸고, 그들은 다시 제국의 확장에 집착하게 되었다.
 
현재 푸틴과 트럼프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평화 대화”는 전 세계에 새로운 전쟁을 불러올 뿐이다. 제국주의는 결코 중간에 멈추지 않는다. 오직 원하는 영토를 손에 넣고, 그로써 새로운 침략을 불러올 뿐이다. 오늘날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운명은 곧 인류의 미래 모습이 될 수도 있지만, 인류는 언제나 이 제국주의 광기에 “그만!”이라고 외칠 기회가 있다.
 
 
트럼프-푸틴 협상은 제국주의의 승리를 의미하며 필연적으로 더 많은 정복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
 
2014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의 대우크라이나 전쟁의 본격적인 국면이 3년 전 시작되었다. 처음 8년은 은밀한 하이브리드 전쟁이었다. 지난 3년은 잔인함에 있어 완전한 ‘고기 분쇄기’와 같은 전쟁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이웃 국가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해왔다. 평범한 우크라이나인과 노동자들은 집과 일자리, 생명을 잃고 전쟁을 피해 피난을 떠나야만 했다. 영웅적인 우크라이나 민중은 3년 동안 불충분한 국제연대와 거의 없다시피 한 서방 국가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의 침략에 저항해왔다.
 
전쟁 3주년을 맞이한 지금, 우파 반공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희생시키면서 평화라는 아이디어를 홍보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일으켰다고 비난하며, 우크라이나를, 적어도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을 푸틴과 나눠 갖고 싶은 듯하다. 몇몇 이들의 말과는 달리, 제국주의자들은 지쳤으며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민중의 주권을 마침내 박탈함으로써 전쟁을 끝내려 한다.
우리가 이런 협상을 지지해야 하는가? 러시아의 혁명적 패배주의자들은 이런 협상에 반대해야만 한다!
 
이 협상은 우크라이나인에게 도저히 말도 안 되게 부당한 것이다. 이 협상은 또한 제국주의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며 필연적으로 더 많은 정복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한 협상이 합의에 이르면, 러시아는 전쟁 기계를 계속 가동하고 군인들의 귀환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아무 처벌 없이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가 [러시아로] 병합되면, 러시아 연방을 포함한 모든 제국주의자들의 마수가 풀려날 것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역들에 대한 점령이 계속되기를 바라나? 아니다!
 
“다른 이들에게 쓰일 사슬을 만드는 자는 자신에게 쓰일 사슬도 만든다.” 독재 아래 사는 러시아인들은 이 문구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제국주의는 진보적인 모든 것에 맞서 전면전을 벌이고 있으며, 모든 사람의 안전하고 건강한 미래를 빼앗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의 새로운 정복 전쟁을 원하는가? 아니다!
 
제국주의, 실지회복주의(Revanchism), 이웃 민중을 다시 예속시키려는 러시아의 욕망은 러시아와 우리 이웃들(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조지아, 몰도바 등)의 관계를 파괴하여 사회주의 국제주의의 전망을 뒤로 미뤄왔다. 러시아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지 않고, 억압받는 이웃 민중에 대한 침략과 실지회복주의를 허용하는 러시아인은 부끄러워 해야 한다!
 
지금 투쟁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서방 제국주의 정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줄이는 대신 도리어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유럽 국가들과 미국 시민사회의 목소리, 그리고 노동자들의 압박이다! 유럽 좌파는 이것을 주장해야 한다!
 
좌파는 또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상 또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원조를 제공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미국의 지원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더라도, 유럽연합의 원조가 확대된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제국주의에 계속 저항할 수 있고 결국 우크라이나 민중이 승리할 수 있다! 국내에서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등 러시아 좌파 패배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권과 “우리 자신의”[러시아의] 제국주의의 패배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우리는 러시아 국외의 좌파에게도 같은 요청을 한다! 올해를 러시아 제국주의 침략의 마지막 해로 만들자!
 
주제어
평화 국제
태그
우크라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전쟁 미러협상 휴전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