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동향
| 2025.04.15
좌파는 침략자를 달래려는 트럼프-푸틴 협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정의로운 평화를 지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좌파 활동가 데니스 필라쉬와의 인터뷰
[역자 해설]
3월 13일, ‘21세기 사회주의’를 다루는 국제 저널 ≪LINKS≫는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사회주의자이자 ‘사회운동’(Sotsialnyi Rukh, SR) 활동가, 우크라이나 좌파매체 ≪커먼스≫의 편집자 데니스 필라쉬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진영주의를 초월한 연대가 가능할까? 그러한 연대의 매개와 전망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참화를 영구히 멈추고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부끄럽게도 3년 동안 전 세계 좌파가 단결한 답을 내놓지 못한 이 문제를 두고, 트럼프는 침략자 푸틴을 달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인터뷰는 “세상의 누구보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바라는” 우크라이나인이자, “전 세계에서 부상하는 권위주의에 맞서 일관적이고 강력한 국제주의 운동을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좌파 활동가인 데니스 필라쉬의 주장을 소개한다.
데니스 필라쉬는 이 인터뷰에서 크게 두 가지를 주장한다. 첫째, 현재 침략자인 러시아를 달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푸틴과 트럼프 사이의 협상은 부당하다. 많은 우크라이나인은 이에 분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은 평화를 원하지만, 부당한 평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침략자를 달래는 방식으로 평화를 이룩한 역사는 없다.
둘째, 트럼프와 푸틴의 행태는 단순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욕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강대국들이 영향권을 나눠 세계를 분할 지배하는 2차 세계대전 이전 세계로의 회귀를 노골적으로 도모하는 것이다. 또한 자국 정치를 견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과 올리가르히와 같은 초부유층의 유착관계로, 다시 말해 ‘러시아식’으로 재편하려는 시도이다. (올리가르히는 구소련 국가의 민영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특권층을 말한다. 소련 해체 후 러시아에서는 일부 기업가들이 올리가르히로 성장하여 은행, 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고 국가 권력과 긴밀히 유착했다) 이러한 시도는 트럼프나 푸틴을 비롯한 세계 권위주의 정권을 비롯해 유럽의 극우파와 같은 이들이 힘을 합쳐, ‘다극화’라는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좌파는 강력하고, 조직적이고, 일관된 국제주의 운동으로 이를 저지해야 한다.
필라쉬는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던 트럼프 정권과 25년 동안 부당한 선거로 장기 집권을 하는 푸틴 정권이, 선출되지 않는 절대 군주가 통치하는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모여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야유한다. 그는 러시아가 진정으로 우크라이나의 선거를 원한다면, 안전한 환경에서 선거가 안정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격을 중단하면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협상을 시도한 것에 관해서는, “교묘한 마르크스주의 극작가”가 각본을 쓴 것과 같이 정형적이면서도 황당하다고 논평한다. 그가 지적한 “각본과 같은 현실”은 “광대 같은 대통령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공동운영하고 있는 국가”가 “제국주의적 태도”를 취하며 “다른 제국주의 국가”와 약소국의 운명을 저울질하는 트럼프와 푸틴의 거래를 일컫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라 칭했던 논자들에게, 그렇다면 이제 우크라이나는 누구를 대리하여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인지 반문하기도 한다.
그는 구체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안과 종전안에 대해, ‘정의로운 평화’라는 관점이 없는 평화주의적, 이상주의적 관점은 겉으로는 평화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강대국 러시아에 약소국 우크라이나가 양보해야 한다는 현실주의적 틀에 갇히므로 허무하다고 지적한다.
여러 가지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는 그의 답변은 우크라이나와 세계의 미래가 위태로운 지금 숙고할 거리를 던져 준다.
* 이하 () 안은 원문의 설명이고, [] 안은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가 덧붙인 설명이다. 소제목도 인터뷰의 주요 주장을 요약하여 역자가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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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필라쉬는 정치학자이며, 우크라이나의 민주적 사회주의 단체인 ‘사회운동’(Sotsialnyi Rukh, SR)의 활동가이자 좌파 저널 《커먼스》(Commons)의 편집자다. 《LINKS》의 페데리코 푸엔테스와의 광범위한 인터뷰에서, 필라쉬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만남에 대한 우크라이나 내 반응과 미국의 대러정책 변화에 따른 결과가 우크라이나와 세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또한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가 주도하는 극단적 반동의 국제적 축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해 설명하고, 좌파가 모든 억압자에 반대하는 새로운 국제주의를 옹호해야 하는 이유를 주장한다.
최근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만남에 대한 우크라이나 내부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트럼프와 밴스는 젤렌스키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모욕했다
예상대로 분노의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트럼프와 부통령 J. D. 밴스가 젤렌스키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을 모욕하려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피해자를 냉소적으로 비난했습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의 편에 서서, 자신들도 가해자임을 입증했습니다. 제가 군인을 포함한 여러 사람에게 들은 바로는, 사람들은 현 미국 행정부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가 매우 불리한 “거래”를 강요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 거래는 아무 대가 없이 우리의 자원을 넘겨주는 것입니다. 안보 보장도, 이익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거래는 단순히 침략자가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모든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거래입니다.
그것은 우리 단체 ‘사회운동'과 광범위한 우크라이나 좌파 전체가 주장해온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대외 부채를 탕감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재건 자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올리가르히가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약탈해 서방과 조세 피난처에 숨겨 놓은 부를 통해 조달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들 자산 중 일부는 유럽 정부에 의해 동결되어 있으며, 그 자금은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내에는] 트럼프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극소수만이 트럼프에 대한 착각을 계속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젤렌스키가 좀 더 순종적으로 굴고 고개를 끄덕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의 비대한 자아를 달래주면 그가 말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세계 지도자가 트럼프와 거래를 시도한 방식은 비열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어떤 일이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트럼프, 밴스, 그리고 머스크의 믿음을 강화했을 뿐입니다.
트럼프와 푸틴은 궁극적으로 같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그의 극우 보수 정치 브랜드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긍정적인 일일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 그가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쳤을 때, 우크라이나 내에는 트럼프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이 어떻게든 사건의 흐름을 바꾸고, 어쩌면 마법처럼 전쟁을 유리한 방향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많았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트럼프를 싫어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트럼프와 푸틴의 극우 정치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봅니다. 그들은 트럼프와 푸틴이 궁극적으로 같다고 봅니다. 트럼프와 푸틴은 가장 강한 자가 규칙을 정하는 세계에 힘의 지배를 강요하려는 두 강대국의 통치자라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180도 정책 전환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설명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세계를 한 세기 전으로 되돌리려는 극단적 반동의 축의 형성
많은 설명이 제시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한 심오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서 어떤 특정한, 일관된 비전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우리가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분명한 이념적 메시지입니다. 트럼프, 밴스, 머스크는 본질적으로 세계, 특히 유럽에 “우리는 당신들에게 전쟁을 선포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는 극우파와 신파시즘 세력이 모든 곳에서 권력을 잡길 원하고, 우리는 이러한 파시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들과만 협력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백악관에서 환영받고 존중받는 유일한 사람들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수배 중인 전범이라는 것은 꽤나 의미심장합니다. 최근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방문했을 때 어떻게 환영받았는지 보십시오. 아니면, 트럼프 행정부가 푸틴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보십시오. 트럼프는 전쟁에 대해 푸틴을 비난하거나 그를 독재자라고 부르는 것을 항상 피하고, 대신 푸틴의 강력한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들이 기꺼이 맞이하는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 “일론 [머스크의] 경례”라고 부를 수 있는 것과 관련된 사람들입니다. 즉, 독일을위한대안당(AfD), [아르헨티나 대통령] 밀레이, 그리고 극단적 보수주의, 시장 근본주의, 신파시즘의 가치를 장려하는 다른 극우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1월 20일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취임식에서 나치식 경례로 해석될 수 있는 몸짓을 하여 논란이 되었다.]
트럼프, 푸틴, 네타냐후, 유럽의 극우파, 그리고 전 세계의 다양한 독재 정권들이 한데 모이는 새로운 축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러시아의 전면 침공 3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와 약 50개 국가가 공동 발의한, 러시아의 전쟁 행위를 규탄하는 결의안 초안에 대한 UN총회 표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에는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이스라엘, 오르반의 헝가리, 서아프리카 쿠데타 벨트의 군사 정권들, 북한 등이 있습니다. 이전에 극단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했던 밀레이의 아르헨티나조차도 기권했습니다. 밀레이는 자신의 아버지 트럼프를 비판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은 세계에 대한 비전에서 이해관계가 명확하게 일치합니다. 이 비전은 푸틴이 오랫동안 지지한 것으로, 그는 이를 “다극성”(multipolarity)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비전에서는, 예를 들어 러시아는 구소련 지역에서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미국은 서반구에서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서반구에서 오랫동안 제국주의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그린란드, 캐나다, 파나마에 대해 팽창주의적 주장을 하고 멕시코를 시작으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는 지금, 우리는 그들이 더는 이 사실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다극화 세계’를 환영하는 진영주의 좌파의 오류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한 세기 이상 이전의 제국주의와 비슷한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친미제국주의 진영과 반미제국주의 진영으로 나뉜다고 보는 많은 진영주의 좌파는 전 세계에 권력의 중심이 많이 있는 것이 본질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졌습니다. 이들은 그런 세계가 어떻게든 자동적으로 더 평등하고 더 민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현실은 그 반대임이 밝혀졌습니다. 이 “다극성”이란 브랜드는 세계를 민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한 줌의 강대국들, 오직 이 강대국들만이 주체가 되는 세력권으로 분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트럼프가 진정한 경쟁 상대로 보는 유일한 강대국은 중국이고, 따라서 트럼프는 러시아를 자신의 편에 두려고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와 푸틴의 동맹은 단순히 지정학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계급 분석을 포기하고 전적으로 지정학적 사고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늘날 좌파 중 상당수의 아킬레스건입니다. 트럼프와 푸틴은 세계 극우의 롤모델입니다. 그들은 계몽주의의 유산을 해체하려는 보수적 질서라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 민족주의적이고 쇼비니즘적이며 배타적인 비전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 동맹에 관한 설명입니다.
러시아 올리가르히 체제를 모사하려는 트럼프와 극우
그리고 이 동맹은 계급과 관련이 있습니다. 서구 지배계급의 가장 반동적인 부분들이 복지국가의 잔재를 해체하고 20세기에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쟁취한 [지배계급의] 양보를 되돌릴 기회를 움켜쥐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자본가인 머스크가 미국에서 사회 보장, 교육, 공중 보건에, 그리고 모든 것에 가하는 공격을 통해 이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혹자가 기술 봉건주의라고 부르는 것을 실행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초자본주의라고 부릅니다. 여기에서도 트럼프와 푸틴은 같은 비전을 공유합니다. 억만장자 미국 대통령은 초부유층이 정치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 한 계속 약탈을 할 수 있도록 정치 지도자들이 허용하는 러시아의 올리가르히 체제를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극우파는 억제되지 않는 절대 권력을 기반으로 한 이 올리가르히 체제를 서구에서 복제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은 세계 질서를 재편하여 소국들과 소국 민중들에게서 일체의 주체성을 빼앗으려는, 그들의 공통된 비전의 일환입니다. 그들은 모든 국가에 극단적인 권위주의 위계를 강요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고의적인 우크라이나 모욕 시도는, 이 극단적 반동의 축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트럼프가 제안한 협정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식민주의를 강요하는 광물협정
희토류 광물 협정에 관해 가장 먼저 할 말은, 아직 이 협정의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협정의 최종안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둘째, 협정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이 협정은 소련 시대의 탐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한 수치에 근거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5천억 달러 규모의 협정을 이행하기 충분한 희토류 광물이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만약 광물이 충분하지 않거나 채굴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 협정은 [그럴 경우에] 우크라이나가 다른 자원이나 우크라이나 경제의 다른 부분, 특히 인프라를 넘겨줌으로써 미국에 보상해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히 이 협정은 경제적 식민주의를 강요합니다. 이 협정은 우크라이나를 의존적이고 착취당하는 나라로만 자리매김하게 할 뿐이며, 글로벌 사우스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입니다.
러시아-미국 평화 회담은 어떻게 될까요?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크라이나 국민의 머리 너머로 우크라이나를 분할하려는 모스크바와 워싱턴 간의 협상이 진행된다면, 이는 전 세계 민중, 특히 글로벌 사우스 민중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것입니다. 상황은 매우 분명합니다. 주변국인 우크라이나는 이웃 국가인 러시아 제국주의에 의해 학대받아 왔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 제국주의에 의해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이 두 제국주의 세력은 우크라이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음험한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가 이보다 더 명확할 수는 없습니다. 마치 매우 거친 마르크스주의 시나리오 작가가 쓴 각본 같습니다. 억만장자들로 구성된 행정부를 광대 같은 대통령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 그들은 뻔뻔하고 노골적으로 제국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푸틴의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대리전을 수행한다는 주장의 오류
물론, 우리 정치적 좌파는 미국에 대해 환상을 품지 않았습니다. 시리아의 쿠르드족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인들은 침략자에게 맞설 수 있는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기회든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이것이 동등한 세력 간의 대화가 아니며, 강대국이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우크라이나 지배층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상황은 푸틴의 러시아가 서방과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한 일종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변명할 여지를 남기지 않습니다. 진영주의적 사고방식은 제국주의가 영구적인 대립을 유지할 것이며, 나의 적의 적은 어떻게든 나의 친구라고 믿습니다. 이런 공식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우리의 현 상황은 이 전쟁이 전부 단지 대리전이라는, 지나치게 단순한 주장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만약 이것이 대리전이라면, 지금 우크라이나는 누구를 대신하여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 미국은 분명히 우크라이나 편이 아닙니다. 미국은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덴마크를 대신하여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라트비아를 대신하여?
불행히도, 우리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직면한 상황에 대해 자주 무지합니다. 그래서 우리 ≪커먼스≫ 저널은 “주변부의 대화”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와 중동부 유럽의 사람들과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사람들을 연결하여 식민주의, 신식민주의, 제국주의의 경험, 역사, 유산을 공유하는 것을 도우려 합니다. 우리의 상황은 다르지만, 강대국이 소국을 정복하고 식민지화하고 예속시키는 패턴은 매우 유사합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협상에서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있을까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주민의 운명을 도외시할 수 없다
먼저 말할 것은, 러시아의 선전이 그리 능수능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광이고 러시아는 평화를 지지한다는 관념을 만들어 내기는 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유럽에서 아돌프 히틀러 이후 가장 큰 침략을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들은 “협상”, “평화 회담”, “평화 협정”과 같은 용어를 독점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고관들의, 그러니까 정권의 투견처럼 행동하는 미친 사람들 말고, 푸틴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같은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반환하지 않을 것일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영토를 양도하는 것을 평화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본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결코 점령하지 못했고 따라서 헌법상 자국 영토로 편입하기 위한 가짜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못했던 대도시 자포리자를 포함한 헤르손과 자포리자 주 전체가 포함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것이 수용되어야만 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진실은, 세계 어느 누구보다도 우크라이나인들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당연히 전쟁에 지쳤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들이 러시아에 항복하고 우리의 땅과 국민을 넘겨주고 싶어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가 분할되면, 점령지에 있거나 도망쳐야 했던 수백만 명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침략자에게 막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결과는 푸틴의 권위주의 정권을 강화하고 특히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탄압을 더욱 심화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어떤 협상이든, 그에 관해 생각할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둡니다. 하나는 점령지 주민들의 운명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러시아가 전쟁을 재개하지 못하도록 할 것인가입니다.
이 가운데 합의가 가능한 영역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불법 합병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를 인정하면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휴전 뒤 우크라이나가 현재 점령된 영토 중 적어도 일부를 유지하고, 나머지 영토의 운명에 관해서는 협상하는 식의 임시 협의를 기꺼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러시아의 침략전쟁 재개를 막을 것인가?
우크라이나 정부가 제기한 또 다른 중요한 조건은 안전 보장입니다. 어떤 보장이 러시아가 휴전을 이용해 더 많은 자원, 인력, 포탄을 축적한 다음 다시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증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는 러시아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전의 “약한” 미국 대통령들과는 달리 자신은 “강력한” 사람이라 푸틴이 그를 개인적으로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하이브리드 전쟁을 중단한 적이 없습니다. 트럼프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아직은 소수이긴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될 전망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이와 관련된 모든 의미와, 우리가 좌파로서 알고 있는 나토의 모든 문제점을 제쳐두겠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다시 침략하지 않도록 하려면 중요한 국가들이 포함된 일종의 안전 보장은 필요합니다.
종종 제기되는 비판 중 하나는 선거가 실시되지 않았으므로 젤렌스키는 앞으로 가능한 협상에 임할 적법성이나 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선거를 문제 삼기 전에 우크라이나 폭격을 중단하라
웃긴 일입니다. 한 사람[트럼프]은 자신이 패배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했고, 또 한 사람[푸틴]은 완전히 거짓된 선거를 통해 25년 동안 집권해 왔으며 정치적 반대자들을 살해했습니다. 이 두 사람이 전쟁통에서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비판하려고, 선출되지 않은 절대군주제가 통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났습니다.
전쟁 중에는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나라가 계속 폭격을 당하고 있다면, 이런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피난을 강제당해 국내 피난민이 되었거나 국외 난민이 된 수백만 명을 어떻게 선거에 참여시킬 것인가입니다. 최전방에 있는 군인이나 [러시아군] 점령 지역에 있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투표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 때문에,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습니다. 전쟁이나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을 금지하는 우크라이나 헌법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아도 이렇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지길 그렇게 간절히 바란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포격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2024년 5월 20일로] 젤렌스키의 임기가 끝났으니 우크라이나 당국이 불법 정권이라는 주장에 대한 대답도 똑같습니다. “[러시아는] 적대 행위를 중단하라. 그러면 우크라이나 민중은 선거에서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의 인기가 엄연히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민중은 여전히 젤렌스키가 다른 정부 기관들보다 더 적법하다고 봅니다. 우크라이나 민중은 확실히 트럼프와 푸틴보다 젤렌스키를 더 적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우크라이나의 다른 어떤 정치인 지지율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의 유일한 실질적 경쟁자는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었던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으로 보이는데, 잘루즈니는 당연히 친러파가 아닙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젤렌스키를 제거하고 트럼프와 푸틴에게 우호적인 대통령을 선출하길 원한다는 식의 암시는 모든 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됩니다. 실제로,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면, 그렇게 급하게 치러진 선거에서는 젤렌스키가 더욱 쉽게 승리할 것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정치인들은 자신이 젤렌스키보다 더 나은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지지율은 4% 이하입니다.
현재 상황은 우크라이나 좌파에게 어떤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기할까요?
혁명적 변화를 향한 길을 닦을 수 있는 정치적 주체를 만들 기회
이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 좌파뿐만 아니라 모든 우크라이나 민중에게 거대한 도전입니다. 과거에는 우리의 미래가 불분명했다면, 지금은 훨씬 더 불안정합니다. 그러나 좌파의 관점에서 볼 때, 현 상황은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습니다. 즉, 자본가와 기업가를 찬양하는 그 모든 신화가 명백하게 사람들의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말하는 방식은 이 거짓 우상들에 대해 환상을 품었던 사람들을 소외시켰습니다. 여전히 그들을 응원하는 유일한 이들은 트럼프적 반동이 전 세계에서 승리하기를 원하는 극우뿐입니다.
이 순간을 포착해서, 사람들에게 문제가 개인이 아니라 이런 비열한 자들[트럼프와 머스크]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사회를 희생시키면서 자본 소유자들에게 보상하는 체제인지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 길을 계속 간다면, 이 [자본주의] 체제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파괴할 것입니다. 지금은 또한 신자유주의적 올리가르히 자본주의에 대해 우리의 대안을 제시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 전쟁에서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노동자 계급에게 이익이 되는 이슈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자의 힘을 키우고 우크라이나 경제를 재조직할 제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민중의 복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시에는 이런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러시아의 침략에] 제대로 방어할 수 있으려면 제대로 작동하는 전시 경제, 의료 체계, 과학 및 연구 부서 등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또한 [우크라이나 경제의] 재건 단계에서 사적 자본의 이해관계가 아닌 사회 지향적 이슈가 우선시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올리가르히적 민영화의 반전(反轉)과 경제의 전략 부문에서 공공 소유권 회복이 필요합니다.
이는 또한 좌파 내의 다른 사회주의 및 무정부주의 운동의 동지들, 노동조합 활동가들, 진보적 사회운동의 구성원들과 계속해서 함께 조직하는 것을 뜻합니다. 전쟁으로 삶이 산산조각 난 사람들을 지원하고, 군대에 있거나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무장 저항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혁명적 변화를 향한 길을 닦을 수 있는 정치적 주체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유대와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우크라이나 좌파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좌파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극단적 반동 세력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볼 수 없었던 모멘텀을 얻은, 극단적 극화(極化)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트럼프의 가자지구 계획은 서로를 강화하고, 전 세계의 반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푸틴은 세계를 더욱 끔찍한 지옥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들이 진정한, 조직된 저항에 부딪히지 않는 한, 극단적 보수주의와 파시즘 세력은 계속해서 이 나라 저 나라에서 권력을 잡을 것입니다.
우리의 계급적 적들은 세계적 차원에서 단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좌파가 국제적으로 단결할 것인지 정말로 고민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일관된 국제주의가 필요합니다. 더는 연대를 보류하며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어떤 이들이 다른 이들보다 어떻게든 더 지지할 가치가 있는지, 혹은 지지할 가치가 없는지 결정하려 애쓰는 것을 그만둬야 합니다. 이들 모두가 잘못된 압제자에게 억압받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의 모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상황[미국-러시아 평화 회담]이 (최소한 이전 상황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이라고 보는 실제 진보주의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상황이 학살을 종식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이나 세계대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향한 투쟁을 “반서방 정권 지지”로 대체할 수 없다
사실 우리는 전 세계 동지들의 엄청난 연대와 지지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진보주의자들이 단지 우리 편을 들기를 거부할 뿐만이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듣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우리는 그 근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는 무력감에서 비롯됩니다. 무력감은 결국 사람들이 현존 체제(또는 적어도 주요 제국주의)에 어떻게든 도전할 수 있는 어떤 다른 세력이 있다면, 그것이 어떻게든 변화의 여지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지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좌파 정치와 완전히 단절된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생각은 냉소적인 레알폴리틱[가치나 이념을 중시하지 않는 현실 정치] 또는 정치에 대한 “현실주의적” 비전과 공통점이 더 많습니다. 그것은 계급 정치의 포기를 의미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향한 투쟁을 단순히 아무 반서방 정권이나 지지하는 것으로 대체합니다.
이런 종류의 생각이 어떻게 우파 보수주의적 사고방식과 매우 유사하게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보수주의자들은 쿠바 혁명이 세계를 핵전쟁의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 당시, 그들은 “쿠바가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소련의 미사일을 원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다”라고 말했고, “미친 쿠바인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오늘날, 당신은 똑같은 말을 듣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어떻게든 “3차 세계대전을 두고 도박하는 전쟁광”이라는 말입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와의 차이라면] 단지 지금은 극우 억만장자 미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좌파 일부로부터도 그런 말을 듣습니다. 3차 세계대전을 정말로 원하는 자들은 침략자들입니다. 3차 세계대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의 목숨, 심지어 러시아인의 목숨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푸틴입니다. 그런데도 좌파 인사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을 비난하고 그들이 “마지막 한 명까지” 싸우려고 한다고 비난합니다.
침략자를 달래서 전쟁을 피한 역사는 없다
전쟁을 피하는 측면에서 보면, 현실에서 침략자에게 보상을 주거나 침략자를 달래는 것이 효과가 있었던 역사적 사례는 없습니다. 반면 그런 행위가 어떻게 2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는지에 관한 사례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 사회가 파시스트의 스페인 내전 승리를 막기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던 때를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스페인] 공화국 측에 원조를 제공한 스탈린의 소련조차도 그 대가로 스페인이 보유한 금을 가져갔습니다. 이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광물을 원하는 것과 매우 흡사합니다. 마찬가지로, 영국과 프랑스는 “불간섭”이라는 명목으로 스페인공화당을 그저 버렸습니다. 그들은 또한 [유럽] 지역 내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여겨졌던 체코슬로바키아를 해체하는 데 히틀러와 직접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 제2차 세계대전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소련과 독일 간의) 몰로토프-리벤트로프 협정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소련을 공격하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즉, 이러한 패턴은 계속해서 반복됐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진보주의자들의 문제는 그들이 제안할 실질적인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상자 밖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전쟁은 결코 답이 아니다”, “외교에 기회를 주자”와 같은 근사한 평화주의 구호, 대개 이상주의적인 구호를 내세웁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이 집착하는 해결책은 강대국이 주장하는 레알폴리틱과 같습니다. 즉, 제국주의자들이 약소국들을 분할하고 세계를 여러 세력권으로 나누는 협상을 하도록 놔두자는 것입니다. 이런 논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우리 입장이 되어서, 이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점령당하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하고 있는데,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은 이 상황이 더 나은 세계 질서를 조직하는 데 기여한다고 본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현실은, 현재 우리의 상황은 더 나쁜 방향으로 세계를 재편하는 데만 기여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수사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미국과 러시아(그리고 분명 이스라엘)가 주도하는 새로운 파시즘적 국제 질서의 일부인 극단적 반동 세력과 점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당신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그들의 계획이 “괜찮다”고 한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그들의 계획도 “괜찮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약소국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제국주의 세력들이 모이는 것도 “괜찮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 격동의 시기에 국제 좌파는 우크라이나 민중, 특히 우크라이나 좌파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새로운 국제주의 없이는 내일도 없다
제가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좌파는 자국의 지배계급,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세력과 결탁하고 있는 자국의 반동 세력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민중을 돕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러분 자신의 투쟁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모든 침략자, 모든 압제자, 모든 제국주의자에 반대하는 국제주의적 입장에 서 달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이것은 아첨하는 독재자들과 극단적 자본주의자들의 계획을 지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민중을 도울 방법을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좌파에게 중요한 투쟁입니다. “고통은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 “전쟁은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와 같은 근사한 구호로는 고통과 전쟁을 멈출 수 없습니다. 이를 달성하는 것은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입니다. 그러나 푸틴과 트럼프 사이의 이른바 ‘평화’ 협상은 침략자에게 보상을 주고 추가적인 침략을 부추기는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오늘날 좌파에서 볼 수 있는 레알폴리틱에 맞서려면, 우리에게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국제주의가 필요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에서 진보 세력과 사회 발전의 잔재에 대한 국제 극우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국가를 해체하고 미국의 주가 되라고 요구하거나 다른 나라의 일부를 합병하겠다고 위협할 때마다, 국제 사회는 매우 유약한 대응을 할 뿐입니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좌파인 우리는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최악의 자본주의적 악몽을 마주했을 때에도 말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됩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내일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세계를 그들의 입맛대로 재편하려는 극도로 권위주의적이고 파시즘적인 정권의 지배 아래에서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원하는 세계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근사하고 큰 놀이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