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199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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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조합은 노동자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

편집부
-- 주식투기열풍과 우리사주조합을 바라보며

금융화와 주식투기 열풍의 환상

한국은 지금 주식투기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신문지상은 주가등락 소식으로 가득하고, 부실을 남발하다 문을 닫는 금융회사들이 속출하지만, 신규 금융회사로 곧바로 대치된다. 일자리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은 퇴직금을 주식투자에 밀어넣고 일확천금의 단꿈에 젖어 든다. 얼마 전 담배인삼공사와 가스공사 주식공모에 전국이 떠들썩했다. 공기업이건 사기업이건 그 직원들은 우리사주 배정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주식투기 열풍은 금융자본주의 확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더구나 이 금융자본주의는 노동자에게까지 확산되어 주식 소유를 통해 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유포시키고 있다. 소위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노동조합운동의 전망이 그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의 비현실성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진전시키고, 경영참가를 이루어낼 수 있는 ‘형식적인’ 여지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주식회사 제도는 주식이 분산되어 소유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형식적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에서 주식회사 제도는 역사적으로 독점자본 축적의 한 형태로 기능해 왔고 한국사회 재벌의 독점적 위치와 합법적 수탈을 보장해준 체계로 기능해 왔다. 또한, 주식의 형식적 분산은 결국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독점적 소유로 귀결되었다. 과거 포항제철과 한국통신의 국민주 발행이 증명해주듯이 주식의 형식적 분산을 추구했던 국민주는 결국 채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재벌과 독점자본의 수중으로 넘어가버렸다.

우리사주 노동자의 이중성

주식과 주식회사를 통해 ‘진보’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는 너무나도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러한데, 금융에 의해 지배되는 새로운 형태의 축적체계는 생산에 대한 투자를 철저히 금융의 논리에 종속시켜내기 때문이다.
현재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정리해고, 노동유연화 등은 노동에 대한 착취를 강화시키고, 착취의 강도가 강할수록 생산의 팽창만이 아니라, 미래의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사주를 소유한 노동자는 그야말로 모순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 주가 상승을 위해 자신을 착취하는 자본가이자, 동시에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된다. 그러기에 주식시장의 활성화, 주식회사적 소유의 일반화 경향은 이러한 측면에서 제한해야 할 대상이지 결코 활용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주식의 소유는 그것이 우리사주라는 형태의 집단적 소유라 할지라도 결코 사회적 소유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조합은 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

우리사주조합은 개인적 소유의 물신성을 전제하고 있다. 노동자가 주식을 소유해야만 경영참가가 가능하고, 자본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는 발상은 유아적인 발상일뿐만아니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이다. 또한, 노동조합 운동의 무력화, 노동자의 개별화, 타협적이고 온건한 노동운동의 구축이라는 정권과 자본의 대 노동포섭전략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우리사주 조합은 훌륭한 ‘당근’으로 기능할뿐이다.
노동조합은 소유권과 주식에 기반해 자본을 통제할 것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계급적 단결로 자본을 통제할 것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 호주머니를 털고, 보너스와 수당을 반환하고, 퇴직금을 반납하여 얻는 우리사주가 노동의 미래를 보장할 것인가? 아니면 의무보유기간 1년을 채워 시세 차익을 노리는 개별화된 노동자로 우리 동지들을 내몰고 있지는 않은가? 당장의 정리해고와 노동시장 유연화 공세에 대한 적극적 투쟁보다는 우리사주 배정에 더 관심을 보이는 노동조합으로 타락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노동현장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운동은 이처럼 노동자 민중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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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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