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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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제국의 질서에 굴복할 것인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전쟁중단, 파병반대를 위한 긴급행동에 돌입하자!

사회진보연대
미군과 동맹군이 기어코 이라크를 향해 폭격을 가했다. 스스로 주도해 온 국제질서(유엔)도 무시하고, 전 지구적으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전쟁반대의 물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타락한 제국의 시대가 시작되는가? 수십 년 간 쓰고 있던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면을 벗고 독재와 폭력의 본성을 드러내는가? 걸프에 집결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총구 앞에 이라크 아니 세계의 운명이 발가벗겨진 채 내던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전쟁반대의 깃발을 더욱 높이 쳐들어야 한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단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미국이 구상해왔고 지금 현실에 등장시키려 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는 새롭게 각오를 다져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강력한 비판과 저항을 해내는 만큼 타락한 제국의 질서를 막고 새로운 세계를 출현시키기 위한 우리의 싸움은 전진할 것이다.


타락한 제국의 '더러운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더러운 침략전쟁을 막기 위한 반전투쟁도 더욱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탈리아 항만 노동자들은 미국이 군사장비를 걸프만으로 옮기기 위해 자신들의 작업장을 이용하려는 데 항의해 파업을 단행한 것을 비롯하여 14일에는 수백만 명의 유럽 노동자들이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이라크 침공이 개시된 지금 전 세계에서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행동들이 개시되고 있을 것이다.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투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경제적, 정치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부시 정부로서는 전쟁을 최대한 속전속결로 마무리지으려 할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외신들이 전하는 소식을 종합하면 "미국은 공습과 지상전을 거의 동시에 시작해 전쟁을 가능한 한 최단기간에 끝낸다"는 전쟁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 영 합동군은 개전 후 3~4일 동안 지난 91년 걸프전 때의 약 10배에 달하는 약 3천발의 순항 미사일과 정밀유도 폭탄으로 대규모 초토화 공습을 단행한 이후, 쿠웨이트 쪽에서 지상군을 침공시켜 수도 바그다드를 함락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걸프전 당시 공중폭격이 38일 간 계속되었다는 점과 비교해본다면 이번 공중폭격이 파괴력이 얼마나 가공할 만한 수준인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충격과 공포 계획(shock and awe)'이라는 시나리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인류 역사상 유래 없는 파괴력을 가진 전쟁이 될 것이다.
'신속함'과 '파괴력'을 중시하는 작전은 대량의 인명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걸프전 당시 미국과 동맹국은 스텔스 폭격기에서 투하되는 정밀조준 폭탄과 레이저 조준 폭탄, 순항 미사일을 통해 목표물을 외과수술을 하듯 도려냈고 민간인 사상은 최소에 불과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걸프전 이후 이라크인의 인명 피해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대략 15만 명이 사망했고 그 중 12만 명이 민간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한 폭격대상 중 상당수가 민간인이 군집한 시설을 포함하고 있었고, 투하된 폭탄 중 90%가 넘는 수가 매우 파괴적인 구형폭탄이었으며, 정밀조준 폭탄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구나 이번 공격이 '속도'와 '파괴력'으로 이라크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려 속전속결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겠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인명피해를 불러 올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속전속결'과 '깨끗한 전쟁'의 신화 뒤에 감추어진 더러운 전쟁의 본질을 폭로하고 당장 전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반미없이 평화없다! 미국의 전쟁책동 분쇄하자!

한편 전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현실주의를 가장한 전쟁지지의 입장이 기세를 부릴 것이다. 최후통첩 이후 미국에서 전쟁에 대한 지지 여론이 상승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물론 전쟁을 앞두고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전쟁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이 되어 버린 전쟁을 보며 체념적 지지가 늘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미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전쟁을 반대하던 국가의 정부조차 전쟁이 자국의 경제에 미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많은 시민들이 물가 불안을 걱정하며 차라리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소망한다. 전쟁은 이미 돌이킬 수 없으므로, 이제는 전쟁으로 인해 우리 자신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 역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한·미 동맹관계를 강화해야 하며, 이라크 침공을 적극적으로 지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여당과 야당 모두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이라크 파병 안이 국회에서도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반감이 파병이라는 현실적인 사안과 대면해서는 소극적인 지지 입장으로 많이 선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전쟁이 현실화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엄청난 위력의 미군 첨단 장비들은 표적에서 우리가 벗어나 있다는 안도감과 우리 역시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동시에 불러 올 것이다. 압도적인 현실의 힘과 대면하여 자연스럽게 발동되는 자기보호의 감정 앞에, 막연한 평화의 주장은 '이상적인 것', '시효 만료된 것'으로 여겨지기 쉽상이다.
따라서 감성적이고 도덕적으로 평화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지금의 전쟁에 우리가 굴복했을 때 형성될 질서에 대한 현실적인 비판이 필요하다. 미국과 군수기업들, 그리고 금융자본 및 거대주식투자자들은 끝도 목적도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그 첫 걸음이다. 현실적으로 보이는 전쟁지지의 주장은 부메랑이 되어서 날아 올 것임을 알려내야 한다.
한-미 동맹의 강화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는 논리에 대해, 오히려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들어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행동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처럼 치장하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이라크 침공이 감행되는 시점에서, 부시정부의 알량한 전화통화 몇 마디로 한반도 평화가 보장될 수 있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부시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기는커녕, 오히려 미국 관료들의 입에서는 "이라크 다음은 이란, 시리아, 북한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정부는 누구에게 무슨 명목으로 향후 미국의 한반도 전쟁위협을 막자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오직 미국의 바지 끄트머리만을 잡고 미국이 알아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해주길 바라볼 것인가? 한반도 평화에 힘이 되는 길은 오직 이라크 민중들이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나는 것뿐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지금의 세계 질서는 강대해 보이지만, 타락한 제국의 질서에 불과하다. 겉보기에 튼튼해 보이는 동아줄은, 사실 썩어 문드러진 새끼줄임을 명심해야 한다.


바로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곳에서 반전 투쟁을!

남한에서 반전투쟁의 흐름은 잠재되어 있는 전쟁 반대의 여론에 비해서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자신의 전략 변경에 따른 주한미군의 재편을 감축이나 철군으로 포장하거나 한반도에서의 전쟁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가해지는 미국의 위협 속에서 이라크 침공에 대한 실리적인 접근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덕적인 반대의 입장이 현실적인 선택과 투쟁으로 나가지 못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덧붙여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타개하는데 우리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시대의 엄중함을 안이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 본다.
다행스러운 것은 2월 15일 국제 공동 반전집회에 이어, 3월 15일 반전촛불대행진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도 반전투쟁의 흐름이 점차 고양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대중조직에서 반전투쟁을 자신들의 투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너무 늦었다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되어 가는 흐름들을 상승시키고 확장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서로에게 일상적인 실천을 제안하고 행동을 조직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전쟁은 이미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현실 논리와 눈앞에서 재현되는 폭력의 거대한 힘 앞에서 고립되어 무력감에 빠지지 않도록 만나고, 이야기하고, 공동의 행동을 통해 우리의 힘을 확인하고 확장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전북 임실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열띤 논의를 벌인 끝에 직접 고안하여 만든 '반전 배지'를 전교생이 달고 다닌다고 한다. 집회라는 자리에 모여 전쟁반대의 집단적인 의지를 표출하는 것과 함께 자신이 속한 생활 공간에서도 그러한 의지를 모아내기 위한 작은 행동들을 만들어가려는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비판하는 토론을 조직하고, 토론된 내용을 주변사람에게 알리며, 사업장, 학교,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실천을 서로 제안하고 함께 만들어 가자.
위기를 맞아 탈주하기 시작한 타락한 제국의 질서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질문의 무게만큼 긴 호흡을 가지되 치열한 싸움을 시작해야 할 때다.


- 미국의 이라크 침공 즉각 중단하라!
- 한국정부의 이라크 침공 지원, 한국군 파병을 반대한다!
주제어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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