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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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 길 없는 사유화 저지 투쟁, 철도파업 그 전진을 위하여

4·20 철도파업을 앞두고

사회진보연대
죽음의 전장 - 죽거나 분노하거나

1인 승무제와 과도한 노동강도가 또 한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 올해 들어서만 12번째 산재사망이다. 바로 그저께인 4월 14일, 철도파업을 며칠 앞두고 대구기관차의 한 철도노동자는 과로사에 해당하는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 철도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철도청의 인력감축정책에 대한 울분은 대구역에서 서울역으로, 그리고 전국 곳곳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철도노동자는 1인 승무제 아래에서, 1월에는 이틀, 2월에는 무휴, 3월에는 사흘만 쉴 수 있었으며, 평균 48시간 이상의 특근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었다. 철도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2001년 36명, 2002년 21명, 2003년에만 벌써 12명 째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터, 이것이 철도노동현장의 현주소다. 남은 2003년 동안 한국철도는 또 몇 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 것인가? 한국철도는 노동의 현장이 아니라 죽음의 현장이다.
그리고 지금 철도노동자들은 죽음 대신 투쟁을 선택했다. 해방이후 2천명이 넘는 철도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구조조정으로 96년부터 7,739명의 노동자가 잘려 나갔다. 그리고 다른 공공부문 사유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철도는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외주용역화를 강행하고 있다.


사유화 저지를 향한 투쟁이 다시 불붙다

이에 철도노동자들은 철도산업 사유화 저지를 위한 대장정에 다시 올랐다. 2002년 10월, 철도노조는 철도청에 '정기단체협약'을 요구하고, 2·27합의(근무체제변경/해고자복직/민영화유보)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지만 철도청은 정기단체협약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고, 그들 스스로 약속했던 2·27합의조차 휴지조각처럼 내버렸다. 그리하여 철도노조는 지난 2월 6일부터 지금까지 2개월이 넘는 무단협 상태에 빠지게 되었지만, 이런 와중에도 철도청은 78억의 조합비와 조합원개인(92명) 월급에 대해 가압류 신청을 해 실제로 법원에서 가압류 결정을 받는 등의 노조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맞서 철도 노동자들은 2월20일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키고, 본격적인 파업 태세에 돌입하였다. 그리고 철도노동자들의 절규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청와대 1인 시위를 매일 진행하고, '철도산업 시설-운영분리 반대 전국시설조합원 총력 결의대회'와 전국거점집회를 서울, 영주, 대전에서 진행하였다. 또한 4월 8일에는 철도해고자들이 노사정위원회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하였고, 13일에는 파업승리 진군대회를 서울과 부산에서 5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하는 등 철도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파업이 준비되고 있다. 이미 노동조합은 파업돌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서 조합 사무실 정리, 지부별과 조별 파업물품 준비, 각 단위에서 17일∼18일 사이에 지구단위 파업출정식을 개최할 것을 결의한 상태다. 현재 파업을 나흘 앞두고,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의 열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역시 단호하고 강경한 정권의 태도

하지만 이처럼 뜨거운 투쟁의 열기만큼이나 정권과 철도청의 태도 역시 단호하며 강경하다.
바로 지난 14일 노무현 정부는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 주재로 법무부·행자부·노동부·건교부·기획예산처 차관과 국무조정실 사회문화조정관, 국정홍보처 차장, 경찰청장, 철도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철도파업에 대비한 정부대책을 논의하고, 20일로 예정된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강경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12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을 위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주요 국정지표로 설정하며 이에 위한 제반 제도를 개정하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예상할 수 있었던 바, 그것은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경제특구를 건설해서 금융자본을 유치하고, 자본의 무한 노동유연화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번 철도파업에 대처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듯 노무현 정부는 '불법 파업'이라는 전형적인 논리를 앞세워 노동자를 탄압하려 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정부는 '철도서비스가 파업으로 중단되지 않도록 철도노조와 마지막까지 대화를 벌이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철도산업구조개혁 작업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방안대로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라는 결론을 재차 확인함으로써 민영화 정책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철도산업의 사유화, 나아가 공공서비스 부문의 사유화 정책이 정권의 입장에서 포기할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또 정부는 '불법파업 주동자 및 가담자에 대해서는 사업처리 및 징계조치하고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노조 등을 대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키로' 결정하는 등 시대를 역행하는 반노동 정책을 서슴없이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손배·가압류를 노동탄압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배달호 열사의 유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도하는 보수언론들의 준동이다. 평소에는 '정론'을 표방하면서도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서는 매번 똑같은 논조로 '불법'과 '시민의 불편'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언론의 태도는 '편파보도'의 전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심지어 한 일간지는 15일 철도파업 기사를 사회면 주요기사로 다루면서 '철도노조의 입장과 고속철도공단노조의 철도산업 발전방향 사이에 이견이 있다'며 노-노 갈등을 전면에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철도대란 사태가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진정한 철도대란'을 막기 위해 파업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철도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을 뿐이다.


부족인력 충원! 노조탄압저지! 외주용역화철회! 해고자 원직복직쟁취!
한국철도의 재앙, 철도민영화법을 폐기하라!


죽음의 현장에 맞서, 철도노조는 현재 '1인승무 철회와 부족인원충원', '해고자복직이행', '가업규 철회와 노동조합 활동 탄압금지', '철도안전 위협하는 외주용역화 철회', '민영화법 폐기 및 공공철도 건설'의 5대 요구 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철도청은 '기관사 1인승무제'를 도입한다면서 문서상으로 인원을 없애놓고, 이를 수습하고자 전기, 시설, 역사 노동자들을 무리하게 감축·외주용역화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사실상 실행조차 불가능한 '1인 승무제'의 본질은 노동유연화를 강제하고, 비정규직 확산에 다름 아닌 것이다. 얼마 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와 신태인 철도사고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자본은 오로지 '노동 신축화'와 '경영 효율성'을 주문처럼 외치며 외주용역화를 강조하고 있다. 또 해고자복직과 관련해서는 작년 2·27 합의 사항에 대한 철도청의 해태로 인해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철도노조 민주화 투쟁으로 인해 88년 최초로 해고자가 탄생한 이후 77명의 해고자가 철도 투쟁과정에서 생겨났지만, 정권은 거짓말과 수수방관으로 해고노동자들을 방치하고 기만해왔던 것이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철도 등 국가기간산업의 경우 기존의 민영화 일정을 유보하고 사회적 합의에 근거해 재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것이 인수위에서는 '공사화', '시설(직종으로 보자면 선로반, 장비, 신호, 전기, 보안)·운영분리(운전, 운수, 차량, 정비창)' 원칙으로 철도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을 뒤바꿨다. 또 얼마 전 건설교통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시설·운영분리 및 운영부문 단계적 민영화 추진' 계획을 밝히며, 사실상'시설·운영분리'와 '철도사업법'을 사실상 입법예고한 상태다.
철도산업은 시설부문과 운영부문의 상호관계가 매우 밀접하다. 신호시설에 의해 작동되는 철도차량은 반드시 선로에 흐르는 신호정보에 의거해야 하기 때문에 시설과 운영부문이 통합 관리돼 왔던 것이다. 철도시설부문과 운영부문을 분리하는 정부안은 유럽에서 수입된 것으로서, 영국 철도사유화의 실패에서 볼 수 있듯 한국철도에도 미래에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내세워 기간산업을 사유화하고, 이것을 다시 초국적 자본에게 넘기려는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은 반드시 분쇄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러설 길 없는 사유화 저지투쟁,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으로 나아가자

99년 조폐공사와 지하철노조의 투쟁, 2000년 한국중공업과 한국통신, 2002년 철도·발전·가스 3개 노조 파업투쟁은 사유화 정책을 둘러싼 공공부문의 주요한 투쟁이었고, 현재 4·20 파업을 앞두고 있는 철도투쟁 역시 이런 맥락에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철도투쟁은 노무현 정권의 향후 노동정책을 가늠하게 될 이정표가 것이다.
이번 철도투쟁의 성패는 향후 사유화 저지투쟁이 전진하느냐 주저 않느냐의 분수령이 될 것이며 이후 전개될 기간산업사유화 저지 투쟁에 영향을 줄 것이기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민중운동진영은 사회적으로 이 투쟁의 정당성을 확산시켜내고, 노동신축화 정책의 구체적인 양상을 폭로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전체 노동자운동의 연대를 실현하여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와 사회적 합의주의를 깨트려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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