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199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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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카지노화를 우려한다

편집부
- 제 3주식시장 설립과 해외펀드 비과세 발표를 보며

한국경제를 믿습니까?
한국경제를 믿는다며 현대증권의 BUY KOREA 펀드가 생긴 이래로 펀드라는 이름이 시중에 나돌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 달전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던 것이 현재에는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펀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심지어 금융피라미드 형태로까지 발전하여 곳곳에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에는 정크본드펀드, 그레이 본드, 하이일드 본드에 사무라이 본드, 양키 본드, 유로 본드 등 수 많은 본드(채권)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름은 서로 달라도 이러한 펀드와 본드는 투기성 자금을 유입한다는데에 공통점이 있다. 정크본드의 경우 채권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에 미달하는 즉, 신용이 불량해서 투자가치가 없는 쓰레기 채권(junk bond)을 일컫는다. 이런 쓰레기 채권에 투자해서 잘못하면 큰손해를 입지만 잘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일종의 도박행위이며 대부분의 펀드들이 모두 이렇다.

우리는 지금 카지노로 간다
펀드니 본드니 하며 어려운 영어를 쓰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 싶지만 이들은 사실상 ‘사채업자’에 다름아니다. 이러한 각종 펀드와 본드들이 정부의 허가없이 양성화 됐을리 만무한 일이다. 심지어 정부에서는 이런 사채업자들을 양성화시키고 지원해주기 위해 많은 애를쓰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거래에 따른 매매차익에는 비과세를 하고 있다. 즉, 국내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서 이익이 발생할 경우 소득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서 내년 1월부터는 해외증권투자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의 해외투자펀드를 통한 해외 유가증권투자시 그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 하고, 국책은행도 직접 해외증권투자펀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정부까지도 사채업자로 나서고 있는 마당이다. 어디 그뿐인가. 내년 2월 7일 증권거래소, 코스닥 시장에 이어 비상장․비등록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제 3주식시장을 개장한다고 한다. 증권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명동일대 사채업자나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던 이들 비상장 주식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한 조처로서 개장한다고 한다.
세금혜택까지 받는 펀드, 본드 등 사채업 양성화조처에 이어 비상장 주식까지 거래하는 제3의 주식시장까지 만든다고 하니, 그야말로 한국은 카지노판이 되어가고 있다.

도대체, 돈은 어디에서 나오나
이런 와중에 지난 14일 한국은행은 기업과 가계에 대한 예금은행의 민간신용 잔액이 약 400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말에 비해 57조7천억원가량 증가한 것이고 시중에 돈이 400조원이 풀렸다는 얘기다. 또한, 16일자 발표에 의하면, 현재 외환보유고가 720만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외환보유고가 올라가면 그만큼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린다.
이와같은 통화수요팽창은 연말 소비심리를 차치해 놓더라도 한은 발표와 같이 증시활황과 펀드의 활성가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정부는 이 많은 돈을 어떻게 흡수하고 있는 것인가?

인플레이션과 경제파국이 예상된다
몇 달전 한국을 방문한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의장인 그린스펀이 한국은 직접금융시장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을 했다 한다. 직접금융시장이란 위에서 언급한 펀드와 본드를 활성화시켜 채권과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을 말한다.
이런 훈수에 힘을 입어서인지 김대중 정권은 한국경제를 오늘과 같은 카지노판으로 이끌고 왔다. 그러나, 이런 카지노 자본주의의 결과는 무엇인가. 돈의 흐름이 투기적 상황에 따라 요동쳐서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할뿐만아니라 시중의 통화수요를 폭발적으로 증대시켜 결국은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킨다는데에 있다. 이때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국채발행을 통해 통화를 흡수하는 일이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 말 국가채무는 9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해결이란 결국 파국을 조금 연장시켜 놓는 일일뿐이다. 통화량은 계속 팽창될 것이고 국채발행을 통한 통화회수도 기간이 지나면 다시 통화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금융화와 카지노화로 인해 투기자들의 이익은 증대 될지 몰라도 인플레이션의 증가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심화시켜 또다시 IMF 구제금융과 같은 환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때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지만 그 책임은 자본과 정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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