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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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건 개악-노동운동 탄압의 고리를 끊어버리자

노사관계개혁방안과 노사관계선진화방안 비판

사회진보연대
최근 노무현정권은 민주노총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노동운동에 대한 자신의 본심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7월 고용허가제입법화와 8월 주5일제를 빙자한 노동법개악을 마치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운동에 대한 악선동을 퍼봇고 있다. 화물연대의 정당한 요구를 불법으로 매도하더니 이제는 국가위기관리특별법, 업무복귀명령제, 비상시금융기관안전대책 등 노동악법을 추진하고 공무원노조법, 국민연금법 등을 줄줄이 개악하려고 한다. 또 최근 산자부에서 발표한 '사용자 대항권강화 12개 개혁과제'에 이르기까지 노동법개악과 노동자통제를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급기야 노동부는 지난 9월 4일, 파업최소화·노동시장유연성제고·근로계층간 격차완화를 목표로 한 노사관계개혁방향과 이를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노사관계선진화방안 등 노사관계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노사관계로드맵은 최근 주5일제를 빙자한 노동법개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지난 5월 화물연대의 1차 파업시 정부가 화물연대를 겨냥하여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국가위기관리를 위한 특별법'제정을 고려하겠다고 하던 것과 연이어서 발표된 업무복귀명령제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동자통제 법안과 끊임없이 진행되는 노동법개악과정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에 발표된 노사관계로드맵은 노사정위원회에서 검토된 뒤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발표되어 노무현 정권의 추진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법·제도를 정비한다는 점에서 노동운동의 긴급한 대응을 요한다.


노사관계로드맵은 자유로운 해고와 파업 억압, 노조 무력화까지 노린 노동운동에 대한 전면적 공세

1) 방대하고 강도 높은 노동권침해
노동부에서 발표한 노사관계로드맵은 노사관계 개혁의 3대 목표와 9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또 노동부의 용역연구위원회인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에서 발표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은 집단적노사관계부문과 개별근로관계법으로 나누어 보고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개정방향이 노동자의 노동3권인을 심히 제약하는 부분으로 채워져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변경해지제도 도입·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벌칙 삭제·정리해고 완화·합법파업시 직장폐쇄를 정당화하는 것은 불안정노동을 대규모로 확산시킬 것이며,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법적으로 보장한 것에 다름 아니다. 또 올해 두산중공업 배달호 동지의 분신 사망을 낳은 손배가압류문제에 대해 정부가 청구권을 보장하고 민형사상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노조탄압을 정당화시키는 부분이다. 참고로 다음은 이번에 발표된 방안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규제 △무노동무임금 원칙 정착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권 보장 △교원노조수준의 공무원노조법을 금년도 입법추진 △쟁의 행위 찬반투표제를 도입 △직장폐쇄요건과 대체근로제를 완화 △불법/합법 파업시에도 직장폐쇄 합법화 △공익사업장 파업시 외부 대체인력도 투입 △유니온숍 제도폐지 또는 개정 △노조재정의 투명성 강구 △생산과 주요업무시설점거, 사업장출입저지, 비조합원드의 조업방해, 폭력과 파괴 및 협박에 대하여 사전 경고하고 신속한 경찰력 투입을 통한 불법상태 예방 및 제거 △근로시간제도의 탄력성을 제고하여 재량근로시간제 적용확대 △성과주의 임금체계와 임금피크제 등의 확산강구 △노동위원회 조정대상을 노사간 분쟁이 되는 모든 사항으로 확대 △도산절차 진행 중인 정리해고 완화 방안 강구 △부당한 해고시 금전보상 제도 도입 △부당해고에 대한 직접처벌제도 폐지함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는 고용승계원칙 예외 △경영상해고 통보는 60일 상한으로 해고규모 따라 차등설정 △변경해지제도 도입(사용자가 임금삭감 등 근로조건의변경안을 제시했을 때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해지를 근로자에게 통보할 수 있는 제도 등등.

2) 직권중재폐지 대신 긴급복귀명령제도 신설
이것의 핵심적인 내용은 필수공익사업 개념 및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공익사업 파업시 최소업무를 유지토록 하고 미이행시 긴급복귀 명령제도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최근 몇 년간 파업을 주도한 국가기간산업과 병원, 금융, 운송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또 병원의 수술 응급치료, 운송사업의 관제안전, 전기·가스·수도 등의 중앙통제, 은행의 주전산실에 관련된 업무 등에서는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긴급명령복귀제도란 당사자 신청 없이도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특별조정 개시하고, 파업개시 7일전에 파업예고의무를 부과하며,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며, 쟁위행위 금지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연장한다는 내용으로 노동자의 파업권을 심각히 제한할 것이다.

3) 근로계층간 격차해소방안으로 둔갑한 파견법 확대적용과 퇴직연금제
정부는 고용상 차별해소 및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한다면서도 이를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동시에 추진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내용은 지난 5월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 공익위원회에서 제출된 것으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기간제 노동의 사유규제, 파견법 폐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등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비켜가 버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제출된 안에서는 오히려 파견근로자 파견대상업무를 대폭 확대하는 안(네거티브 리스트 방식: 전화교환원, 사서, 비서 등 26개 직종으로 제한해 온 파견근로 허용 업종에 대한 규제를 푸는 대신 제한 업종을 따로 만드는 것)을 채택, 비정규직을 오히려 양산하는 법이 될 것이다. 또 노후소득보장강화를 위한 퇴직연금제를 도입한다하지만, 이미 정부에서 추진중인 국민연금제는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것으로 개편안을 잠정 확정하고, 10월 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되어있어 오히려 연금개악안을 부추길 위험까지 존재한다.

4) 실업자초기업노조가입과 복수노조 허용은 빛좋은 개살구
정부에서 노동권강화의 측면으로 말하는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허용' 문제는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미 합의했던 사항으로, 그동안 정부에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사항인 것이다. 복수노조 허용 문제 역시 정부 스스로 지난 2001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맞바꿔치기 해 5년간 유예를 두게 했던 것이다. 또 제3자개입 금지법 폐지는 이미 사문화되어 있는 법이다. 그 밖에 손배가압류제도 개선, 조정전치주의 및 직권중재 폐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에게 더욱 부담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과 국가경쟁력강화와 노동법개악 논리

이번에 발표된 노사관계 개혁방향은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적비용의 최소화, 유연하고 안정된 노동시장의 구현, 근로계층간 격차완화를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를 제도화하는데 있다(글로벌 스탠다드). 이 3대 목표는 파업을 최소화하고, 노동유연화를 촉진하되, 비정규직보호법안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강화한다는 것으로 달리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이것이 다시 노사관계선진화방안으로 둔갑, 제출되고 있는데, 이것은 이미 노무현 정권이 초기 누누이 강조하였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구축을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권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러한 노동유연화를 촉진하는 법·제도화뿐만 아니라 노동운동과의 파트너쉽을 구축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건전한'(?) 노동운동 세력 형성을 위해 매진할 것이다. 최근 (전투적)노동운동과 정규직노동운동에 대한 탄압과 노골적인 도덕적 공격은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정권의 유일한 잣대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진하는데 노동운동이 장애가 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사관계로드맵이 노조세력의 확대나 파업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권익을 보호, 강화한다는 안고 담고 있고 노사평등 및 대등주의에 입각해 새 노사관계안을 내놓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노사평등에 대한 안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자본측에 유리한 법안들만을 내놓고 있다. 노사관계로드맵이 발표되고 나서 대부분의 경제단체들-전경련, 상공회의소, 중기협중앙회-은 환영성명서를 냈고, 경총에서는 아직 이조차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더욱 강력한 개정안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낸 바 있다.
노무현 정권은 최근 경제위기의 주범을 남한의 '강력한' 노동운동에 있다고 판단하고, 전투적인 노동운동의 무력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대규모 경찰을 투입하고 대량징계와 해고를 남발하고 업무복귀율을 조작하거나 각종 도덕적 이데올로기를 동원하여 탄압을 일삼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 와 있는 다국적 기업이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어서 공장철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등의 거짓정보를 흘리며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최근 한국네슬레가 노조의 파업으로 인하여 청주공장과 자본모두를 철수한다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네슬레는 한국에서 모든 자본을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난 김영삼 정권 시절 노동운동을 국가전복세력 규정하고 국가경쟁력강화를 앞세워 노동운동을 탄압했다면, 이제 노무현 정권은 노동운동을 경제위기 주범세력으로 규정하고 다시 국가경쟁력강화를 앞세워 탄압의 핏발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노동대중에 대한 공세와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의 고리를 끊어버리자

현재 한국사회는 절대적 빈곤층의 증대와 카드부채와 가계부채로 인한 삶의 파탄으로 인해 하루에 26명이 죽어나가는 '사회적 타살'이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 예산편성에서 올해보다 8%나 증가한 18조가 넘는 돈을 국방비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반면 실제 빈곤층을 위한 예산증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민중의 노후빈곤을 막고, 노후보장을 위해 쓰여져야 할 국민연금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으로 경제부처가 국민연금을 좌지우지 할 수 있어 국민연금은 주식시장안정화대책이나 부동산투자에 쓰여질 가능성이 한결 높아지고 있다(국민연금의 투기자본화?).
빈곤층에 대한 방치와 무기구입비의 증대, 국민연금의 투기자본화가능성, WTO개방정책에서 보이는 것처럼 노무현정권은 한반도위기와 경제위기를 볼모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외자유치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이미 경제자유구역법을 제정한 것처럼, 노동조건의 글로벌스탠다드화를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노동관련 법·제도 개악 시도는 노무현 정권과 자본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리치는 여타 정책방향과의 연관성 속에 파악되어야 한다. 노동대중에 대한 공세와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더욱 촉수를 예리하게 가다듬고 투쟁의 태세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주제어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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