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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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둘러싼 정치지형을 바꾸어야만 한다!

편집부
- 시민의 정치가 아닌 민중의 정치를 위하여

1월 12일, 4백여 시민단체가 결성한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불법운동까지 불사하며 공세적인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출발한 총선시민연대는 1, 2차에 걸쳐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했고, 적극적인 여론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총선연대의 흐름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참여, 기독교, 불교 총선연대의 발족 등 종교계의 참여가 가세하고 있다. 네티즌의 폭발적인 지지, 80%에 달한다는 국민적 지지 속에 바야흐로 시민의 힘, 유권자의 힘이 만방에 선포되는 순간을 맞이한 듯하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구태의연하고 원초적이다.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부적격자 명단 발표로 가장 타격(?)을 입은 자민련과 한나라당 역시도 음모론과 홍위병론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었다. ‘부패한 정치권’으로 낙인찍혔어도 충청도와 경상도라는 지역주의를 부활시켜 살아남을 수 있기에 이들은 ‘당당할 수’(?) 있었다. 어찌되었건 최근의 정세는 그야말로 총선시민연대를 둘러싸고,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둘러싸고, 음모론과 전략적 제휴설을 둘러싸고,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정세이다.

그러나 한달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정세의 특징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잃은 자와 얻은 자의 경계가 점점 분명해지면서, 혼탁함 속에 은폐되었던 진실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금번의 파동을 통해 가장 득을 얻은 세력이 DJ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충청권과 영남권의 지역이기주의 부활을 통해 다른 보수 정당들도 전화위복을 꾀하고, 불법투쟁을 불사하겠다던 총선시민연대는 적절한 타이밍에 합법적 투쟁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몇몇 부패한 개인의 낙천을 얻어내고, 한바탕 ‘시민의 힘자랑’이나마 해봤다는 것으로 자족해야 하는가?

지금, 노동자․민중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 총선시기 진보진영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집권 2년이 자나면서 현 정권의 초기 응집력은 서서히 해체되어 가고 있다. 경제위기이라는 국민적 마취제는 그 효력을 상실해가고 있으며, 그 어떤 정치인보다 개혁적 이미지 창출에 주력했던 DJ조차도 부패의 치부를 더 이상 가릴 수는 없었다. 조폐공사 파업 유도, 옷로비로 정국은 얼룩져갔으며, 구조조정 정책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2년을 지나면서 고용불안과 생존권의 위기로 벼랑에 몰린 노동자․민중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저지 투쟁,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서막이 열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정세는 반전되었다. 구조조정 저지와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국민적 공감대는 부정부패 척결과 낙천․낙선 운동으로 돌변해버린 것이다. DJ정권과 현 지배세력의 구조조정 정책, 노동자 정책에 준거한 판단과 심판이 아닌 개인적 차원의 부패와 정치적 무능력이 쟁점이 되어버렸다. 각 정당의 전체적 노선과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은 실종되었다. 결국 이 운동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간에 몇몇 개인의 낙천, 낙선과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너무 쉽게 뒤바꿔버린 결과를 낳고 있다. 몇몇 인물을 퇴출하고 부패의 고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정당과 정치인들이 총선 이후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러기에 현재 총선을 둘러싼 정치지형은 바뀌어져야만 한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 국가기간 산업의 해외매각, 정리해고와 불안정노동의 증가로 드러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 노동자․농민․빈민․학생․여성 등 소외계급의 생존권 문제가 정치화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각 정당과 정치인의 입장을 밝히게 해야 하며, 이를 둘러싸고 논쟁과 투쟁이 형성되어야 한다. 반민중적 구조조정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할 보수정당과 지배세력에게 쇄기를 박고, 대중투쟁력을 복원할 수 있는 장으로 총선이라는 정치적 계기를 전면 전환시켜내야 한다. 그 동안 언론의 사각지대에서 함구할 수 밖에 없었던 노동자․민중들은 다시 신자유주의와 구조조정을 저지시켜내기 위해 2000년 상반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3월말 민중대회를 통해 노동자․민중은 명확한 자신의 계급적 입장을 천명하고, 대중적 투쟁력을 기반으로 총선시기를, 2000년 구조조정 시기를 돌파해나갈 것이다. 16일 민중대회위원회가 개최하는 “총선시기를 중심으로 한 상반기 공동투쟁전략토론회”와 3월 중순의 “민중토론회”는 이러한 우리의 실천과제에 대한 토론으로 집약되어야 한다. 지난 세월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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