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0.03.01

주장 - 2차 금융빅뱅과 지주회사의 위험성

편집부
2차 금융빅뱅과 지주회사의 위험성

‘사회화와 노동’ 편집부

<편집자 주>
정부의 은행지분 매각을 통한 사유화와 해외매각에 대한 비판과 대안은 지면관계상 생략되었으며 여기에 대한 노동자 생존권 보장과 사회화 방안을 결합한 편집팀의 대안과 투쟁방향은 차후 금융구조조정의 과정을 지켜보며 지면을 통해 다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본글에서는 지주회사 일반과는 구분되는 금융지주회사만의 독자적인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다루지 못한바 이 부분 역시 별도의 기회에 다루기를 기약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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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금융빅뱅의 개막

연초 정부의 2단계 금융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된후 금융빅뱅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월 28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대부분의 금융전문가들은 1월말 현재 1749개에 달하는 금융기관들중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은 절반 밖에 되지않으며 800개의 금융기관이 자동 퇴출될 것이라한다. 또한 최근 맥킨지 특별보고서는 2010년까지 지금의 금융기관중 3분의 2는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2차 금융빅뱅의 진로는 1단계, 2001년 예금자보호한도 축소조치에 따른 자금대이동(빅뱅의 촉발)과 금융업종간 겸업화 허용조치로 인한 이종금융기관간 이합집산으로 이어짐으로써 각 금융기관간의 인수/합병과 투자은행화, 2단계, 금융지주회사 설립허용과 금융정보화의 급속한 진전과 자본시장 완전개방에 따른 합병-대형화, 3단계, 종합금융그룹의 출현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1월 발표된 예금자보호 한도 축소조치로(2000만원으로 제한) 인해 올들어 2개월동안 은행권의 자금이동규모는 이미 약 19조원을 넘어섰으며, 미국 글래스 스티걸 법안 폐지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추진되고 있는 금융겸업화 조치는 은행, 보험, 증권업등 각 금융업무간의 구분을 사라지게 하고 있는 추세이다. 금융의 정보화는 대규모의 투자를 불가피하게 하여 각 금융기관들은 저마다 시스템 통합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통합을 모색하기위한 합종연횡에 들어갔다. 또한 멕킨지 보고서는 최근 96년말 1%미만이였던 외국금융기관의 비중이 2010년 40%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았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허용과 경과

정부의 2단계 금융구조조정 방안의 핵심은 이른바 ‘시장주도의 금융구조조정’과 ‘금융기관의 겸업화와 대형화’ 그리고 ‘금융지주회사 설립허용’이다. 은행, 보험, 증권, 종금등으로 나뉘어 있는 금융기관간 겸업규제를 철폐/완화하고,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자율적인 비우량 금융기관의 퇴출을 유도, 거대종합금융그룹의 설립을 촉진하여 금융 국제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본래 지주회사 제도는 80년대에 공정거래법상 금지되었던 제도이지만 지난 97년 이후 재벌개혁의 대안으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다가 지난해 금융개혁위원회가 금융개혁과제의 하나로 금융지주회사의 도입을 제시하고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이 추진되면서 비로소 2001년 이후 허용방침이 기정사실화되었다.
재벌그룹으로서 지난해말경에 은행을 제외한 금융지주회사 설립허가를 받아낸 동양그룹은 금융지주회사 설립의 선두에 서 있다. 동양그룹의 경우 일단 동양카드가 동양금융지주회사의 대주주가 되고 동양 금융지주회사가 동양종금을 자회사로 일단 갖도록 한다음 단계적으로 증권, 보험, 선물 등 다른 금융회사를 편입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한빛, 조흥, 하나, 신한은행과 동양종금 등은 각각의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으며 삼성생명이나 교보생명 등도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도입의 근거와 효과

지주회사(Holding Company)란 지배회사, 모회사라고도 하며 타기업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그 기업을 산하의 종속회사, 즉 자회사로하여 지배/관리함을 전문으로 회사를 말한다. 그러니까 금융지주회사는 금융기관의 주식소유를 통해 특정 또는 다수 금융기관의 지배 및 관리를 전담하는 회사를 의미하게 된다.
금융부문에 이같은 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되는 경우 여러가지 변화가 예상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소유 및 지배구조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금융기관에 확실한 주인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은행 주인 찿아주기⌋이다. 정부와 자본의 금융지주회사 도입논거의 핵심 역시 바로 여기에 있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국내금융산업 낙후의 원인을 오랜 관치금융을 겪으면서 실질적인 주인이 없거나 있어도 주인행세를 못하는데서 비롯된다는데에 입장을 함께 한다. 그 결과 금융기관의 공공성은 높을지 몰라도 시장기능의 제약으로 효율성은 떨어질수 밖에 없어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심각한 자산 디플레이션의 압력속에서 준금융공황으로 고민해온 일본이 결국 지주회사제를 재도입키로 한 것 역시 같은 논거의 조치였다.

신자유주의적 법인자본화의 가공할 위험성

당장의 위험은 지난 1차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확인된 바 있는 대규모 실업과 고용불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더욱 경계해야할 것은 지주회사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투기경제화와 경제노동자계급의 체계적인 배제/포섭의 위험이다. 지주회사 체제의 도입으로 인한 기업지배구조 변화의 후과는 단순한 ⌈주인 찿아주기⌋를 초과하는 변화를 초래한다. 기업내 의사결정과 경제질서 전반에 걸쳐 ‘주주이익’은 유일하고 신성불가침한 기준으로 자리잡게 될것이며, 이는 국가경제정책의 공적 성격을 파괴하며 노동자들의 경제 사회적 지위에 대한 치명적 공격이 될 것이다. 소유와 분리된 전문 경영자는 채권자인 (국가)금융기관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정치-경제적으로나 법적 도덕적으로 해방되며, 노동자들과의 관계 역시 주주이익을 위한 동일(?) 고용자의 위치에서 재설정됨으로써 개별화된다. 성과급 임금제가(연봉제) 도입되어 단체협약 체결권에 기반한 단결권은 근본적 위기를 맞게되며 노동자의 일부는 주주의 이익과 책임으로 포섭된다.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산업자본에 대한 견제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이야기도 모두 거짓이다. 거대 금융지주회사 자체가 이미 가장 포악한 독점 자본의 등장이며 은행을 제외한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이미 허가된 가운데 지주회사설립이 재벌해체의 대안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각 재벌그룹들의 회장실(또는 산하 기획조정실)이 폐쇄된 상황에서 지주회사는 그룹 계열사를 자회사로 재조직하여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법적 실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뿐이다. 오히려 지주회사제도에 대해 재벌은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과 내부거래 문제 해결뿐 아니라 결합재무제표 작성도 용이하게 할것으로 기대하고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주주이익의 극대화속에서 독점은 일면유지-일면강화되지만 주주 유한책임주의로 인해 아무도 책임지지않는 가운데 노동자와 주주, 경영자간의 1:1:1의 관계속에서 노동자들은 체계적이고 합법적으로 살해되는 것이다.(대표적인 경우는 지난호에 게제된 미국경제의 현실이다. 이것을 우리는 ‘Coporation Capitalism' 즉, 법인자본주의라 부른다.)
국가-주거래은행(채권자)-경영자-소유자-노동자로 이루어진 경제의사결정 구조의 근본적 변형이 초래하게될 이같은 위험이 방기된 가운데 이루어지는 현 금융구조조정은 마땅히 중단되어야한다. 또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전문경영인제도), 시장투명성의 재고(관치금융의 탈피), 소액주주권 보장을 통한 독점의 규제는 모두 ‘주주이익극대화’의 다른 이름일뿐임을 분명히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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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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