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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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유출' 논쟁의 성격

편집부
-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의 위선적 논쟁

3년전 경제위기가 폭발하고 IMF구제금융과 구조조정협약이 체결되면서부터 한국사회는 하나의 유일대안, 구조조정의 '절대정신'에 의해 지배되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매우 심각한 얼굴로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그들은 이걸 줄여서 TINA라고 부른다)고 선언하였고, 여기에대한 항의와 저항은 미친 짓인 듯 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추진과정과 동력'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에 있어서 신자유주의들은 단일한 입장을 가지지 못하였다. '시장의 내적 논리'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과 구조조정의 파괴적 효과를 일정한 국가개입에 의해 보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의 대립이 존재한 것이다. 또 자본(주식)시장 중심의 영미식모델과 이해관계자모델을 중시하는 독일식 신자유주의의 대립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이들간의 논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격렬한가와는 상관없이 이들은 '구조조정'에 대항하는 노동자·민중을 향해서라면 언제나 'TINA SONG'('대안은 없다'는 노래)을 합창한다. 무자비한 폭력은 'TINA SONG'의 흥겨운 반주였다. 재편의 주도권과 방식, 과정을 둘러싼 신자유주의 진영내의 쟁투는 그 자체로 폭력이며, 그들의 논점은 노동자 민중의 진정한 논점을 희석하고 억압하는 결과를 낳는다. 마치 서로 상이한 정책방향을 둘러싼 심각한 갈등인 것처럼 비춰지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국부유출 논쟁'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논쟁의 연장선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알짜기업의 헐값 해외매각, 외국인 직접투자, 그리고 국가채무를 둘러싸고 이루어지고 있는 이들 양당간의 논쟁은 허구적인 정치공방에 불과한 것이며, 진정한 정치적 쟁점을 억압, 왜곡하는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의 논쟁지형을 사기꾼(민주당)과 거짓말쟁이(한나라당)의 논쟁이라고 규정한다.

한나라당의 거짓말

한나라당은 정부와 민주당의 개혁정책이 정부의 강제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너무 급속하게 진행되어 시장의 자발적인 개혁을 추동하기위한 개혁 인센티브(각종 금융, 세제 혜택등등)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하게 문제제기한다. 또 마찬가지 논리로 투자비용을 건지지 못한 공기업 '헐값'매각과 외국기업에 대한 지나친 우대조치로 인한 과정상의 불공정성(국내재벌에 대해)을 문제삼기도 한다. 즉 이들의 논점은 해외매각과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매각과 민영화의 '수혜 대상'이 외국 자본으로 국한되면서 국내 독점자본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각과 민영화를 포함한 구조조정 과정이 '국내 독점자본에게 인센티브와 참여 동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요지인 것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이들의 논리 또한 궁색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외국인 지분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이것은 동시에 국내 대주주의 지분과 기업지배력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에 대해 우려와 경계을 보내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 자체에 대한 반대 또는 투자에 대한 사회적 규제와 통제를 언급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국부유출 논쟁을 선도적으로 제기했던 이한구 한나라당 선대위 정책위원장의 98년 발언, "국내기업, 금융기관의 부실을 하루빨리 털어내 외국인들이 사기 쉽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의 거짓논리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사기꾼 민주당

새천년민주당의 경우, 이들에게 마치 IMF구제금융과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자체는 그 무엇에 의해 훼손될 수 없는 '절대선'인 것으로 전제된다. 이들에게 시장의 개방과 구조조정은 한국경제의 후진성과 천민성을 극복하고 선진화시키는 구조적인 '개혁'정책인 것이다. 이들에게 개혁은 신자유주의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봉건적인 재벌체제에서 합리적인 지주회사로 이행하는 것이 바로 개혁이며, 비효율적인 공기업을 효율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사기업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개혁이며, 기간산업을 매각하는 것은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개혁정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경제종속을 결과하고 민중의 삶에 파괴적 효과를 끼치더라도, 시장친화적이고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라면 그것 자체로 '개혁'이고 '선'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사기꾼적 논리인 것이다.
이들에게는 국가의 경제정책권한(국가주권)을 제한하고 봉쇄하면서 초국적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한미투자협정과 WTO협정을 추진하는 것,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상태에서도 기간산업을 해외매각하고, 공기업을 민영화시키는 것, 핵심 제조업과 공기업, 국내 금융기관을 초국적자본에게 매각하거나 소유지분을 매각하는 것, 이 모두가 선진적이고 투명한 경제구조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사기꾼의 논리이다. 이들은 '수입대체산업화와 자립 경제구조의 형성'을 추진하다가 '외국인 직접투자에 의한 성장모델'로 바뀌면서, 초국적자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중남미의 경험을 개혁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남미의 경험에서 보듯이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결과는 철저한 경제종속과 민중생활의 극단적 파괴에 다름아니었다.

보수언론들은 사기꾼과 거짓말쟁이의 논쟁을 마치 건전한 정책대결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 위선적 논쟁에 대한 노동자·민중진영의 입장과 개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총선시기의 일회성 논쟁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민중의 삶을 규정짓는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국민적 정당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자본 내부의 토론(논쟁)과정인 것이다. 당연히 이것의 목표는 민중에 대한 더욱 공격적인 구조조정(총선 이후의 제2차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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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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