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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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우자동차투쟁을 고립시키는가?

편집부
- 소심함과 동요, 反연대적 경향에 대한 비판 -

지난 3월 31일과 4월 1일 이틀간의 전면파업을 단행한 대우자동차 중앙투쟁위원회의 결의와 6일로 예정된 자동차 4사 동시파업으로 인해, 대우차 처리에 대한 '정부의 매각방침'과 '노동진영의 공기업화 투쟁'간의 힘 겨루기가 본격적인 국면을 맞고 있다. 대우차 공기업화 투쟁의 의미는 이후 발생할 고용불안과 연관 산업에 미칠 파괴적인 결과들을 막아내는 것, 그리고 이러한 파괴적 결과를 필연화시키는 DJ정권의 2단계 구조조정을 저지하는데 있다. 그러나 지금 대우차 공기업화 투쟁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왜소하고 고립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은 노동운동 전반의 주체적 한계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현재 투쟁의 지지부진함과 고립은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대우차 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대우차 노동자들의 선도적이고 적극적인 투쟁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핵심 사업장이 소재한 인천지역에서의 연대투쟁이 현장투쟁과 결합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될 때 대우차문제는 '전국적'(!) 쟁점으로 제기될 수 있으며, 제기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현장에서는 대우자동차 중앙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부분·전면·파상파업을 전개하면서 투쟁동력을 상승시켜가고 있으며, 전 간부들이 철야천막농성에 참가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초기의 패배적인 현장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투쟁의 흐름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중투위에서도 잘 알고 있지만, 지난 31일 전면파업에 돌입했을 때 실제 파업대오를 형성한 노동자들의 숫자는 전체 조합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이것은 한국사회 총고용인구의 7~8%가 자동차 산업과 연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리고 그 파괴적 효과가 1200만 전체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본다면 보다 더 결연하고 단호한 투쟁결의가 필요한 것이다.

시민대책위에 대한 비판

대우자동차노동조합을 비롯해서 인천지역 사회단체가 총망라되어 참가하고 있는 '대우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는 작년부터 대우자동차의 인천지역투쟁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연대투쟁기구였다. 시민대책위외에는 상설적인 공동투쟁기구가 존재하지 않았던 지역상황에서 시민대책위의 활동은 그만큼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기대치도 높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시민대책위의 모습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망과 절망감은 대책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가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완성4사 총파업을 앞둔 현재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발파점이 되어야할 인천지역본부는 어떠한 실천과 연대의 계획도 제출하고 있지못하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시민대책위는 한나라당과 자민련마처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해외매각저지·공기업화' 방안에 대하여 동요하거나 우유부단한 입장을 가져왔다. 그 결과 시민대책위는 대우자동차 현장투쟁을 지지엄호하기는 커녕, 오히려 공기업화의 현실성에 의문을 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이르기도 하였다. 입장은 단호하고 행동은 결연해야 하지만 시민대책위의 모습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최근 민주노동당 인천시지부에서 대책위 대표자회의에 제안한 31일 대우자동차 정문앞 천막농성장 설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또한 우리는 '대우차정문 천막농성안'에 동의한 대책위 참가단체들와 인하대 학생들이 지난 31일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에 발생한 구사대의 폭력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시민대책위와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아무런 대응도 조직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 폭력사태 당일, 한 학생은 이가 3대나 부러지고 안면에 큰 상처를 입었으며, 다른 한 학생은 허리를 다쳐 응급차에 실려갔다. 또한 서구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김창한 후보는 아스팔트위에서 5~6명의 구사대에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들외에도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이 손과 발과 얼굴에 피멍이 드는 일방적인 집단테러를 당한 것이다. 이날 농성천막 설치 당시 구사대와 격렬한 몸싸움이 있을 때,노동조합의 파업대오는 정문을 통과해서 부평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이해 못할 상황이 연출되었다. 구사대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조합원들이 도와주려 하자 노동조합 쟁의부장을 비롯한 파업지도부가 적극 막아서고(분명 그들은 그렇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다고 한다. 무려 9시간 동안 정문에서 구사대와 대치하고 네 번에 걸쳐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동안 대책위나 현장 파업지도부 중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지난 3일 폭력사태를 규탄하고 농성천막을 설치하기 위해 100여명이 다시 정문에서 두 시간여에 걸친 집회를 가졌지만, 이날 역시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이날은 농성천막 설치를 막으려는 경찰병력과 충돌이 있었다. 집회 도중 소위원 80여명이 정문으로 나와서 집회대열과 연대투쟁의 결의를 다진 것까지는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소위원들이 나올 때 역시 집행부의 만류가 있어서 늦었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총파업을 결의한 노조지도부의 모습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부디 우리의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공투본에 대한 비판

한편 우리는 현재 시민대책위와 별도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인천노동자운동연대 중심의 [해외매각 저지와 공기업화 쟁취를 위한 인천지역 공동투쟁본부](공투본)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공투본 참여조직들은 그동안 지역내에서 대우차에 대한 유일한 공동대책기구였던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였는가라는 문제와는 별도로- 시민대책위를 실천적으로 움직이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투본 참여조직들이 대우그룹 사태가 발생하고 대우차문제가 부각되었던 작년말부터 지금까지 침묵하다가 왜 지금 투쟁을 소리높여 외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의문의 뿌리는 지난 수개월동안 시민대책위가 이름뿐인 조직이 아니라 지금, 무엇을 어떠한 실천을 해야하는가? 라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문제제기를 공투본 참여단위들이 제기한 적이 없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금은 한사람의 투쟁이라도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의 문제제기는 대우차 투쟁전선을 교란하거나 트집잡기의 문제가 아니다. 왜 지금 단일하고 강력한 연대전선이 형성되지 못하는가?라는 점에서 우리의 고민이 출발하는 것이며, 그 원인과 문제점을 교정하는 것이 바로 강력한 대우차 총파업전선을 세워내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연대투쟁은 한탕주의가 되어서는 안된다. 투쟁의 주체를 설득하고 조직하고, 참여의 대상을 확장하는 지루하고 끈질긴 실천의 결과이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민대책위가 비록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지만 최대한 시민대책위를 움직이려는 노력을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시민대책위의 동요하고 불철저한 모습에 대해서 대중적으로 비판하고, 독자적인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독자성은 선긋기가 아니라 대중적인 문제제기와 실천 속에서 정립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지역투쟁이 아닌 전국투쟁으로

대우투쟁은 현재 인천지역의 한 지역사안으로 고립되어있다. 그러나 대우투쟁은 이처럼 고립되어 고사되거나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의 문제로 전락되어도 되는 사안이 아니다. 대우투쟁은 2000년 상반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반대투쟁의 핵심고리이다. 대우차투쟁은 대우차노동조합만의, 인천지역만의, 또는 완성차 4사만의 투쟁이 아니라 민주노총과 1200만 전체 노동자의 투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의 비판과 문제제기는 이러한 대우차 투쟁의 시급함과 긴박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다소 과도할 수 있는 비판도 이러한 지향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비판의 과도함이 문제가 아니라 대우문제의 반민중적 해결이 초래할 더욱 가혹하고 참담할 결과에 주목할 때이다. 대우자동차의 공기업화 투쟁은 더 이상 공기업화가 가능하냐 않느냐의 탁상공론이 아니라 '해외매각저지와 공기업화'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 이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주제어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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