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0.04.11

기획연재 3 - 진정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이다 !

편집부
(편집자주) 정부와 자본은 대량실업과 구조적 실업의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마치 지나간 과거의 일인 것처럼 은근슬쩍 넘겨버릴려고 한다. 이에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장 커다란 화두이자 고민지점인 실업문제에 대해 '사회진보연대 실업운동정책모임'에서 4차례에 걸쳐 기획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다.
실업은 어제의 문제가 아닌 오늘 우리의 문제이며, 이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대중적 실천이 없다면 그것은 내일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다.

<기획연재 3>
진정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이다!
-실업운동과 사회복지요구 평가-

◇ 현단계 한국사회 사회보장의 성격

최근 정부의 "생산적 복지" 정책과 맞물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관련한 논의와 민주노총의 사회보장 요구안에서 보듯이 사회복지가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의 사회복지가 너무도 열악했던 까닭에, 사회복지의 부각만으로도 현실적 "복지확충"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심리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단지 복지의 총량이 조금 늘어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그 복지라는 것이 "어떤" 성격과 의도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면 기존의 생활보호법을 수정하면서, 대다수 한계계층에게 실질적 혜택을 확대하기 보다는 자활이나 직업훈련 등을 강제하는 부분에서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올해 내놓은 사회복지 예산을 보면 작년의 실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동시에 자활대상자 지원예산을 삭감하고 최저생계비 계측조사비와 저소득 실태조사를 위한 예산도 전액 삭감하고 있는 것이 복지정책의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기초생활보장도 안되는 "생산적 복지"는 결국 한계계층에게 최소한의 지원을 주는 동시에 그 대가(!)로 비정규적인 일자리라도 끊임없이 찾아다니라는 요구이자 압박이다. 영국에서 대처 정부가 시도한 것처럼 자유시장적 경쟁원리를 복지부문에서도 강조하는 한편 전국민을 '생산적' 부분과 '비생산적'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전자에게는 가능한 한 능력에 따른 시장에서의 생존을 유도하고, 후자에게는 게으르고 무능하며 기생적인 사람들이라는 낙인과 함께 국가의존을 허용하는 '두 국민 헤게모니' 전략인 것이다. 국민들이 한 사회의 성원으로서 가지게 되는 권리를 인정하고, 그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실업사태의 결과인 '일자리를 얻지 못한 잠재적인 사회불만세력'을 아주 낮은 지원(비용)을 통해 관리하려는 것이 바로 생산적 복지인 것이다.

◇ 실업운동의 과제와 사회보장

이러한 정부의 관리주의 정책에 대해 실업운동은 정부정책의 위선적 성격을 폭로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실업운동의 현실인식과 대응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실업운동의 올해 목표를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확산되어온 "자활"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근로 위탁이나 실업극복국민위원회의 재정 지원이 없어질 것을 예상한다면, 자활 중심의 사업은 위험성이 큰 사업방향이다. 자활을 위해 시행되는 사업들이 결코 안정적이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자리가 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제3의 불안정노동을 재생산하는 것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욱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자활후견기관"을 중심으로 하여 개개의 단체가 각개 약진하려는 모습에서, '우리의 운동이 단체의 측면에서건 실업자 개인의 측면에서건 살아남기 위한 활동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실업단체가 정부의 프로그램을 대리 집행해주는 관리기관은 아니지 않은가? 실업단체들은 기간의 성과들, 특히 기층 실업계층과 형성된 접점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인 투쟁으로 나갈 때에 진정한 의미의 "실업 없는 사회"라는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보장이 국가에 의해 시혜적으로 베풀어질 때, 그것은 민중들이 흘린 피와 땀의 대가를 일부 되돌려 받는 것으로 그칠 뿐이다. 우리의 목표는 정당한 사회적 권리를 주장하고, "안정적인 일자리"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투쟁 과정을 통해서만 "적절한" 수준의 사회보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서구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이다.

◇ 시혜를 넘어 투쟁으로 가자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실시할지, 공청회를 따라 다니는 것으로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얻어낼 수는 없다. 정책 시행의 세부적인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1차적인 역할이다. 지난번 정부의 잉여재정분 사용에 있어 한계계층에 쓸 것인가, 정부 부채 축소에 쓸것인가를 놓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 것을 기억해보라. 권력집단은 우리 민중이 낸 세금을 가지고도 민중의 생존권에 쓰는 것을 아까워하고 있는 것이다. 시혜를 넘어 투쟁으로 갈 때만이 민중들은 진정한 사회의 주인의식과 권리의식을 획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유례없는 호황의 지속과 역사상 최저의 실업률이라는 찬란한 성과(?) 속에서도, 수천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사회보장 프로그램은 우리보다 몇배나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 단지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정비한다고 해서 민중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순진한 생각인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사회개편 전략은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매개로 사람들을 끊임없이 불안정한 일자리들을 떠돌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자본의 전략에 맞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최소한의 요구로서 강력하게 주장해야만 한다. 사회보장을 둘러싼 투쟁은 민중의 생활적 기본권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조건들, 즉 교육.주택.의료 등 공적 서비스의 확대심화(공공화)를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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