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0.05.23

기획연재 -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 사례와 평가 5

편집부
■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사례와 평가 5.

(4) 연맹과 산별노조, 지역본부 차원에서의 조직화 경험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사례
보건의료노조의 제4차 고용실태조사(1998.8)에 따르면 현재 병원에 종사하는 전체직원중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직원수는 12.1%에 달하고, 비정규직중 파견용역직이 41.2%에 달하며 그외 임시직, 파트타임(시간제), 촉탁계약직, 일용직, 기타, 사내도급의 순으로 도입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간호사,의료기사 등은 시간제가 많고 보조원, 조리원 등은 계약직이, 청소,경비,전기시설직은 용역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IMF체제 이전에는 단순기능직, 비의료직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도입되었으나 IMF체제 이후로는 의료직, 사무직 등 전직종에 걸쳐 도입되면서 정규직 노동자를 대체해가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보건의료노조는 99년 핵심요구로 "인력확보 및 비정규직 확대 저지"를 내걸고 투쟁하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20개 지부), 비정규직 도입금지(14개 지부), 비정규직 도입시 노사합의 또는 협의(13개 지부), 비정규직노동자의 임금·노동조건 개선(16개 지부), 인턴사원·공공근로 참가자의 정규직업무 대체금지(11개 지부)등의 조항을 포함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보건의료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 확산의 문제를 걸고 투쟁을 조직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정규직 확대가 정규직 축소, 노동강도 강화와 병행되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적정인력확보의 요구와 비정규직 제한 요구를 결합시킨 점이다. 실제 인력확보 관련한 요구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확보한 지부는 20개 지부가 된다. 둘째로 "비정규직 확대중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요구를 보건의료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와 결합시킨 점이다. 비정규직 확산의 문제를 전국적·전산업적 문제로 받아안기 위한 노력들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2000년 사업계획으로서 지부단위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를 추진하고, 지부 내 비정규직 조합가입 지원사업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전국상업노동조합연맹의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계획
백화점·슈퍼마켓·할인점·패스트푸드·패밀리 레스토랑 등 소매업과 외식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는 상업연맹의 문제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통업의 산업적 특성과 노동력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1997년 당시 유통업은 업체수 931,000개에 종사자수 2,413,000명으로 고용인구 대비 26.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종사자수 4인 이하 업체가 전체의 93%, 매장면적 15평 미만 업체가 전체의 86%를 차지한다. 유통노동자의 직종은 판매직, 기능직, 기술직, 관리직으로 대별되며 전형적인 직종은 판매직(캐셔직 포함)과 기능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주요한 직종인 판매직은 다양한 파견노동자,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 정규직인 캐셔와 담당으로 분할되어 있다. IMF체제 이전부터 외국계 대형할인점과 외식업을 중심으로 임금·고용·노동시간의 불안정화가 상당히 도입되어 있었다. 또한 유통업에 종사하는 노동력은 저임 여성노동력이 다수인데, 이것은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과 노동유연화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이다. 즉 대다수의 여성노동은 생계보조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부차적인 역할로 치부되고, 남성보다는 저임으로, 전일제 노동자라기보다는 시간제 노동자로 취급되어진다. 이러한 규정은 유통업의 자동화와 탈숙련화로 인해 여성 저임노동력 고용의 증가를 가져오며, 영업시간의 연장으로 인한 노동력 유연화 전략은 시간제 여성 고용을 통해 달성되어진다. 상업연맹이 1997년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설문대상자중 여성 비율이 85.3%로 조사되어 유통업에서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상업서비스분야의 불안정노동자는 그 비율이 대단히 높고, 정규직 업무를 대체해가고 있다. 외식업의 경우 매장영업관리를 제외하고는 80-90%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되어 있고, 백화점·할인점·슈퍼체인의 경우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50-60%에 달하고 있다. 그동안 정규직노동자가 담당해왔던 현금계산업무도 IMF체제 이후 급속도로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상업연맹은 99년에 상업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보호방안을 국정감사기간에 제출하였고 실태조사를 진행해왔다. 특히 백화점 주휴제 쟁취라는 요구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백화점 판촉사원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백화점 판촉사원들의 경우 실제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의 2/3를 차지하고 백화점의 제반업무에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에 물건을 대는 제조업체들이 파견한 판촉사원 신분으로 파견업체와 백화점의 이중의 노동통제를 받고 있었다. 비록 상업연맹이 백화점 판촉사원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은 아니지만, '주휴제 쟁취'라는 정규사원과 판촉사원 공동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이들간의 공통의 이해와 연대의식이 확대되었다는 성과를 가졌다. 이처럼 정규직노동자들과 불안정노동자들의 공동의 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것, 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불안정노동자들의 문제가 함께 제기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사례의 교훈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보건의료노조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상업연맹은 2000년에는 보다 직접적인 조직화를 실시할 계획인데 외식업의 경우는 지역노조 건설, 유통업의 경우는 지역노조나 단위노조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위노조가 있는 경우는 비정규직이 압도적으로 다수인만큼 단위노조에 이들을 포괄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실제 이런 모범 사례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상업연맹 자체의 포괄범위가 아직은 미약하고 무노조사업장이 더 다수인만큼 지역노조의 지부 등의 형식으로 불안정노동자를 조직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직대상자를 확보하기 위해 신상카드 마련, 상담센터 운영 등을 준지하고 있다. 상담센터의 경우 법률적 구제에 치중한다기 보다는 상담을 통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을 높이고 이를 통해 조직화의 초동주체들을 만들어 나가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그리고 단기간계약직이 다수인 만큼 계약 해지 내지 비갱신을 통한 조직와해시도가 집중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는 단기근로계약 규제를 위한 제도개선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상업연맹은 이를 위해 연맹과 각 단사 노조 간부들로 구성한 '비정규직 문제 실무준비모임'을 꾸려 구체적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본부의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대표적으로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의 조직화 사례를 들 수 있다. 민주노총 건설 이후 서울본부는 산별연맹 중심의 구조 속에서 지역본부의 고유한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던 중 1998-99년의 경제위기 속에서 '고용안정과 부당노동행위 척결'을 주된 과제로 잡고 6개 지구협의회를 건설해냈다. 서울본부가 비정규직·미조직노동자들의 조직화에 주목하게 된 것은 99년 하반기에 '부당노동행위 고발·조직 상담센터'활동을 전개하면서부터이다. 2000년 2월 현재 20개 사업장 노조를 직접 결성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였는데 그 중에는 서울지역상용직노동조합, 전국애니메이션노동조합,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 서울대시설관리노동조합 등 다양한 불안정노동자들의 조직사례가 있어 주목을 받았다. 말하자면 고용위기가 전면화되는 가운데 미조직노동자들의 조직상담을 벌여내면서 불안정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문제의식과 조직사례들을 발전시켜 온 경우이다.
서울본부는 지금까지의 조직화 성과들을 기반으로 2000년 들어 비정규직문제를 주요사업으로 전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의 비정규직노동자 주체들과 관련단체·활동가 역량을 결집하고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활동을 통해 민주노총의 비정규직사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중심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 노동조건 개선, 법적 보호장치마련 등을 사회쟁점화한다는 계획이다. 보다 구체적인 조직활동 계획으로는 영세사업장 지역노조의 활동지원, 학습지업종노조·외식업종노조·컴퓨터업종노조·마을버스업종노조 등 지역업종노조 결성추진, 지역일반노조 건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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