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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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두려움에 떨고 있는 쪽은 매맞고 잡혀간 노동자들이 아니다 !

김대중정부의 노동운동 탄압과 신공안 정세에 대하여

편집부
때아닌 신공안 정세의 형성과 사회적 반동화(反動)화

6월 29일과 7월 1일 새벽에 자행된 롯데호텔노조와 사회보험노조에 대한 공권력의 테러행위는 군사독재시절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천여명의 연행자를 냈던 사건은 과거 군사정권시절에도 86년 건대사건과 87년 구로구청부정선거함 사건, 92년의 한총련 사건 등 초대형 탄압사건 몇건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더군다나 롯데호텔노조에 대한 경찰의 극악한 폭력행위가 폭로되면서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찰은 또다시 수천여명의 경찰을 동원하여 2000여명의 사회보험노조원을 굴비엮듯이, 마치 전쟁포로 다루듯이 연행한 것이다. 또한 술을 먹고 진압하는 경찰의 깡패적 행동이나 임산부와 장애인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반인륜적인 폭력을 행사했다는 충격적 사실은 우리에게 80년 광주학살의 치떨리는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수십층의 밀폐된 공간으로 수천명을 몰아넣고, 취루탄과 연막탄을 난사하고, 전쟁포로 다루듯이 폭력적으로 진압하여 연행한 것은 결코 공권력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전시의 군사행동이고 테러행위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우발적 사건이거나 일회적 사건이 아니다. 의사폐업의 대란에서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 병원을 지켰던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자동차산업 해외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금감위 앞에서 농성하던 금속산업연맹 지도부와 조합원에 대한 폭력 탄압, 철도청장의 비리를 폭로하고 철도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던 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와 거액의 손해배상소송, 임금가압류조치, 3년여동안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하던 오트론 해고자들과 지원 노동자들에 대한 테러행위와 구속 그리고 최소한의 생존권과 주거공간을 처절하게 요구하는 철거민들에 대한 살인적인 테러와 폭력 그리고 지도부에 대한 싹쓸이 탄압, 아셈(ASEM)과 월드컵을 앞두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진행되고 있는 노점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탄압. 그리고 지난 4년전부터 사회문제화되었고, 김대중대통령이 3번씩이나 해결을 약속하였던 에바다복지회의 민주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에바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장애인들과 학생, 노동자들을 공권력이 앞장서서 폭력으로 탄압하면서 비리재단을 옹호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6공 최대의 의혹사건인 '강기훈유서대필사건'이라는 희대의 조작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주임검사가 대법관으로 추천되고, 학생운동 출신 5,000여명에 대한 사찰이 경찰에 의해 지금도 자행되고 있으며, 매향리 미군 국제폭격장을 폐쇄하고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절박한 요구에 대해 한국정부가 미군의 입장에 서서 주민을 회유 협박하고, 탄압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현 정세의 특징

수많은 사건들을 관통하고 있는 현 정세의 특징은 세가지 갈등을 핵심요소로 하고 있다. 첫째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금융노조의 총파업 선언에서 드러나듯이, 2000년 하반기 구조조정의 핵심적 과제(기업·금융구조조정, 공기업 사유화와 해외매각)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반발과 저항이 강력하게 형성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정권 초기의 노사정체제가 가졌던 협조주의의 사회적 위력과 포섭력은 반감되고 있다는 점. 둘째 남북간의 대화 국면이 역설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법적, 제도적, 정책적 모순 현상의 정비가 정권의 주도하에서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점(국가보안법의 개폐, 주한미군 문제, 통일운동에 대한 탄압 등) 더구나 이 과정은 냉전보수세력의 반발을 무마하고 동의시키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 셋째, 한나라당을 필두로한 수구세력들의 김대중정권에 대한 견제와 반발이 곳곳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 김대중정권에게 이것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각고의 정치적 노력과 동시에 구조조정과 사회정책, 남북정책에 대한 보수주의적 반발을 무력화하고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을 추진, 완결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갈등점들에 대한 김대중정권의 태도는 구조조정에 대한 물리적이고 가장 직접적인 파열구를 낼 가능성이 있는 세력, 즉 노동운동에 대한 강도높은 탄압과 무력화 공세를 한축에서 진행하고, 남북대화 국면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국보법 개폐와 같은 정치제도적 개혁을 통치의 정당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그리고 위의 두 방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합의를 사회화시키고, 극우보수적 세력을 시대착오적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주도성을 강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벌어진 롯데호텔노조와 사회보험노조에 대한 공권력의 테러행위는 특정 단사 사업장 분규에 대한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전체 노동운동에 대한 김대중정권의 사활적인 공격을 의미한다.
사회보험노조의 경우를 보면, 공권력 투입이 개별 노사갈등의 해결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목표로 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사회보험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측은 이례적일 정도로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을 거의 전면적으로 수용하였다. 마지막까지 미타결 쟁점이었던 노사협력실과 감시실 직원의 조합원 자격 여부와 2년 무쟁의선언도 6월 29일 새벽 마지막 교섭 국면에서, 전자는 교섭이 아닌 법률적 기준을 적용하고, 무쟁의선언에 대해서는 노조의 완강한 거부에 의해 사측이 포기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타결 분위기로 가고 있던 시점에서, 마지막 교섭 이후 20여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이다. 불법파업이 아닌 합법파업이었고, 단체교섭도 타결분위기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장의 신변보호요청'이란(당시 노조원들은 이사장실 앞에서 농성중이였으며 그 상황은 강제적인 '감금'상황이 아닐뿐더러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단 한가지 명분으로 3000여명의 경찰이 동원되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공원력의 폭력탄압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기에 이것은 하나의 단위사업장 노사쟁의에 대한 공권력의 투입이 아니며,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위협세력으로 부각할 수 있는 노동운동을 사전에 무력화시키고, 하반기 구조조정 일정에 올라있는 금융노조와 공기업노조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불안과 신공안 탄압에 대한 우리의 대응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탄압과 신공안정세의 의미는 역으로 보면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물질적 기반이 대단히 취약하고, 노조의 반(反)구조조정 투쟁으로 인해 순조로운 4대부문의 2차개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정권이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남북대화국면에서 국가보안법폐지운동, 주한미군철수운동, 통일운동이 대중화되고 대중의 의식이 급진적으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이 탄압을 강화하는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두려움때문이다. 권력이 두려워하는 것, 바로 그곳이 우리 투쟁이 집중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공안 탄압의 개시는 곧 2차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진정한 민중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쟁취하기위한 노동자-민중연대투쟁의 개시를 의미한다.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설립 관련법, 외국환거래법등 2차 금융·기업개혁을 위한 제반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고, 7월11일로 예정된 금융노련의 총파업을 진압한뒤에 부실은행정리를 필두로한 신자유주의적 금융개혁을 연내에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을 분명히하고 있다. 이는 IMF와의 마지막 정책협의를 거쳐 확정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6월23일)에서도 밝혀진바, 당면한 금융·기업부문의 개혁을 시급히 착수함으로써 지난 1차개혁의 성과(!)를 공공히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전면적인 2차 구조조정을 통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우리의 대응이 필요한 지점은 정권이 탄압으로 지켜내려는 바로 이 지점에서 형성된다. 당장의 현 공안탄압의 폭력성과 반인륜성에 대한 대중적인 선전폭로를 게을리해서는 안되겠지만,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하반기 구조조정의 핵심과제를 저지 파탄낼 수 있도록, 금융과 공공노동자의 투쟁을 조직하고 광범위한 민중연대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도 기본적인 과제일 것이다. 또한 국가보안법, 미군문제와 관련한 김대중 정권의 비민주적 식민주의적 동요와 기만적 태도를 파탄내어야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현시기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될 두가지 과제를 확인하고자하는데, 그것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어가고있는 김대중의 노벨상 후보 선정에 대한 반대여론을 국내외적으로 조직할 것과 10월 ASEM2000회의에 대한 반대와 대항행동의 조직이다. 이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이데올로기화하고 사회적 여론으로 몰아가기위한 김대중 집권 후반기 전략의 중심에 위치한 사안들이기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정책과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투쟁을 세계화와 초국적자본, 국제적 투자협력기구와 국제회의에 대한 반대로 확대시켜가야 하며, 이러한 기조에 동의하지 않거나 점차로 정권의 이데올로기 부대화되어가고 있는 일부 시민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견인과 비판적 분별정립은 매우 시급하고도 중대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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