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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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외국인 투자, 산타클로스인가 날강도인가 - 최근의 외국인 국내경제 비중 급증 현상에 대하여 -

편집부
국정 홍보처가 최근에 홍보중인 구호는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입니다'이다. 단지 'IMF 국난극복'이 약효가 떨어지자 내세운 말이라고만 보기에는 어딘지 섬뜩한 면이 있어보인다. 그리고 이제 정부는 과거 개발독재정권과는 다르게 외국자본의 국내침투, 종속의 문제를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거꾸로 더많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일에 자신의 사활을 걸고 있다. 바로 '수출만이 살길'이라던 수출지향 공업화에서 적극적인 외자유치와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이 한국경제의 생존조건이 된 것이다.
실제로 IMF위기이후 현재까지 외국인 투자는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에있다. 기업의 경영에 참가하기 위해 투자하는 직접투자도 지난 해 크게 증가했지만 특히 증권 채권 등의 투자상품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포트폴리오 투자(portfolio investmenr)가 급증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 연속 순유입이 시현돼 올 상반기중에만 100.1억 달러가 순유입되었으며, 99년 순유입규모 55억달러를 두배 가까이 상회하고 있다. 한편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 97년 69억 달러에 그쳤던 것이 작년에는 155억 달러로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는 78억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30%를 외국인이 점유하고 있고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기업들이 연간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국내 제조업 총 부가가치의 21%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급증하는 외국인 투자는 과연 한국경제를 구원해주는 산타클로스인가, 아니면 경제주권과 민중생존을 위협할 날강도인가? 이 당돌한 물음에 맞서는 일은 어느새 한국경제의 새로운 생존조건이 되어버린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이 노동자 민중에게 무엇인지에 답하고, 초민족 자본과 김대중 정권이 강요하는 개혁·개방의 미래를 밝히는 열쇠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의 논리

기회있을때마다 김대중은 외국인 투자유치는 이자와 원금을 상환해야하는 외채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가 종속되는 일로 볼것이 아니라 고용창출과 기술이전 및 투명한 선진경영 도입, 막대한 외화자금과 해외수출시장을 선사해주는 한국경제회복의 일등공신이라고 강조하곤한다. 심지어 김대중은 외국인투자 기업은 우리 근로자를 고용하여 봉급을 주고 우리 나라에 세금을 내면서 우리 나라의 국부를 창출하는 우리기업이라고까지 한다. 또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제기한 국가채무논쟁이 이른바 국부유출 논쟁으로까지 번져나가자, 정부는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는 GDP 대비 7.8%에 불과하다는 점(세계평균 11.7%)과 싱가폴, 말레이지아 같은 나라는 외국인투자의 비중이 커 외환위기를 모면하기도 한 점, 국제신인도,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이점등 온갖 근거와 논리를 동원, 발명해냈다.
그러나 얼마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따르면 지난해 GDP대비 외자비율은 이미 9.9%대를 넘어선 실정이며, 지난 8월말 현대증권의 1억달러 외자유치껀에서도 보여지는 바 아직 굵직 굵직한 재벌개혁·은행매각·공기업 (지분)매각일정이 남겨져있다는 점, 밀실에서 이미 그 안이 확정되었다는 한미·일 투자협정 등을 고려해보았을 때, 정부의 외자비중 확대 목표치인 20%(!)는 언제 조기초과달성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처럼 높은 외자비중 증가세와 정부의 흔들리지않는 개방정책 기조하에서 '아직 세계평균보다 낮다'는 식의 근거는 그리 큰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97/98년 위기의 본질을 금융세계화로의 강제적 편입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의 일종이라고 보았을 때, 외자비중이 높은 나라들이 위기의 영향을 덜 받았다는 근거는 본말이 전도된 설명이라 할 것이다. 초민족화된 금융자본의 지배력아래 더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 초민족 자본의 배제(외면)와 적대적 공격을 피하기위한 한 방법일 수는 있어도, 세계경제의 불안정성과 위기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같은 순종은 더 크고 어떤 주체적 대응도 불가능한 위기속에 자신을 내던지는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여년간 끊임없는 외환, 외채위기와 구조조정, 정책개혁을 반복해오고있는 남미의 사례는 신자유주의적 개혁-개방정책이 위기를 막아주는 우산이 아니라 내리는 비를 폭풍으로 바꾸어주는 프로펠러였음을 보여준다. 기술이전의 경우, 말은 매우 그럴듯해보이지만, 현실은 그와는 전혀다르다. 대개의 초민족자본들은 기업 내부거래를 중심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내부거래를 통해 현지의 지사에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하는 갖가지 방법들이 활용되고 있다. 수출입가격을 조작함으로써 세금이 싼 나라로 소득을 전가시키는 전형적인 탈세유형인 '이전가격'의 조작 여부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여러 번 있어온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선물은 없다 : 외자유치와 고용창출

결국 김대중 정부의 외자유치 전략이 현실에서 힘을 가지는 이유는 외자유치를 통해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아주 단적으로 말해서 외자유치는 고용유지 혹은 창출의 효과가 없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외자유치 확대의 초기국면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외자기업에 의한 불법부당하고 반인권적인 노동탄압과 고용불안의 사례들뿐이다. 그리고 정부는 외자유치/대외신인도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를 묵인하거나 정부가 직접 공권력을 동원하여 노동조합의 생존권투쟁을 탄압하기 일쑤이다. 문제는 외자유치의 초기국면이 몇몇(?) 노동자들의 희생을 거친뒤에 안정화된 다음에도 그렇겠는가하는 점이다. 또 어쨋건 국내자본으로는 유지불가능한 기업들의 생존을 외국자본의 힘을 빌어 살리고 경기를 살려낸다면 고용(유지)창출에 어느정도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는 논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선물은 없다.
그 이유는 우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있는 외국인 투자의 대부분이 실제 생산이나 고용과는 상관없는 장단기를 막론한 금융투기자금의 이동이기때문이며, 둘째, 설사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직접투자일지라도 90년대이후 직접투자의 대부분은 기업가치를 올림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M&A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5년이상의 차관, 10%이상의 지분확보의 경우는 투기목적의 포트폴리오투자와는 다른 직접투자라고 규정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상의 구분은 점차 교묘하고 복잡해지는 금융기법과 파생금융상품들 앞에서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 외자유치를 통한 이른바 선진 경영기법의 도입이라는 것의 실체는 본질적으로 자본의 고용창출이 아니라 노동의 불안정화를 통한 고용의 파괴이기 때문이다. 자본개방화 이전인 지난 96년, 국내 외자기업들이 제조업부분에서 차지하던 매출액, 부가가치, 고용인원면에서의 비중은 각각 5.5%, 4.6%, 3.8%였고, 이는 현재 각각 18.5%, 21.2%, 9.7%로 변화되었다. 즉 총매출액과 부가가치량이 약 3.4배, 4.6배로 늘어난데 비해 고용인원은 2.5배가량만이 늘어났을뿐이다. 재료비와 인건비, 대손상각부담액 등을 지속적으로 줄이기는 것을 기본하는 선진 경영기법인 다운사이징과 주기적인 리스트럭쳐링의 덕분이다. 그나마 짤리지않은 노동자들 역시 선진적인(!) 연봉제와 스톡옵션과 같은 유연화된 임금체계와 실적주의(좋게말해 능력주의)적 경영관행아래에서 철저하고 새로운 노동통제아래 놓이게된다. 넷째, 외국인 투자는 주로 삼성전자, 한국통신 등 우량업종 기업의 지분 투자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를 통해 창출되는 고용은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핵심 우량기업과 국가기간산업이 장악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기술이전은 고사하고 중저급 제품생산기지로 전락할 걱정만을 더할뿐이다. 외국인 투자로인해 전통산업부문의 퇴출이 가속화하고 고용조정이나 과도기적인 금융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외자유치로인한 고용창출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는가.

외국인 투자로부터 새로운 고용창출이나 생산적 투자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외국인투자는 한계에 다다른 이윤창출의 어려움을 피해 국경을 넘은 그래서 스스로의 존재규정을 뒤엎어버린 자본의 초민족화, 금융화의 결론일 뿐이며, 그같은 자본의 이동이 가속화하는 금융적 축적방식으로의 전환은 비용절감, 고용의 불안정화/노동통제를 중심으로하는 경영혁신/구조조정, 경제주권의 상실만을 야기할뿐이다. 그러므로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한 경제회복의 성과나 혹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쟁적 우위는 우리가 배워야하는 '선진적인 경영기법'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당연하기까지한 비정치적인 시장경쟁의 결과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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