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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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셈 반대 투쟁'을 목전에 두고

편집부
아셈 투쟁 준비과정에 대한 확인과 점검

지난 8월 24일 민주노총 집행간부들과 [신자유주의반대·민중생존권쟁취 민중대회위원회],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의 핵심 활동가들은 간담회 형식의 연석회의를 가졌다. 10월 20일로 예정된 아셈 회의와 저항 투쟁을 어떻게 공동으로 조직할 것인가가 논의의 주제였다. 논의 핵심쟁점은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되었던 [아셈2000 민간단체포럼]이 10월 20일경 [아셈2000 '시민행동'의 날]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시민행동을 준비 기획하는 단위가 바로 민주노총이었던 상황에서 기인했다. 즉 민중대회위원회와 국민행동의 핵심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민간포럼의 시민행동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민중대회위원회와 국민행동은 아셈이 상징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반대와 저항투쟁을 자신의 주요한 사업 과제로 설정하고 있었지만, 민간포럼의 10월 20일 시민행동과 다른 별도의 민중연대집회를 상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아셈에 대한 '비판적 개입'인가 아니면 '전면적 투쟁과 비판'인가라는 현실인식/투쟁수위-방식을 둘러싼 '아셈민간포럼'과 '민중대회위원회 및 국민행동'간의 상이한 입장차이는 민주노총을 경계로하여 매우 불분명한 형태로 봉합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판단과 인식 차이를 조율하고, 사업 계획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 바로 8월 24일 간담회였던 것이다.
여기서 모아진 결론은 민중대회위원회와 국민행동이 공동의 이름으로 아셈민간포럼에 '10월 20일 세 연대기구의 공동집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결론은 세 연대기구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상황을 고려하여 민주노총의 의견을 존중한 것이었다. 이러한 의견이 민중대회위원회와 국민행동의 의결단위에서 승인되고, 민간포럼에 대한 공동 제안이 이루어지고, 몇차례의 우여곡절과 조정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아셈2000 신자유주의반대 서울행동의날 준비위원회'인 것이다. 그리고 서울행동 준비위원회는 민간포럼과 민중대위원회, 국민행동 각 3인씩으로 구성되는 기획단을 의견 조정단위로 구성하였고, 그 산하에 실무소위를 두어 구체적 업무와 사업계획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아셈민간포럼의 핵심 사업은 13개 분과 회의와 전체 회의로 이루어지는 18~19일의 민간포럼 행사이고, 이것은 민중대회위원회, 국민행동과는 무관한 민간포럼의 독자적인 행사이다. 그러나 민간포럼 내부적으로는 인권분과의 절대 다수인 13개 인권단체가 정부지원금에 대한 절대적 의존 반대와 민간포럼 진행과정에 대해 문제제기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추진기구인 아셈에 대한 반대와 비판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비판적 참여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면서 아셈민간포럼에서 공식 탈퇴를 하였다.
이러한 민간포럼의 상황과는 별개로 10월 20일 서울행동을 준비하고 대중을 교육, 선전하는 독자적 사업계획이 민중대회위원회와 국민행동에게 과제로서 요구되었다. 더군다나 아셈민간포럼의 사업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강한 상태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아셈에 대한 민중진영의 공통된 인식을 확립하고, 이를 대중적으로 공유하는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래서 민중대회위원회와 국민행동은 공동의 투쟁기획단을 꾸리고, 이 단위에서 공동으로 아셈투쟁에 대한 계획과 실천사업을 논의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것을 우리는 말뿐인 행동으로서의 '시민행동'이 아닌 '민중행동'이라고 규정하였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아셈 투쟁이 18~19일의 아셈민간포럼으로 대표되거나 10월 20일 2시의 집회 하나로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투쟁을 준비하는 것은 곧 대중을 조직하고 교육하는 과정에 다름아니며, 다양한 실천사업들을 규모와 수위를 조절하여 배치하는 것이라는 것이 민중행동의 문제의식이었다. 세 연대기구 공동으로 진행하는 10월 20일 오후의 서울행동과 이를 사전에 목적의식적 실천사업으로 배치하고 준비하는 두 연대기구의 민중행동은 이러한 점에서 구분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조직적 논의와 의결, 조정 과정을 거치는 공식적인 과정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민중행동의 맥락과 기조에서 아셈 교육자료집(국민행동 자료집과 민중대회위원회 자료집)을 발행하였고, 아셈 투쟁 문화제 '씨애틀, 프라하 그리고 서울'을 10월 8일 개최하고 참석하였다. 또한 민중행동의 문제의식을 명료하게 대중화시키기 위해 서울행동의 날 공식 포스터와 별도로 아셈 대자보를 두 연대기구 공동의 명의로 제작하여 배포하였다. 또 서울행동 이전에 민중행동의 의의를 알려내고 투쟁의 결의를 모으기 위해 민중행동 문화제를 서울행동 전날에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서울행동의 날 오전, 아셈 정상회의 개막에 즈음하여 한국 민중들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의 결의와 행동을 보여주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기로 한 것이다. 이 투쟁들은 어느 한 부문과 몇몇 단체의 투쟁이 아니라 민중행동을 결의한 우리 모두의 투쟁 과제였던 것이다.
이러한 지난 과정에 대해 장황하게 서술하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의 현재를 평가 점검하고 한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중요한 준거점이라는 인식때문이다. 무엇을 결의하고 합의하였는지를 부정할 때 또는 망각할 때 우리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이제 2일 앞으로 나가온 아셈투쟁의 성패 또한 장담할 수 없기때문이다.

투쟁을 앞둔 지금 다시 확인되어야 할 것들

우리가 민중행동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면서 아셈 투쟁을 전개하려고 했는가에 대한 기본 정신과 의미를 재확인해야 할 것이다. 서울행동의 날을 3개의 연대기구가 공동으로 개최하지만, 이러한 틀이 담아낼 수 없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과 투쟁의 민중적 내용을 공유하고 실천하겠다는 것이 기본정신의 핵심이다. 아셈은 시민사회의 의견을 조금이나마 수용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APEC과 IMF, WTO와 같은 국제기구들과 다르다는 것이 아셈민간포럼측의 인식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시각에 반대하는 것이다. 자유무역지대화,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방안, 투자자유화를 위한 협력 강화의 내용을 논의 협의하는 아셈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담지체일 수 밖에 없으며, 아셈에 대한 태도는 '비판적 개입'이 아닌 '전면적 비판과 반대'이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시각이다. 물론 시각 차이가 모든 공동행동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명히 확인해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동일하여 서울행동의 날 공동개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셈민간포럼과 국민행동·민중대회위원회 간에 상이한 시각과 태도가 존재하지만 민주노총의 처지와 입장을 고려하고 존중하여 공동개최가 한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달리 표현하면 민중행동에 입각한 계획과 행동이 1차적이고 우선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중행동 참여는 하나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고 중요한 원칙이자 행동의 준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무의미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연대의 파괴와 해체를 낳을 뿐이다.
또한 우리는 민중연대에 근거하여 아셈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아셈에 대한 우리의 투쟁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투쟁을 정치적으로 집약하는 것이다. 노동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자본과의 대립과 갈등을, 개방농정의 파괴적 현실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를, 도시빈민과 학생들의 투쟁을 신자유주의 반대와 세계화 반대, 아셈 반대로 모아내고 집약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 투쟁은 누가 누구를 지원하고 돕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하나의 정치적 주체로 세워내는 과정이다. 결코 숫자의 논리가 연대투쟁의 잣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투쟁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대중의 불만과 비판적 의식, 행동에 기반하여만 한다. 그렇지 못할 때 그 투쟁은 대중적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소수의 일회성 투쟁으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또한 반대의 측면에서 대중의 투쟁은 정치적 요구와 목표를 정식화하고 집약시켜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때 그 투쟁은 방향성을 상실하면서, 조합주의적 수준을 맴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아셈투쟁이 우리에게 가져다주게될 가장 커다란 의의는 이번 투쟁이야말로 IMF사태이후 초민족 자본과 김대중 정부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진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저지하지않고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김대중 반대'라는 단일한 정치적 목표를 위한 정치적 연대투쟁을 전개하지않고는 우리 민중 누구의 승리도 없으며 어떠한 투쟁의 성과도 평가될 수 없음을 보다 분명히 증거해줄 것이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10월20일 민중행동의 날, 아셈타워의 불빛을 잠재우고 씨애틀, 프라하에 이어 이곳 서울에서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새로운 출발을 밝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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