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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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을 일본에 매각하려는 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한일투자협정과 공공부문노동자 투쟁

편집부
채권단이 제시한 3500명에 달하는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포함하는 구조조정안을 노동조합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우자동차가 최종 부도처리되었다. 이미 죽은 시신을 다시 무덤에서 꺼내 부관참시하듯, 사실상 부도상태에 있던 회사의 부도를 내겠다고 공갈을 치면서, 정권과 자본 그리고 언론이 한덩이가 되어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대우자동차 인수의 유력한 후보자인 GM의 사전적인 구조조정 동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저들의 분명한 목적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로서 정권과 자본은 새로운 경제위기를 맞아 노동자에 대한 비난을 강화함으로서 구조조정을 강제해 나가는 효과와 아울러 초국적 자본에 한국의 대기업을 매각하는 기반을 닦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대우자동차 사례와 같이, IMF의 공황심화정책에 의해 한국의 알짜기업이 초국적자본에 매각되고, 구조조정정책으로 기업의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97년 경제위기 이후 보편적 경우였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달라지고 있다. 구제금융을 담보로 한 IMF와 맺은 협약에 의한 반강제적 집행에서, 정책적 연속성을 가지고 다자간, 쌍무간 협정을 체결함으로서 제도적으로 이를 보장하는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한전 노동자들은 지난 11월 17일의 한전노동자 파업찬반투표 이후 국회 산자위에서 23일 전력산업구조개편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24일부터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국회파행으로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또한 철도노조는 "24일 파업에 돌입하는 전력노조와 다음달 8일 파업에 돌입하는 도시철도 노조의 투쟁을 지지한다"며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했다. 그리고 "27일∼29일 3일간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다음달 15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정부가 전력노조와 도시철도노조의 생존권 사수 투쟁을 공권력으로 침탈할 경우 즉각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2일 공공연대 지도부의 국회 앞 단식천막농성과 26일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기로 하고 이 투쟁은 12월 초순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선언하고 있는 12월 초순의 총파업투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2일의 공공부문노조 대표자의 국회앞 농성돌입과 26일 대규모 집회, 30일 공공부문노동자 공동행동의 날 등의 공공부문 공동투쟁과 같이 현재 집중되고 있는 공공부문투쟁을 현재의 한일투자협정 체결과정을 통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한일투자협정 추진을 위한 협상에서 한일양국간에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투자예외조항의 리스트작성작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작성된 예외조항 리스트는 경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양국이 협의하여 항목을 추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그 파괴력은 최소한 10년은 보장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외국인기업을 내국인기업과 차별할 수 없다는 내국인대우조항과 관련하여 일본 외무성 담당자는 최근 '전기', '통신', '운송', '방송' 등과 같은 공공부문과 관련하여 투자룰에 대한 상대가 인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 즉 일정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 즉 외국인투자에 열려있지 않은 부문을 열라는 이 내용은, 협상 중이므로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으나 일본 사회운동의 공개요구에 직면하여 서면으로는 제출할 수는 없지만 말로는 얘기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서 나온 내용이다.
우리는 이즈음에서 지난 9월 김대중대통령의 일본 방한 당시 한국의 방송시장을 2004년까지 100% 개방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음을 상기하면서, 지금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외국인 소유지분한도 철폐와 관련한 노동정국으로 되돌아오고자 한다. 지금 공공부문은 비효율의 온상이라는 비난과 함께 현 정권의 민영화공세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한때 전세계 초국적기업들 중에서 해외지사가 가장 많았던 대우와 국내 최대재벌 현대가 내려않는 마당에 민간기업이 효율적이라는 이유는 명분이 없다. 굳이 소재를 ?자면 IMF 구조조정협약에 포함되어 있을 뿐일 것이지만, 현 시점에서 공공부문 민영화의 가장 큰 동인은 투자협정이 아닌가 하는 점을 의심해 보고자 한다.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안에 느닷없이 한국통신의 외국인 주식소유한도를 33%에서 49%로 늘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던 것은 왜인가? 그리고 노동자들과 정보통신운동진영의 반대에 부딪혀 이를 철회하면서도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통신주식 59% 중 24.9%를 연내에 매각하고 나머지 34.1%를 2002년까지 매각해 완전 민영화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변함없음을 확인하는 것은 일본정부가 요구하는 일정을 제시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일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한 한국측 연구기관인 내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일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언급한 '통신부문의 경우 아직도 우리나라는 기본통신망에 대한 경영권 및 지분제한 등 외국인 투자를 여전히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FTA(자유무역협정)의 체결에 따른 외국인의 투자유인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됨'이라는 내용이 그것을 의미하지는 않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그리고 한전을 비롯한 철도의 민영화 역시 일본에서 요구하는 일정을 제시하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하는 점을 의심하고자 한다. 한일간의 해저터널이 뚫리고 남북철도가 연결되는 것까지를 감안했을 때 한국 철도의 효용성, 북한에 투자가 확대될 때 전기의 효용성 등을 따져 일본이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억측을 더 이상 하기 전에,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일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내용을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한일투자협정의 핵심적인 문제로서 노동문제가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에 대거 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이 과격한 노동운동에 직면하여 상당수의 기업이 할 수 없이 철수하였기 때문에 일본기업 중에는 아직도 투자에 관한 신중한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일본 통산성의 요구에 따라 정부가 노사관계와 쟁의에 개입하여 노동운동을 봉쇄하고자 하는 '노동문제의 해결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진지조항이 한단계 진전을 하고 있다. 2000년 11월 1일자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정부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투자옴부즈맨에 개별 노사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기능을 강화한다는 새로운 근본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즉 일본기업이 투자의욕을 잃지않기 위하여 약 1년전에 발족한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 옴부즈맨조직이 개별기업에서 노사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조정위원회의 중간에 서서 공평한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지원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반노동자적 조항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행의무조항으로 현지고용을 요구하지 못함으로서 노동의 불안정성은 강화될 것이고, 이는 노동자의 쟁의에 대한 자본측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협정체결전의 투자도 대상으로 한다'는 조항으로 인해, 벌써부터 한국오므론과 같이 협정 타결을 감지한 한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기업의 노동탄압이 가중되고 있다.

결국 철밥통을 비난하며 노동자를 정리하고 민영화하려는 의도가 사실은 투자협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한국의 국영기업을 일본에 매각하는 길을 터면서 인수기업의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것이 아닌지 정부의 대답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답이 궁색하면 할수록,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민영화와 해외매각 저지투쟁과 16일 결성된 '국가기간산업 분할 민영화·해외매각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지지·연대투쟁은 정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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