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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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가진자들의 밀실회동으로 지배되는가

31차 2001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을 보며

편집부
다보스로 몰려든 세계의 지배자들

지난 1월 25일부터 스위스의 고급 휴양지인 다보스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전·현직 대통령과 총리, 경제장관, 중앙은행 총재, 초국적기업의 총수들과 지식인들, 언론인들이 모여들었다.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고급 사교클럽'이라 알려진 일명 다보스 포럼(세계 경제 포럼 World Social Forum)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는 연간 매출액이 7억달러 이상인 기업에 한하여 매년 1만3천달러의 회비와 2만달러의 참가비를 내야지만 참가자격이 주어지는 배타적인 모임이다. 1971년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창설한 유럽 최고 경영자들의 친목모임인 '유럽인 경영 심포지엄'으로 출발하여 73년부터 참여범위를 전세계로 넓히고 정치인까지로 확대하였고, 81년부터는 매년 1∼2월에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안착화 되었다. 현재는 미국기업 2백개, 유럽 기업 5백개 등, 총 1천여개 기업이 회원으로 있다. 매년 회원을 비롯한 각국 국가원수급의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하여 스키와 연주회, 휴식을 즐기며 세계경제의 흐름과 전망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주요 정책들에 대한 합의를 구축하는 이 포럼은, 형식적으로는 구속력 있는 어떤 결론을 도출하지 않는 비공식적인 모임이다. 그러나, 총 매출 합계가 4조 5천달러에 달하는 회원 기업들과 각국의 정치인들이 몰려드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것이 WTO, G7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굵직한 정책적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굉장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동안의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의 불안정화, 실업, 빈곤등 민중의 피폐한 삶을 노정한 개방화, 자유화, 탈규제화를 향한 각종의 정책들은, 이른바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호텔방에서 은밀하게 벌이는 밀실논의, 스키를 즐기며 주고받는 담소를 통해 그들의 시대적 의제로 자리매김 하게 된 것이다. 올해에는 최근의 미국, 유럽, 아시아의 경기둔화와, 시애틀 WTO 각료회의 무산, 그리고 WTO, IMF,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의 회의를 계기로 하여 제기되었던 '세계화 반대' 주장에 대한 대처 방안이 그들의 주요한 논의과제였다. 참석자들은 세계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하고, 99년 각료회의 무산이후 지역별 자유무역협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등 다자무역체제가 위협받고 있으므로 뉴라운드를 조속히 출범해야 한다는 데에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를 움직이는 질서는 민중의 힘으로…

자신들의 국제적 연계망을 확장하기 위한 초국적 자본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항하는 국제적인 투쟁은 다보스포럼을 겨냥하였다. 세계 곳곳에서 모여온 1000여명의 활동가들은, 입국금지, 검문검색의 조처들과 철조망, 물대포, 자동소총을 동원한 삼엄한 경비를 뚫고 고속도로를 기습 점거하기도 하고,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며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를 외쳤다. 또한, 각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보내온 다보스포럼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회의장 주변에 레이저빔을 이용하여 쏘는 형태의 최첨단 온라인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시애틀에서, 워싱턴에서, 그리고 프라하에서, 남반구와 북반구간의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와 민중의 기본권을 철저하게 파괴해온 WTO, IMF, 세계은행의 해체를 주장했던 세계의 활동가들이 다보스에 결집한 것이다. 매번 국제기구의 주요한 회의마다 인터넷을 통하여 세계 각지에서 조직화된 활동가들이 직접행동을 벌이는 형태의 투쟁은 이렇듯 상당한 수준으로 안착화 되었다. 이는 '위계적 의사결정 구조와 입장의 통일을 거부하는 풀뿌리 조직들의 네트워크를 통한 동원'을 특질로 하는 최근 반세계화 직접행동의 방식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시위에 힘입어 세계화가 가져다준 끔찍한 재앙들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누구도 피할수 없는 중요한 화두로 자리매김 하였다. 하지만, 반세계화 주장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세계 경제를 현재의 위기로부터 구출할 수 없음을 논증하는 것이라기 보다, 그저 무마되어야 할 막연한 불만의 표출로 각인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 내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한편, 다보스의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의 포토 알레그레(Porto Alegre)에서는 전세계의 사회운동 세력들이 모여 '세계화에 대한 민중중심의 새로운 대안'을 논의하는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을 개최하였다. 올해를 기점으로 사회포럼은 매년 다보스 포럼이 개최되는 기간에 맞추어 브라질에서 열리는 것으로 정례화 된다. 이는 제3세계 국가들을 초토화시키고 심각한 외채/외환위기에 빠뜨린 초국적 투기자본에 대한 통제, 보건·교육등의 공공지출에 쓰일 국가 예산의 상당부분을 외채에 대한 이자로 지출하고 있는 국가들의 외채탕감과 이를 불러일으킨 구조조정 정책의 중단을 요구해온 제3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 농민, 인권, 환경, 여성 활동가들로 조직된 대안포럼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IMF, 세계은행과 독자적으로, UN 주도로 국제 금융거래에 대한 0.05%의 세금을 도입하여 제3세계 국가 채무 청산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등 자본이 아닌 인간 중심의 경제정책이 모색되었다. 이와 더불어, '국제적 무역규범에 노동·환경기준을 삽입시킬 것', 'WTO, IMF, 세계은행등의 국제기구들의 민주화 방안'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실상 노동 환경권적 강화보다는 무역-투자협정을 강화하고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것으로 결과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일관된 우리의 생각이다. 현재 형성되어 있는 세계화에 대한 저항의 흐름이 반드시 'WTO·IMF를 비롯한 국제기구 해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전면 거부'로 일치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는 '반세계화 투쟁'에 대한 응답이 중요한 논의과제였다. 일각에서는 반세계화운동이 세계화의 부작용을 이슈화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있으며, 빈곤과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맞춘 '보다 나은 세계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국제기구의 주요 인사들에 의해 발언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불안정한 노동,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민중들의 외침을 무마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함을 증명하는 듯, 초국적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다시 재개될 WTO 농업부분 후속협상이, 지난 12월과 1월에 걸쳐 각국 정부로부터 협상에 관한 종합적인 제안서 접수를 끝마침으로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대중정부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 따른 농업개방 정책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폭락과 농가부채에 관한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점진적인 개방'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협상을 진행중이던 양자간 투자협정 및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미국에 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효과조사,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건설 및 ASEAN과의 연계에 관한 연구등,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논의가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다. '기층 민중들의 광범위한 대중투쟁'이라는 반세계화 국제연대투쟁의 또다른 전형으로 자리매김한 국내에서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김대중정권의 개방정책에 맞선 투쟁에 나서기 위한 전열의 정비가 시급하다.
주제어
경제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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