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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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보호법 2년 시행유예는 여성노동자의 모성과 인권, 생존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

편집부
모성보호법 시행 2년 유예, 정치적 야합으로 유린되는 모성

민주당을 축으로한 자민련, 민국 여권3당이 모성보호법 시행을 2년간 유예하기로 하였다. 모성보호법은 올 7월부터 시행하기로 예정되어 이미 예산까지 확보되어있던 상황이였으나 재계와 자민련의 조직적 반발로 여권3당은 바로 어제(24일) '도입은 하되 실행은 2년 유예'하기로 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특히 임시국회에서의 입법 통과를 앞두고 경총을 비롯한 경제 5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들의 휴가, 휴직의 확대는 기업으로 하여금 여성 고용을 기피하도록 할 것이다', '기업의 비용을 높여 경제회생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라는 등의 억지주장과 터무니없는 협박으로 법 개정을 막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모성보호와 노동력 재생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정권과 자본간의 정치경제적 야합의 대상이 되었고, 여성노동자들의 여성으로서,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마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 지난해 8월부터 모성보호 확대를 위한 여성노동법 개정활동을 벌여왔던 '여성노동법개정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비롯한 제 여성, 노동 단체들의 항의와 규탄이 이어지고있는 가운데, 어제밤부터는 민주노총의 여성간부들이 이번사태를 주도한 자민련당사에서 밤샘농성을 개시하였다.

'모성보호에 관한 노동법 개정'은 여성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이다.

연대회의는 현행의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에 포함된 '모성보호'에 관한 규정이 UN, ILO가 제시하는 기준에 턱없이 미달하며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육아휴직이 무급으로 되어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점 ▶임산부의 위험유해업무에 대한 보호조항이 전혀 없어 모체 및 태아의 훼손 및 기형아 출산등 모성을 위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 ▶산전산후휴가가 ILO기준인 14주에 못미치는 60일로 규정되어 턱없이 짧다는 점 ▶유산시의 유급휴가가 법제화되지 않아 실제 사업장에서는 거의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점 ▶임신시 태아 검진 휴가 조항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모성건강에 현저한 위협이 된다는 점 ▶모성보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후에도 혼인, 임신, 출산을 이유로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또한 이에 근거하여 '임신여성에 대한 모성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이에 대한 사회분담화를 명확히 하도록' 요구하였다.
노동 현장에서는 임금, 고용, 노동조건에 있어서의 차별을 감수하고, 가정에서도 임신, 출산, 육아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담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모성보호에 관한 여성노동법 개정'에 대한 여성단체들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이는 가부장적 성별 분업을 철폐하고,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실현하기 위한 그야말로 최소한의 요구이다. 그러나, 재계는 모성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를 짓밟는데 그치지 않고, "육아휴직이나 태아검진휴가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나 확대는 유급 생리휴가처럼 불합리한(!) 제도를 폐지하는 등 전체 휴일·휴가제도의 합리화차원에서 동시에 검토돼야 한다"면서, 그나마 현행법으로 보장된 권리마저도 폐지하여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극도로 악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의 인권, 노동권, 건강권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을 '제2의 건강보험 파동', '법 개정 직후 고용보험 파탄' 운운하며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 여당의 태도는, '새천년은 여성의 세기'라는 김대중정권의 슬로건이 공허한 수사에 불과함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주변으로 내몰리는 여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노동에서의 비용이 절감되고 노동통제가 심화되며 자본의 이동이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상황은 여성에 대한 보다 심화된 착취를 부추긴다. 여성의 주된 노동 영역은 가정이고, 가사노동은 재생산노동으로 생산성이 낮다는 허구적인 통념은, 여성노동에 대한 가치절하를 뒷받침하여,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화살을 여성에게 집중하도록 한다. IMF 구제금융으로 정리해고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그 1순위는 여성이었다.(그중에서도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점하는 여성비정규직노동자들) 농협의 구조조정과정에서, 가족을 부양하는 남성을 위해 여성들이 일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전체 762쌍의 부부사원 중 752쌍의 부부중 한사람을 퇴직시켰던 사례는 이를 잘 증명해준다. 뿐만아니라, 98년, 현대자동차의 사상 초유의 정리해고를 막아내는 투쟁에서도, 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쟁취를 위해 '식당 여성노동자'들은 총알받이가 되어야 했다.
가부장적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는 여성노동이 장시간 저임금노동, 저지위로 내몰리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심화된 노동유연화로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가운데 파트타임, 불안정고용, 가내하청 등 여성노동은 비공식부문으로 집중하게 되었다. 정부공식통계상로도 이미 전체 노동자의 52.6% 이상을 점하게된 비정규직 중 70%는 여성이라고 집계될 정도이다. 특히,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상품판매원, 학습지 방문지도교사, 방문판매원등 대다수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특수고용직'의 경우, 수행 업무의 중요성이나 사용 종속의 정도에 있어서 정규직과 별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에 의한 기본적인 권리는 물론이고, 노동자성조차 증명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당해고, 임금체불, 업무상 재해뿐 아니라 각종 부당노동행위와 인권유린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 근거하여 여성노동자의 지위는 급격히 하락한다. 정규직에 국한되어 제공되는 주택보조자금, 의료보험, 휴가등의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 혜택에서 여성노동자들은 배제될 수 밖에 없다. 열악한 노동환경속에서의 장시간업무로 인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의 증대, 이와 더불어 드러나는 육아, 교육, 의료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 지출의 감소로 인한 여성의 케어 노동의 증가는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위협, 모권의 후퇴로 결과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불안정한 고용에 근거한 일상적인 성폭력의 위협

심지어,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가부장적 성적관습으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은, 성별 고용 유형에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여성노동자를 보다 강력하게 통제하며, 특정 유형의 일에서 여성을 배제한다. 언어, 행동에서의 여성비하와 불쾌감의 유발에서부터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위협과 공포에 이르기까지, 성폭력은 여성이 더 이상 정상적인 일을 수행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예로, 한성 컨트리 클럽에서의 경기보조원에게 사례는,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성폭력, 인권유린에 일상적으로 노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의 불이익, 해고의 위협속에 '웬만하면 참고 견디도록' 암묵적으로 강제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롯데호텔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직장내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여성 노동자가, 성폭력 가해자가 작성한 인사고과를 토대로 하여 재계약에서 탈락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연령이 낮은 저임금, 미숙련, 여성노동자의 경우, '하잘 것 없는 일을 하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상대'로 여겨져 성폭력은 일상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이다. 더군다나, 직장내 성폭력은 법률적 적용을 받기 힘든 일상의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은폐가 쉬울 뿐 아니라, 성립 요건이 까다롭고 남성중심적 성담론으로 인하여 문제제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대부분이다.

111주년 메이데이,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장으로!

김대중정권은 온갖 폭력과 반민중적 구조조정, 총체적 경제-사회파탄으로 폭력, 무능정권으로서의 자기성격을 명확히한데 이어 전 여성노동자를 배반 배신한 반여성정권으로서의 성격마저 확인하게되었다. 그동안 김대중정권이 추진한 여성부 신설, 여성장관 임명은 보여주기 행정의 전형이였을뿐이며, '여성의 인적자원 개발과 권익보장'을 최우선적 정책기조로 설정하겠다느니 '21세기 남녀평등헌장'을 제정한다느니하며 벌여왔던 난리법석은 그저 여성 기만적 말장난 이상이 아니였던 것이다. 비록 자민련과 경총등이 앞장을 섰다지만, 이번 사태를 결정짓고 책임질 주체는 비단 김대중정권의 일부가 아니라 김대중정권이다. 이제 김대중정권은 IMF 구조조정 3년, 경제-사회파탄의 부담을 온몸으로 떠안고 있는 전 여성노동자들의 분노의 표적이다. 다가온 111주년 메이데이와 5월 총력투쟁속에서 우리는 이들 분노한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여성의 모성, 인권, 생존권을 확보 사수하기위한 투쟁에 함께 연대하고, 싸워 나아가야 할 것이다. SO-LA
주제어
여성
태그
총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