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1999.10.12
첨부파일
social04.hwp

주식상장이 공기업 혁신인가

편집부
-- 담배인삼공사의 공모주, 우리사주 열기의 환상

담배인삼공사 공모주의 열기
60대 1의 경쟁률, 상장 첫날 상한가 기록, 주문폭주로 인한 매매중단 등 엄청난 투자자들의 열기로 담배인삼공사의 공모주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담배인삼공사의 정부보유주식 15%에 대해 24개 증권사를 통해서 접수된 공모주청약결과 평균 60대 1에 달하는 엄청난 경쟁률을 보였다. 또한, 정부는 정부지분 2천865만주 중 기관투자자(30%)를 제외하고도 일반청약자 50%, 나머지 20%인 573만주를 우리사주에 배정하고, 기업은행보유 공사주식 573만주는 잎담배경작농민 3만4천명과 올해 담배인삼공사 명퇴자 200명에게 특별배정을 하여 이러한 열기에 호응했다.
청약열기를 반영하듯 담배인삼공사 주식가격이 상장 첫날인 10월 8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였다. 11일에는 매매주문이 폭주, 체결이 지연됨에 따라 매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뒷 맛이 씁쓸하다
정부는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 역시 다음달 공모주 청약을 통해 민영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공기업의 공모주와 우리사주를 통한 민영화는 신자유주의자들조차 "뒷 맛이 씁쓸하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담배인삼공사의 공모주 청약의 열기는 매매차익을 통한 돈벌이를 위한 '열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은행은 평가차액으로 1조3천억원의 이익을 봤고, 서울, 제일은행도 평가차액이 수천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은 최대 35주를 취득하여 실제 이익은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정부의 일반투자자와 우리사주, 농민, 명퇴자에 대한 배정은 주식투자의 열기에 이들을 동원하기 위한 '배려'에 다름 아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추구한 것은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미미한 주식배분을 통해 주식소유주로서 투자수익에 관심을 갖게하여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대한 반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것이다.

공기업의 공모주와 민영화, 초국적자본과 재벌만 살찌울뿐
정부는 올 11-12월 정부지분 15%내외를 해외DR(주식예탁증서)을 발행하여 매각하고, 2000년 동일인 소유한도 7% 및 제조독점 폐지, 정부 및 은행소유지분 매각을 통해 완전히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외국인 주식소유한도의 폐기는 예정된 수순이다. 또한, 우리사주나 일반투자자는‘회사의 지배’보다는 매매차익에 더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어 이들 주식들이 대자본에게 집중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80년대 후반 한전과 포철의 국민주 보급은 이 필연적인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공기업 민영화과정 역시 이를 반증하고 있다. 영국은 국민주방식을 선택, 개인주주와 종업원주주에 대하여 여러가지 우대조치들을 시행하여 1993년에는 주식보유자의 수가 성인의 22%인 1000만명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많은 주식소유주들이 민영화된 기업 발행주식을 구입했다가 금융기관에 되팔아 정작 민영화 과정에서 최대의 수익을 올린 집단은 금융자본과 대자본이었다.
이처럼 공기업의 민영화는 대규모 자본을 소유한 초국적자본과 국내 재벌들의 이윤을 보장할 뿐이다.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팔아치우기를 중단해야 한다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이란 공기업의 공익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구조조정자금 충당을 위해서 헐값에 매각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한쪽에서는 재벌간 빅딜을 통해 독점을 강화시키면서, 다른 한편에선 공기업 독점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한쪽에서는 부실덩어리 사기업, 재벌을 공기업 형태로 워크아웃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경쟁력을 살리는 것이라 한다. 대한생명의 국유화 결정, 대우자동차의 국유화 논쟁 등은 사적 기업의 폐해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 아닌가?
결국 공기업 민영화/매각을 통해서 정부가 남겨 줄거라곤 초국적 자본과 국내 독점재벌에게 국민의 재산인 공기업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과 단기적인 수익성을 위해 노동자에게는 인원감축과 극도의 고용불안을 안겨주는 것 밖에 없다.
주제어
경제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