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1.08.02
첨부파일
social99.hwp

일련의 노동민생관련 DJ 개혁정책 드라이브의 실상과 정치적함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노동시간 단축과 빼앗긴 노동3권

편집부

지난 1, 2주전부터 서민-중산층 정책마련과 정책쇄신을 유달리 강조해오던 DJ가 지난주에는 공무원노조 부분인정, 주5일제 조기실시, 중산층육성-서민생활지원대책과 같은 굵직한 민생관련 대책들을 연이여 내놓았다. 연말에는 소득격차특위라는 것도 만들어서 연말에는 서민생활 및 소득격차완화 관련 종합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라고한다. 특히 그간 오랜 논란을 불러일으켜온 주5일제와 공무원노조문제가 정부측의 조기실시, 부분허용 방침에 따라 급물살을 타고 노정간의 주요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로써 DJ는 언로쇄신에서 정책쇄신, 8․15이후 당정인사개편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3단계 당정쇄신책 구상하에, 모두에게 공격받던 위기의 정점으로부터의 반전을 꾀하고있는듯하다. 그동안 할 일없이 손을 놓고있던 노사정위원회도 부쩍 바빠졌다. 언론 또한 연일 주5일제 실시 도입과 관련하여 ‘노동계의 오랜숙원 해결’이니 ‘삶의 질향상’이니를 연호하고 있다. 그러나 DJ가 내놓은 이들 민생관련 개혁정책들의 실내용은 ‘삶의 질 향상’도 ‘노동계의 오랜숙원’과도 아무런 상관이없는 별도의 정치적 정책적 목적을 가지고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노동시간 단축과 빼앗긴 노동3권

주5일제 도입 실시와 공무원노조 인정문제는 DJ대선 공약사항이자 98년 노사정위원회의 주요한 합의사항이기도했는데, 그동안 재계와 정부측이 내세운 이러저러한 반대논리와 힘에 막혀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러있던 터였다. 그러나 막상 이들 문제에 관한 전향적 해결이 재검토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주초경에 있었던 DJ의 한마디 지시였다. 새삼 그동안 재계, 정부측이 펼쳐온 억지논리가 얼마나 허구적이였으며, 근거없는 버티기였는지를 절감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진정으로 놀랍고 분노스러운 사실은 DJ가 밝힌 가이드라인내에서 이들 문제가 해결된다면 제아무리 전향적인 해결과정과 결과를 내오더라도 그것은 ‘삶의 질 향상’도 ‘노동계의 오랜숙원해결’도 아닌 또하나의 기만적인 노동기본권 유린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현재 노사정위로 그 소관이 넘어가 논의중인 주5일근무제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노동시간단축이요, 보다 정확하게는 되로 주고 말로 빼앗는 또다른 노동법 개악이자 노동신축화 전략의 완성판에 불과하다. 마치 원숭이들의 불만을 달래기위해 아침에 주던 도토리3개를 4개로 늘리고 저녁에주던 도토리 4개를 3개로 줄여 주겠노라던 송(宋)나라 저공(狙公)과 같이, DJ는 월차․생리휴가를 폐지하고, 주휴일을 무급화하며, 변형근로시간제를 확대적용함으로써 IMF사태이후 추진중이던 노동신축화 전략을 완성시키려는 것이다. 현재 노사정위에서 논의중인 바대로라면 주5일제의 도입․실시는 곧 근로기준법 개악을 통한 임금삭감․변형근로시간제 확대이며, 월차․생리휴가의 폐지, 주휴일 무급화와 임금삭감, 변형근로시간제 확대․근로시간 적용제외영역의 확대에 다름아닌 것이다. 특히 이미 전체노동자의 60%대에 달하는 비정규직들의 대부분이 연차휴가를 받을 수 없는 1년 미만의 비정규, 계약직 노동자인 상황에서 그들의 유일한 휴가인 월차를 폐지하고, 여성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인 생리휴가 무급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주5일제라면 차라리 시행되지않으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것이 뻔한 상황이다.
우리는 지난 모성보호법 제정과정에서 DJ식 노동개혁이 이른바 ‘맞교환식 노동권후퇴’의 형태로 이루어짐을 뼈저리게 경험하였고, 이번 주5일제 도입-실시책 역시 ‘주5일제를 명목으로한 노동기본권 후퇴’로 귀결되어가는 것에 대해 분개한다. 현 노사정위에서 추진 논의중인 주5일제는 결국 변형근로시간 확대, 비정규직 확대를 통한 노동신축화 전략의 완성판일뿐이며, DJ집권후반기를 강하게 규정하는 대노동 포섭․배제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공무원노조 문제의 경우 역시 기만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DJ와 정부가 밝힌 공무원노조인정이라는 방침은 기실 노조인정이 아니라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연합단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며, 단결권을 제외한 노동2권만 주어지는 기형적인 노조허용검토이기 때문이다.
1990년 독일연방대법원은 “단체행동권이 주어지지않은 단체교섭권은 ’집단구걸‘에 다름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파업권이 보장되지않는 노동조합의 결사권과 단체교섭권은 구걸조합의 결성과 집단구걸권 보장에 다름아니며, 그만큼 노동조합과 노동기본권에있어 파업권과 단체행동권은 결정적인 의미와 역할을 갖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DJ는 자신의 공약사항이였던 공무원 노조는 물론이려니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된 노동3권과 노동조합을 정녕 동정과 선심을 배풀어주어야할 거지집단정도로밖에 생각하고있지않다는 말인가 말이다. 더욱이 당정의 공무원노조 부분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행정자치부는 지난 주말(7월28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전공련 탄압 규탄 결의대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그 주동자를 처벌하기로 하여 DJ정권의 '공무원 노조’와 노동3권에 태도가 과연 어떠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알맹이 없는 생산적 복지

지난 7월초중순 DJ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내실화 방안⌋과 ⌈중산층 육성 및 서민생활 향상대책⌋을 필두로한 일련의 서민생활 대책관련 생산적복지정책들을 내놓았다. 이는 IMF 사태이후 4인가구 기준 월소득이 96만원에 못미치는 빈민인구가 이미 1천만명에 육박하고있는 현실에서 DJ정부로서도 어쩌면 불가피한 조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 DJ는 이번에 처음으로 서민-실업자 생활관련 대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 올초에만 해도 일자리 창출과 자활지원 사업, 사회간접자본 투자 및 지원, 중소기업 육성 및 벤처기업 육성을 핵심으로하는 이른바 종합실업대책을 내놓았었고, 지난해 말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여 운영중이기도하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 육성이니 빈부격차 완화를 위한 세제개편이니 혹은 각종 금융융자지원과 같이 재탕 삼탕으로 이어진 식상하고 그 실현과 효과가 의문스러운 대책들을 제외하고, 실제로 서민 실업자생활에 직접적으로 지원이되는 실질적인 예산 확충에 관련한 대책은 이번 7월대책에도 여전히 공백상태이다. 도리어 올초에 종합실업대책이 발표된 이후, 98년 9조 3천억원에 달했던 실업예산은 2001년에는 그것의 1/3수준인 3조 2천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시로 기초생활이 보장이 되기는커녕 엄격한 수급자격 관리 및 조건부 수급대상 확대적용으로인해 그 대상 및 지원규모가 실질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이번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내실화 방안⌋이란 것을 내와, 조건부수급자 중 조건 불이행자, 조건부과 제외자, 자활사업참여자, 취업알선대상자, 신규급여신청자 등에 대한 소득조사를 보다 철저히 하여 이를 반영하고, 확인이 어려울 경우 모든 조건부 수급자들을 부정수급자로 간주, 추정소득을(상향조종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말하는 부정수급자들은 말이 부정수급자이지 실상 그 대부분은 기존의 생활보호법보다 강화된 근기법상 수급조건을 잘모르거나 지나치게 엄격한 수급조건상 수급대상에서 제외된 극빈 노약자들 및 (중저급)장애 빈민들이 태반이다. 결국 안그래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이후 줄어든 빈곤-실업자 생활지원 예산을 또다시 낮추어 (그것도 빈곤-실업자들의 책임을 들먹이면서) 예산을 절감하고, 이 사회로부터 철저히 배제당한 그들의 생존에 이러저러한 조건을 부과하고 그 조건을 강화하여 통제하겠다는 정책이 DJ정권의 실업 빈곤대책인 것이다.


포섭과 배제 : 일련의 DJ 정책쇄신 드라이브의 정치적 함의

그렇다면 이렇듯 기만적이고 내용없는 일련의 DJ 노동-서민생활관련 개혁정책 드라이브의 정치적 함의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DJ의 정치적 의도는 최악의 지경에 이른 민주당과 DJ자신의 정치적 위기국면을 반전시켜내고, 암울할 수밖에 없는 내년 대선에서의 정치적 활로를 찿아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약속된 위기극복실패의 책임을 져야하는 현집권자인 DJ의 입장에서 그가 꿈꾸는 재활은 어디까지나 위기극복 대권 소유자로의 부활이 아니라 효과적이고 경쟁력있는 위기관리 정권으로의 변신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DJ에게 필요한 것은 잃어버린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대국민동원전략’의 회수가 아니라 경쟁력있는 위기관리정권이 갖추어야할 적극적인 포섭책과(노동과 재벌양자에 대한) 과감한 배제(여성, 비정규, 실업노동자) 및 배제된 자들에대한 적절한 관리통제책(생산적복지)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일순간에 모두(?)에게 포위-공격당하는(심지어는 집권당 내부로부터조차) 사면초가의 처지에 몰렸었던 DJ에게 있어 민주노총에 대한 광폭무비한 폭력탄압과 조중동에 대한 대대적 공세는 이같은 DJ새판짜기의 시발점이자 사전정지작업에 다름아니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일련의 DJ 노동-서민생활관련 개혁정책 드라이브는 민주노총 폭력탄압 국면의 역전 혹은 전환이라기보다는 DJ새판짜기의 2단계 포섭 배제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아타(我他)를 구분키전에 우선 생존해야만했던 위기의 정점을 언론개혁과 민주노총 탄압으로 넘기자마자 DJ는 한편으로는 30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축소 및 이에따른 총액출자제 제한완화와 같은 친재벌적 재벌정책을 통해 비이회창 보수세력을 포섭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5일제나 공무원노조 부분인정을 통해 ‘현재의 민주노총’(DJ퇴진기조하의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동운동 상층을 분할․포섭해낼 것을 시도한 것이다. 총액출자제 제한완화와 같은 완화된 재벌개혁이 주5일제 조기도입의 탈을 쓴 노동신축화정책과 조합되게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주 55~50시간에 달하는 세계최장의 노동시간, 하루 10명에 달하는 산재사망으로 대표되는 우리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한시라도빨리 무엇부터라도 더많이 바뀌어야한다. 그러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의 절박함으로인해 현 정세의 본질과 그 전체적 진행과정에 눈감는 우를 범해서는 매우 곤란하다. DJ정권의 ‘맞바꾸기식 노동권 후퇴’는 결코 공짜로 주어지는 선별적 수용 혹은 비판적 지지(선별적 거부)의 대상이 아니며, 이를 ‘현실론’의 논리로 정당화시키는 자들을 경계해야할 것이다. 우리의 과제는 주5일제를 전제로한 노동권 후퇴조건의 수용여부를 어느 수준에서 용인할 것인가에 있지않다는 점을 분명히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우리는 노동기본권 사수/노동법개악저지의 관점에서 DJ정권의 노동유연화전략과 그 배후의 정치적 의도인 노동진영의 분할 배제-포섭전략을 분쇄해내고, 그 과정을 통해 분할된 노동자계급의 내적통일성을 얼마만큼 확보해내는가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할 것이다. 정녕 무엇이 소탐(小貪)이며, 무엇이 대실(大失)인지를 분별해낼때인 듯 싶다. SO-LA
주제어
정치 노동 민중생존권
태그
구조조정 자동차 오바마 지엠대우 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