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1.08.29
첨부파일
social102.hwp

현 경제위기상황, 어떻게 볼 것인가?

IMF조기졸업에 부쳐

편집팀
한국이 지난 8월 23일을 기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조기 졸업했다. 이날 김대중정권은, "자주적 경제정책 수립과 국가신인도 제고 등이 가능해져 우리경제 시스템의 큰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자축했으며, The Times는 "세계가 자랑할 만한 극적인 성과다. 한국이 개혁과 인내를 통해 이룩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나라당과 조·중·동 보수언론은 일제히 IMF 빚을 다 갚은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빚을 얻어 빚을 갚은 형국이라며, 우울한 IMF졸업식이라고 비판하였다. 한나라당의 정치적 의도는 차치하더라도, 김대중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은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위기 극복은 공문구였으며, 계속된 구조조정과 경제위기설에 채찍질을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최고의 단기외채 채무국, 총외채 세계7위국, 국가부채의 급증에 따른 재정파탄 위기, 수십조씩 퍼다붓는 공적자금과 민중생존의 파탄상황 등, 우리가 목도하는 이러한 현실은 가장 모범적 개발도상국이라고 하는 남한의 현 상황인 것이다. 경제위기는 지속적이고, 시차를 두고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몇몇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함정'은 다름아닌 기존정책의 반복이며, 일시적인 대응책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는 한국경제의 위기극복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한국경제의 활로는 미국식 글로벌스탠다드 모형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경제위기 극복의 가능성이라는 환상을 유포하면서, 반민중적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김대중정권은 IMF조기졸업을 마치 위기극복의 시발점이라고 선전해대며, 또 다시 민중을 기만하고 있다. 한편, 경제위기극복의 불가능성이라는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부르주아경제학자들은 정권의 관점과 상반되는 듯하지만, 실상은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통한 세계자본주의 체제로의 종속만이 한국경제가 살길이라고 주장함으로서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현재의 위기가 극복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기폭발을 지연시킬 김대중정권의 경제정책 추진방향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발 경제위기의 충격

세계경제가 지난 1973년 석유파동 당시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미국을 중심으로 대미의존도가 높은 여타 국가들로 파급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불황요인은 몇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달러가치 방어가 경제전체를 좌지우지할 핵심기조로서 판단된다. 즉, 강한달러를 통한 해외자본유입이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할 유일한 방책으로 사고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경제와 달러화 가치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GDP 대비 4.5%에 이르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라고 지적되고 있는데, 최근 크루그만과 버그스텐과 같은 새케인즈주의(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나 IMF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더 이상 지탱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강한달러정책이 올들어 7차례에 걸쳐 단행된 금리인하와 감세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이렇다 할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악화추세가 계속될 경우 자본이탈이 현실화되면서 달러화가 급격히 폭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다. 한편, 미국경제침체는 다름아닌 90년대 미국경제의 성장동력 모델을 모사하여, 구조조정 모델로 전파된 '글로벌스탠다드'가 대미의존적인 전세계 경제에 충격효과를 주고 있으며, 금리·유가·환율등 거시변수들의 변동폭이 확대됨에 따라 개발도상국들은 외환위기의 형태로 경제위기에 전염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기 경제위기극복의 방안이 과연 존재하는가? 사실을 중심으로 판단하건대, 미국·일본·EU등 주요국들과 이에 크게 종속되어있는 개발도상국가들까지 이러한 경기침체는 매우 광범위하여, 세계경제회복을 견인할 주도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성조차 못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통계치에 대한 예측만이 난무한 가운데, 중심국들은 패권적 보호주의 정책의 강화를 통해, 남미발 경제위기의 파급경로를 차단하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일촉즉발, 한국경제위기의 폭발 가능성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현대의 유동성 위기, 40조에 달하는 회사채의 만기도래, 대우차 처리의 불투명성 그리고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은행과 공기업의 해외매각의 불투명 등이 겹치면서 한국경제는 벼랑의 낭떠러지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중이다. 최근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경제위기가 급속히 번져나감에 따라, DJ정권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국가들과는 다르게 한국경제가 건전하다고 둘러대지만, 실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내총생산 대비 대미무역의존도가 73%에 이르며, 총외채는 세계 7위, 상환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외채의 경우 세계 1위(99년 기록)라는 초유의 채무국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핵심은 자본시장 자유화와 과도한 외화차입에 따른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우려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본철수 위협과 단기채무 이행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97년과 같은 과잉투자의 문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 과도한 정부부채 및 폭증하는 재정적자, 고이율의 외화차입등의 문제는 어느 남미국가 못지않게 경제의 함정에 깊숙이 빠져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정권은 02년 대선을 준비하며, 한손에는 형식적인 상시적구조조정 시스템으로, 다른 한 손으로는 적극적인 총수요관리정책(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동자에 대한 소득증대와 공공투자의 확대를 통한 내수와 소비수요의 진작하는 것으로서 결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적자재정을 기록하고 있는 재정파탄상황으로 인해 미약한 효과나마 제약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정책 역시 경기불황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돈흐름이 막힘에 따라 경기활성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단지 금리인하에 따른 주식시장 부양(방어)의 의미만을 가질 뿐이다. 불황기 금리인하 정책은 분명 경기활성화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원칙적으로는 자본유출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즉, 어느나라 할 것없이 금리인하책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추가금리인하 기대에 부응하여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이게 될 미재무성 장기국채를 구매하기 위하여 자본도피가 발생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한국금융당국이 금리인하조치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고채 수익률은 10년 사상 최저치로 급락하는 사태로 연결되고 있다.

한편, 지난 9-10일 여야3당과 정부는 경제정책협의회를 개최하여 한국경제극복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 소득세와 법인세등을 크게 경감해주는 감세안과 하반기 추경예산안 및 국가재정의 조기집행문제를 일괄처리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한나라당에서 강력히 주장한 법인세를 포함한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방안은 미공화당정부에 의해 주도되었던 '공급중시 재정정책'의 성격을 강하게 띄는 것으로서 정확히 말하면, 노골적으로 재벌기업들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특히, 국가 세수입의 대부분이 법인세인 것을 감안했을 때, 2003년이후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과 적자국채등의 원금상환이 이자부담과 함께 엄청난 재정부담으로 작동할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내놓겠다는 자리였지만, 결국 경제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아닌, 위기를 부채질하는 정책합의로 귀결된 것이다. 그들 사이의 정치적 갈등은 내년 대선을 둘러싼 공세와 공격, 그리고 정책 '쇼부'에 다름아니듯이, 한나라당의 최대관심은 2003년 차기정권에 돌아올 공적자금으로부터의 부담을 피해가자는 것이다. 즉,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공적자금 운운하면서, 그들의 실제 정치적 의도는 대선과 집권이후 닥칠 문제로 맞춰져있는 것이다.


마치며

이렇듯, 대외적으로는 미국경제의 장기침체 및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남미형 외환위기의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점증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2차 공적자금 50조원이 조기고갈 및 30조원의 부족규모가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10월부터 12월까지 폭발직전에 있는 회사채 만기상환과 이 빚을 단기외채차입으로 막아가고 있는 악순환을 고려했을 때, 현시점에서 다시금 반복될 경제위기 심화, 폭발에 대한 조심스러운 판단과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노동자 투쟁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종 협력적 이데올로기와 결합되면서 노동자 투쟁이 '관리'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이다. 도래할 경제위기 심화와 확장, 폭발의 국면에서, 위기에 의해 '관리'되는 노동자투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출발은 케인즈주의적 총수요관리정책이나, 진보적 구조개혁을 통한 사회적 조절 및 임금인상을 통한 유효수요 창출등의 진보적(?) 정책대안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될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도래할 경제위기에 적극적으로 노동자 대중을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이를 전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을 것이다. SO-LA
주제어
경제
태그
구조조정 정리해고 금속노조 쌍차 쌍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