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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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법정, 파견법 그 자체가 문제다 !

편집팀

SK인사이트코리아 노조에 내려진 중노위 판결

지난 17일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SK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판결은 얼마전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 불인정문제와 더불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인사이트노조에 내려진 중노위 판결의 내용은 4명에 대한 해고사실은 인정하나 파견법 5조1항(파견대상업무) 업무에 해당되는 여성조합원(사무직)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나머지 3명(출하서기, 영선원, 보일러운전원 및 저유원)에 대해서는 파견대상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파견법6조3항(만2년이 경과한 시점에 고용된 것으로 본다.)의 적용을 받을 수 없고, SK를 사용자로 볼 수 없기에 부당해고를 인정 할 수 없다는 요지였다. 이는 지난 부당해고를 인정했던 서울 지노위의 판결을 법리오해에서 비롯한 잘못된 판결이라며, 이를 뒤엎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사건에 대해 내린 비상식적인 판결이었다.
변형근로제 등과 함께 시행된 파견제는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입법취지로 비서, 타자원, 전화외판원, 운전원, 수금원, 건물청소원 등 26개 업무로 한정하며 98년 7월 1일부터 허용되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이트의 판결은 명백하게 불법파견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파견대상 업무인 경우에만 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고, 파견대상 업무가 아닌 경우에는 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불법·위장파견에 대한 법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법을 자행해온 사용사업주를 오히려 보호하고, 불법파견으로 고통받아온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는 마음대로 인정해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는 파견법을 제정하여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파견법을 통해 불법파견을 양산하고 불법파견노동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인데, 결국은 이러한 작태의 근거로 들고있는 파견노동자보호에 관한 법률이라는 파견법 자체가 얼마나 모순된 법인가를 알 수 있다. 애초에 파견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도 아니고 단지 불법파견을 양산하는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일 뿐이다. "불법"파견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파견법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이번 판결을 통해 파견법을 도입한 정권과 자본의 논리가 얼마나 극악무도한지에 대한 일대 폭로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 불인정 판결

또한 최근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행정법원의 잇다른 판결에서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화 하면서 오히려 노동자성을 박탈하고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권을 부인하는 정권과 자본의 기만성을 엿볼수 있다. 8월 21일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면서 관악CC(현 관악리베라CC)의 부당정직을 인정한 중노위 결정을 취소한데 이어, 9월 4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면서 한화프라자CC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중노위 결정을 취소했다. 이같은 법원 판결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사업자화함으로써 노동자성을 박탈하고 노동조합을 부정해온 사용자들의 행위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반동적인 판결로, 노조 투쟁의 성과에 힘입어 한양CC, 한성CC 등 그간의 노동위 결정에서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이 지속적으로 인정되어온 최근 흐름을 완전히 무로 돌리는 것이었다.
경기보조원과 관련하여 여타의 판결에서 "캐디 용역은 골프장 운영에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인적 용역으로서 고객으로부터 받은 봉사료는 캐디들의 노동제공에 대한 급여의 지급이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누8104 판결) 혹은 "캐디로 선발될 때 회사가 지정하는 내장객에 노무제공을 하고 그 대가로 회사로부터 캐디피로 지급받는 고용관계에 근사한 약정이 있고, 캐디피를 내장객이 직접 지급했다 하더라도 캐디피 지급의무가 있는 회사가 그 지급을 내장객에 위임한 것에 불과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6누1795 판결)고 하여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 내지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한 판결도 있었지만, 이번 판례는 행정법원의 입맛에 맞는 판결일 뿐이었다.

이처럼 이미 많은 부분 쟁점이 되고 있는 파견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이 두가지 판결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파견법의 시행이나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명목으로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정권과 자본의 악랄한 의도라는 것이다. 입법의도가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그 명목이 허구였음을, 노동자도 아니고 사용주도 아닌 '근로자에 준하는 자' 라는 애매한 규정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그 명목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번 두 판결이 자본과 정권의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노동할 권리에 대한 공세적 공격의 선포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이미 지노위나 다른 사례를 통해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었던 사례를 번복한다는 것은 복수노조금지 문제, 모성보호법 등 일련의 노동법 개악의 연장선상에서 다시금 개악의 시도를 위한 포석을 깔아놓기 위한 선포이며 투쟁의 의지를 꺽기위한 조치들일 뿐이다.


끝나지 않은 파견철폐 투쟁

그러나 이러한 파견법은 판결이 내려진 인사이트코리아노조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도 많은 사업장에서 파견법으로 인한 주기적 해고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캐리어 사내하청노조나 방송사 비정규 노조의 경우를 보더라도 알 수 잇듯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면 오히려 노동자들은 계약해지 당하고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이 정해진 순서다. 불법파견의 경우 당연히 정규직으로 간주되어야 하는데도 행정관청에서는 이러한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2년 이상자에 한해서만 정규직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불법파견의 경우 2년 이상자에 대한 일부 정규직화가 있었으나, 이 역시 이번 인사이트코리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행정관청의 임의적 판단에 의해 2년이상자의 정규직화가 좌절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이것도 모자라서 노동법 개악 과정에서 파견법을 더욱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가로막고, 일상적 고용불안을 조장하며, 불법적인 것마저 합법화하고,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노동악법인 파견법은 완전히 철폐되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을 만들어 가야한다.


개별사업장의 투쟁이 아닌 대정부 투쟁만이 살길이다.

상반기 많은 비정규직 사업장의 투쟁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도 역시 많은 비정규직 사업장이 각각의 사안을 가지고 투쟁하고 있다. 정리해고와 분사화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한통계약직노조, 파견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삭감에 맞서 싸우고 있는 방송사비정규노조, SK인사이트코리아노조, 대송텍노조, 캐리어사내하청노조, 자본이 강요하는 특수고용형태에 맞서 노동기본권 인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린나이서비스코리아노조, 보험모집인노조, 학습지노조 등 현재의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요구와 전망을 둘러싼 치열한 투쟁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노동기본권의 확대를 위한 투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반기의 투쟁은 여전히도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의 문제는 해당사업장의 문제로 고립되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로 자립화하였다.
따라서 비정규직 투쟁이 개별 단위 사업장의 현안문제 해결만이 아니라 결국은 노동유연화 속에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식시키고 노동자들을 개별화하려는 정권과 자본의 의도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가운데 노동유연화에 대한 반격 또한 준비되어야 한다. 이제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의 문제는 개별사업장의 사안을 넘어서 자본의 착취전략과 노동기본권에 대한 집요한 공세가 생존권적 투쟁과 격돌하고 있는 최전방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의 집요함과 비타협성과 비교하여 노동측의 대응은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투쟁을 보아서도 알다시피 비정규직 투쟁은 공동의 전선을 구축하는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도 미약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미 정권말기의 포악성을 여기저기서 드러내고 있는 김대중 정권의 탄압양상에 대한 비판과 함께 비정규직 투쟁은 개별자본에 대한 투쟁에 그칠 것이 아니라 대정부 투쟁이라는 공동의 투쟁전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 투쟁의 사안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민주노총 차원의 구조조정 분쇄·비정규직 철폐투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현재 민주노총, 관련 연맹,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 연대단체로 구성되어 있는 「비정규직 투쟁승리를 위한 공대위」는 향후 비정규직 투쟁을 공동의 투쟁으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상반기 개별 사업장으로 분산화되었던 비정규직 투쟁을 정치적으로 상승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며 공동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 비정규직 투쟁을 공동으로 결집시키기 위한 노력에 역시 주목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을 넘고, 노조운동과 단체운동의 구분을 넘어서서 전체 비정규직 활동가들을 조직하는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성과를 함께 모아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투쟁과 조직의 기획이 가능하게 해야할 것이다. 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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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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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너지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