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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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빙자 대국민 인권테러, 대테러방지법 !

누가 국정원을 제정신이라 볼것인가

편집팀

11월 12일 국가정보원은 테러의 예방·방지 및 범인색출 등 전 과정을 규정한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여 테러에 대하여 효율적·체계적으로 대처하여 테러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아래 가칭 '테러방지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지난 9월 11일에 발생한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가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음은 분명한바,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 또다시 그와 같은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감에 싸이게 되었다. 그런데 그 틈바구니를 국정원이 절묘하게 파고 들어왔다. 테러예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정원의 수사권을 대폭 확대·강화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11월 15일 인권운동사랑방의 인권하루소식을 통해 알려진 국정원의 테러방지법안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21세기의 공안정국을 주도해 나갈 새로운 국가보안법의 제정 음모라고 할 것이다.


테러방지법의 주요골자 : 기상천외! 천인공노!

국정원이 입법 예고한 테러방지법안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테러의 정의를 "정치적·종교적·이념적·민족적·사회적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그 목적을 추구하거나 그 주의·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행하는 ① 국가요인 및 그 가족, 각계 주요인사, 외국요인, 주한 외교사설에 대한 폭행·상해, 약취, 체포·감금·살인 등의 행위, ② 국가중요시설, 대한민국의 재외공관, 주한 외국정부 시설의 점거·방화·폭파 및 다중이용시설의 방화·폭파 행위, ③ 항공기·선박·열차·차량 등 교통수단의 납치·폭파, ④ 폭발물·총기류·유해성 생화학물질·방사능물질 및 기타 무기 등을 사용하여 위협하거나 무차별한 인명살상, ⑤ 우리 나라가 체결·비준한 조약에서 규정한 테러행위 등의 불법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테러대책기구로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테러 대응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대테러대책회의'를 두고, 위 대책회의에서 위임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상임위원회'를 두며, 국정원 산하에 국내외 대테러 정보수집, 테러사건 수사 등의 임무수행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테러가 발생할 우려만 있게 되더라도 무력·생화학·방사능 등 분야별 주무기관에 '사건대책본부'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무력진압작전을 위한 특수부대를 설치하고, 특수부대의 운영·훈련 등에 관한 사항은 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국회에 통보만 하게 되면 군 병력까지도 동원이 가능하며, 동원된 군 병력에 대해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형사처벌과 관련해서는 기존 형법 등에서 정하고 있는 형기의 1/2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테러단체 구성 및 가입죄를 신설하여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구성 및 가입죄의 수준으로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며, 불고지죄를 도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테러와 관련한 장난전화 등 허위사실 신고의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상의 형사소송절차 특례규정인 참고인의 구인·유치제도와 구속기간의 연장 또한 테러방지법에 똑같이 도입되어 있다.
그 밖에 테러자금의 거래정지와 외국인 동향관리에 대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나아가 국가정보원법을 개정하여 국정원의 임무에 테러수사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여 외국인 테러혐의자에 대한 긴급감청 기간을 7일 이내로 하며,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에관한법률을 개정하여 테러자금에 대한 정보를 국정원에 제공하도록 함과 동시에 관련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정말 엄청난 법률을 제정하려는 것인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따름이다.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에 대하여 순수히 법적으로만 따지고 들어가더라도 지면이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테러의 정의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중요시설, 대한민국의 재외공관, 주한 외국정부 시설에 대하여 폭파나 방화 등의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점거까지도 테러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의 수단으로 회사 건물을 점거하게 되는 경우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국가중요시설의 점거라는 테러행위가 되고 만다. 합법적인 파업인지 불법파업인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정원의 현 의도대대로 이같은 테러방지법이 무사히(?) 제정된다면, 지난 3월 29일에 있었던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들의 목동전화국 점거투쟁은 명백한 테러행위에 해당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목적 아래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국가중요시설의 점거이기 때문이다.


군병력 무단동원에, 반헌법적 상시적 계엄까지 허용

국방부장관이 국회에 단순히 통보만 하면 군 병력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은 계엄 상황을 제외하고는 군의 출동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에 위반되는 명백한 위헌 규정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테러에 대한 무력진압을 위해 설치되는 특수부대의 경우에도 군인이 포함되는 것이 확실한바, 이는 민간인에 대한 군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민간인은 원칙적으로 군사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 규정에 위배되는 위헌의 소지가 존재하고 있다. 이대로 입법화된다면 계엄 선언 없는 계엄 상황의 상시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 우리 사회의 일상은 늘상 비상사태에서 영위되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은 테러방지법안의 핵심이 그 동안 국가권력의 인권침해 시비의 핵심에 있어 온 국정원에게 수사권 등 권한을 대폭 확대·강화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테러대책회의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정원장이 당연직으로 맡게 되며, 국정원 내에 대테러센터가 설치되고 대테러센터의 장은 국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대테러대책 활동의 주요 요직을 사실상 국정원이 독점하는 셈이다. 한편으로 테러자금의 거래정지와 외국인 동향관리와 같은 것은 명백하게 드러난 증거는 없으나 그 동안에 이미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지고 있는 것들인바, 테러방지법 제정을 계기로 이를 정식으로 합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테러방지법안이 겉으로 내세우고 있는 명분인 테러예방과 대책이 그와 같이 특별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실제로 효과를 가져오게 될 지는 지극히 의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한 입법 조치가 없다고 해서 테러방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존재하는 법체계 내에 흠결이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테러방지법안이 예정하고 있는 테러대책들이 인권과 기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결여된 채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을 통해 형성된 전세계적인 분위기를 등에 업고 졸속적으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통상적인 입법예고 기간은 20일 이상이다. 그런데 이 번에 국정원이 정한 입법예고 기간은 단지 10일만으로 되어 있다. 입법제안자의 공청회 한 번 열 예정도 없다. 12월 8일 정기국회가 끝나기 이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연내 입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들의 세계무역센터 테러에 대한 기억이 시간의 망각 속에서 퇴색되고 잊혀지기 전에 그리하여 충격과 공포를 벗어나 냉철한 이성을 되찾기 이전에 하루 빨리 입법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 제정 저지는 사생결단의 문제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 테러방지법 제정의 추진 주체가 하필이면 인권침해의 주범으로 지탄받아 온 국정원이다. 기존의 법령과 현재의 경찰체계만으로도 대테러대책 활동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굳이 국정원에 테러사건에 대한 수사권 등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의 입법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숨겨진 의도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비교적 쉽게 드러나 있다고 할 것인바, 변화된 시대 상황 아래 사실상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가보안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강력한 국민통제수단의 창출이 바로 그것이다.
테러방지법이 입법화되면 앞으로는 정권 안보를 위해 사상에 빨간색을 칠해야 하는 수고를 할 필요 없게 될 터이다. 엄연한 주권국가인 조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한민국의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로 계속 매도함에 더 이상 연연할 필요도 없게 된다. 테러범죄로 규정하기만 하면 된다.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 구성죄를 대신해서 테러단체 구성죄가 존재한다. 불고지죄도 그대로이고 구속기간 연장 등 특별형사소송규정도 그대로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도 굳이 불법파업으로 낙인찍어야 할 수고도 덜게 된다. 노동자들의 집단이기주의의 발로에 의한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테러행위로 몰고 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러한 의도 아래 추진되어지고 있는 테러방지법 제정이 임박해진 작금의 시기에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한번 만들어진 악법은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간다"는 국가보안법의 역사가 온몸으로 말해 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국정원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테러방지법은 제2의 국가보안법인바, 이 땅의 진보운동 진영을 겨누고 있는 그 칼날 끝의 매서움은 국가보안법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의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국가보안법에 의한 대 국민 테러를 일삼아 온 국정원은 테러방지 운운할 자격이 없는바, 그러한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 대한 또 하나의 테러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다. 테러방지법의 입법화는 무슨 수가 있어도 저지해야 한다. 사생결단의 각오라는 표현이 결코 지나치지 않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을 우리 사회의 진보를 갈망하는 양심인들에게 알리고 테러방지법 제정 저지를 위한 투쟁에 시급히 힘차게 결집해 줄 것을 호소하는 바이다. 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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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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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나경원 서울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