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1.12.12
첨부파일
social116.hwp

임박한 한·일 투자협정 밀실체결을 결사반대 한다 !

편집팀

한일 양국 정부가 연내에 한일 투자협정을 체결할 것을 합의하였다. 지난 11월 14일 한국에서 열린 한일 투자협정 제8차 본회의에서 한일양측 정부는(12월 일본에서 열리는) 9차 본회의에서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일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투쟁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일본 사회운동단체인 일한민중연대에 따르면, 이미 지난 10월에 있었던 한일정상회담과 11월 APEC 정상회담에서 한일 정상들간에 연내 한일투자협정 체결에 관한 의견이 조율되었다고 한다.

우선 우리는 매우 중대한 경제현안 중의 하나인 한일투자협정을 비공개적으로 조속히 추진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년간 민중운동 진영은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을 중심으로 한일투자협정에 따른 무제한적인 투자 자유화의 위험성과 반민중성을 문제삼아 왔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투자협정 체결을 담당하는 정부 각 부처의 관계자들에게 투자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민중들의 삶은 더욱 도탄에 빠질 것임을 경고했으며, 한일투자협정 체결 본회의가 열릴 때 마다 성명서를 발표하여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본과의 교과서 문제나 수산업 문제만을 여론화하는 가운데 물밑에서는 한일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계속적으로 진척시켜 왔다. 그 결과 한-일 양국정부는 몇 주 안에 한일투자협정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지난 11월 국민행동은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일투자협정 체결기도에 대해 한일투자협정의 현황과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협정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양국의 협의사항이라는 되지도 않는 근거를 들이대며 검토해볼 내용이라곤 하나도 없는 종이 쪼가리 몇장을 발송했다. 심지어는 9차 본회의 개최일에 대해서 조차도 함구를 하고 있다. 이처럼 김대중 정부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채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이 한일투자협정을 체결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투자협정은 '밀실협상'이라는 절차에 국한된 문제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체결에 대한 정부의 조금함은 김대중 정권이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방식으로 정국을 운영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에 종속적으로 편입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또한 한국이 최초로 체결하는 양자간 투자협정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시사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전 김대중 대통령은 여당인 민주당의 분열과 위기에 직면하여 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남은 임기기간동안 부진한 경제개혁을 마무리짓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을 선언했으며, 정책기획수석으로 신자유주의 시장 만능주의자인 한덕수 전OECD 대사를 임명한바 있다. 김대중 정부가 말하는 부진한 경제 개혁의 마무리란 한축으로는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공기업 민영화를 더욱 철저하게 추진하고, 금융시장의 자유화를 더욱 진전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한축으로는 다자간 및 양자간 투자 및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즉 국내 경제를 사유화, 개방화하고,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함으로써 초국적 자본과 국내 독점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미진한 경제개혁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12월 8일까지 열렸던 정기 국회에서 철도 민영화 법안 추진을 시도하고, 은행의 해외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유럽 순방을 통해 40억달러의 투자유치를 받아내고, 특히 민영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계약을 따냈다는 점 등은 김대중 정부의 향후 정국 운영의 방향을 보여주는 실질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예외사항을 제외하고는 공기업, 금융, 통신 등의 서비스, 주식시장 등에 있어서의 초국적 자본 투자의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게 될 한일 투자협정체결은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향후 정국 운영의 시발점이자 핵심이 될 것이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철도와 가스 산업과 같은 국가기간 산업의 민영화와 은행의 해외매각,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방화의 촉매제이자 배후세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한편,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양자간 투자협정은 기본적으로 노동권, 환경, 국내의 자율적인 경제정책 등 국내 노동자 민중의 삶과 긴밀히 연계되는 부분들을 무시 내지는 침해하고 개별 투자자들의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 노동자 민중의 반발을 필연적으로 야기할 수 밖에 없다. 그 예로 양자간 투자협정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다자간 투자협정(MAI)은 1998년 전세계 사회시민운동진영의 반발로 실패했고, 한일투자협정보다 앞서 논의되었던 한미투자협정과 같은 경우도 스크린쿼터 제도와 같은 자국의 문화적 자율성과 다양성을 침해하는 것에 반발한 영화계와 사회시민단체들의 반발로 발이 묶여 있는 상태이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역시 농산물의 전면 개방화에 반발한 농민들의 저항과 투쟁으로 주춤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그간의 이러한 실패를 거울삼아(!) 최초로 체결될 양자간 투자협정인 한일 투자협정을 최대한 자본의 이익에 복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전에는 그 어떠한 개입의 여지도 주지 않고, 체결된 후에는 '이미 끝난 협상을 어떻게 할거냐'로 배짱을 튕기려는 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무제한적인 이익 보장의 집대성인 MAI를 원형으로 하는 한일투자협정

한일투자협정은 정부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다자간투자협정(MAI)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 MAI는 투자에 있어서의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를 보장하는 가운데, 투자자유화를 위한 것이면 국내생산품조달 정책, 현지인 고용의무 등의 국내경제정책, 노동권, 인권, 환경 등 그 어떠한 것도 장애물이라 규정하면서 규제완화 및 철폐를 요구하는 그야말로 초국적 자본의 무한착취를 보장하기 위한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MAI에서 규정하는 투자의 개념은 대단히 모호하고 광범위하여 단기투기자본까지도 투자로서 인정하려 하고 있으며, 초국적 자본이 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권리까지를 부여하고 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막가파식 다자간협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처럼 반민중적이고 위험한 MAI는 지난 98년 전세계 민중들의 광범위한 저항에 부딪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MAI는 양자간 투자협정과 NAFTA와 같은 지역자유무역블럭, 그리고 WTO라는 다자간 무역체제를 통해 그 핵심적인 내용들이 발현되고 있는 상황이며, 한일투자협정은 이러한 기제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일투자협정의 위험성은 도처에 깔려있다

그나마 공개된 한일투자협정의 주요내용만을 보더라도 협정이 한국경제에 끼치는 위험성과 반민중성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우선 투자 자유화를 통한 한국경제의 성장과 고용의 창출이라는 것은 거짓임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경제가 항상적 위기에 노출될 상황에 직면하게 되며, 고용은 더더욱 불안정하게 되고 노동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한일투자협정에 따르면 해외투자에 대해 국내자본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내국민대우와 해외투자 중 가장 나은 대우를 여타의 해외투자에도 적용하는 최혜국대우를 보장해줌과 동시에 해외투자의 원금 및 이윤의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해주는 한편 해외투자자에게 일정비율 이상의 국내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의무, 기술·생산공정 등의 국내이전 의무 등을 금지하고 있다. 즉 투자자유화는 국내 경제성장보다는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한 이윤 추구를 보장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해외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가능한 조건에서 해외자본의 국내 경제 잠식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켜 국내경제의 불안정성을 더더욱 가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한편 투자자유화가 고용 및 노동권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는 두가지 조항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하나는 현지인 고용의무 금지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진지(眞摯)조항이라는 것이다. 해외자본은 국내에 공장을 설립하건, 기업을 인수하건, 혹은 주식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건 간에 고용을 창출하기보다는 현지인 고용의무 금지 조항을 빌미로 고용을 억제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거나 비정규직화 같은 노동의 불안정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진지조항이라는 것은 일본기업이 한국에 진출했을시 발생하는 노동쟁의 등 각종 노사분규를 진지하게 다룰 것을 요구하는 조항으로, 이는 국내 노동운동이 일본 기업에 미치는 파장력을 우려한 일본 당국으로부터 나온 요구사항이다. 여기에서 노사분규를 진지하게 다룬다는 것의 의미는 국가가 개입하여 노사분규를 봉쇄해달라는 것과 심지어는 노동조합 설립조차도 허가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것으로 노동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야기할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조항이다.
한일투자협정의 위험성과 반민중성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투자자와 정부간 분쟁에 있어 해외투자자들이 국내법을 거치지 않고 세계은행 등의 국제적인 분쟁해결기관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멕시코 주정부가 미국의 초국적 기업인 메탈클라드사에 대해 환경오염문제에 따른 제재를 가했을 당시 메탈클라드사가 투자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근거로 멕시코 주정부를 제소했던 것처럼, 투자자유화 앞에서 환경, 인권, 노동권이 완전히 훼손더라도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가 없게 될 것이라는 점도 크나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철도와 가스 등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 추진 역시 한일투자협정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한일투자협정은 투자자유화에 있어 몇가지 예외조항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그 예외조항이 무엇인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일본의 경쟁력이 절대적 우위에 있는 통신, 철도, 금융 등은 일본 자본의 요구에 의해서라도 사유화 및 해외매각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8월에 열린 한국의 전경련과 일본의 경단협등이 함께하는 '한일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비지니스 포럼'에서는 일본의 철도회사인 JR이 한국의 철도를 매각하고 싶다는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현재 정부가 공기업의 사유화 및 해외매각을 추진하고, 은행 등 금융시장을 더욱 개방하려는 것은 한일투자협정을 시작으로 양자간·다자간 투자협정 및 자유무역협정 등 세계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추세에 편입해 들어가가 위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일투자협정이 노동자 민중의 삶 전반은 물론 국가 경제 정책과 경제 상황에도 커다란 희생과 위험을 안기게 될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앉아서 당하기만 하라는 식의 김대중 정부의 태도에 우리는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도대체 이 정권은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임기 1년여를 남긴 김대중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믿을 것이라고는 노동자 민중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국가권력과의 투쟁뿐이다

그 피해가 직접적으로 닥쳐왔던 농민들의 힘겨운 투쟁 외에는 그닥 문제제기와 저항이 없었던 WTO 뉴라운드가 대중들은 물론 운동진영의 무관심 속에서 출범을 해버린 것처럼, 현재 한일투자협정은 대다수 운동진영의 대응미비와 무관심속에서 신속한 체결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WTO 다자간 무역체제와 한일 투자협정과 같은 각종 투자, 무역관련 협정들은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말은 지구적 규범이지만, 실은 미국의 규범)를 다자간 및 양자간 협정 형태로 각국에 강요하는 기제들로써,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들에게는 무역장벽을 비롯하여 세계 자본주의 경제구조에서의 배제 압력을 가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세계자본주의 경제질서에 편입해 들어가고자 하는 김대중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춰나가는 차원에서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공기업의 사유화 및 해외매각 추진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구조조정을 통한 정리해고 및 하청, 계약직 노동의 확대 등 불안정 노동의 보편화를 추진하고, 농업을 내다버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WTO 반대 투쟁이나 한일투자협정 체결 반대와 같은 투쟁들은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민중생존권 투쟁과 철도민영화 저지 등 공기업 민영화 반대투쟁과 분리될 수 없는 투쟁이다. 오히려 일견 고립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각각의 투쟁들을 연계하고, 각 영역 민중의 연대를 위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은 더욱 광범위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현시기에 있어서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을 전개함에 있어 우리는 그 초점을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요하는 각종 투자협정 및 무역협정으로 맞추어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국내 노동자 민중의 삶을 희생시키고 있는 김대중 정권을 겨냥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우리는 지금부터 강력한 한일투자협정 반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철도 등 국가 기간산업을 해외자본에 매각하고, 노동자의 고용안정은 물론 기본적인 노동권조차도 보장하지 않으며, 투기성 자본마저도 투자라는 이름하에 합법화시킴으로써 경제구조 전반을 위협에 빠뜨리는 내용들을 핵심으로 담고 있는 투자협정을 기필코 저지해야 한다. 특히 한일투자협정 체결은 이후 한미투자협정 등 체결을 대기하고 있는 각종 협정들에 물꼬를 트는 계기일 수 밖에 없기에 한일투자협정에 맞서는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민중의 생존권이 곳곳에서 유린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분노에 몸을 떨며 투쟁의 전열을 갖추기에 앞서 우리에게는 무엇이 우리를 분노케하고 있으며, 무엇에 대한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가에 대한 이성적이면서도 계급적인 판단이 요구된다.SO-LA
주제어
경제 국제
태그
정세 정치 경제 민중운동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