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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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세계이주노동자의 날를 맞이하여

편집팀

지난 12월18일은 1990년 UN정기총회에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 의결된 날이다. 그러나 UN 7대 인권협약중 하나인 '이주노동자협약'은 지금까지 14개국만이 비준하여, 비준발효 한도인 20개국을 채우지 못해 발효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전 세계 이주노동자 운동진영은 지난 10여년간 이 날을 협약제정 기념일이 아니라, 협약의 비준을 미루고있는 각국 정부와 자본을 상대로 한 협약비준촉구 및 이주노동자 노동권 쟁취투쟁의 날로 삼아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초의 이주노동자 노조인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를 중심으로 많은 노동사회단체가 지난 12/16~12/18을 ([이주노동자의 존재확인]이라는 이름 하에) '이주노동자의 날 집중투쟁주간'으로 정하여, 각종 행사와 투쟁을 진행하였다. 요구는 간단하고 명확하였다. 첫째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살인적인 강제 단속 추방 중단 둘째, 비인간적인 현대판 노예제인 연수취업제의 확장(2+1에서 2+3으로) 반대와 즉각적인 폐지 셋째, 불법체류 미등록노동자의 사면과 일할 권리 보장 넷째, UN '이주노동자 협약'의 비준, 다섯째, 매우 당연하게도 이 땅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 및 의료보험 등 최소한의 인권과 생존권보장, 즉 존재 미확인의 불법체류자가 아닌 인간이자 노동자로서의 이주노동자의 존재확인, 바로 그것이었다.


36만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는 현재 36만여명에 달하고있으며(조선족 15여만명 제외하고), 그중 2/3가 넘는 26만여명의 노동자들이 미등록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언제 어떻게(!) 잡혀서 강제 단속, 추방될 지 모르는 신세이다. 이들 미등록노동자는 하루평균 12시간이상 일주일당 60~70시간의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언제 짤릴지 모르는 극히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어떤 사회적 시민권도 향유하지 못하고 살아야하는 불편은 물론이거니와 (일상화된)임금체불이나 폭행 같은 일을 당하여도 경찰이나 관공서에 하소연은커녕 그들에게 걸려서 강제연행 구금, 강제추방 당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6,7월 집중단속기간중 법무부는 이들 불법체류노동자 2000여명을 그야말로 개처럼 끌어다 체포 구금하고 강제추방하였다. 지난 여름에는 이처럼 공포스러운 상황을 견디다 못한 한 방글라데시 청년노동자가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10월 말부터 또다시 불법체류 미등록노동자들에 대한 무기한 단속에 돌입한 상태이고, 각 지역별로 할당량을 부여받은 출입국관리소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잡아들여 추방하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정부의 이 같은 미등록 노동자 탄압은 한편으로는 통계상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수치를 줄여 한계에 다다른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교묘히 벗어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형식상 합법적인 연수취업제를 2+1에서 2+3으로 확대개편하여 합법화된 노동착취를 늘리겠다는 음모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합법체류자 신분의 노동자 중 약 2만여명의 전문 기술인력을 제외한 3/4이상의 노동자들은 노동자성과 인권을 저당 잡힌 산업연수생이다. 이들 산업연수생들의 비참한 현실이 대중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95년 네팔 산업연수생 13인의 명동성당 농성이었는데, 5,60만원의 저임금과(이중 각종 적립금과 관리비등을 뺀 실수령 액은 3,40만원선) 12시간이 넘는 장시간노동, 열악한 주거환경과 구타, 성폭행 등 비인간적 대우를 참다못해 명동성당에 자리를 깔고 앉은 이들의 요구는 단 두 마디였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때리지 마세요".
하지만 말이 연수생이지 이들은 연수를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로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연수생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연수생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들은 1년 또는 2년짜리 계약직노동자로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처해있으면서,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니라 학생취급을 받는 것이다. (기존의 2+1) 연수취업제는 반인권, 반노동자적 이주노동자 정책의 대표적 산물이며, 이주노동자 중 60%이상이 불법체류자라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낸 (이주노동자 불법화의) 온상으로서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노동자성은 인정하지 않은 채 값싸고 편하게 부려먹을 수 있는 노동력이라는 자본의 논리로 연수제도를 확대 개편하고(2+3으로), 그 과정에서 불법체류 미등록노동자들을 본국으로 강제추방하고 있는 것이다.


인종적 성적 계급적 차별과 분할/배제 전략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새로운 단결을 향하여

세계적인 규모로 진행중인 자본과 국가의 위기가 불러일으킨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금융·세계화는 인종적 성적 계급적 차별과 분할/배제를 그 기본 전략으로 한다. 때문에 우리는 자본의 금융화와 세계화를 그 반대편 쌍인 노동대중의 궁핍화와 불안정화로 이해하며,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자본의 세계화는 곧 이주노동자와 여성 및 원주민(환경)의 극단적인 배제이며, 이들이야말로 날로 궁핍화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와 생활의 고통, 그 자체를 체현하고있는 이 시대의 무산자, 무산자중의 무산자들인 것이다. 특히 오늘 우리가 맞닥뜨리고있는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에서 발생하고있는 자본의 세계화의 가장 직접적인 부산물이며, 여기에는 제1세계에 유입된 한민족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나 800만~1000만으로 추산되는 비정규직노동자 문제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다.
이주노동자를 한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낮추는 외국인들로 인식케 하여, 그들을 법외존재로 묶어 배제하고 이 사회를 분할지배 하려는 자들의 야욕과 음모에 단호히 맞서야한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우리운동의 대원칙은 자연히 주어진 여건과 지배이데올로기에 찌든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지나치게 어렵지만 우리운동이 기필코 달성해내야 할 목표이자 그 출발점이다. 외국인이 아닌 노동자로서, 이 땅의 불안정노동자로서 이주노동자들은 그들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단결해야하고, 우리는 단결을 지지지원하고 단결된 그들과 연대해야한다. 그것만이 정권과 자본이 그어놓은 인종적 차별과 배제 속에 가리워진 노동자계급의 분열과 무기력을 이겨낼 승리의 길이다. 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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