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2.01.30
첨부파일
social120.hwp

합의와 분할 : 기만적인 DJ 노동정책의 양면성

편집팀

노사정위에서 주5일제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25일로 노사정위원회가 출범이 4주년을 맞았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집권 초기에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정치적 실행가능성을 높이고 경제위기라는 당면 문제속에서 노동운동의 일정한 분할과 포섭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묘안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이러한 "노사정위원회"의 흐름은 집권 막바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월로 다가온 임시국회를 통해 "주5일제" 논의로 개혁이미지의 일정한 매듭을 지을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지자제 선거와 대선이라는 혼란한 일정이 가동되는 올해의 상황에서 정권의 뒷정리는 명약관화하다. 김대중 정권의 이같은 흐름이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완성시킴으로써 금융화를 정점으로 재벌 및 금융산업, 노동시장을 국제 금융시스템에 적합하도록 개조/편입하려는 의도에 다름아니기에 그 심각함은 한층 더한 것이다.
호남·충청권을 기반으로한 지역기반과 舊재야세력, 386, 시민운동 세력 등 새로운 지지세력을 등에 업고 재벌을 중심으로한 보수적 부르주아의 정치적 반격을 제어하고, 경제위기를 관리하는 가운데 노동운동을 분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는 구조조정의 단행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미 이러한 금융화 전략은 이른바 기업·금융·공공·노동 4대 부문에 걸친 2단계 구조조정을 통해 철저히 진행되어 왔고, 2001년 상반기에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을 완비하겠다고 선언한 정부의 의도대로 구조조정이 한시적인 큰 사건을 넘어서서 일상이 되고 있다. 이는 이미 97년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량해고와 실업자들의 등장이라는 사건을 넘어 매번 분사, 아웃소싱, 외주하청, 계약직화 등의 지속적인 '비정규직의 확대'와 실업의 장기화 등 사회 각종 영역에서 불안정노동의 형태로 나타난다.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은 비정규직의 확대에 근거해서 노동비용을 줄이고,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훼손하는 식의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생존권을 위협하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이는 종국에 한국 사회의 금융화와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통해 전사회적인 기생성과 투기성을 증가시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형태로의 발전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김대중 정권의 노동정책은 한편으로는 공기업 민영화로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5일제라는 일정한 성과속에 집권말기를 장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두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첫째, 이러한 가운데 주5일제 논의가 올해의 혼란스러운 일정속에 정권과 노동계의 일정한 성과를 얻어가는 것으로 노사정위로 이어지는 "합의"의 마무리 작업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월 24일 노동자대회를 개최하면서 철도, 공무원, 교수노조를 중심으로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는 하지만 이후 투쟁의 방향은 상반기 임투를 제외하고는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작년 상반기 김대중정권 퇴진투쟁을 전개했던 양상과는 다르게 정권말기를 대응할 실질적 동력이 더 이상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더욱 심각하다. 더욱이 시간이 경과할수록 운동진영의 쟁점이 2002년 선거에 대한 대응방침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노동운동의 주요투쟁 방향이 '주5일제도입', '비정규직 보호입법' 등 일부 정책적 요구를 중심으로 한 대정부 요구투쟁으로 선회하고 있다. 결국 민주노총은 기존 정치적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현상유지책으로 복귀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공기업 민영화와 주5일제 논의가 하나는 심각한 위기로 다른 하나는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이는 기간 진행되어온 노동분할의 다름이 아니며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이 두가지 문제를 하나의 쟁점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막아야 하는 것이지만 주5일제는 비정규직 노동자 희생없는 가운데 도입된다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형태만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노동유연화라는 맥락속에서 하나는 "한시적 구조조정"으로 다른 하나는 "상시적 구조조정"의 형태로 우리의 삶을 잠입해오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와 노동의 분할

이미 앞서도 언급했지만 김대중정권은 구조조정 정책을 단행하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노동운동 진영을 노사합의주의의 형태로 견인하기에 이른다. 민주노총이 1997년 12월 '노사정위원회' 설치를 정부에 먼저 요구하고 2월경에는 정리해고제 및 근로자파견법을 주요골자로 하는 노사정합의를 전격 수용함으로써 이러한 흐름은 쉽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로써 노동운동의 노선은 그 내부의 표류하던 '자기중심적 실리주의'의 편으로 손쉽게 경도하였다. 이는 작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복수노조 금지의 문제, 모성보호법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단지 실리의 문제를 넘어 노동자대중의 일부 이해관계를 전체 대중의 요구와 맞바꿈으로써 공동의 연대를 파괴하고 노동자 분할을 가속화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90년대 노동운동의 대중적 토대가 자본의 동학에 따라 어떻게 잠식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인 것이다. 결국 순차적으로 강행된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의 흐름속에서 각 부문의 구조조정 반대투쟁은 각개격파 당하게 되었고, 이러한 일상적 구조조정의 흐름에 따라 급격하게 증가한 실업, 비정규직, 도시빈민 등의 대다수의 노동자대중은 저항을 표출하기에 정치적·조직적 토대가 취약한 그야말로 전면적인 불안정노동의 상태로 빠져들었으며, 노동자 분할관리 전략 속에서 일부 '노동귀족'은 주식투기와 우리사주 등 금융화 국면에 포섭된 것이다. 결국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노동개혁'의 상징이자 그 구체적 방식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사정합의'에 따른다는 김대중정권의 노동정책의 구도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선언' 이후 실제 논의의 내용을 조정하는 것은 노사정위를 통한 재계의 논점 관철이고, 논의의 속도와 내용에 대한 정치적 부담은 노사 각 '이해당사자'에게 전가되었다. 이런 논의구도의 반복을 통해 정권이 노린 것은 노동의 대정부 투쟁요구를 '노사정합의를 통한 제도개혁'으로 치환시키고 조직노동자의 일부를 투쟁대오에서 이탈시키는 것이었다.


노동자민중,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러나 지금의 정세에서 어느 누구도 명쾌한 투쟁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 사실 민주노총의 작년 김대중정권 퇴진투쟁이 일정정도 선언 이상도 이하도 아닌채로 정리되면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상적 모습일 것이다. 김대중정권 퇴진 투쟁의 성과가 이어지지 못한채 우경화된 흐름으로 정리된 이 마당에 노동운동이 처한 오늘의 모습앞에 어느 누구도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자본의 분할 전략에 따라 종횡으로 갈라지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노동유연화 분쇄·구조조정 저지의 기치아래 공동의 행보를 위한 옷깃을 여며야한다.
일단 노사정위로 시작해 주5일제로 끝나는 김대중 정권의 기만적인 노동정책에 대한 전면적 폭로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주5일제' 논의는 임금·노동시간 탄력화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법 개악공세에 다름아니며, 주로 정리해고제의 정당화에 맞추어져 있었던 김대중 정권 초기의 구조조정이 점점 분사·외주·용역화와 같은 비정규직화, 변형근로시간제·연봉제와 같은 임금·노동시간제의 개편 등 구조조정의 일상화, 내면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주5일제 논의는 이러한 구조조정의 경향을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사정위'에서 '주5일제'로의 정권의 노동개혁의 그 시작과 끝의 상징하는 정책은 구조조정의 폭력성과 반민주성을 은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임금삭감·고용불안을 양산하는 노동유연화 전략을 사회적 지표로 강요하면서 노동기본권에 대한 전면적 부정을 자행했던 김대중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한 전면적 반대가 조직되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기만적 노사정위로 대표되는 "노사정합의주의"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해야한다. 2001년 하반기 '주5일제'가 다시 의제로 떠오르면서 정권과 언론은 '노사합의'를 유난히 강조하였다. 언론은 연일 주5일제 도입에 따라 달라질 장미빛 생활을 떠들어대면서 주5일제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 노사가 한발짝씩 양보할 것을 주문하였다. 월드컵이 있는 올해에는 벌써부터 노사화합선언에 대한 강요가 이루어지고 있다. 2월 초에 있을 위원장 선거 구도가 변수가 되겠지만 한국노총이 현재 입법안의 큰틀에 합의해줄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처럼 노사정위원회에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구조조정의 폭력성을 은폐하고 대중의 투쟁요구를 기만적 거래로 변질시키는 기능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도 뒤에서는 공공부문 민영화를 단행하고, 앞에서는 주5일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 합의주의를 발동시키려 하고있다. 그런만큼 노사정위원회에는 참가해서도 않될 것이며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적 요구를 노사정합의주의 아래 묶어두려는 시도들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오히려 우려스러운 것은 공기업 민영화 투쟁에 대해 총파업을 할것인가 말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조정과 노동법 개악공세를 동일한 전선아래에서 배치하며 대중적 투쟁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이다. 그렇지 않으면 노사정합의주의를 내걸고 압박해 들어오는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구조조정 투쟁 역시 무너지고 말기 때문이다.
결국 구조조정 저지·노동유연화 분쇄투쟁의 공동투쟁전선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은 노동대중의 노동조건 및 노동기본권의 광범위한 후퇴를 초래했고, 직접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면서 지난 3년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의 주체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싸움이 자신만의 투쟁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안다. 자본의 분할전략에 맞서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투쟁할 때,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적 투쟁이 경제주의적 투쟁이 아닌 구조조정 분쇄투쟁으로 상승할 때 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구조조정 분쇄투쟁의 전선이 붕괴되었을 때, 그리고 이 투쟁이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반대로 정치적으로 강화되지 못했을 때, '주5일제' 등의 노동법 개정문제가 노동의 성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구조조정 저지투쟁, 노동법 개악투쟁을 분리시켜 배치하는 것은 투쟁이 강화되는 것을 스스로 제한할 뿐이고 결국 노동의 실체는 흩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에 2002년 상반기 공기업 민영화, 주5일제 문제를 분리할 것이 아니라 우리 다함께 공동투쟁전선에서 싸움에 임해야 한다. SO-LA
주제어
노동
태그
사내하청 현대차 신규채용 납치 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