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 2019.09.30
영원히, 나가사키가 인류 최후의 피폭지로 남도록……
원수폭금지2019년세계대회 참가기 ②
- <핵무기 없는 평화롭고 공정한 세계로! - 원수폭금지2019년세계대회 참가기①>에서 이어집니다. (http://www.pssp.org/bbs/view.php?board=focus&nid=7873&page=1)
원수폭금지세계대회는 해마다 히로시마·나가사키를 번갈아가면서 본대회를 치른다. 올해는 나가사키에서 본대회가 열리는 해로, 일본 전역에서 온 5000여 명의 참가자가 나가사키 시에 모였다. 그만큼 나가사키에서의 일정은 밀도가 매우 높았다. 실제로는 8월 7일 개막총회와 청년집회, 8월 8일 주제별 분과회(워크숍)와 여성집회, 8월 9일 폐막총회와 피폭자 국제서명 거리캠페인의 순서로 일정이 진행되었지만, 내용의 흐름상 사회진보연대가 참가한 <비핵·평화 동북아시아와 운동의 역할> 워크숍을 먼저 소개하고 개막총회와 폐막총회, 청년대회와 여성대회 등 나머지 행사의 내용을 소개하겠다.
<비핵·평화 동북아시아와 운동의 역할> 워크숍
8월 8일에는 나가사키 시 각지에서 주제별 분과회(워크숍) 10개와 현장답사 프로그램 3개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분과회 주제는 ①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향해 – 풀뿌리운동의 활동 ② 비핵·평화 동북아시아와 운동의 역할 ③ 탈핵·평화 기반 지자체 만들기 ④ 일본헌법 9조 수호를 통한 탈핵·평화 일본 만들기 ⑤ 피폭 경험을 세계에 알리고 계승하기 – 피폭자와의 연대 ⑥ 핵무기와 핵발전 ⑦ 군사비 삭감을 통한 평화와 인간다운 삶 ⑧ 반핵·평화의 문화 확장 ⑨ 청년포럼 – 피폭자 방문, 배움과 교류 ⑩ 영상으로 배우는 히로시마·나가사키였다. 현장답사 프로그램으로는 ① 사세보 미군기지 답사 ② 나가사키 원폭 건축물 및 기념비 방문 ③ 소년소녀 평화포럼이 있었다. 사회진보연대는 분과회② 비핵·평화 동북아시아와 운동의 역할에서 카와타 타다아키 일본원수협 전국상임이사, 조셉 거슨 미국 평화군축안보캠페인 대표와 함께 패널 발표를 맡았다. 분과회 제목은 ‘동북아시아’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발표와 질의응답의 대부분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회진보연대는 한반도 비핵화와 동아시아 평화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며 동아시아의 핵 경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일 평화운동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주제로, 한일 평화운동이 양국 정부에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을 요구하면서 북한에도 과감한 비핵화 결단을 촉구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사드(THAAD) 철회 투쟁, 일본 평화헌법 개헌 반대 투쟁,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투쟁 등에 한일 평화운동이 지속적으로 연대하여 군비대결의 악순환이 아닌 선제적 군축 조치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야 한다. 나아가 평화 확립만이 아닌, 민주주의와 노동권, 평등 확대에 있어서도 한일 사회운동 연대의 강화가 필요하다. 발표의 상세 내용은 <핵무기 없는 평화롭고 공정한 세계로! - 원수폭금지2019년세계대회 참가기①>(http://www.pssp.org/bbs/view.php?board=focus&nid=7873&page=1)에서 참고할 수 있다.
카와타 타다아키 일본원수협 전국상임이사의 발표는 <판문점 회담 후 과제와 전망 – 일본은 헌법 9조에 맞는 대응을>이란 제목이었다. 우선 심각해지는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침략과 식민지배 역사의 직시와 반성에 입각한 이성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6월 30일 판문점 회담 이후로 2,3주 내에 재개될 것이라던 북미 실무회의가 8월까지도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카와타 상임이사는 북미대화 교착 상태를 깰 ‘2개의 열쇠’로 ① 비핵화와 평화의 일체화 ② 단계적 전진을 제시했다. 우선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와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교환되고, 북미대화가 진전되어 종전선언이 (미·중·남·북의)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면 동북아 정세의 대변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 국무부가 북한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전진해야 하는 목표로 두고, 북한이 현재 계속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 활동 등을 중단시키는 핵 개발 동결안이나 대량 살상 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동결안을 비핵화 협상의 최초 단계로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향후 정세에서 일본 평화운동의 역할은 아베 정권이 일본헌법 9조의 평화정신에 따른 대북정책을 실행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북한을 군사적·외교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중단하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거론하기 전에) 조건 없는 북일대화를 통해 북일 국교 수립을 포함한 포괄적 교섭을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 160여 개 국이 북한과 국교가 있는 상황이다. 2002년 9월 17일의 <북일평양선언>에 명시된 “핵문제 및 미사일문제를 포함한 안보상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겠다” “(북일)국교정상화 조기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교섭을 재개한다.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현안 문제에 대해 북한 측은 이러한 유감스러운 문제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와 같은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일본 정권이 1993년 8월 4일의 ‘고노 담화’(<위안부 관계 조사 결과 발표에 관한 고노 내각 관방 장관 담화>)와 1995년 8월 15일의 ‘무라야마 담화’(무라야마 총리 담화 <전후 50주년 종전 기념일을 맞아>)에 명시된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배 및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지도자들과 시민들의 요구는 특별하거나 무리한 것이 아니라 일본 정권과 정치인들이 이와 같은 과거 사죄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북미프로세스와 한일관계의 해결에 있어 한일 평화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조셉 거슨 미국 평화군축안보캠페인 대표는 북미대화 진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미국 평화운동의 움직임을 소개했다. 이전에는 한반도 문제가 미국 평화운동의 중심 의제가 아니었지만, 2010년대를 경유하면서 제2의 한국 전쟁의 위협이 가시화되었다는 판단에 기존의 미국 평화 운동가들과 한국계 미국인들이 모여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국적 연대체 코리아피스네트워크(Korea Peace Network)가 창설되었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코리아피스네트워크는 미국과 북한이 레토릭과 전쟁 준비로 위기를 고조시키던 때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미국, 한국, 일본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하는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고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쌍중단’(freeze for a freeze)을 요구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부터는 한국 전쟁 종전 선언과 특히 남북한 간의 신뢰 구축을 가로막는 경제 제재의 완화를 요구하면서, 그러면 북한이 호응하여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라 기대했다.
현재는 로 칸나 하원의원이 발의한 공식적으로 한국전쟁을 종결하는 법안(H.Res.152)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의원 37명(2019년 8월 현재)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 공동발의 의원의 수를 늘리려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이 발의한, 한국계 미국인과 북한 내 가족들의 상봉을 추진하는 법안도 코리아피스네트워크가 함께 하고 있다.
한일관계와 한반도 비핵·평화에 대한 일본 활동가들의 질문들
패널 발표 뒤에는 장장 3시간가량 질의응답과 토론이 이어졌다. 세계대회 일정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해외 참가자들에도, 일본 패널들에게도 날카롭고 솔직한 질문을 던지면서 평화운동 내 쟁점들을 논의하고자 한 일본 청년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카와타 상임이사의 발표를 듣고 “발표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비판이 너무 적고 무른 것 같은데요. 혹시 원수협에 북한의 핵과 장기적으로 공존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하거나, 피폭 경험을 공유하는 일본 피폭자 패널에게 “원폭 투하에 대해서 미국이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조선인 피폭자에는 일본의 책임도 있는 것이고, 또 식민지배 역사 전반에서는 일본이 가해자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대답을 경청하는 일본 청년들을 보면서 이러한 청년들의 활동이 일본 평화운동에 새로운 활력이 되기를 기대했다.
이하 질의응답은 8월 8일 나가사키 분과회에서 일본 참가자들로부터 받은 질문과 사회진보연대의 대답의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히로시마 일정에서도 비슷한 질의응답들이 있었는데, 내용이 겹치므로 여기에 합쳐서 정리했다.
<비핵·평화 동북아시아와 운동의 역할> 워크숍 질의응답
문: 현재 한국 정부의 한일관계 대응과, 한국 내 일본 보이콧 운동의 현황에 대해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발표자 분의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답: 아베 정권의 과거사 부정이나, 외교 문제를 경제 갈등으로 비화시킨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시민 여러분이 이미 잘 알고 거세게 비판하고 계시므로, 여기서는 한국 시민으로서 한국 사회운동과 한국 정부에 대한 비평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히로시마 국제회의에서 “일본 보이콧 운동이나, 문재인 정부의 호전적인 한일관계 대응에 찬성하지 않습니다.”라고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시민들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일본 반대’가 아니고 ‘아베 반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일본 보이콧 운동의 광범위한 진행과정에서는 이것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이콧은 특정 기업만이 아닌 모든 일본 상품과 일본 여행, 일본 문화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데, 아베 반대 운동이 왜 이러한 형태를 띠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니클로에 들어가서 쇼핑하는 것이나 일본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여 하지 못하고, 앵커가 뉴스에서 일본제 펜을 들고 있었다는 오해를 받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이런 식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단순히 ‘No 아베’라고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더욱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이러한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당장의 문재인 정권 지지율은 올라갔지만, 이 사태가 장기적으로 흘러가면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일 양국의 민족주의적 대결구도가 강화되는 것은 일본 내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헌 시도 및 군비 확장, 재일한국인·조선인 권리 문제 등에 있어서, 평화운동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것들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한국 정부의 입장과 대법원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권의 핵심 인물이 정권과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자국 시민을 비난하고 낙인찍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3일 전(8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문제가 많은 발언입니다. 한국과 일본 경제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에 정말로 일본과의 경제 관계를 끊을 것처럼 구도를 만드는 것은 필요한 일도 아닐뿐더러 대단한 혼란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UN 대북제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 즉 한반도 위기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경제협력 사업의 대대적 시행이 어렵기도 합니다. 이럴 때에 일본에 맞서자는 명분을 들며, 마치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남북 경제협력을 언급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와중에 문재인 정권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야 한다며 ‘특별 연장 노동 허용’, ‘재량근로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과 그다지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정책들을 일본을 빌미로 밀어붙여 한국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한국 시민의 보이콧 운동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이며, 보이콧 운동의 한계를 한국에서도 인식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한국 시민의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으로서 의의가 있다는 다른 한국 측 참가자 발언에 대하여 다시 답변)
일본 보이콧 운동이 조작되었다거나 동원되었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지금 이 원수폭금지세계대회에 참가한 일본 활동가 분들은 아베 정부에 “지금의 사태를 악화·장기화시키지 말고, 하루 빨리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 국제회의 선언에도 그런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저 역시 한국 시민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지금의 사태를 악화·장기화시키지 말고 하루 빨리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그 반대로, 보이콧 운동을 격려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장기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입니다.
보이콧이라는 운동의 형태도 저는 근본적으로 긍정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와서 일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이러한 보이콧 운동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과거 역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우리를 싫어하지?”라고만 생각하며 반감을 가지는 일본 젊은이들이 늘어날 것을 크게 우려하고 계시더군요. 이웃 국가 시민이자, 앞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일본 청년들과의 연대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라는 한국 청년인 저로서도 그러한 점이 우려됩니다. 역사 교육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지 일본 청년들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풀어갈 문제겠지요. 어쨌든 그러한 역사 교육의 문제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양국 청년 간 감정이 상해버리면 이를 회복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진보 세력에도 좋지 않습니다.
보이콧 운동이 한국 내에 낳는 효과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식당에 가는 것조차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은 시민들에게 일종의 자기 검열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또 3년 전 촛불에서만 해도 규탄의 대상이었던 삼성, 한국 사회 내 수많은 문제에 연루된 이런 기업이, 갑자기 일본의 경제 공격에 대한 대항마로 떠받들어지는 지금 상황도 이상하고 문제가 있지 않나 합니다.
문: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연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틀 전(8월 6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제 생각에 이러한 군사행동은 일본의 우익들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올해 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에, 향후 북한의 대응이 어떠할 것인지를 한국 내에서 토론했었습니다. 그때 제가 밝힌 의견은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핵 실험을 하지 않는 모라토리엄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의 군사행동을 이어가며 협상을 위해 주의를 환기할 것 같다”였습니다. 지금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6일의 미사일 발사는 올해 기준으로 6번째, 7월 말부터 지금까지 약 2주 동안의 기간 중 4번째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를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항의 행동”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실제 그런 측면도 없지는 않겠으나, 이번 8월의 한미군사훈련은 예년에 비해 규모와 내용이 축소되어 진행되는 것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역시 2주 안에 4번 발사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의 미사일 발사들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 제고를 위한 실험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실험들은 미국에는 위협이 안 될지 모르겠으나 남한과 일본의 시민들에게는 명백히 위협이 되는 것으로, 이유가 어쨌든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군사적 위협이 일본의 우익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주게 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한국 내에 일부 존재하는, 미국과 일본에 모든 책임을 돌리면서 북한의 군사행동과 핵 개발을 옹호하는 의견은 상황의 악순환밖에 가져오지 않는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그렇게나 싫다면, 그렇다고 해도 오히려 남북한이 핵무기금지조약을 먼저 비준하고 이를 지렛대로 다른 국가들에 마찬가지 조치를 요구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평화행동을 주도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남북한이 모범을 보여 도덕적 정당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문: 북미대화와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현재 북미정상의 판문점 회담 이후로 교착상태에 있습니다. 어떤 것이 정국을 풀어가는 데 핵심이라고 보십니까?
답: 말씀하신 것처럼 판문점 회담 이후 한 달 여가 지난 지금까지 실무협의의 진전이 없는 것은 이 문제가 더는 일종의 ‘이벤트’로 풀어갈 수 없는 문제라는 반증이겠지요.
향후 전망에 대해 오늘 카와타 타다아키 일본원수협 상임이사님과 조셉 거슨 미국 평화군축안보캠페인 대표님이 발표하신 것에 대한 제 의견을 밝히면서 답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카와타 상임이사는 북미대화 진전의 열쇠로 ‘영변 핵 시설 폐기’와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영변 폐기’와 ‘종전선언’의 교환이라는 안은 이미 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잠정적으로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안이 성사가 되지 않고, 미국은 ‘영변 및 추가 핵 시설 폐기’를, 북한은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회담이 결렬되어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러니 다시 그 정도의 안을 가지고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은 낮겠지요. 거슨 대표는 미 의회 내 한국전쟁 공식 종식 결의안(H.Res.152) 추진 흐름을 소개하셨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움직임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종전선언 등은 말 그대로 ‘선언’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점이나 앞서 말한 하노이 회담 당시를 생각해보았을 때 북한 당국이 여기에 크게 의미를 둘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존 볼턴 식의 완전한 ‘빅딜’을 수락할 가능성은 낮고, 이후의 과정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저는 북한의 영변 및 추가 핵 시설 폐기·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핵 신고 등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 측의 조치가 합의되는 식이 아니면 이후의 북미대화가 유의미한 진전을 보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 발표에 한국·일본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이 필요하다고 쓴 것도 조약 가입이 그러한 지렛대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었습니다.
문: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핵무기금지조약은 한국 내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있습니까?
답: 2017년 7월 UN 총회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이 채택될 당시,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근거로 들어 이 조약에 반대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핵 우산을 긍정하고 있는 것도 일본과 마찬가지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실도, 핵무기금지조약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한국에서는 거의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UN 총회에서 한국 대표가 밝힌 입장이 곧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겠지만, 국내에서는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일 자체를 찾기 힘듭니다. 이렇게 공론화 자체를 피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의도일 수도 있겠습니다.
문: 앞으로 한일 시민이 어떠한 활동을 함께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답: 우선 발표에서 말씀드린 대로, 동아시아의 비핵화와 평화는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한일 시민이 연대하여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을 비롯하여 비핵·평화 동북아시아를 지켜 가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제안 드리고 싶은 것은, 첫째로는 한일 교류 사업, 특히 청년 교류 사업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이번 세계대회에서 오간 이야기 중에 일본 평화운동·진보적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청년의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발언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존재해온, 양국 시민의 서로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걱정하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저도 이번 세계대회 참가 이전에는 일본 분들을 만나본 적이 거의 없어 걱정이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고 나니 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직접 만나보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서로의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한일 청년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청년 교류 사업이 청년들의 평화운동으로의 진입로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두 번째로는 그러한 교류 사업의 내용이 지금까지는 주로 역사에 대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한일 사회운동이 공동으로 대응해나갈 의제들도 잘 발굴하면 좋겠습니다. 수 년 간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것은 군사동맹, 민주주의, 노동권, 성평등, 이러한 문제들을 한 국가 안에서 온전히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이러한 사안들에 있어 상당히 유사한 쟁점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함께 더 평화롭고 평등한 미래를 만드는 공동의 투쟁을 해나갑시다.
그 이름조차 존재해서는 안 될 악, 핵무기
나가사키 대회에는 핵무기 폐기와 군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투쟁 주체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히로시마 대회에 발언문을 보내 대독시킨 히로시마 시장과 달리, 타우에 토미히사 나가사키 시장이 나가사키 세계대회 개막총회에 직접 참여하여 “핵무기를 없앨 가장 큰 힘은 시민사회로부터 나온다. 피폭자 국제서명을 널리 확산시키자. 지금은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당사자가 생존해 있는 세대에서 그렇지 않은 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분기점이다. 핵무기의 무서움과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아이 세대에까지 제대로 전달하고 알리자”는 취지 발언을 해 인상 깊었다.
핵무기금지조약을 이미 비준·발효한 국가들에서도 세계대회에 대표를 파견하였다. 게오르게 빌헬름 갈호퍼 오스트리아 유럽통합외교부 공사(2018년 5월 8일 핵무기금지조약 발효), 메이렘 리베로 주일 쿠바 임시대리대사(2018년 1월 30일 발효), 멜바 프리아 주일 멕시코 대사(2018년 1월 16일 발효), 세이코 이시카와 주일 베네수엘라 대사(2018년 3월 27일 발효)가 참석하여 자국에서 어떻게 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비핵보유국들이 힘을 합쳐 핵보유국들에 핵무기 폐기를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주로 비동맹 운동에 포함되었던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을 중심으로 20여 개 국이 핵무기금지조약을 발효한 가운데 유럽 국가 중 최초로 발효한 오스트리아의 사례나, 멕시코 헌법에는 “핵 기술은 오직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언급이 흥미로웠다.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전 세계 정부에 요구하는 피폭자 국제서명 운동 진행상황을 일본 내 각 지역, 주체, 단체별로 보고하는 가운데, 인도와 미국에서 받은 국제서명도 전달되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수합된 서명은 3000만 명 이상에 달한다. <고등학생 1만인 국제서명> 캠페인을 진행하는 학생들은 무대에 올라 “피폭자의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로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운동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결의했다. 홋카이도,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전역에서 히로시마를 향해 행진해온 ‘평화행진’ 팀도 무대에 올랐다.
오키나와와 후쿠시마에서 온 참가자들은 지역의 투쟁을 소개했다. 새 미군기지인 헤노코 기지가 건설될 예정인 오키나와 현 나고 시의 전 시장이자 오키나와 현 나고 시 전 시장 겸 헤노코신기지건설반대올(All)-오키나와회의 공동대표인 이나미네 스스무 씨는 왜 신기지가 필요하며 왜 이 위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전혀 내놓지 못하면서, “헤노코가 유일하게 적합하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투쟁은 평화헌법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 환경 문제, 민주주의 문제이며 오키나와만이 아니라 일본 전역의 문제라는 발언에서 한국의 성주 소성리 사드 미사일 철거 투쟁이 떠올랐다. 오키나와에서 온 중학교 2학년 학생은 자신은 어패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인데, 미군기지가 생기면 생태계가 파괴되어 지금 하고 있는 어패류 연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호소했다. 오키나와 현 서남쪽의 미야코지마에 육상 자위대 부대를 배치하는 일본 정부의 계획도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 섬 중심부에 500~600명 규모 부대와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어 주민들은 전쟁이 났을 때 가장 먼저 공격 대상이 될 것을 걱정하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온 여성들은 후쿠시마 어린이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팀 활동을 시작했으며, 오염된 토양 문제 등에 대응하여 서명운동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소개했다. 작년 2월에 후쿠시마 제2원전이 폐쇄된 것은 2011년 사고 이후 지난 8년에 걸친 투쟁의 결과이며, ‘원전(原電)제로’를 이루는 날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여성대회나 그 외 행사에 참가한 여성들의 발언은 ‘어머니’로서 ‘아이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싸우겠다는 메시지가 두드러졌다.
대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한일 양국의 피폭자 증언이었다. 원수폭금지세계대회 일정 전반에 피폭자들의 고통과 지난 70여 년 간 피폭자들이 이끌어 온 반핵·평화운동에 대한 깊은 존중이 깔려있었다.
나가사키 피폭자를 대표하여 나가사키 청년집회 간담회 패널을 맡은 다나카 테루미 씨는 13세 때 원폭 투하를 경험했다. 그러나 2차대전 종전 직후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미국이 일본에 가한 원폭 피해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증언했다. 1952년 미군정이 끝나고, 1954년 마샬 군도에서 진행된 미국의 핵실험에 일본 어부들이 피폭되는 사건이 있고서야, 즉 원폭 투하로부터 10년 가까이 흐른 뒤에야 피폭자들이 피해를 이야기하며 핵무기 금지와 미국의 배상 책임을 주장할 수 있었다. 다나카 씨는 피폭에 따른 건강 문제는 거의 겪지 않은 축에 속하지만, 패전 이후 상당 기간 지속되었던 일본의 절대적 빈곤 시기를 견디는 것 자체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원폭 투하로 무너진 나가사키는 특히 더 그러했다. 전쟁은 일순간의 고통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고통이라는 것을 절절히 느끼고 살아왔으며 이러한 점을 반드시 후세에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원폭 투하에 대해서 미국이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라고 할 수는 있지만 식민지배 역사 전반에서는 일본이 가해자가 아니냐”는 한 청년 참가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전쟁은 하지 말았어야 할 잘못으로, 시작은 작은 계기였지만 결국 엄청난 전쟁이 되었다는 점에서 ‘전쟁’이라는 것 자체의 무서움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미국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에 적대적이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는 아베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 일본 시민들은 한반도와 다른 지역을 식민 지배하고 고통을 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3년 전 ‘피폭자 국제서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2020년 NPT 재검토회의 즈음하여 무언가 긍정적 프레임을 형성하는 정도를 기대하고 시작한 것인데, 바로 다음 해인 2017년 UN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이 채택되어 상상도 하지 못한 성과를 거두었다며, 자신이 죽기 전에 꼭 핵무기금지조약의 전 세계 발효를 실현시키고 싶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나가사키 피폭자를 대표하여 나가사키 청년집회 간담회 패널을 맡은 다나카 테루미 씨는 13세 때 원폭 투하를 경험했다. 그러나 2차대전 종전 직후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미국이 일본에 가한 원폭 피해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증언했다. 1952년 미군정이 끝나고, 1954년 마샬 군도에서 진행된 미국의 핵실험에 일본 어부들이 피폭되는 사건이 있고서야, 즉 원폭 투하로부터 10년 가까이 흐른 뒤에야 피폭자들이 피해를 이야기하며 핵무기 금지와 미국의 배상 책임을 주장할 수 있었다. 다나카 씨는 피폭에 따른 건강 문제는 거의 겪지 않은 축에 속하지만, 패전 이후 상당 기간 지속되었던 일본의 절대적 빈곤 시기를 견디는 것 자체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원폭 투하로 무너진 나가사키는 특히 더 그러했다. 전쟁은 일순간의 고통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고통이라는 것을 절절히 느끼고 살아왔으며 이러한 점을 반드시 후세에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원폭 투하에 대해서 미국이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라고 할 수는 있지만 식민지배 역사 전반에서는 일본이 가해자가 아니냐”는 한 청년 참가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전쟁은 하지 말았어야 할 잘못으로, 시작은 작은 계기였지만 결국 엄청난 전쟁이 되었다는 점에서 ‘전쟁’이라는 것 자체의 무서움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미국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에 적대적이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는 아베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 일본 시민들은 한반도와 다른 지역을 식민 지배하고 고통을 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3년 전 ‘피폭자 국제서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2020년 NPT 재검토회의 즈음하여 무언가 긍정적 프레임을 형성하는 정도를 기대하고 시작한 것인데, 바로 다음 해인 2017년 UN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이 채택되어 상상도 하지 못한 성과를 거두었다며, 자신이 죽기 전에 꼭 핵무기금지조약의 전 세계 발효를 실현시키고 싶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나가사키 폐막총회에서 나가사키 피폭자 요코야마 테루코 씨는 4세 때 겪은 원폭 투하 경험을 증언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피폭 사흘 후에야 겨우 방공호에서 아버지를 만났을 때에 아버지의 두 눈이 보라색으로 변해 있고 얼굴이 피범벅에 퉁퉁 부어있던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온 천지가 ‘죽음의 마을’이 되었다. 원폭 투하 후에 태어난 동생에게까지 건강 문제가 발생하여 입퇴원을 반복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요코야마 씨는 그런 고통을 인류가 다시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원히, 나가사키가 인류 최후의 피폭지로 남도록 만들자”는 요코야마 씨의 발언이야말로 피해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고자 하는 원수폭금지세계대회의 정신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느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이규영 이사의 발언이 바로 이어졌다. 발언 도중 74년 전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시간인 오전 11시 2분이 되어, 약 1분간 모든 참가자가 묵념하며 기리기도 하였다. 이규영 이사는 어릴 적 히로시마에서 겪은 원폭 투하와, 그 날 이래로 아버지의 생사여부를 알지 못하는 사연을 이야기했다. 아버지의 유골조차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는 한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릴 때 객석에서도 함께 탄식하는 이들이 많았다. 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어머니는 부상을 입은 팔에서 벌레가 나올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다. 해방이 되자 가족들과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고향 사람들은 겉으로는 반겨주면서도 내심 피폭당한 이들을 꺼리는 눈치를 보였다. 피폭의 후유증도 평생 지속되었다. 한국인 피폭자들은 전쟁을 일으킨 일본과 원폭을 투하한 미국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 시민을 보호해야 할 한국 정부로부터도 오랜 세월 동안 제대로 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 이규영 이사는 핵무기는 그 이름조차 존재해서는 안 될 악으로, 모든 핵무기의 제조와 사용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피폭자들은 앞으로 미국과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고, 고향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희생된 한국인 피폭자들의 위령비를 한국 국내에도 세우는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나가사키로부터의 호소’와 ‘나가사키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 정부에 보내는 편지’를 참가자가 낭독하며 원수폭금지세계대회 일정은 막을 내렸다. (이 두 글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글 아래에 첨부하였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생각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보낸 시간 동안, 일본 평화운동에서 피폭자가 차지하는 엄청난 위상과 달리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 피폭자의 존재는 놀라울 만큼 비가시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국의 원폭 투하에 의한 한국인 원폭피해자가 총 사망자 5만 명, (당시) 생존자 5만 명, 총 10만 명으로 추정된다. 말하자면 한국과 한국 시민도 피폭의 ‘당사자’인 것이다. 그러나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의 피폭 생존자 중 대다수가 한국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며 살아왔다. 1945년으로부터 74년이 지난 2019년 4월에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으며, 원폭 2·3세 피해자에 대해서는 파악·지원이 전무하다.
한편 한국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여론을 조사하면 늘 ‘찬성’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의 피폭자들이 겪은 고통을 안타까워하고 핵무기 사용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한국인 피폭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긴 하지만 원폭 투하 자체는 불가피했다” “원폭 ‘피해’ 강조는 태평양전쟁 전범국인 일본이 과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구실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은 핵과 관련된 논의가 억압되어 온 역사에 기인한다. 한국 지배계급은 미국의 한반도 핵 정책(핵무기 배치, 핵 발전)을 시종일관 지지했으며 이에 반하는 논의는 차단했다. 반핵을 주장하는 것은 국가안보에 반하는 것이었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문제는 의도적으로 금기시되었다. 일제를 패퇴시킨 원폭을 찬양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본 반핵운동과의 연대는커녕, 반핵운동의 성장 자체가 어려웠다.
한국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나, 한국전쟁 당시 미국 트루먼 행정부와 이를 이은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한반도 북부와 만주에 대한 원폭 투하를 진지하게 고려했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를 “비장한 각오로 환영”했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핵 위협은 한국전쟁 시기 내내 상수로 존재하고 있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출격시킨 B-29 폭격기로 모의 한반도 핵공격 훈련, 일명 ‘허드슨 항구 작전’(Operation Hudson Harbor)이 실시되기도 했다. 한반도 핵공격이 현실화되었다면 한반도 민중과 자연이 엄청나게 희생되었을 뿐만 아니라, 태평양전쟁과 달리 원폭 투하가 오히려 미소 간의 핵전쟁을 포함한 전면 확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핵공격이 결과적으로 실행되지 않은 것도 이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였다.) 원폭 투하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그 후유증을 지금까지도 안고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한반도 핵공격이 실현되지 않은 데에는 일본을 포함한 세계 평화운동의 역할이 있었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의 충격과,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냉전 속에서 오히려 핵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 맞서 세계 곳곳에서 반핵운동이 분출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3개월 전인 1950년 3월 19일, 세계평화위원회(World Peace Council)는 ‘스톡홀름 호소문’(Stockholm Appeal)을 채택하고 서명운동에 나섰다. 호소문은 ‘모든 핵무기 금지’를 요구하며 “어떤 나라든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면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른 전범국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지식인과 세계 각국의 총 2억 명 이상이 서명했는데, 일본 평화운동 역시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하여 60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이러한 운동이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포기하게 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미 국무장관을 맡았던 헨리 키신저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지적해 온 사실이다.
핵이라는 인류 절멸 무기의 등장, 그로 인해 (전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많은 수의) 자국 시민들이 겪은 끔찍한 희생. 한국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현실화될 뻔한 한반도 본토 핵공격.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전쟁위기. 이러한 역사를 가진 한국 사회가, 적어도 평화운동이 적극적으로 핵무기 반대와 피폭자와의 연대를 천명해오지 못한 사실은 우리 역사의 비극이자 모순이다. 우리의 시계는 이 지점에서 아직 1945년에 멈춰있다.
오늘날까지도 사회운동이 핵무기 숭배나 원폭이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가져다주었다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데에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한 맹목은 한편에서는 보수진영의 ‘핵무장론’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통일이 되면 북한의 핵무기가 곧 우리 민족의 핵무기라는 주장과 때때로 동반하여) 북한의 핵무기 개발·보유 옹호로 나타나고 있다. 두 진영은 정치적으로 극과 극에 있지만 핵에 있어서는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침략과 간섭의 역사를 더 겪지 않으려면 우리 민족도 핵무장을 포함하여 독자적 힘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상 완전히 같은 논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오래전부터 극우 지배세력과 일부 민족주의 운동 양자가 공유해온 것이다. 그리고 ‘북핵 문제’는 이를 강화시키고 증폭시키는 물질적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 나아가 동아시아 비핵지대 형성이라는 지향은 평화운동 안에서조차 쉽게 합의되지 못하고 있다.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 나는 우리의 미래는 ‘핵 없는 세상’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일단 말 그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인류의 생존이 핵 없는 세상에 달려 있다. 둘째로, 우리 사회운동이 앞으로 가야 할 길도 핵 없는 세상을 실현하는 세계 평화운동에 동참하는 데에 있다.
남한도 북한도 일본도 미국도 핵무기금지조약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지만, 변화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의 핵무기 철폐를 염원하는 세계 평화운동이 있었기에 핵 군축을 강제할 수 없었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한계를 넘어 모든 핵무기를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이 탄생할 수 있었다. 8월의 원수폭금지세계대회에서 9월 말인 지금까지 두 달 여가 지나는 동안에도, 보츠와나·도미니카·탄자니아·그레나다·레소토·세인트키츠 네비스·잠비아(9월 26일) 총 7개국이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했고 볼리비아(8월 6일), 카자흐스탄(8월 29일), 에콰도르(9월 25일), 방글라데시·라오스·몰디브·키리바티·트리디나드 토바고(9월 26일) 총 8개국이 발효까지 마쳤다. 핵무기금지조약이 UN 차원에서 발효되어 국제사회에 시행되려면 50개국 이상에서 발효되어야 하는데 현재 32개국에서 발효되어 18개국이 남았다.
물론 핵무기 공식보유국들(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과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들(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남한·일본 등 미국의 핵우산에 포함된 국가들이 핵무기금지조약을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이 운동이 여기까지 왔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우리의 미래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69년 전의 스톡홀름 호소문 서명운동은 결국 핵무기 금지를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나 한반도에 핵무기가 사용되는 것을 막아내는, 애초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이와 같이 핵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운동이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것, 그 자체가 우리에게 좀 더 평화롭고 평등한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핵 없는 세상을 향한 길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 사회운동이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 또한 될 수 있다. 아픈 역사를 잊어버리자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억압과 비극의 역사를 우리 역시 핵무기를 개발·보유함으로써 강대국들에 대항할 수 있다는 논리에 활용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 과거에 얽매여, 과거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것이다. 핵무기가 이미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수많은 한반도 민중을 희생시켰고, 오늘날까지 한반도의 항구적 위기 요인으로 작동해왔다는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베트남·쿠바 등 한반도와 유사하게 미국에 의한 개입을 당해 온 국가들이 이미 핵무기금지조약을 발효했다는 사실은 시사점을 준다.
마지막으로, 식민지배라는 역사적 사실은 영원히 사라질 수 없는 것이지만, 전후 7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일본의 재무장화를 저지하고 국제적 핵무기 철폐 운동을 확대한 데에는 전쟁과 피폭의 쓰라린 과거를 바탕으로 “영원히 나가사키를 인류 최후의 피폭지로 남길 것”을 결의한 일본 평화운동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비핵·평화를 실현해가는 데에 한일 평화운동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일갈등, 나아가 양국 간의 역사적 쟁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을 성찰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원수폭금지2019년세계대회 – 나가사키 결의
나가사키로부터의 호소
원폭은 인간으로서 죽는 것도 인간답게 사는 것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핵무기는 본디부터 「절멸」만을 목적으로 한, 광기의 무기입니다. 인간으로서 인정할 수 없는 절대악의 무기입니다.
― 『원폭피해자의 기본 요구』 (1984년) 중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피폭자는 인간의 존엄을 근저로부터 파괴하는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위와 같은 말로 표현해 왔습니다. 「핵무기가 안전을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핵 억지력」론을 비판하는, 핵무기의 비인도성에 대한 고발은 다수의 정부와 시민사회에 공감대를 넓혀 핵무기금지조약의 채택으로 세계를 이끌어 왔습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의 발효는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피폭 75주년을 내년으로 앞둔 지금, 「내 살아생전에 핵무기 폐기가 실현되기를」 외치는 원폭피해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역사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합시다. 핵사용 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이탈하여, 이 조약을 파기시켰습니다. 핵 군비 확대 경쟁으로 다시 접어드는 것이 염려됩니다. 5개 핵보유국(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은 일치단결하여 핵무기금지조약에 반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재검토회의의 기존 합의에도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핵무기의 위협은 결코 과거의 것이 아닙니다. 핵무기에 매달리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입니다. 내년 5월 2020년 NPT재검토회의 대응을 위해 풀뿌리 운동과 각국 정부의 힘을 모아, 핵 고수 세력의 고립을 심화시킵시다.
우리는 원수폭금지2019년세계대회 국제회의 선언을 지지하며, 아래의 행동에 함께 나설 것을 호소합니다.
― 원폭의 실상을 배우고, 확산시키자.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고발하자. 모든 지역·지자체에서 「원폭 전시」·「원폭 그림 전시」 행사나 피폭 체험을 말하는 모임을 조직하자. 원폭 후유증 인정제도의 근본적 개선과 피폭자에 대한 국가보상을 요구하고 피폭자와의 연대 활동을 한층 강화하자. 인간의 존엄을 걸고 싸워 온 피폭자의 체험, 운동, 삶의 모습을 다음 세대에 계승하자.
―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수 억 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피폭자 국제서명」 운동을, 각국 정부 수장이나 국회의원과도 공동으로, 지자체 전체, 지역 전체로 발전시키자 .미국의 「핵우산」으로부터의 이탈과 핵무기금지조약 참가를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자. 400개가 넘는 일본의 지자체가 핵무기금지조약의 서명과 비준을 촉구하는 지자체 의견서를 채택했다. 이 운동을 더욱 확산시키자. 미일핵밀약을 파기하고, 비핵3원칙의 준수와 법제화를 요구하자.
― 뉴욕 원수폭금지세계대회와 2020년 NPT재검토회의에서의 국제 공동행동에 전국 각지의 운동의 역량을 모아 성공시키자.
― 아베 정권의 헌법 9조 개헌 저지 투쟁을 더욱 발전시키고, 「전쟁법」을 폐지하자. 오키나와 현민의 존엄을 건 「올(all) 오키나와」 투쟁과 굳게 연대해, 나고 시 헤노코 신기지 건설 철회, 후텐마 기지의 즉시 반환을 요구하자. 군비 확대와 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반대하자. 시민과 야당의 공동투쟁을 한층 더 강화해, 원폭 피해국에 걸맞는 역할을 하고록 일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자.
―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해 일본 헌법의 평화원칙을 살린 외교를 펼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자. 심화되는 한일관계 악화는 정경분리 원칙에 의거해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반성에 입각한 이성적인 대응에 의해서만 개선될 수 있다. 일본, 한국,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연대를 크게 발전시키자.
― 핵발전소 재가동에 반대하며,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나 자연 에너지로의 전환을 실행하자. 지구 환경의 보호를 요구하는 운동과의 연대를 강화하자. 일자리와 생계의 파괴, 빈곤과 격차의 확대에 반대하며, 군사비를 삭감하여 생활·복지·교육에 투자하는 운동을 발전시키자.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며, 성평등과 LGBT(성소수자) 권리 확대를 요구하자.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든 침해에 반대하자.
인간의 존엄, 개인의 존엄을 요구하는 입장을 공통분모로 하여, 다양한 운동과의 광범위한 공동투쟁과 연대를 발전시킵시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핵무기 없는 세계」로의 희망을 전합시다. 피폭자와 함께, 청년과 함께, 미래를 개척해 나갑시다.
노 모어 나가사키. 노 모어 히로시마. 노 모어 피폭자.
나가사키를 인류 최후의 피폭지로 남깁시다.
2019년 8월 9일
원수폭금지2019년세계대회 – 나가사키
원수폭금지2019년세계대회 – 나가사키 결의
나가사키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 정부에 보내는 편지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 원폭 피해지인 나가사키에 모인 우리는 세계 각국 정부에 한시라도 빨리 핵무기를 폐기하여, 인류를 파멸의 위기에서 구할 것을 호소합니다.
히로시마·나가사키는, 핵무기의 사용이 얼마나 파멸적이고 비인도적인 결말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45년 말까지 21만 여 명의 사람들이 「이승에 펼쳐진 지옥」이라고 할 고통과 절망 속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피폭자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당했습니다. 그 후손들도 유전적 영향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존엄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직시하고, 금지와 철폐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 여부에 정치가로서의 책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이성이 걸려 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의해 압도적 다수의 나라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고 준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 조약이, 핵 군축·철폐를 위한 교섭을 의무화하고, 최종적으로는 모든 핵무기의 폐기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핵보유국들이 「자국의 안전」을 이유로 들며, 핵무기 폐기 서약이나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중대한 배신이며, 결코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UN 총회 제1호 결의였던 핵무기 폐기는 전후 국제 정치의 원점입니다. 모든 나라의 정부가 히로시마·나가사키, 그리고 피폭자들의 경고를 상기해, 인류를 핵으로 인한 파국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아래의 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합니다.
― 핵전력 증강, 핵무기 사용 준비 등 핵군축에 역행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
― NPT 제6조의 핵 군축·철폐 협상 의무를 다할 것. 특히 NPT재검토회의에서 합의된 「핵무기 완전 폐기」의 「명확한 약속」(2000년)과 「이를 위한 틀을 만드는 특별한 노력」(2010년)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것.
― 핵무기의 비인도성, 반인간성을 알리는 활동을 적극 추진할 것. 이러한 활동을 벌이는 피폭자와 시민사회를 지지·지원할 것. 특히 2020년 NPT재검토 회의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의 행동을 지지할 것.
― 핵무기금지조약의 서명과 비준을 신속히 행할 것. 이를 완료한 정부는 핵무기금지조약의 정신(제12조)에 따라 조약의 발효를 위한 국제 협력을 촉진할 것.
오늘날, 세계적 차원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불가결합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분들과 함께 행동할 것입니다.
2019년 8월 9일
원수폭금지2019년세계대회 – 나가사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