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0.01.30

민주노총은 민주당에 대한 암묵적 지지를 경계해야

최근 민주노총의 총선 정치방침 논의에 대하여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 2월17일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21대 총선사업 계획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약 열흘간 민주노총의 여러 의결체계에서 총선방침 또한 논의될 예정이다. 우리는 민주노총의 총선 대응에 대해 두 가지 정도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민주당에 모호한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익히 알려져 있듯 민주노총 현 집행부는 지난 2년간 정부에 꽤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김명환 위원장의 총선 관련 인터뷰들에도 집권세력에 대해 갈라서겠다는 분명한 표현은 없다. 노동존중 약속이 공허해졌다거나, 소득주도성장을 좀 더 잘 추진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번 총선의 목표를 적폐세력 심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민주노총 활동가 사이에서 나온다. 당락을 결정하는 선거에서 적폐세력의 경쟁자는 대부분 민주당 후보들이다.
 
민주당에 대한 모호한 태도는 총선에서 직간접적인 민주당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민주노총은 보수정권 시절부터 민주당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었다. 예로 2012년 4.13총선 당시, 민주노총 김영훈 집행부는 “민주노총 요구에 협약한 진보정당, 야당과 함께 총선투쟁 승리로 19대 8월 국회에서 10대 노동 사회개혁 입법과제를 쟁취합시다.”라며 통합민주당에 대한 사실상의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민주당을 직간접적으로 지지하는 흐름은 박근혜 탄핵 이후 현 정부를 촛불혁명의 동지, 자유한국당을 청산의 적폐로 규정하면서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직간접적 지지가 민주노총의 강화나 노동법 개정으로 이어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민주당은 민주노총을 집토끼 정도로 여기며 필요할 때만 정치적으로 활용했고, 노동 관련 제도개혁은 차일피일로 미뤘다. 민주노총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처럼 민주당에게 여러 번 속았다. 예로 2004년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해보자. 민주당이 초기 80%에 육박했던 대통령 지지율과 무기력한 야당을 두고도 지금까지 한 일이 무엇인지 따져보자. 탄력근로제 확대 실시, 최저임금법 개악 시도, 노동기본권을 도리어 제한하는 ILO협약비준 추진 등이 바로 민주당이 한 일이었다.
 
민주당이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3년간 민주당과 청와대는 ‘내로남불’로 불리는 정치적 위선과 경제침체, 세대갈등 등으로 대표되는 정책적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자유한국당이 적폐일 수는 있겠으나, 민주당이 그렇다고 대안이 아니란 점도 확실하다. 보수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개혁을 참칭할 뿐인 민주당을 지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주당이 때때로 보이는 노동에 대한 우호적 태도에 속아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무능하고 위선적인 개혁세력이 파시즘 같은 민주주의의 붕괴를 가속시켰다는 점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점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둘째, 한국사회 비전 없이 입법 로비 수단으로 총선을 사고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전통적으로 몇 가지 입법과제를 제시한 후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협약 체결을 요구해왔다. 이번에도 몇 가지 노동입법 과제를 제시하고 제 정당과 후보들에게 서약서 및 협약서를 받으려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몇 가지 입법과제를 얻어내겠다고 총선을 활용하는 것이 옳을까? 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을 지지하겠다면, 민주노총이 수많은 이익단체들의 운동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총선은 한국사회의 방향과 필요한 과제를 정리하고, 그것들을 민의에 따라 집행할 입법부를 구성하는 선거다. 민주노총이 로비 단체가 아니라면, 노동자계급의 미래를 위해 한국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이라면, 몇 가지 입법과제 이전에 총선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 한국사회 밑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 총선방침은 많이 부족하다. 저성장 고령화라는 전대미문의 한국경제 변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기, 국회 정치의 붕괴, 박근혜 탄핵의 가치였던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의 중단 등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어서다.
 

1노총의 당당한 정치를 보여주자

 
21대 총선방침은 현 집권세력과의 결연한 단절을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민주당은 절대 안 된다는 민주노총의 결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총선방침에는 한국사회 변화의 방향과 대개혁을 위한 과제가 과학적 분석을 통해 담겨야 한다. 민주노총은 최근 제1노총이 되어 그 기개를 높였다. 제1노총의 역할이 민주당의 집토끼 역할일 수는 없다.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의 당당한 정치적 대표 조직으로서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총선방침을 새롭게 세워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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