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건강과 사회
| 2020.02.07
야생동물 사육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중국 거대 축산기업의 등장과 야생동물 사육산업의 발달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2월 6일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2만 8009명, 사망자는 564명이다. 2003년 사스(SARS)보다 더 큰 공중보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중국인 혐오 정서가 한국을 휩쓸고 있다. 혐중 정서를 퍼뜨리는 이들은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 관습 때문에 신종코로나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중국인들이 야만적이며 비위생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코로나 유행은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이나 중국의 문화적 전통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중국 축산업계의 구조적 변화 과정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신종코로나가 야생동물에서 왔다는 주장 자체는 현재로선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바이러스는 본래 박쥐 몸에 사는 코로나바이러스인데, 변이를 일으켜 인간에 대한 감염력이 높아졌다. 2003년 사스 때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의 몸에서 변이를 일으킨 후 인간에게 감염되어 유행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야생동물이 중간 숙주 역할을 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2월 초기 감염자 47명 중 26명이 우한 수산시장에서 일하거나, 방문한 적이 있다. 이후 역학 조사팀이 수산시장에서 채취한 585개 샘플 중 33개에서 신종코로나가 발견되었는데, 야생동물 거래가 집중된 시장 서쪽 끝에서만 31개가 발견되었다.
그렇지만 야생동물을 섭취하는 문화적 전통만으로는 신종전염병의 대유행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 해당 전통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왜 하필 2000년대 들어 사스나 신종코로나와 같은 대유행을 일으켰을까? 동남아시아에도 야생동물을 먹는 관습이 있는데, 왜 중국에서만 반복해서 유행할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을 얻는 방법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핵심 요인은 ‘먹는 관습’이 아니라, ‘포획에서 사육으로의 전환’이다.
중국 야생동물 사육산업 발달의 사회적 배경
좌파 진화생물학자인 롭 월러스(Rob Wallace)는 이번 신종코로나 유행이 2009년 신종플루나 2015년 메르스 유행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신종플루 때는 돼지가, 메르스 때는 낙타가 산업화된 축산업의 대상이 되면서 중간 숙주가 될 수 있었다. 이번엔 야생동물 사육산업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중간 숙주가 계속 출현한다. 우한 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야생동물은 통념과는 달리 야생에서 포획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농장에서 기른 것이다.
중국에는 야생동물 사육과 가공 산업이 번성하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야생동물 사육에 관련된 기업이 1만 9천 개나 존재했다. 예컨대 밍크, 북극여우, 너구리 사육이 2008년 5천 5백만 마리에서 2010년 7천만 마리로 증가했고, 그동안 중국의 모피 산업은 매년 28%씩 성장했다. 2012년 기준으로 코뿔소도 수백 마리 사육되고 있으며, 곰과 호랑이도 수천 마리 사육되고 있다. 이렇게 사육된 야생동물은 중국 내에서 소비될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 야생동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1백만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을 수입했다.
야생동물은 식용, 약용, 장식품용, 애완용으로 쓰인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소득 수준이 높고, 학력이 높을수록 야생동물을 많이 소비한다. 2014년 연구에 의하면, 야생동물 소비 경험은 대졸 이상에서 42.5%, 대졸 미만에서 18.4%로 나타났으며, 월급 4000위안 이상에서 39.5%, 미만에서 22.9%로 나타났다. 또 야생동물 요리는 사업 접대 자리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며, 야생동물 상품이 뇌물로 쓰인다는 이야기도 많다. 즉 야생동물을 주로 소비하는 건 엘리트들이다. 따라서 교육 수준이 올라가거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야생동물 소비가 감소할 거라는 예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것은 주로 소규모 자작농들이다. 인류학자 라일 피언리(Lyle Fearnley)에 의하면, 거대기업들이 축산업을 장악한 이후로 중국 소농들이 야생동물 사육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개혁개방과 함께 시작되었다. 예컨대 사육두수 1만 마리가 넘는 대형 양계농장의 생산량 점유율은 1996년 24.5%에서 2005년 49.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양계농장의 수는 1/3로 줄어들었다. 소농들은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낮은 가격에 납품하는 길을 택하거나, 야생동물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사육한 야생동물은 주로 우한 수산시장과 같은 웻마켓(wet market)에서 산 채로 판매한다. 웻마켓은 동물을 산 채로 판매하고, 그 자리에서 도살 및 가공해주는 시장이다. 도살과 가공에 관련한 시설이나 대형 슈퍼마켓 유통망은 전부 축산기업이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장악하고 있다. 소농들은 축산기업과 계약을 맺지 않으면 웻마켓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야생동물 농장이 증가한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정부의 야생동물 사육 장려 정책이었다. 명분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야생동물 불법 남획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이유였다.
야생동물 사육산업은 바이러스의 변이와 전파를 촉진한다
야생동물 사육산업의 발달은 바이러스 변이의 빈도를 늘리고 범위를 확장한다.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특정 종의 야생동물이 한정된 공간에 집적되면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된다. 박쥐를 많이 먹는 박쥐 서식지 근처 마을 주민들은 박쥐 바이러스에 항상 노출되어 있지만,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는다. 그러나 야생동물 사육농장이 생기면 자연의 야생동물, 사육되는 야생동물, 가축, 인간 사이의 바이러스 교류와 변이의 빈도가 증가한다. 예컨대 밍크 농장 근처에 박쥐 서식지와 돼지 농장, 마을이 공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둘째, 유통 과정에서 바이러스 변이 빈도가 증가한다. 웻마켓에는 살아있는 여러 야생동물과 가축들이 공존한다. 서로 다른 종들이 바이러스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많은 변이가 발생한다. 변이된 바이러스가 인간을 수월하게 감염시킬 확률은 낮지만, 빈도가 커지면 신종전염병 유행 횟수가 증가한다.
셋째, 사육농장 주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종을 찾아낸다. 야생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고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야생 거위는 잘 날 수 있어야만 높은 가격에 팔린다. 사육자들은 좀 더 야생에 가까운 종을 찾아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종이 어떤 병원체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인간은 개를 가축화하면서 광견병의 위험에 노출되었고, 위험을 통제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야생동물 사육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키운다.
중국정부는 적절한 생태적, 안전·보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발생하는 신종전염병의 60%는 동물에서 온 것이며, 그 중 71%는 야생동물에서 유래했다. 야생동물 서식지는 계속 파괴되고, 동물과 인간 모두 과거보다 훨씬 더 집적되고 연결된 공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와 전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물론 모든 가축은 야생동물이었고, 인류 문명이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면서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야생동물 바이러스의 출현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과 같이 다양한 야생동물을 산업화된 방식으로 대량 사육하고 소비했던 것은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세계화, 도시화의 속도까지 감안하면 중국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정부가 적절한 생태적, 안전·보건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신종전염병은 재차 창궐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