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0.04.01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해외 노동조합의 대응 현황과 시사점

지향과 역량의 차이가 위기 대응의 차이를 만들어

류미경(민주노총 국제국장)
 
코로나19가 중국 외 지역으로는 소폭 확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무너지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북미로 확산되었다. 각국 노동조합은 발 빠르게 전례 없는 위기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대응을 본격화했다. 이번 위기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경기 침체를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업장 방역대책 뿐 아니라 각국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에 개입하고 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자, 각국의 노동조합은 긴급 대응을 개시했다. 방역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노동자 및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감염예방, 건강 보호를 요구했다. 그리고 각 사업장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안전 대책을 확보하고자 했다. 또한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위한 유급 휴가와 가족돌봄휴가 보장을 요구했다. 유럽 각국이 지역 폐쇄(Lockdown) 또는 이동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재택근무를 장려하자, 노동조합의 대응은 노동시간 손실에 대한 임금 보전 대책부터 각국 정부가 취하는 경기부양 정책과 고용 유지 대책을 연계하여 제기했다.
 

1. 이탈리아노총의 신속하고 포괄적인 대응 사례

 
여러 노동조합 중에서도 유럽 내에서 코로나19가 가장 급속하게 확산했고 가장 높은 치명률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 노동조합의 신속하고도 구체적인 대응에 주목할 만하다.
 
이탈리아노총(CGIL)은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2월 23일부터 곧바로 대응을 시작했는데, △사업장에서 감염 확산을 막고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 △폐쇄 및 이동 제한 조치와 경제 활동 중단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고용생계대책, △경제위기 장기화를 예비한 거시경제정책 개입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초반 대응은 △방역에 종사하는 모든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 대책, △보건의료 부문 특별채용을 통한 인력확충, △안전장비 지급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사업장 안전 대책은 3월 8일 정부가 전국을 ‘적색지역’으로 확대하고 식료품·의약품 구매 등 기초적인 용무를 제외하고 거주지 밖 외출을 금지(4월 3일까지)하고, 뒤이어 3월 11일 통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사업장 안전을 위해 필수 업무를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조치를 발표한 후 본격화 되었다. 다음 날인 3월 12일 이탈리아노총은 “사업장 안전대책은 권고가 아닌 협약으로 제정되어야 하며 안전조치가 미비할 경우 생산 활동은 중단되어야 하고 임금보장 등 대응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북부지역 사업주들이 안전대책 없이 공장을 가동하자 3노총의 각 금속노조(FIOM-CGIL, FIM-CISL, UILM-UIL) 조합원들은 여러 사업장에서 사업장 방역과 개인 보호장비 지급을 요구하는 행동에 나섰고 상업서비스노조(FILCAMS-CGIL, FISASCAT- CISL, UILTUCS- UIL)은 슈퍼마켓 및 식료품 상점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했다. 몇몇 금속 및 화학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의 요구로 공장평의회가 방역 및 감염예방조치에 필요한 기간 동안 작업중단을 결정했다. 코로나 19 핵심지역인 베르가모와 브레스치아 지역에서는 사업주가 안전한 노동환경을 갖추기 전까지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광장과 거리에 나와 1미터 간격의 대열을 만들어 시위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사업장 수칙>에 관한 합의

 
총연맹의 압박과 현장투쟁에 힘입어 3월 14일에는 정부 각 부처와 3노총, 4개 사용자단체가 화상을 통해 18시간 동안 교섭을 열고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사업장 수칙>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노사정 합의로 수칙이 채택된 다음날 마우릿지오 란디니 CGIL 사무총장은 “이윤보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소득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확립했다“고 평가하며 ”안전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작업중단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용자들이 안전 대책 확보 없이 조업을 지속하자 3노총 공동 총파업을 선언하고 정부를 압박하여 코로나19 위기 시에도 유지되어야 할 필수업무의 목록을 채택하고 이외의 사업장이 가동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사업장 수칙

△ 재택근무 원격근무 가능한 업무에 대해서는 스마트 워크 최대한 활용 △ 유급휴가 및 단협에 따른 휴가 사용 장려 △ 생산과 관련 없는 모든 부서 가동 중단 △ 감염 방지 안전 협약 대책 도입, 불가능할 시 근무시 개인간 1미터 간격 유지 및 개인보호장비 지급 △ 작업장 및 공동 구역 방역 △ 생산시설 내 인적 이동을 최소화 △ 가동중인 사업장 특별단협 체결 장려 등을 원칙으로 1. 노동자를 위한 정보 제공 2. 사업장 출입규정, 3. 외부 협력업체의 사업장 접근 4. 사업장 내 청소 위생관리 5. 개인 위생 관리 6. 개인보호장비 7. 공동구역 관리 (구내식당, 탈의실, 흡연실, 식음료 자판기) 8. 업무 조직 9. 직원 출입관리 10. 구내 이동, 회합, 교육 11. 유증상자 관리 12.건강검진/사업장 안전대표 13. 협약의 업데이트에 관한 세부 지침을 담고 있다.
 
위기 시 고용·생계 유지를 위한 긴급 대책으로 이탈리아노총은 정부의 비상 재정투입이 ‘전국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소득지원을 위한 조치에 쓰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3월 4일 개최된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비상회의에서 △비상사태기간 동안 모든 형태의 해고를 금지할 것 △사회보험 및 세금 경감 등의 조치는 해고를 하지 않는 기업을 대상으로 할 것 △공공부문 신규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 △조업중단 시 임금을 보장하는 ‘사회적 완충조치(Ammortizzatori Sociali)’를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확대 적용할 것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를 지속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사회보장 및 소득 지원 제도의 자격 요건 적용을 중단하고 2월 23일 (국가 비상사태 선포 일) 이후 발생한 수급자격 박탈을 무효화 할 것”을 요구했다.
 
‘사회적 완충조치’란 무엇일까? 실업 문제에 대응하는 복합적인 제도를 의미한다. 한국의 고용보험과 비슷하지만 더 포괄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전국사회보장공단(INPS)이 운영하는 고용유지 및 소득 보전 기금은 크게 △실업기금 △조업 단축· 중단시 소득보장기금 △전직기금으로 구분된다. 소득보장기금은 일반소득보장지원금(Cassa Integrazione Guadagni Ordinaria, CIGO- 사용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경영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조업 단축 혹은 중지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경우에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과 특별소득보장지원금(Cassa Integrazione Guadagni Straordinaria, CIGS-기업 구조조정, 전직 등 배치전환, 기업 위기, 도산 절차가 진행될 경우, 노동하지 못한 시간만큼 임금 보장)이 있다. 두 제도 다 임금의 80%까지 보장한다(상한 있음). 이에 더하여 노사 단협을 통해 인원감축을 회피할 목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실시할 때, 기존 임금을 보장하는 수단인 연대협약(Solidarity Contract), 일반소득보장기금(CIGO)이나 특별소득보장기금(CIGS)이 적용되지 않는 부문의 노동자들 (장인, 파견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하는 연대기금(Solidarity Fund)과 별도의 사회보장체계를 적용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기금(Solidarity Fund)이 있다. 연대기금은 다시 양자간연대기금, 장인 및 파견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대체양자간연대기금, 사회보장청이 운영하는 여타 기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한 임금유지기금(FIS)으로 구분된다. 이탈리아노총은 이러한 소득보장기금과 연대기금의 적용범위를 모든 사업장의 노동자로 확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Cura Italia (이탈리아를 치유하자)”

 
이러한 요구는 정부가 3월 16일 공포한 위기 대응 긴급 조치인 “Cura Italia (이탈리아를 치유하자)” 법률 명령에 대폭 반영된다. 정부는 총 250억 유로 (약 34조 원)를 긴급 지출하면서 이 중 100억 유로를 고용 및 노동자지원에, 35억 유로를 국가보건의료시스템 강화에 투입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를 치유하자(Cura Italia)” 법률 명령 주요 내용

1) 가계지원: △국가사회보장제도에 가입한 민간/공공부문 노동자 자녀 돌봄 휴가 15일 연장(임금 50%보장), 12세~16세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무단 결근 허용 (해고 사유 안 됨). △ 육아 보너스(바우처) 최대 600유로 지급. 치안·국방·구조 종사자의 경우 1,000유로까지 지원 △중증 장애인 휴가 12일 추가. 중증 장애인 또는 중증 장애인 가족이 있는 노동자는 재택근무. △ 실거주 주택 주택담보대출 상환 유예. 강제퇴거 금지 △ 각종 인허가증 만료일 연장(6월 31일)

2) 노동자 지원: △일반소득보전기금(CIGO) 및 임금유지기금(FIS) 적용요건 완화 (1인 이상 모든 사업장 적용, 근속요건, 보험료 납부기간 등 요건 적용 중단, FIS의 경우 5인 이상 사업장 지급) △사회적 충격 완충 기금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이미 소진한 노동자들을 위한 특별기금 마련 △ 자영업자, 독립계약자, 공연예술인, 농업노동자 등 대상으로 600유로(830,000원) 생계지원금 지급 △3월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100유로(137,000원) 특별 보상금 지급(비과세) △ 유급 휴가 12일 추가 △확진자, 자가격리자 유급 병가 처리 △ 60일간 집단 해고 및 경제적 이유에 의한 개별해고 금지 △ 실업수당 신청 기한 연장

3) 보건의료서비스 강화: △ 재정확충 1조 4천1백억 유로. △ 신규인력 채용 △비상상황에 투입되는 의료 노동자 초과근무수당 확대 △보건 전문가 및 의료 전문가 배치 △ 폐렴 감염병 치료를 위한 집중 치료실 병상 확보. △의료비 지출 한도 완화하여 민간병원 동원
 
이탈리아노총은 정부의 긴급 대책에 대해 코로나19 위기 동안 고용을 유지하고 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모든 노동자에게 확대 적용하고 비전형 노동자, 자영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위한 대책이 포함되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한시적으로 해고를 금지하는 조항을 두어 위기 시 고용을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었다고 평가하고 영세사업장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을 촉구했다.
 
“이탈리아를 치유하자” 법률명령 중 한시적 해고금지에 관한 조항(46조)은 다음과 같다. “동 법률명령 발효일부터 223호법 (1991년 7월 23일 발효) 4조, 5조, 24조에 따른 절차 개시를 60일간 배제하며 2020년 2월 23일 이후 개시된 절차는 진행을 보류한다. 위의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사업주는 종업원 수에 관계없이 604호법 (1966년 7월 15일) 3조에 따른 정당한 객관적 이유에 따른 해고예고가 필요한 고용계약 해지를 할 수 없다.” 223호법에 따른 해고란 경영상 이유에 따른 집단 정리해고를, 604호법에 따른 해고 중 ‘정당한 객관적 이유’에 따른 해고는 생산 방식, 노동조직의 편성 및 그 규칙에나 기능상의 이유를 각각 뜻한다.
 

거시경제 정책 제안

 
더 나아가 이탈리아노총은 국가비상사태가 개시된 초반부터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코로나19가 이탈리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분석하고 경제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3월 9일 발표한 <코로나 비상사태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코로나 19가 수요측과 공급측 모두에서 발생해 기존 대외 무역의 둔화를 증폭하고 국내수요를 급격하게 압박할 것이라 보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GDP 1% 규모의 재정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내수를 부양하는 동시에 경제 생산 시스템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특히 글로벌 공급사슬 및 연관산업의 파괴로 인한 수출 위축과 산업생산의 감소를 제어하고 관광, 문화, 운송, 무역 등 코로나19의 영향에 가장 노출된 산업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 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경기역행적 기능을 하고 있는 공공부문 특히 국가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코로나 19의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고정투자에 투입할 공적 재원을 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병원과 학교 등 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증대, 도로 보수, 지진 피해지역의 재건 속도를 높이기 위한 사업 등 건설부문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 성장전략으로 생산구조, 환경적 전환과 디지털화 과정이 생산, 노동, 삶에 가져온 변화를 고려한 전반적인 산업 발전 전략 수립을 촉구했다. 재원 마련은 유럽연합의 구조기금(Structural Fund), 개발기금, 결속기금 등 2014~2020년 책정되어 지출되지 않은 재원을 투입하자고 주장했다. 적자재정이 은행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데 그 해법으로 유럽 차원의 통화정책(유럽투자은행을 동한 유로본드 발행, 유럽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SGP)에서 재정적자 비율을 GDP의 3%, 정부부채 비율을 GDP의 60%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각국의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의 적용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국가보조 규정 적용을 완화하여 코로나 19로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 중앙은행도 7천 5억 유로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 PEPP)을 도입하여 2020년까지 기업채권 및 국채를 조건 없이 매입하여 각국 정부의 적자재정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노총은 유럽연합의 역할이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되고 그리스 국채위기와 같이 이탈리아가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한 구제금융과 뒤따르는 구조조정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유럽투자은행을 통한 채권발행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해고 회피와 고용유지를 위한 각국 노동조합의 노력

 
이탈리아만 아니라 유럽 각국과 미국에서도 노동조합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에 개입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 대응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또한 코로나19의 영향과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일자리가 위태로운 노동자들의 고용과 소득을 보장하고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등 기존의 사회보장 체계에서 배제된 노동자들도 포함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네덜란드의 임시 긴급 고용유지지원제도

 
유럽의 대응은 노사정 합의 또는 전국단위의 노사협약을 통해 기존의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 적용하거나 이를 대체하는 코로나 19 대응 맞춤형 제도를 일시적으로 도입하는 형태다. 특히 불가항력으로 조업이 단축·중단되었을 때, 또는 해고나 인력감축을 회피할 목적으로 노사합의로 조업단축을 도입했을 때, 노동자들의 임금을 사용자와 국가가 보장하기 위해 설치된 제도를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도입된 조치 중 특징적인 것으로 네덜란드 정부가 4월 7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는 <코로나대응 임시 긴급 고용유지지원제도 - Noodfonds Overbrugging Werkgelegenheid, NOW>를 꼽을 수 있다. 이는 화재, 감염병, 홍수 등의 상황에서 기업이 20% 이상의 물량감소가 발생할 시 노동자들이 고용상태를 유지한 채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국가의 지원으로 기존의 소득 역시 유지하도록 하는 조업단축지원제도(werktijdverkorting, WTV)를 일시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조업단축 시, 기업은 실노동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고, 국가는 시간단축으로 인한 임금 손실 보전분을 사용자에게 직접 지급한다(부분실업급여).
 
네덜란드 정부는 3월 중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조업단축지원을 신청하는 기업이 급증하자 △절차와 요건을 간소화해서 신속하게 지원하고, △지원금을 사전에 선급금 형태로 지급하여 임금 지급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대신 △사용자가 신청과 동시에 경제적인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도입했다.
 
또한 새로운 제도는 임시직, 호출노동, 파견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등 모든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괄하도록 했다. 2020년 3월 1일부터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줄어든 노동시간에 대한 급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손실에 따라 임금비용을 지급한다. 최대 (매출 100% 손실일 경우) 임금의 90%를 지원한다. 매출 50% 손실시에는 임금의 45%, 매출 25% 손실시에는 임금의 22.5%를 지원하되, 신청한 매출 손실에 따라 계산된 고용보험청은 지급액의 80%를 선지급한 후 추후 정산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 외에도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별도로 마련하여 완화된 조건(자산 심사 생략)에 따라 소득 보전과 사업자금 대출을 병행하고 있다.
 
네덜란드노총(FNV)은 “2백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생계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하며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산업 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적인 요구는 필수 공공서비스(상수도, 전기, 교통운수) 필수 산업(의약품, 식품)등을 더 이상 시장의 힘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조업단축 제도 확대적용

 
독일 역시 기존의 조업단축((Kurzarbeit) 제도를 요건을 완화하고 기존 적용대상(정규직, 기간제 비정규직)만 아니라 파견노동자까지 확대적용한다. 한편 사회보장 보험료 사용자 부담금을 연방고용청이 납부한다는 한시적인 법령(2020년 3월~2021년 12월 적용)을 채택했다.
 
독일 사회법 III에 따르면 조업단축은 세 가지 경우에 도입할 수 있다. 첫째, 구조적 조업단축(Konjunkturelle Kurzarbeit)은 경기하강, 경제위기, 불가항력적인 재난에 따라 일시적이고 불가피한 물량감소가 발생한 경우에 도입한다. 단기적 경제위기상황에서 널리 사용되었고 수출주도 산업에 대한 유럽 위기의 효과를 경감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둘째, 전직을 위한 조업단축(Transferkurzarbeit)은 구조조정시 도입하는 것으로, 단축된 시간은 새로운 기술 습득을 위한 훈련 또는 전직을 위한 조치에 사용된다. 셋째, 계절적 조업단축(Saisonkurzarbeit)은 산업에 특화되어 시행되는 제도로 기상과 관련된 계절적 하강시 사용된다(예: 건설업).
 
조업단축을 시행하기 위해 사용자는 종업원평의회와 협의한 후 연방고용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조업단축을 시행하기 전 다른 수단(휴가, 전년도 잔여휴가 또는 해당 년도 노동시간계좌 10% 사용)을 소진해야 한다. 연방노동청이 승인하면 사용자는 실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고 연방노동청이 순임금 소실분의 60%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한다. 자녀부양 노동자는 67%까지 지급한다. 조업단축은 물량의 일시적 감소로 전체 인력의 1/3 이상이 10% 이상의 임금감소(총액)가 예상될 때 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체 인력은 정규직과 임시직을 포함하여 계산하되 파견노동자 및 가내노동자, 직업훈련생은 제외된다.
 
코로나19 대응책으로 한시적으로 도입된 법령에서는 지원 조건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을 1/3에서 10%로 하향조정 했고, 원래 제도에서 제외된 파견노동자도 포함되도록 했다. 금속노조나 화학노조는 산별협약을 통해 조업단축으로 인한 임금 손실분 지원을 90%까지 지원하도록 보장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산업부문은 이와 같은 협약이 없다. 그러나 3월 17일 식품음료케이터링노동조합(NGG)과 사용자 연맹은 조업단축 지원금을 90%까지 확대하는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각국에 도입된 유사한 한시적 제도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업 지원에 대한 조건 부과: 고용·임금 유지

 
미국노총 AFL-CIO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사업장과 사회에서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와 지역 폐쇄 ·이동제한 조치에 따른 보호 조치 및 사회적 지원을 요구했다. 3월 24일 발표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다음의 사항을 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청이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노출될 위험에 있는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할 것
△ 사업장 안전 유지 및 예방원칙에 대한 사용자들의 의무를 준수하고 노동자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고 전파하지 않도록 자원, 훈련, 장비 수칙 등을 제공할 것
△ 코로나 19 검사를 충분한 수준으로 무료로 실시하고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도입할 것
△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위해 모든 대형 보건시설 주변에 24시간 무료 보육센터를 설치하고 기금을 조성할 것
△ 학교 폐쇄로 인한 저소득층 아동의 결식을 막기 위해 식품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
△ 감염병 유행의 재발을 대비해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학교와 학생, 교사들에게 컴퓨터와 초고속 인터넷 연결, 원격 학습 기술 지원을 준비할 것
△ 연방정부가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이드 비용 전체를 향후 1년간 지불할 것
△ 실업보험제도를 혁신하여 적용업종을 확대하고 대기기간을 없애고 급여수준과 국고지원을 획기적으로 인상할 것
△개인 파산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압류, 공격적 채권 추심, 학자금대출 상환 강요 등을 금지할 것
△ 파산법을 개정하여 기업이 단협 파기를 위한 전략으로 파산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
△ 경제를 안정화하고 강화하기 위해 단결권 보호법을 도입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도 비슷한 권리를 보장할 것.
 
주목할 부분은 경기부양책이 기업은 살리는 반면, 노동자들은 해고와 소득 상실의 위험에 내몰리게 할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요구다. AFL-CIO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기업에서 임금과 고용을 유지하고, 비상상황이 끝난 후 기업들이 부채 부담을 최소화한 상태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기존 실업보험제도를 확대적용하거나 유연하게 해석하여 임금 비용을 국가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19의 영향을 크게 받은 특정 산업 부문에 대한 정부지원에 대해 고용 및 임금 수준 유지, 노동조합 보장 등을 조건으로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14일간의 유급 병가를 제공하고 감염병에 대한 노동자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현재의 고용 수준 및 임금·수당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외주화를 해서는 안 되고 파산 시 노동조합 보장 협약을 폐지해서는 안된다.
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대출금 상환이 완료되기 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지급이 금지되며 임원들의 연봉은 제한되어야 한다.
 지원을 받는 모든 기업은 노조 조직화에 중립을 유지해야 하며 지원금을 반노조활동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 노동자들은 부문별 맞춤형 지원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지원받는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대표가 들어가야 한다.
 정부 지원에 대한 대가로 해당 기업의 지분을 정부가 보유해야 한다.
 
미국노총의 위의 요구는 2조 달러 규모의 3단계 재정정책 케어스(CARES) 법안에도 반영되었다.
 

3. 해외 노동조합 대응의 시사점

 
유럽 각국 및 미국 노동조합의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대응은 각국 정부의 지역 폐쇄 및 이동제한 조치에서 촉발되었다. 사업장 방역 조치를 폐쇄 조치에 부합하는 정도로 실시하고, 감염 시 치료 또는 예방을 위한 자가격리에 대해 유급 병가를 보장하고, 학교 휴업에 따른 돌봄 휴가를 보장하라는 요구에서부터 조업 중단 또는 휴업 동안 임금 손실을 보전하고 고용을 유지할 것까지 요구했다. 노동조합의 대응은 코로나19가 노동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적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거시 경제 전반에 미칠 효과를 분석하고 장기화 될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응으로 확대되었다. 각국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전체 노동자들이 처한 상태를 신속하고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미조직 노동자를 아우르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대변하고 실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탈리아노총은 코로나19가 미칠 영향을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전망하는 한편, 산별노조와 지역본부를 통해 전국적인 현황을 파악하여 사회 전체의 대응 방향을 앞서 제출하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해 관철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전례 없는 감염병 차단을 위한 전국 수준의 기준을 신속하게 만들어내고 현장 투쟁을 통해 이 기준이 신속하게 적용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정책 수립의 원칙과 방향을 앞서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의 요구가 배제되지 않도록 했다.
 
이탈리아노총은 ‘노동조합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 자임하며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 더 평등한 사회, 모든 노동자의 노동· 생활조건 증진, 노동자 간 격차 축소와 갈등 극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표방해왔다. 또 ‘진보정당 운동이 무너진 상황에서 전국적인 정치토론을 기획하고 실행할 역량을 보유한 유일한 조직’이라고 자부한다. 2018년 대의원대회에서는 ‘포용적 교섭’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했는데, 각급 교섭에서 미조직노동자를 아우르는 보편적 요구를 제기하고 실현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이와 같은 지향이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휘되었던 것이다.
 
둘째, 노동조합은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즉각적인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존 제도의 변화를 촉진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유럽 각국 노조들은 단기적인 경기 하강, 또는 불가항력적 재난 등에 의한 물량감소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정리해고를 회피하면서도 임금도 보전하기 위해 도입된 완충제도를 변형해서 활용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했다.
 
각국 정부는 기존 제도를 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비상사태에 맞게 확대 적용하거나 기존 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도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의 개입방향에 따라 성격을 달리 한다. 앞서 검토한 사례를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먼저 기존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집단을 포괄하도록 적용 범위를 확대한 네덜란드(임시노동자, 호출노동자, 파견노동자), 이탈리아(사업장 규모 제한, 근속 요건, 보험료 납부기간 등 요건 철폐, 독립계약자, 프리랜서 등 비전형 노동자), 독일(파견노동자)의 사례다. 반면, 적용 범위 확대 없이 기존 제도 안에 있는 집단만을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대폭 확대한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스페인의 사례를 구분해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오거나 경기 침체, 실업대란으로 이어질 것을 예비한다면,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제도가 전체 노동자 계급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편되도록 그 초석을 다지는 전자의 방향이 바람직하다. 특히 네덜란드는 국가가 임금 손실분을 지원하는 대신 해고절차를 개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했고, 이탈리아는 해고 금지를 법령으로 명시함으로써 새롭게 도입된 조치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국제 노동조합 조직은 2008년 위기 이후 12년 만에 세계 경제가 다시 벼랑 끝에 놓여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당시의 위기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음을 확인하고 현재의 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경로를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노총은 정부 지원 또는 대출 프로그램에 고용 유지, 배당 지급 및 자사주 매입 금지, 반노조 선동 금지 등의 조건을 부과하여 기업 지원의 조건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도입했다. 이탈리아노총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취약성이 드러난 국가의료시스템을 강화할 것과 장기성장 전략으로 생산구조, 환경적 전환과 디지털화를 고려한 산업발전 전략을 수립할 것을 위기 대응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마찬가지로 네덜란드노총은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중요성이 확인된 필수 공공서비스 (상수도, 전기, 교통운수)와 필수 산업 (의약품, 식품)등을 더 이상 시장의 힘에 방치하지 않도록 산업 정책의 개혁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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