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0.04.13
민주당 위성정당이 예고하는 새로운 어용야당의 탄생
권력의 모든 견제장치를 파괴하겠다는 민주당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해원 조씨 가문은 그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은 역병환자들(좀비와 비슷하다.)을 그들의 비상수단으로 삼아서 가문의 위협세력을 제거하고자 한다. 심지어는 그 역병을 자신들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즉 잘못하면 나라가 완전히 망해버릴 수도 있음을 알고서도 역병환자를 계속 활용하여 가문의 저항세력인 세자를 죽이려 한다.
우리는 수차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비민주성을 지적해왔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해원 조씨라는 거악에 맞서는 세자의 세력이라고 착각하겠지만, 권력을 장악하는 데 혈안이 된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해원 조씨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민주당은 장기집권의 최우선 수단으로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였고, 그 대가로 소수정당에 선거제 개편을 내줬다. 그런데 막상 총선이 다가오자 소수정당에 줬던 그 의석도 아까워졌는지 꼼수라 비난했던 비례정당을 자기들 손으로 창당했다. 미래통합당과 선거관리위원회에 책임을 돌리면서 말이다. 민주당은 이렇게 지저분한 선거판을 만든 원흉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다.
새로운 어용야당의 탄생이 임박했나
민주당은 그렇게 창당한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과 ‘결혼’을 약속했다. 시민당이 결혼이라고 유세를 하는 것처럼 민주당과 시민당은 이번 총선이 끝난 후 합당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기조다. 실제로 시민당은 시민당의 기능이 총선까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민당으로 파견되었던 의원들은 당연히 복당할 것이고 그 앞에 당선된 시민사회 출신의 당선자들 역시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긴 모양새다. 열린민주당이 지지세를 점차 높이면서 시민당의 지지율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거리두기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형이 이렇게 변화하자 또 다른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바로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공조해야한다는 목소리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표적인데, 그는 열린민주당이 창당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부터 두 당의 공조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열린민주당도 3%는 분명히 넘을 거 같다”며 “몇 석이든 의석을 받게 되니 합치면 교섭단체가 되는 것은 일도 아닌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즉, 두 당이 연합한다면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인 국회의원 20석은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공수처는 정권의 칼임을 천명한 민주당
그렇다면 민주당이 열린민주당과 거리 두기에 열중하고 있음에도 유시민 이사장은 왜 두 당이 연합해야한다고 말했을까. 그는 "내버려두면 미래한국당이 제3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면서 "공수처장만 하더라도 야당에서 거부권을 발동하면 추천이 안 된다. 국회의 인사추천권이 꽤 여러 분야에 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난 후에 언제 원대복귀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검토할만한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본다. 선거결과로 나타난 민심의 흐름을 보고 그 때 논의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두 당이 공조하여 공수처 설치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이다.
통과된 공수처법 상 공수처장 추천위원에는 2인의 야당 몫이 배분되어 있다. 민주당의 애초 주장에 따르면 이는 야당이 공수처장 임명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해서 정권 마음대로 공수처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유시민 이사장의 주장을 보면 만약 두 당이 공조하여 원내교섭단체지위를 확보한다면 제3야당의 자격으로 이 야당 몫 중 하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여당 2인과 여권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 자명한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그리고 2018년부터 공수처 설치에 찬성해왔던 대한변협회장까지 해서 7인 중의 6인의 동의를 확보하여 공수처장을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즉 두 당의 공조를 통해서 제1야당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공수처장을 임명하고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전 글에서 이미 지적하고 있듯이 공수처장 임명이라는 허들만 넘으면 그 후 공수처 설치는 시간문제가 된다. 민주당은 애초에 공수처법 상 야당의 지분을 보장해서 여당 마음대로 공수처를 설치하지 못하게 견제하는 수단이라고 했던 말을 뒤집은 셈이다. 결국 공수처를 여권 입맛에 맞게 구성하여 정권의 사정기구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조국 살리기’ 2라운드가 개시되는가?
이렇게 공수처를 정권의 칼로 활용하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위해서 자신들이 내친 열린민주당과의 공조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자체도 문제다. 열린민주당의 주력 국회의원들은 모두 도덕적 하자로 인해 민주당과 이별한 인사들이다. 부동산 투기로 청와대 대변인에서 사퇴한 김의겸 비례후보는 투기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다 부동산 처분 후 차익을 기부하겠다며 공천을 요구했다.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던 민주당은 공천을 거부했고, 공천에서 탈락한 그는 열린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기로 스스로 탈당한 손혜원 의원,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에 연루되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서 사퇴한 최강욱 비례후보까지 해서, 이들은 정치인의 도덕성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열린민주당이 국회의원 의석을 가지게 되었을 때, 이들과 어떤 형태로든 공조한다면 사실상 민주당 역시 그들의 도덕적 타락을 용인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후안무치하다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행태다.
그런데 열린민주당이 추구하는 바는 더 가관이다. 열린민주당은 ‘조국 수호’를 위해서 창당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황희석 비례후보는 “지난 해 흔히 말하는 ‘조국 사태’는 ‘검찰 쿠데타’다. 이를 진압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강욱 후보와 함께 “검찰청 수장의 호칭을 검찰총장에서 검찰청장으로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고 하면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자치경찰제를 도입을 통한 검찰권의 축소를 이야기했다. 이 뿐만 아니라 열린민주당의 언론개혁 공약도 검찰을 저격하고 있다. 공약소개 영상에 따르면 “악의적 왜곡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면서 “검찰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언론을 반드시 개혁해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열린민주당은 그들이 ‘조국 살리기’만이 자신들의 색깔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그 노골적인 의도를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민주당, 권력의 모든 견제장치를 파괴할 것인가
민주당과 범여권의 행보가 가지는 함의는 무엇인가. 현재로서 정권에 정면으로 칼을 겨누는 가장 위협적인 세력인 윤석열 검찰총장 및 검찰을 제거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이로써 정권과 민주당이 얻을 가장 큰 이득은 바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청와대가 지시한 하명수사 의혹을 적당히 무마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이전 글에서 지적했듯이 이 사건은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될지도 모르는 거대한 권력형 비리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황희석 후보는 최근 “복수의 사람들에게서 윤석열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구속되지 못할 것 없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 발언을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해 검찰을 공격했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법위에 선 자들인가. 총선승리를 통해 민주당과 범여권이 획책하려는 것이 결국 법치를 무시하고 법위의 존재로서 군림하겠다는 의도임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왕조였던 조선시대조차도 왕권을 견제하는 삼사가 존재했다. 그러나 현대의 민주당은 어떠한 견제수단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권력의 견제수단을 모조리 말살하는 ‘민주’당은 민주주의는 내던지고 진정 선출된 전제군주를 추구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