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0.07.02
코로나19와 한국 교육의 현실 ① - 돌봄 문제
코로나19로 변화된 학교교육의 현실을 짚어보고 공교육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는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두드러지거나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차례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① 돌봄 문제 ② 원격 교육 ③ 대입제도’에 대해 각각 쟁점과 올바른 변화 방향에 대해 정리해보면서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서 교육이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지 제시해보려 합니다.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온종일 돌봄 특별법)이 발의되었다. 그동안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하게 실시되었던 돌봄 사업을 교육부가 총괄하여 ‘통합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 또한 초등학교의 돌봄과 교육의 기능을 통합하는 전일제수업(전일제보육) 도입을 얘기한 바 있다.
이처럼 돌봄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각 주체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사실 돌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었다. 법안 발의도 처음은 아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대 국회 말미인 5월 19일에 교육부는 돌봄 교실을 학교 고유 사무에 포함시키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교총, 전교조, 교사노조연맹 등 교원단체와 노조들의 반발로 이 법안은 3일 만에 철회되어버렸다. 여기까지가 법안 제개정을 둘러싸고 올해에만 벌어진 얘기들이다.
법안이 아닌 학교 현장에서의 갈등과 논쟁은 이보다 더 많이 일어났다. 특히 코로나로 학교교육이 일상적인 형태를 갖추지 못하다보니, 그 갈등은 예기치 못한 내용으로 터져 나왔다. 교직원 중식제공 문제와 긴급 돌봄 업무의 책임 문제의 공방이 그것이었다. 지자체와 학교별로 자체적인 해법을 내놓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처를 했고, 등교수업이 재개되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지만 여전히 갈등과 논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엄밀하게 들여다보면 계속된 갈등의 핵심은 ‘돌봄’이고, 늘 논쟁의 끝은 ‘학교냐 지자체냐’라는 책임소재에 대한 공방으로 결론 없이 치달았다. 그러는 사이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방기되고 결국 또 가정으로 그 역할이 돌아가 버리고 만다. 코로나라는 재난은 이 문제를 더 극명하게 각인시켰다.
온종일 돌봄 특별법, 어떻게 봐야하나
정부의 돌봄 관련 사업은 여러 가지가 있고, 관련 부처도 다르다. 현재 (초등) 돌봄 서비스는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 보건복지부의 지역 기반 '다함께 돌봄'과 취약계층 대상 '지역아동센터',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아이돌봄 서비스’ 등이 있다. 이렇게 나눠져 있다 보니 사업 간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이용하는데도 혼선이 있다. 이를 위해 최근 6월 29일부터 행정안전부에서는 민원포털 ‘정부24’를 통해 ‘온종일돌봄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여 초등학생 돌봄서비스 통합안내 및 일괄신청 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이와 함께 법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 그것이 6월 초 발의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최근 초등학생의 돌봄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각종 돌봄 사업 간 연계가 부족하고 사업의 내용이 잘 알려지지도 않아 이용에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각 부서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돌봄 사업의 문제를 정부에서 총괄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취지는 의미가 있다. 다만, 이 법안에 대해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문제가 되는 부분은 모호성이다. 실제 돌봄 문제를 둘러싼 주체들의 갈등은 학교 돌봄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갈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학교 돌봄에서 정확한 책임주체에 대한 명시와 운영 주체들 간의 협의를 위한 체계 마련이 중요함에도 발의된 법안에서는 그런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온종일 돌봄을 확대하고 교육부가 총괄한다고 하지만 내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돌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다. 지역 돌봄의 경우에도 지자체의 직접적 운영이 명시되지 않고 민간위탁이 되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 즉, 교육부가 총괄하여 학교 돌봄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인지, 지자체에 역할을 부여해 지역 돌봄을 확대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오로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많으니 누가 어떻게 협력하여 실행할지에 대한 판단보다는 ‘온종일’ 돌봄을 운영한다는 포부밖에는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드러난 돌봄 공백의 민낯
아마도 법안 발의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돌봄대란이 한 몫 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두세 달 가까이 개학이 연기되고 원격수업으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면서 맞벌이 부부나 돌봄을 제공하기 힘든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된 긴급 돌봄은 점점 더 급증했다.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긴급 돌봄은 5월 초 기준으로 서울에서만 유치원생은 40.2%인 3만559명, 초등학교는 5%인 2만2620명, 특수학교는 10%인 418명이 이용했다고 한다.
가정에서의 돌봄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점에서 수요가 급증한 긴급 돌봄은 학교 내 교육주체들 간의 갈등과 한계도 그대로 드러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대상으로 기존 돌봄 교실 이용자가 아닌 경우에도 신청을 통해 긴급 돌봄이 필요하다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온라인 개학 시기에는 긴급 돌봄에 참여하는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예외적 상황으로 인해 돌봄 전담사들은 노동 시간, 노동 강도 등의 갑작스런 변화와 부담에 처하게 되었다. 업무의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돌봄 전담사들은 교사들도 같이 업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교사들은 돌봄 교실 운영은 돌봄 전담사의 일이지 정규 교원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충돌하여 갈등이 발생했다.
긴급 돌봄 이전에도 교사들은 돌봄 교실이 학교에 오는 것을 반대해왔는데, 그 이유는 업무 증가 때문이다. 2004년 돌봄 교실이 실시 된 이후에도 정부가 재정과 인력에 별다른 손을 쓰지 않았던 현실이 교사의 불만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 돌봄의 수요는 점점 늘고 학교 돌봄의 업무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학교 돌봄이든 지역 돌봄이든 무엇이 되었든지 돌봄에서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것은 종사자의 노동권 보장이다. 학교 돌봄을 담당하는 돌봄 전담사의 처우개선과 함께 학교에서 교육과 돌봄이 분리되지 않은 현실이 정비되는 가운데 돌봄이 이루어져야 하고, 지역 돌봄의 경우 민간단위 위탁보다는 지자체가 책임지는 확실한 직고용 속에서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돌봄의 분야가 각 부처마다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도 이러한 갈등과 혼란에 일조했다. 현재 유아교육에서는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고 있다. 초등교육에서 돌봄의 경우도 지자체에서 담당하는 지역도 있고 학교에서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을 중심으로 보육과 교육이 통합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하는데, 한국의 교육과 보육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현실적인 담당부처까지 체계적인 흐름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던져진 질문, 학교란 무엇인가
이러한 학교 현장의 갈등은, 일정하게 돌봄의 사회화가 진전되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돌봄에 공백이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공간이고, 공교육의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회할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중등교육 이상에서는 학교의 주된 기능이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초등교육의 경우 교육에 보육의 의미가 더 추가된다. 가정이 전담하던 돌봄을 학교가 수용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이미 학교의 상황은 변했는데도 이러한 현실이 구체적으로 합의되거나 정리되지 못하면서 갈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달리 말해 초등교육의 경우 학교의 기능이 지식전달뿐 아니라 사회화라는 측면까지 확대되었는데, 그 기능을 수행할 주체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의 주된 역할을 ‘교육’으로 인식한 교사, 학교에서 ‘돌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 학부모, 여기에 저평가된 채 돌봄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황까지 결합되어 누가 돌봄을 맡을 것인가라는 갈등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 문제는 ‘누가’ 돌봄을 담당해야하는가가 아니라 초등교육에서 학교의 기능이 확장된 현실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풀어야 한다.
실제 학교에 돌봄의 역할 비중은 높아졌으나 그 의미나 중요성에 대한 합의는 부재한 상황이다. 2004년 돌봄 교실이 시행되어 약 16년 동안 초등 돌봄은 학교 돌봄의 형태로 운영되어 왔고, 전체 초등 돌봄 안에서도 학교 돌봄의 비중은 이용학생 수 기준으로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특히 교사들은 돌봄 영역을 둘러싼 갈등에서 ‘교육과 돌봄은 다르다’, ‘돌봄은 학교나 교사의 영역이 아니고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와 교육지원 노동자들의 모호한 일상 업무의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교육과 보육의 정의에 대한 합의가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활동을 교육활동이라고 한다면, 학교에서는 직접적인 교수-학습 내용을 제공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등 많은 부분이 교육활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주로 학교의 교육지원업무가 교수 및 생활지도 업무와 명확하게 나누어지지 않고 이를 조정할 기구 역시 대부분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교육지원노동이 돌봄 교실 운영처럼 실무사와 교사‧공무원과 밀접하게 업무를 분담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일상 업무의 경계가 모호하고, 일상적인 업무조율이 매우 중요함에도 조율을 할 체계가 별로 없다. 프랑스의 경우 공립학교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지원업무를 하는 인력도 공무원이다. 그러다보니 교사와 교육에 대해 협의가 잘 이루어지고 있고, 직접 협의를 해야 교육활동이 진행될 수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각각의 조건과 처지가 균일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처럼 돌봄 전담사와 교사들의 협업 속에서 돌봄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돌봄 전담사는 교육노동자적 전문성과 노동조건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교사 역시 업무 부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단순히 학교에서 돌봄을 맡으면 안 된다거나 지자체로 이관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돌봄 교실을 맡게 된다면 행정업무 경감이나 인력확충이라는 요구로 대응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인력 충원이나 돌봄 교실이나 방과후 학교를 총괄하고 전담할 교감이나 보직교사 충원, 돌봄 전담사의 전일제 보장과 처우 개선 등을 같이 요구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고 실질적 개선에도 바람직할 것이다.
돌봄 공백과 여성
한편,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해 온종일 돌봄의 기본계획 수립 업무는 여성가족부의 업무가 되어야 한다는 서울교사노조와 경기교사노조의 성명이 있었다. 교사노조에서는 현재 존재하는 ‘아이돌봄 지원법’이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업무의 연장선에서 담당하고, 돌봄과 교육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교육부가 아닌 여성가족부가 담당해야한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이는 결국 보육은 여성이 담당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아이돌봄 지원법’은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기 어려운 영유아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 있거나 가정 돌봄에 한정하여 시행되고 있을 뿐, 취업 부모 가정의 부담을 덜고 시설보육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지 돌봄 자체가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가정 돌봄, 학교 돌봄, 지역 돌봄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돌봄 시스템에서 학교 돌봄이나 지역 돌봄과 같은 시설보육이 더욱 확대되고 그 공공성이 담보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돌봄 공백은 고스란히 여성의 책임으로 미뤄진다.
우리는 경제위기 때마다 그 위기의 비용이 여성에게 전가되어왔던 상황을 목도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초래된 각종 위기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한 보살핌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었다. 그동안 재생산의 사회화, 여성의 일자리 확충 등으로 어느 정도 사회가 이 문제를 수용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돌봄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는 논의는 늘 누가 어떻게 맡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가정에서 담당할 것인가? 학교에서 담당할 것인가?’라는 방식이 양육의 사회화라는 인식의 확산으로 ‘학교에서 담당할 것인가? 지자체에서 담당할 것인가?’로 바뀌었을 뿐, 돌봄 공백의 누수는 늘 있어왔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 와서는 이러한 논의가 모두 뒤섞이면서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물론 이전에 비해 돌봄의 공적 영역으로의 흡수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돌아보면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누가 할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흘러온 측면도 있다.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와 문제의식, 노동조건의 보장 없이 ‘학교’의 ‘저임금 비정규직 여성일자리’로 채워져 왔다는 것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교 돌봄의 문제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면서 처우개선과 공적 돌봄의 질 향상이 동시에 필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돌봄의 공적 책임이 높아지는 것은 여성노동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누가 어떻게 맡을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얘기되면 결국 쳇바퀴 돌 듯 진전 없이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전가될 것이다. 돌봄 문제는 결국 여성의 문제이다.
코로나19로 학교 교육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달려왔다. 다양한 혼란과 우려 속에서 학교라는 공간의 사회적 의미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교육을 기능적으로만 사고하여 돌봄의 문제를 님비현상 다루듯 하지 말고 코로나19로 교육현장에 던져진 질문,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측면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오늘날 교육이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공적인 체계를 통해 담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가족 내 여성의 몫으로 남겨졌던 돌봄의 영역까지도 사회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 2차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를 우회하고는 학교 교육을 말할 수 없다. 코로나 이후의 학교는 달라지고 있고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돌봄의 가치를 어떻게 여겼는가를 돌아보고 더 나은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