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 2020.08.24

지금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것은 간호인력과 중환자실

원격의료로는 코로나19를 막을 수 없다

보건의료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의 수가 수백 명대로 폭증하며 2차 대유행의 조짐이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감염병 위기 해결에 가장 핵심적으로 필요한 것은 직접적인 의료시설 및 인력에 대한 투자이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에는 병상 수, 중환자실 시설, 이를 운영할 의료인력이 중요하다. 이 중 한국 상황에서 중요한 건 중환자실과 간호인력이다.

 

한국의 인구 대비 병상 수는 일본에 이어 OECD 2위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수도권 중환자실 병상은 339개에 불과해, 8월 22일 기준 남은 병상이 70개에 불과하여 이미 포화 직전이며, 이를 운영할 의료인력 또한 OECD 평균치에 한참 밑도는 상황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간호인력인데, 2017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 당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수는 3.6명으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원격의료?

 

1차 대유행을 겪고 난 후, 4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의 비대면 산업 발전 가능성에 세계를 선도해 나갈 역량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정부는 비대면 산업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한 기회의 산업으로 적극적으로 키워 나가겠다."라고 선언하며 원격의료를 추진하고자 하였다. 마치 원격의료가 감염병으로 인한 보건위기와 고용위기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과연 실제로 그런 것일까?

 

코로나19 시민사회대책위의 원격의료 중단 촉구 기자회견 [출처: 뉴시스]

 

 

원격의료의 한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원격의료는 의료기관 내에서의 감염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계는 명백하다. 첫째, 코로나19의 주된 전파경로는 원내감염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파다. 따라서 확산을 막을 정도의 효과는 없다. 둘째, 기술적 장벽 때문에 취약집단에 속해 우선 보호해야 하는 고령층이 이용하기 어렵다. 셋째, 적용할 수 없는 질환이 많다. 아직 신체진찰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할 만큼 기술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치명적이거나 응급조치를 필요로 하는 질환은 대면진료가 필수적이다.

 

한편 정부는 의료기기 산업을 성장시키려고 원격의료의 효과를 과장해왔다. 과장한 근거를 바탕으로 세금과 건강보험료로 원격의료기기를 구매해 왔으며,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사 줄 생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이 없는 평상시에 원격의료기기는 가격만 비싸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연구도 많다. 노르웨이 통합의료와 원격의료 센터에서 201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원격의료 시행 시의 건강증진 효과는 불확실하다. 정기적 전화 연결을 사용한 군과 아닌 군, 화상진료를 실시한 군과 아닌 군, 원격감시를 시행한 군과 아닌 군 모두에서 비슷한 건강증진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건강증진 효과가 원격의료 때문인지, 연구 대상자가 되어 건강관리를 더 열심히 했기 때문인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하였다. 또한 화상진료나 원격감시가 정기적 전화 연결에 비해 장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Wootton, 2012). 설령 원격의료 자체에 효과가 있더라도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의 시설 투자나 원격의료기기의 개발은 필요 없다.

 

원격의료의 효과가 많이 연구된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심부전이다. 심장 기능이 나빠진 심부전 환자는 재입원율이 높아, 원격의료를 통해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관리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미국의사협회지 심장학지(JAMA Cardiology)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원격의료는 심부전 환자의 생존 기간과 퇴원해 있던 기간을 늘리지 못했으며 사망률과 입원율도 줄이지 못했다(Piotrowicz et al., 2020). 2016년에도 미국의사협회지 내과학지(JAMA Internal Medicine)에 원격의료를 통한 심부전 관리가 재입원률을 줄일 수 없다는 연구가 실렸다(Ong et al., 2016).

 

한편 정부는 몇 년 전부터 대사증후군을 원격의료기기를 통해 관리하는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 사용되는 원격의료기기는 원격 활동량계다. 2016년 유명 학회지 두 곳에 원격 활동량계 효과를 장기 연구한 논문이 한 편씩 실렸다. 두 연구 모두에서 활동량계로 인한 운동 증가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한 연구에서는 주당 운동시간이 37분 증가했고, 다른 연구에서는 증가 효과가 없었다. 두 연구 모두에서 체중이나 혈압 감소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Finkelstein et al., 2016; Jakicic et al., 2016).

 

또한 고용위기에 대한 해법도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의 핵심은 원격진료에 필요한 의료기기 산업의 육성인데, 작년부터 추진해 온 혁신성장의 4대 신산업 중 하나가 바이오·헬스 사업, 즉 의료기기와 제약 부문이다.

 

2020년 1분기 기준, 보건산업 전체 일자리의 92만 명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의료서비스(76만 명, 83%)이다. 그러나 혁신성장의 대상인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각 7만 명(7%), 5만 명(5%)으로 설령 성장이 성공해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하다. 한국의 의약품과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하면 지금보다 일자리가 크게 증가할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허구다. 제약·의료기기 산업이 매우 발달한 국가에서조차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의 제약·의료기기 산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의약품 생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0.2%에 불과하다. 의료기기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역시 전체 노동자의 0.2%다. 신약이나 신의료기기 연구자까지 고려해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물리, 공학, 생명공학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연구자는 전체 노동자의 0.4%다. 미국이 전체 R&D 예산 중 생명공학에 투자하는 비중이 60.8%(2015년 기준, 미국화학학회)이니 생명공학 연구자 수는 대략 전체 노동자의 0.24% 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세 개를 모두 합쳐도 전체 노동자의 0.64%에 불과하다. 의약품과 의료기기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국가가 되어도 일자리는 다른 산업 부문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이미 포화 직전인 중환자실

 

그렇다면 코로나19 해결에 있어 진정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국회토론회 발표에서 “2차 대유행 발생 시 국민 0.2%가 감염된다고 가정하면 중환자실 2592개 병상, 일반 병상 12961개가 필요하다. 0.5% 감염 시 중환자실 6480개 병상, 일반 병상 32402개가 필요하다.”라고 전망하였다. 대구에서 발생한 1차 대유행 당시 대구 인구의 0.28%가 감염되었던 것을 생각하자면 현실성 없는 숫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중환자실 및 일반 병상의 수는 어떠한가? 1차 대유행 당시 대부분 환자를 공공병원에서 보았기 때문에 이후로 서술할 수치는 모두 공공병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2020년 7월 1일 기준 공공병원 중 성인 중환자실 병상은 총 1365개, 일반 병상은 20718개로 중환자실 병상은 현행 가용병상 대비 184%의 병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일반 병상은 63%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간호인력의 심각한 부족

 

그러면 병상을 운용할 주요인력인 간호인력은 어떠한가? 앞에서 언급했듯 2017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 당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수는 3.6명으로 이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최상위권인 노르웨이 17.7명, 독일 10.9명 대비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중환자실의 경우

 

중환자실 간호인력은 특히 심각하다. 2017년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1인당 맡는 환자 수는 2.64명이며, 종합병원급은 5.28명이다. 이는 학계에서 권고하는 수치인 환자 1명당 간호사 1명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이며, 특히나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 대응에서는 방호복으로 인한 업무 강도 증가로 간호사 1인이 환자 1명 이상을 담당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공공병원 중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병상 수는 793병상,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병상 수는 557병상인데 여기에 앞서 살펴본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적용해 역산하면 상급종합병원에는 1442명, 종합병원에는 506명의 간호인력이 일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요 간호인력을 추산해보자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1명으로 계산하였을 때 상급종합병원은 3806명, 종합병원에는 2673명의 간호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충원인력은 상급종합병원 2365명, 종합병원 1924명으로, 즉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는 인력을 약 3배로 증원해야 하고,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는 인력을 약 5배로 증원해야 한다. 약 4300명을 충원해야 한다.

 

이는 전혀 과장된 숫자가 아닌데, 고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김제형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는 “중환자실 의료진이 개인보호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2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는데, 지속적으로 교대하는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10개 중환자실 병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간호사는 19.2~24명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이보다 5배가 넘는 간호사 120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대한중환자의학회, 2020).

 

이처럼 중환자실 간호인력 부족이 심각하게 나타날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도 중환자실 간호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중환자실 간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최소한 1년 과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교육받지 않은 간호인력을 중환자실에 배치하는 것은 환자의 치료 결과와 의료인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하였다.(Gomersall et al., 2006)

 

일반병상의 경우

 

전문가들은 사스 때의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하는 것 때문에 업무 강도가 증가되어 같은 병상이라도 최소한 간호인력이 20~25% 증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Gomersall et al., 2006). 또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유행의 경험에서 미루어보았을 때 의료진의 15%가 감염되는 것을 고려하여 일하지 못하게 되는 의료인의 수도 고려해야 한다.(European Society of Intensive Care Medicine, 2020). 결국 현행 인력에서 47%(1.25/0.85)의 증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한국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13.6명으로 선진국 대비 2~3배나 많다는 점과 감염병이라는 특성상 보호자가 출입할 수 없으므로 업무 강도가 더욱 증가한다는 점도 고려한다면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수준의 간호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12960병상에 일하고 있는 간호인력은 4575명으로 추산된다.(12960/13.6 X 3교대 X 1.6 유휴인력) 필요 간호인력을 추산해보자면,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선진국 평균 및 간병으로 인한 업무 강도의 증가를 고려하여 6명으로 낮추고, 방호복 및 의료진 감염 요인을 반영하여 1.47 배를 곱한다면 15241명의 인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다. 제일 보수적으로 보아 의료인 감염요인을 제외하거나 방호복 요인을 20%만을 가산해서 계산하더라도 최소 12422명이 필요하다. 즉 현행인력(4575명)의 약 2배의 인원(7867명)을 충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만큼의 간호인력을 단시간 내 충원하려면 정부 지원은 필수다. 대신 지원을 받은 병원은 코로나19를 포함한 신종감염병 대응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민간병원에 이런 의무를 부여할 제도적 장치가 없으므로, 공공병원 위주로 간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려 현행 2배의 인원을 추가했을 때 필요한 재정은 어떠한가? 2018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간호사의 평균월급이 393.7만 원, 종합병원이 330.7만 원으로 충원인력인 중환자실 4289명과 일반 병상 7867명을 합친 12155명을 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1년 재정 추계액은 약 5368억 원이다.

 

많은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손실을 따져본다면 큰 금액은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이탈리아 수준의 지역 봉쇄를 시행하는 경우 한 달이면 GDP의 1~2%가 감소한다고 이야기하는데, 5368억 원은 2019년 한국 GDP의 0.028%에 불과하다. 신규 채용한 간호인력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투입하면 된다. 전체 공공병원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할 때 필요한 간호인력과, 코로나19 대응 때 채용해야 하는 인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신종감염병에 의한 전 세계적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2009년에 신종플루, 2015년에 메르스를 겪고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위협을 겪으며 의료의 위기, 경제의 위기가 지속되는 중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야 할 정부는 위기 해결을 위한 명확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원격의료와 디지털 뉴딜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정책만 늘어놓고 있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8월 14일 이후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속해서 세자리를 기록하고 있으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 발생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시급하게 중환자실 병상을 증량하고, 중환자실 및 일반 병상에 필요한 간호인력을 당장 확충해야 한다.

 
 

참고문헌

대한중환자의학회 (2020). 대한중환자의학회 뉴스레터 26호

European Society of Intensive Care Medicine (2020), COVID-19: ICU Nursing Capacity and Workload. (https://www.medscape.com/viewarticle/928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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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tton, R. (2012). Twenty years of telemedicine in chronic disease management – an evidence synthesis. Journal of Telemedicine and Telecare, 18(4), 211–220. https://doi.org/10.1258/jtt.2012.1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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