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0.08.27
2차 대유행, 포퓰리즘 정치와 단절해야 대처할 수 있다.
수도권 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처하기 위한 한국사회의 과제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 시작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8월 19일부터 수도권에서 2단계로 격상됐고, 나흘 후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번 대유행이 인구 2천만 명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리고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자가 많다는 점에서 3월 대유행보다 심각하다고 평가한다. 사회진보연대는 2차 대유행에 대처하기 위한 한국 사회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거리두기는 강화하되, 경제적 피해와 구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
방역 전문가들은 수도권 대유행을 잡기 위해 거리두기 3단계 실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단계는 소위 봉쇄(lock down)로 불리는 조치이다. 1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위험도가 낮은 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의 운영이 중단되며, 직장에서도 필수인력을 제외한 나머지가 재택근무를 권고받는다. 올해 2~3월보다 강한 거리두기 조치다.
거리두기가 강할수록 확진자 숫자를 빨리 줄일 수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강한 거리두기는 경제에 치명적 피해를 남긴다. 더구나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대유행이 발발할 가능성이 도로 커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거리두기 강도와 기간에 비례해 경제적 피해는 누적되지만, 방역의 효과는 그렇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이 언제 개발될지 확신할 수 없는 조건에서 3단계 거리두기를 백신 보급 때까지 무한정 지속할 수도 없으니, 방역의 강도를 높여 얻을 수 있는 편익과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 사이의 관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알려진 최선의 방법은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 이하로 확진자 숫자를 관리하도록 거리두기 강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병원의 인력과 감염병 병상을 늘리면서, 거리두기 강도를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게 백신 보급 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 대책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K-방역 자랑에만 바빴지 필요한 일들은 지금껏 제쳐두고 있었다. 병원 인력 충원도, 감염병 병상 확보도 3월 대유행 이후 5개월간 제대로 나아진 것이 없다. 의대 정원 확충을 둘러싼 혼란만 봐도, 현 정부가 얼마나 주먹구구식, 보여주기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거리두기 피해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았는데, 거리두기로 누가 어디서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지원 대책은 즉흥적이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심지어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거리두기는 국민들이 경제적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방역 목표와 함께 경제적 비용 분담을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지속해서 실시될 수 있다. 거리두기의 피해와 지원에 필요한 비용에 대해 객관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지난 몇 개월간 해야 했던 것은 ‘한국형 뉴딜’ 같은 겉만 뻔지르르한 정책이 아니라,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데 필요한 세세한 지원 대책과 제도적 보완책이었다.
정부는 방역 당국의 판단에 따라 신속하게 거리두기 강도를 높여야 한다. 동시에 2월 이후 거리두기가 입힌 경제적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해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에게 경제적 피해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발생하는지 투명하게 알리고, 거리두기를 지속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 역시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이다. 2차 대유행도 1차 대유행처럼 깜깜히 분석과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넘어간다면, 3차 대유행, 4차 대유행 때는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고용 소득 지원 제도 확대! 단, 2차재난지원금 제안은 기각되어야 한다.
정부의 고용지원 대책은 휴업‧휴직 시 인건비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휴업 휴직 수당의 90%를 최장 180일까지 지원), 자영업자와 특수고용노동자를 지원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매출 급감 시 150만 원 지급), 최저임금인상 지원에서 확대된 일자리안정자금(영세사업장 대상으로 노동자 당 최대 18만 원 지원),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은 업종을 상대로 한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항공 여행 등 8개 업종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 조건 완화, 각종 사회보험료 면제 등), 그리고 정부 주도의 단기 일자리 정책(공공 일자리 55만 개) 등이 있다. 액수로 보면, 올해 7월 말까지 지출된 고용유지지원금이 1조 원으로 작년보다 이미 20배 가까이 증가한 상태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역시 개시와 함께 1조3천억 원 가까이가 지출되었다. 올 초 2조2천억 원 규모로 시작한 일자리안정자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5천억 원이 증액됐다.
고용유지지원금, 긴급고용안정자금, 일자리안정자금 등은 신청자의 80% 가까이가 10인 미만 기업의 사업주와 종사자이다. 코로나19의 직접적 타격을 입고 있는 영세기업 부분의 고용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도의 문제점은 코로나19 경제침체 기간보다 지원 기간이 너무 짧거나 일회성이란 점이다. 당장 지난 3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가까스로 고용을 유지하고 있던 중소기업들이 9월 이후 난감한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일회성 지급인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역시 수개월 간 이어질 특고, 자영업의 사회적 거리두기 피해를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액수가 적다. 초토화 상태인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해서는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60일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으나, 2차 재확산을 고려하면 이런 땜질식 대책으로 고용유지가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앞서 고용의 생명줄 같은 이 제도들을 연장하고 확대해야 할 것이다. 거리두기 강화의 전제 조건은 그에 대응하는 경제적 지원 대책이 시행되는 것이니 말이다.
한편, 최근 진보개혁진영과 민주당 일각에서는 기존 제도의 개선보다 2차긴급재난지원금을 더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4월에 있었던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은 14조 원이라는 지출 규모에 비해 재난 구제의 효과가 효율성에서나 공평성에서나 문제가 많았다.
우선, 재난지원금이 소비 증진에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나,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기존 소비를 재난지원금으로 대체하는 효과도 커서, 결과적으로 가계저축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심했다. 예로 소비가 2.7% 증가할 때 저축이 16%나 증가했다. 피해 구제를 위한 재정 1원이 아까운 현재,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지출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둘째, 장기간의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는 부족한 액수가 지급됐고, 반대로 충분한 소득이 있는 상위계층에게는 불필요한 지원금이 용돈처럼 지급됐다. 예로 소비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품목은 1분위에서 식료품구입이었지만, 5분위에서는 자동차구입이었다. 상위 소득 계층에서는 재난지원금이 사치재 소비에 사용된 것이었다. 재난 지원의 공평성은 거리두기 피해를 함께 견뎌내기 위해 취약계층을 돕는 것에 있지, 국민 모두가 기계적으로 같은 액수의 돈을 받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기존 지원 제도도 확대하고 재난지원금도 주면 좋겠지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현재 한국 정부의 채무는 연이은 추경과 세입 감소로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재정 제약을 그 어느 때보다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부채비율이 40%대라 아직 적자재정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많다고도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정부 부채의 상한선은 그 나라의 화폐 신용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원화는 달러, 엔, 유로, 파운드 같은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기축통화와 달리 세계에서 환율 변동성이 가장 큰 화폐 중 하나이다. 즉 화폐 신용도가 낮고 불안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부채의 상한선도 저들 나라보다 매우 낮다. 참고로,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선진국 정부의 부채비율은 대부분 40~50% 사이인데, 한국은 그중에서 부채비율 상승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이다.
셋째, 정부와 민주당에 2차 대유행의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
2차 대유행은 사랑제일교회와 8월15일 광화문 집회가 기폭제가 되긴 했지만, 이미 몇 달 전부터 휴가 전후 또는 가을 즈음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되던 것이었다. 코로나19의 특성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무증상 감염자가 부지불식간에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축적된 무증상 감염자가 휴가철 대면 접촉 증가와 함께 위험한 감염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방역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2차 대유행 준비보단 ‘K-방역’ 같은 ‘국뽕’ 선동만 반복해왔다. 심지어 7월 말에는 거리두기를 오히려 더 완화했고, 소비를 촉진한다며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2차 대유행이 예측되던 상황에서 더 움직이고 더 소비하라고 부추긴 것은 다름 아닌 정부였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후, 방역 준비가 아니라 국민을 갈라치는 정치적 선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역사보안법이라 불린 과거사 관련 법안들, 집권세력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수준 이하의 협박들, 박원순 자살 논란, 부동산 관련 좌충우돌 정책 등등. 4월 이후 집권세력이 무게를 실은 정책 어디에도 코로나19 추가 대책은 없었다.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의 실책을 숨기려는 듯, 거친 언어로 2차 대유행의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을 테러 세력으로 규정했고, “바이러스 테러범을 방조한 김종인 위원장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느닷없이 야당을 비난했다. 대통령 역시 방역 방해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며 이 모든 사태를 집회 참석자에게 돌렸다. 하지만, “화기, 인화물질이 가득한 방에 기름을 부어놓은 사람”은 다름 아닌 정부와 민주당이었다. 스파크가 튀어 불이 났다고 기름을 부어놓은 사람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민주당에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정치 행태가 중단되지 않으면 정부와 민주당은 앞으로도 대유행이 있을 때마다 희생양을 찾으려고 마녀사냥을 반복할 것이다. 2차 대유행의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제대로 물을 수 있어야 ‘남 탓’의 저급한 정치 행태를 방지하고, 대유행에 필요한 적합한 정책을 준비할 수 있다. 당장 시급한 방역 대책과 경제적 구제책을 시행하는 것에도 정부 규탄이 필수적이다. 3년 반 동안 현 집권세력은 정세에 적합한 정책보다 내로남불과 남탓의 정치로 이득을 얻어왔다. 그들을 비판하지 않으면 2차 대유행도 마녀사냥으로 어물쩍 넘겨보려 할 것이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은 지금까지의 방역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 만큼 위력적이다. 시민 모두가 합심하여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전문가들, 지식인들, 다양한 사회운동 조직들은 무능하고 무용하며 무력하기까지 한 집권세력을 대신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미치는 경제적 피해를 다양한 측면에서 조사한 후 시민의 공론장에서 토론해야 할 것이다. 전국민재난지원금 류의 포퓰리즘 정책을 비판하고, 현존 제도의 개선방안을 찾는 것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