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0.09.25
공무원 피살 사건,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공무원 피살 사건,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22일 북한에서 사살된 사실이 밝혀졌다. 25일 오후 북한 당국의 사과와 재발 방지 의사가 공개되었으나, 이번 일을 ‘불미스러운 사고’ 정도로 넘길 수는 없다. 북측의 경위 설명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그 설명을 기준으로 한다 해도 이 사건은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총격 살해한, 명확한 반인도적 범죄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현대적 외교관계와 보편적 인권 존중에 미달하는 행태를 거듭하는 북한 당국을 강력히 규탄한다. 국방부와 북한 당국의 말이 상당히 다른 만큼,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검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21일부터의 행적과 판단 근거들에 대해 쏟아지는 시민의 의문에 답해야 한다. 실종 당일 국방부와 청와대가 보고를 받은 순간에서부터 피살 후 이틀이 지난 후에야 피살 사실이 보도되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 아래 내용을 묻고 싶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21일부터의 행적과 판단 근거들에 대해 쏟아지는 시민의 의문에 답해야 한다. 실종 당일 국방부와 청와대가 보고를 받은 순간에서부터 피살 후 이틀이 지난 후에야 피살 사실이 보도되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 아래 내용을 묻고 싶다.
무슨 근거로 ‘월북’이라고 단정했는가?
첫 번째로, 실종자가 자진 월북했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국방부는 피살 사실 최초 공개 시부터 해당 실종자가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 언급 중 이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만한 것은 ‘월북의사를 표명한 점이 식별된 점’밖에 없다. 이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당시 정황과 실종자의 사생활 등을 가지고 설왕설래할 수밖에 없다. 한편 북한 당국의 통지문에 따르면 실종자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밝힌 바 없다. 정부가 ‘자진 월북’ 판단 근거를 명명백백히 밝히지 않는다면, 논란과 의혹이 불식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민간인이 사살될 때까지 수수방관했는가?
두 번째로, 실종자가 북측 해상에 가게 된 경위와 상관없이 취해야만 했고, 취할 수 있었던 조치들을 어째서 전혀 하지 않은 것인가? 실종자가 북한군에게 발견된 뒤 총살되기 전까지 ‘골든타임’ 6시간이 있었지만, 말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수수방관으로 한국 시민의 피살을 초래한 책임이 정부에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유엔총회 연설은 어째서 그대로 진행했는가?
세 번째로, 남북관계에 이렇게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유엔총회 연설을 꼭 사전 녹화한 그대로 진행해야만 했는가? 23일 새벽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의 ‘한국전쟁 종전선언’ 제안은 발표 직후부터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연설 발표 시점이 이미 실종자가 북한군에 의해 총격 살해된 후였다는 사실은 또 다른 충격이다. 문 대통령 본인이 24일 오후, 이번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 안 되는 충격적 사건’이라고 발언했다. 그러한 입장인데 어떻게 23일에는 아무런 수정 없이 연설을 내보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만약 경위를 좀 더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더라면, 연설을 미루는 수는 정말 없었던 것인가.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에 무슨 의미인가?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에 무슨 의미인가?
마지막으로, 정부가 북한의 비상식적인 행위들에 대해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다”라고 앞장서서 규정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6월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당시에도, 이는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가 아니라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된 적 있다. 이번에도 정부의 주장은 조항상의 문구에 따르면 “포가 아니라 소총을 쐈기 때문에”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 군사합의의 핵심은 1조 ‘남북은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인 상대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가 아닌가. 남북대화의 상징인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북측 스스로 한 설명에 따르면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밝힌 민간인을 총살하는 게 적대행위가 아니란 말인가? 시민은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실현하라고 군사합의를 지지한 것이다. 합의 세부조항을 가지고 무슨 보험 약관 따지듯이 하란 것이 아니었다. 정부는 실질적으로 누더기가 되어가는 9·19 군사합의를 무조건 방어하는 식의 대응이, 진정으로 남북 간 적대행위 중지로 가는 길이라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철저히 소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혹과 문제 제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